아동/청소년이 힘들다며 자발적으로 상담을 의뢰했는데 정작 검사를 해 보면 아무런 고통감이 드러나지 않거나 구조화된 검사에서 방어 척도가 상승하면 평가자가 당황하기 쉽습니다.
'스스로 힘들다고 왔으면서 왜 방어하는 거지?', '검사 결과를 보면 그렇게까지 힘든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왔지?'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아동/청소년이 본인 문제가 아니라 가정 불화 때문에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또는 가정 내 문제를 고발하러 총대를 메고 나왔을 가능성입니다.
아동/청소년은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부의 도움을 받으러 나온 것이죠. 엄밀히 따지자면 자신만 상담을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검사에서는 방어적으로 응답하거나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면 심리검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부모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부모가 상담자의 호출에 응하는 태도를 보면 이 가설을 검증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인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자발적으로 또는 학교 당국의 권유에 의해 상담을 받으러 간 걸 알게 되면 처음에는 당황하더라도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달려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상담자의 연락을 피하거나, 2) 호출에 응한다고 해도 상담자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방어막을 가동하거나, 3) 심하면 가족의 문제를 밖으로 노출한다고 자녀를 탓한다면 확실히 가정 내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이럴 때는 아동/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며 부모가 문제(소위 독이 되는 부모)이거나 최소한 가족 내 역동에 개입을 해야 하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부모에게 문제가 있거나 가족 역동을 다뤄야 하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도 이미 개입하기 늦은 사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부모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방어벽을 세우거나 상담을 중단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오면 부모까지 심리평가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걸 routine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부모가 건강하다면 아동/청소년만 상담하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의 사례는 거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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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수잔 포워드의 2001년 작, '시월드에서 쿨한 여자로 살겠다(Toxic in Laws)'를 북 크로싱합니다.
'독이 되는 부모'가 친부모-자녀 관계를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배우자의 부모가 독이 되는 경우를 다룬 책입니다.
관련 문제로 고통받는 내담자가 본격적으로 상담을 받기 전에 워밍업용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고 임상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내담자를 많이 만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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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 2002)'라는 걸출한 책으로 유명한 수잔 포워드의 2001년 작입니다. 지금 보니 독이 되는 부모보다 먼저 나온 책이네요. '독이 되는 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다룬 책이라면 이 책은 배우자의 부모가 독이 되는 경우를 다룬 책입니다. 일종의 쌍둥이 같은 책이죠.
2020년 말에 소개한
'상처주는 엄마(Mothers Who Can't Love, 2013)'는 거의 10년 뒤에 나온 책입니다. 그러니까 배우자의 부모가 독인 경우 -> 본인의 부모가 독인 경우 -> 부모 중에서 엄마가 문제인 딸의 경우 순으로 책을 쓴 겁니다. 그래서 책이 나온 순서대로 읽자면 '시월드에서 쿨한여자로 살겠다', '독이 되는 부모', '상처주는 엄마' 순으로 읽으면 됩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겠네요.
'독이 되는 부모'의 경우는 현장 상담자도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애착 외상과 관련성이 크기 때문) '상처주는 엄마'와 이 책은 상담자가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관련 문제로 고통받는 내담자가 상담 전에 준비도를 높이기 위해 워밍업하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제목인 '시월드에서 쿨한여자로 살겠다'는 출판사에서 낚시용으로 만든 것 같고 읽어보면 장인, 장모 때문에 결혼이 파탄날 지경인 사위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냥 배우자의 부모 때문에 결혼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책으로 보시면 됩니다.
1부. 독이 되는 인척, 2부. 당신의 결혼 생활을 방어하라로 나뉘어 있고 1부에서는 '독이 되는 부모'처럼 독이 되는 인척의 유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어떻게 배우자와 연대하고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가정을 지키는 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독이 되는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몰아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험많은 상담자와 같이 깊이있는 작업을 하셔야 하는데 그 전에 문제 의식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마음을 단단히 먹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읽는 책입니다. 판형이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량이 383페이지나 됩니다. 꽉꽉 채워넣었어요;;;;
제게는 참신한 내용이 별로 없는 것 같았지만(그래서 '월든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로 정리한 내용이 수잔 포워드의 다른 책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관련된 내담자군을 많이 만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닫기
*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부모가 하는 행동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적절한 선을 긋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내 편이 아니라는 서운함은 인척들이 주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크기 마련이다.
* 다음에 소개할 한 가지 규칙은 매우 중요하다. 명심하기 바란다. 시부모든 장인,장모든 인척들을 당신을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한다. 이는 최소한이자 타협의 여지가 없는 조건이다.
* 자신이 비난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인척에게 그 사실을 깨닫게 하고 변화를 이끄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쉽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하는 비난의 경우 단순히 "저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이유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면 변화를 이끄는 데 아주 유용하다. 이는 비난형 인척에게 공을 넘겨 그들이 왜 비판적 언행을 했는지 이유를 찾으려 애쓰면서 방어 태세를 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 나에게는 통제형 인척들 중에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어떻게든 가족사업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항상 흥미롭다.
* 기억하라. 통제형 인척들은 다른 사람이 스스로 부족함을 자책하게 해서 통제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경계선을 벗어난 실수는 그것이 무엇이든 찾아내는 데 선수라는 사실을.
* 비난형 인척은 당신이 자녀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규칙이나 훈육 방식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체하려 한다.
* '독이 되는' 인척이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이유는 그분들이 자 자신에게 야기하는 엄청난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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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애착 외상 전문가 중 한 명인 수잔 포워드의 2013년 작, '상처주는 엄마(Mothers Who Can't Love, 2013)'를 북 크로싱합니다.
예전에 소개한 '독이 되는 부모(2002)'가 부모에게 상처받은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이 책은 엄마에게 상처받은 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수준의 책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애착 외상을 입은 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자가 치유에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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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는 부모는 2020년 7월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이 책도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 사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올 8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상처주는 엄마로 검색하시면 절판된 것으로 나옵니다. 저는 절판되기 전에 구매해서 갖고 있었고요. 개정판의 목차를 보니 큰 틀의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가 자식을 망가뜨리는 6가지 부모 유형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중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합니다. 그 중에서 다섯 가지 유형의 상처 주는 엄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엄마
* 지나치게 집착하는 엄마
*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엄마
* 보살펴줄 엄마가 필요한 엄마
* 아이를 방치하거나 폭력적인 엄마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상처 주는 엄마, 상처 받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바로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상처주는 엄마의 유형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고 2부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 치유하기'라는 제목으로 1)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거짓 메시지 들여다보기 -> 2) 마음속에 새겨진 아픈 상처 인정하기 -> 3)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풀어내기 -> 4) 행동을 바꿈으로써 삶이 변하는 경험하기 -> 5) 엄마와 나 사이에 경계선 구분하기 -> 6) 원하는 관계를 스스로 결정하기 -> 7) 엄마로부터 감정의 탯줄 끊기 -> 8) 상처 준 엄마가 병들었을 때 의 순서로 자가 치유를 진행하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에 동의하지만 '지독한 자기애에 빠진 엄마' 부분을 보면 자기애성 기질을 가진 엄마와 연극성 기질을 가진 엄마에 대한 내용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수잔 포워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구분하지 않고 자기애에 빠진 엄마로 묶어서 설명한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좀 더 detail하게 나누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추천하는 수잔 포워드의 책인데도 평범한 수준인, 별 3개로 평가한 이유는 이 책이 임상가를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이 되는 부모'를 읽은 임상가는 굳이 이 책을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이 책은 엄마로부터 상처 받은 딸이 주 대상입니다.
그래서 애착 외상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독이 되는 부모'를,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딸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와 달리 이쪽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번역가가 번역했지만 깔끔하게 번역되어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인만큼 임상 전문가가 번역하지 않은 것이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닫기
* 엄마에게 상처받은 여성들의 공통 분모는 인정에 대한 갈망이다. 그래서 "그랬구나, 네가 경험한 것은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야.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해. 너를 이해한단다"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HLH?)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극적 상황 연출하기', '위기 모면하기', 그리고 '부인하기'이다. 이는 상대방을 죄책감에 빠뜨리는 완벽한 조합니다.
* 자기애에 빠진 엄마(HMH?)는 불안하거나 기분이 상할 때면 '비판'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상대방을 파괴함으로서 자기 자신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상대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비판의 강도도 심해진다.
* 자기애에 빠진 엄마 중에는 친절하고 다정한 면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HMH?). 그러나 다정할 때와 냉담할 때가 극심한 유형도 있어서(HLH?),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 '왜'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에 집중하면 근본적인 문제에 닿을 수 없다. 치유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편지 쓰기, 엄마와의 관계를 되짚어보는 첫 단추
: 편지는 다음과 같이 네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게 효과적이다.
1. 이것이 엄마가 나에게 한 일이에요.
2. 이것이 그때 그 일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이에요.
3. 이것이 그 일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이에요.
4. 이것이 지금 엄마에게 원하는 거예요.
* 슬픔과 분노 이 두 가지 감정은 아주 상반돼 보이지만 종종 한쪽은 다른 쪽으로 숨기도 한다. 치유는 이 두 가지 감정이 지니는 놀랄 만한 힘을 필요로 한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동등한 양만큼 말이다.
* 슬픔 뒤에 있는 '분노' 찾기
: 시작할 때는 '어떻게 감히'라는 표현이 있는 몇 개의 문장으로 하고, 끝낼 때는 엄마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비틀어놓았던 그 어떤 것으로 하세요.
"어떻게 감히 나를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엄마 같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게 만들었나요! 어떻게 감히!"
* 내면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말해 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평생 동안 괴롭힘을 받았던 죄책감과 수치심의 짐으로부터 점점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 어떤 상황에서든 비방어적 상태를 유지하라
: 새로운 방식으로 엄마를 대하면 저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기애에 빠진 엄마는 화를 낼 것이고, 집착하는 엄마라면 동정이라는 무기를 꺼낼 수도 있다. 엄마가 어떤 무기를 꺼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비방어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 경계선 구분하기는 모든 것을 바꾼다. 자신만의 물리적, 감정적 공간이 생기는 것이고, 삶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것이다. 물리적인 경계선은 집 안에서 타인의 행동 범위를 정하고, 감정적인 경계선은 타인이 당신을 어떻게 여기고 대하는지 규정한다.
* 엄마가 경계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상처 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거리를 두는 목적은 보복하거나 상처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위함이다.
* 때때로 피상적인 관계가 아예 관계를 끊는 것보다 낫다. 부모와 관계를 끊었다는 죄책감에 빠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여지도 남겨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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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제게 supervision을 받으셨거나 관련 강의를 들으셨다면 제가 애착 외상 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실 겁니다. 저는 애착 외상을 부모-자녀 관계 문제의 확장으로까지 간주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애착 외상 가능성을 변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를 봤지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본 적이 없는 제 경험에 근거합니다. 뭐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고 그런 분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애착 외상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대부분이 부모 자녀 관계 갈등이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국은 상담에서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게 언제여야 하냐입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때로는 접수 면접 이후로 바로) 실시하고 그 결과 애착 외상이 있다는 걸 찾아내면 옳다구나 하고 그 부분을 초기 상담에서 곧장 다루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그랬듯이요. 심하게는 해석 상담부터 직진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내담자들이 정작 부모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는 걸 보고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애착 외상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 중에 Delayed 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trauma를 경험했지만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심하게 억압을 했기 때문에 delay가 되어 나중에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만큼 내담자 본인에게도 애착 외상은 다루기 힘든 큰 상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내담자들이 많은 만큼 이런 큰 상처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말 것'
제가
'성격에서 자율성 차원이 핵심이라면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 포스팅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기질의 내담자가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다 이러한 기질을 미발달된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설사 부모로부터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부모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생기거나 이를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입 밖에 내는 것 조차도 버겁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 차라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기억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하거나 저처럼 우회적으로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이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내담자들이 많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경우 부모에 대해 다루는 건(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건)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주의를 요한다는 걸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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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지금까지 읽은 심리 문제를 다룬 소설 중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강력 추천부터 한방 날리고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 오쿠다 히데오 3명을 꼽곤 했는데 오늘부터 덴도 아라타를 추가합니다.
덴도 아라타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본인도 그런 문제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로)로 가정 내 아동 학대, 성범죄, 학교 폭력 등의 사회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로 하나의 작품을 쓸 때마다 모든 등장 인물과 배경, 장소 등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설정해서 현실과 같이 만들어놓지 않으면 집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1996년에 등단했는데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몇 편 안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네요.
그 중에서도 영원의 아이는 무려 5년 8개 월이나 걸린 과작으로 작가 스스로도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안은 채로 축하해야 마땅할 장소에서 행복하라고 말하며 웃는 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97년 경부터 집 밖으로 거의 나올 수가 없었고 긴장성 두통, 불면으로 힘들어하며 집필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악전고투 끝에 나온 책이어서 그런지 1,560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2권의 하드커버)인데도 그야말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속에서 정신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물, 장소, 분위기의 묘사가 생생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각 등장 인물의 마음이 그대로 달라붙어 희노애락을 동일 시점에서 똑같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 알고 꽤 많은 트위터 친구분들이 자신에게 치유가 되는 좋은 책이었노라고 멘션을 주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학대받은 상처가 없는 저도 치유되었거든요.
꼭 읽으셨으면 하는 대상군은 부모-자녀 관계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입니다. PTSD due to Family Problem을 다루는 임상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꼭 읽으세요.
덧. 가정 학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은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를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덧2. 덴도 아라타의 책은 국내에도 몇 작품이 번역되어 있지만 고독의 노랫소리, 애도하는 사람은 제가 보이콧하는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어 저는 읽을 수가 없네요. '가족 사냥'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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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2008년에 소개드렸던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 2002)'를 읽을 때에도 느꼈고 현장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아동/청소년의 사례를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아무나 부모가 되서는 안 됩니다. 아주 엄격한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 아이를 낳고 기르게 허용해야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후손을 생산하는 동물보다 못한 부모가 너무 많아요. 그런 부모들이 자녀의 영혼을 파괴하고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듭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부모들도 원가족 내에서 잘못된 양육을 경험한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이죠. 불행의 대물림입니다.
우르술라 누버는 독일의 심리학자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30만 권 이상을 팔아치웠다고 대놓고 책 표지에서 홍보를 하는군요. 저는 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보다 이런 식으로 저자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홍보 방식을 취하는 책을 아주 싫어합니다. 그래서 별 하나 감점하고 들어갑니다. 어디까지나 제 감정적인 평가이니 참고하세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성장 과정에서 잘못된 양육을 경험한 결과로 불행한 삶을 산 경우와 잘 극복하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산 경우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비교하였다는 겁니다. 보통은 어릴 때에 경험한 트라우마가 인생을 망쳐놓는다는 식으로 쉽게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후반부에서 '대체 경험', '과거를 받아들이기', '새로운 이야기 하기', '거리 두기', '어린아이 달래기', '용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상담을 하면서 어릴 때의 상처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어 겪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어릴 때의 트라우마에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트라우마를 찾아내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걸 성인이 되어서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 해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서 쓰여진 탓인지 현장 전문가가 읽기에는 깊이가 다소 부족합니다. '내면 아이'에 대한 것도 그렇고 '역기능적인 신념'에 대한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별 세 개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또 하나, 저자가 독일 사람이라서 그런지 유럽권의 소설 이야기를 예로 많이 드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래서 몰입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면 아이' 문제와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트라우마 극복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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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아동에게 중요한 권리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맨 앞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사랑, 안전, 이해에 둘러싸여 자랄 권리를 말한다. 이는 모든 부모에게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이다. * 당신은 부모가 호의를 어떤 조건과 결부시키지 않을 때에만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음식을 말끔히 먹어치우고 좋은 성적을 받고 부모 말을 고분고분 잘 듣기 때문에 사랑받는 아이는 안정된 자아 존중감을 발전시킬 수 없다. * 어린 시절,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최소한 한 명의 성인과 맺은 안정적 정서적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어린 시절을 핑계 삼는 것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핑계 대기는 신념 체계가 되어 삶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삶을 연출하기도 한다. *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 말은 당신의 신념 체계를 논박하는데 도움이 되는 핵심어이다. *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내면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구별하는 힘을 길러야만 한다. *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시기에 나타나는 내면아이를 적절히 보살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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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에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책은 심리치료자로 유명한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입니다.
이 책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리뷰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읽기 전에는 그냥 북 크로싱하려고 헀는데 읽을수록 지침서로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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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제목부터 섬뜩한 이 책은 자식을 망가뜨리는 부모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식을 양육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미숙한 부모가 아니라 성격 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병적인 부모에 대한 것이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독이 되는 부모의 유형은 크게 6가지입니다.
* 신처럼 군림하는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능한 부모* 자식을 조종하는 부모*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 잔인한 말로 상처를 주는 부모* 신체적, 성적으로 학대하는 부모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더 많지만 크게 6가지 정도로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단연코 신체적, 성적으로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겠지요.
이 책의 대상은 독이 되는 부모로 인해 인생을 망가뜨리고 병적 동일시를 통해 자신이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바로 그 '독이 되는 부모'가 되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인가를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내용은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인 반면 후반부에는 '용서'에 대해서, 가해자인 부모와 대면함으로써 독립하는 법과 같이 실질적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그리고 사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배우기 어려운 내용들을 단계적으로 소개합니다.
물론 이 책이 자가 치유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문제가 어디에서 연유되는지 그 근원을 탐색하고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하는데 확실히 도움을 줄 거라고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족 체계를 다루는 치료자나 가족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자, 부모 자녀 관계로 인해 잘못된 성격이 형성된 내담자를 만나는 임상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침서로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수잔 포워드라는 걸출한 임상심리학자가 썼고 정신과 전문의 세 명이 공동으로 번역했는데 번역이 잘 되어 매끄럽게 읽힙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삽화마저도 세부 내용과 딱 들어맞는 것으로 짝지워져 있어 이해가 잘 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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