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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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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에 달린 설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점령군인 독일인과 프랑스 여인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다'입니다. 아마도 이 문구만 보면 자동적으로 독일군이 프랑스 여인들을 겁탈했거나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독일군에 협력한 프랑스 여성들의 배신 스토리가 떠오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착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장 폴 피카페르는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합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들은 프랑스를 배신하지 않았고 독일에 정치적으로 협조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점령군이었던 독일 남성을 사랑했을 뿐이다"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한 건 2차 대전 초기였습니다. 프랑스 점령군 중 상당수는 혈기왕성하고 젊었으며 독일 육군은 굉장히 엄격한 군율로 점령지 프랑스에서 강간과 약탈을 가혹할 정도로 눌렀기 때문에 초기에는 독일군에 대한 반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진 것이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아리안'과 '비아리안'의 성관계를 금지한 독일 제국의 법이 엄중했기 때문에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그 독일 남성은 죽음이 기다리는 러시아 최전선으로 강제 파견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도 할 수 없었고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을 드러내놓고 낳을 수 없었죠. 그래서 독일 점령군과 프랑스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많은 아이들이 버려졌습니다. 고아로 힘겹게 살아가기도 하고, 어머니나 할머니의 호적에 입양되어 키워진 아이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냈고 전후에도 자신의 고국 사람들에게 '독일놈의 사생아', '독일놈', '기생충', '해충'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들과 그들의 자손의 수가 100만을 헤아리지만 최근에 와서야 이들의 비극적인 고통을 재조명하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수많은 라이따이한들을 베트남에 버렸고 지금도 그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전쟁통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변명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옳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들을 돌아봐야 합니다. 게다가 베트남과 수교를 하게 되면서 건너간 사업가들이 또 다시 신라이따이한을 만들어 또 다른 죄를 짓고 있으니 이를 어찌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전쟁은 일어나서 안 되는 비극이지만 전쟁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눈감지 말고 잘못된 건 바로잡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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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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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친일 부역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입니다. 친일파를 숙청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부역자를 선별하고, 어떤 벌을 가해야 할까요? 대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과 행동 수칙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에 협력한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도서 전문 월간지 '리르(Lier)'의 편집장이며 유명한 전기 작가인 피에르 아술린(Pierre Assouline)이 썼는데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한 뒤 독일군에게 점령된 파리가 1944년 8월 21일 해방된 이후로 진행된 나치 부역자에 대한 숙청 기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과 문단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을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했는데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물질적인 이득을 톡톡히 챙긴 기업가들 중에는 면죄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죠. 나중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형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최소한 1만 명이 넘는 기자와 작가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목숨으로 죄값을 치렀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이중간첩처럼 행동하거나 박쥐처럼 잽싸게 레지스탕스 측에 붙어 목숨을 구걸한 사람,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 나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잡한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프랑스와 달리 이미 해방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친일 부역자와 그 자손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청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역 혐의가 짙은 판사들이 공판의 선고를 담당해 같은 부역자를 처벌했던 프랑스의 희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어는 빠져나가고 피래미만 처벌받는 일도 당연히 생길테고요.
그냥 막연히 친일 청산이라는 대전제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인 그림을 한번쯤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먼 프랑스의 이야기라서 몇몇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인물 대부분을 잘 모르는데다 이 책이 연대기의 형식을 빌고 있어 완급이 없고 문체까지 건조한 바람에 지루하고 꽤 힘든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차마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덧.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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