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씨네 21(2007년 10월 31일 네이버 네티즌 평점 7.94점)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한 폴 해기스가 감독해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의 3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인종 차별의 문제를 다룬 시사 영화같습니다. 아마도 폴 해기스는 인종 갈등의 문제를 다루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겁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두 명의 흑인 강도에게 자동차를 강탈당한, 부유한 백인 검사 부부,
검문 도중 백인 경찰에게 아내가 성추행을 당한 중산층 흑인 부부,
아버지의 병 수발이 힘들어 세상에 화풀이하는 백인 경찰과 양심을 지키려는 그의 파트너,
자물쇠를 바꾸고 총까지 구입하지만 결국은 가게를 털리고 마는 이란인,
열심히 살아가지만 편견에 힘들어 하는 멕시칸 열쇠수리공,
백인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를 선택한 흑인 형사,
세상이 온통 흑인을 핍박한다고 생각하는 흑인 강도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친구
이 영화는 LA에 사는 이들이 36시간 동안 얽히고 설키면서 충돌(crash)하는 과정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깨달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인종 차별보다 더 깊은 차원의 것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신뢰(trust)'이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할 때, 그것이 편견과 선입견에 근거할 때, 그것이 피부색, 사회적 지위든 뭐든 간에 언제나 비극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니까요. 대개는 제 맘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탄탄함을 자랑합니다. 마술사가 모든 끈이 연결된 것을 자랑스레 관중앞에 내놓듯이 모든 이들의 인연은 결국은 하나로 연결이 됩니다. 흡사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을 보는 것 같지요.
이 영화의 제작비는 고작 650만 불입니다. 게다가 제작 기간이 고작 35일입니다. 그런데도 산드라 블록,
레인 오버 미의 돈 치들, 맷 딜런, 프리즌 브레이크의 윌리엄 피츠너, 미이라의 브랜든 프레이저,
행복을 찾아서의 탠디 뉴튼,
브리치의 라이언 필립과 같은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제작비로는 산드라 블록의 개런티도 댈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이 어쩐 일일까요? 대본을 본 스타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배역을 달라고 난리였다고 합니다. 결국 폴 해기스는 이들 스타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이 멋진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제 12회 미국영화배우협회(SGA)는 이 영화에 '영화부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여합니다.
인종 갈등과 '신뢰', 그리고 소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부여하는 영화, 크래쉬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그런데 이 영화 참 잘 나가다가 끝에서 한국인을 인신매매범에, 끝까지 돈만 밝히는 민족으로 묘사를 해 놓았더군요. 입맛이 참 씁니다. 맛난 곰탕을 거의 다 먹었는데 국에 떠 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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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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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Crash)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브렌든 프레이저(리차드 카봇), 돈 치들(그레이엄 워터스) 개봉 2004 미국, 독일, 112분 대중앞에 경직되고 튀는걸 원치않는 게, 꼬레안의 대체적..
★★★★☆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아담 샌들러, 돈 치들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911 테러 때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세 딸, 스파이더라는 푸들까지 한꺼번에 잃은, 전직 치과의사인 찰리 파인먼(아담 샌들러 분)은 정부 보상금과 보험금으로 뉴욕에서 은둔 생활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한편 의대 동창생인 앨런 존슨(돈 치들 분)은 성공한 치과 의사로 겉보기에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내와의 의견 차이로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병원을 꾸려나가는데 힘겨워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다 이 둘은 뉴욕의 거리에서 우연히 조우합니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인해 자신을 닫고 사는 찰리는 처음에 앨런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앨런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가식적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채우는 찰리에게 흥미를 느끼고 빠져듭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앨런은 찰리를 돕고 싶은 마음에 잘 알고 지내는 정신과 의사인 앤젤라(리브 타일러 분)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과연 찰리는 자신만의 틀을 깨고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연기 변신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아담 샌들러와 돈 치들의 명연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빛이 납니다. 두 사람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합니다.
또 하나 <반지의 제왕>의 '아르웬'의 인상이 워낙 강한 리브 타일러도 한없이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적인 정신과 의사 역을 잘 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앤젤라가 찰리를 상담하면서 찰리의 도발에 흔들리지 않고 공감과 경청을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참 좋습니다. 잔잔하게 감동적이네요. 추천합니다.
덧. 이 영화에서는 찰리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정도가 상당히 심한 편입니다. 가족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자극을 회피하려고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니고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강력하게 밀어냅니다.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 등 지나치게 퇴행된 모습이 어찌보면 정신분열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거든요. 전형적인 PTSD는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는 차원에서 보실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PTSD가 아니라 두 친구의 우정과 삶이거든요. PTSD라는 설정은 이를 위해 사용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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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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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같이 쌓인 일을 뒤로 미뤄두고...; 어제 이사를 하고 자기전에 봤습니다... (가기전에 다운 받아놓고;;) 조만간 국내 개봉할 영화인데 시사회 신청을 했지만 걸리더라도 다음주면 못갈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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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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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샌들러가 이렇게 찡하게 울릴 줄이야~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을 이렇게 가슴 미어지게 만들어 내다니...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는 왜 친구를 모른 체하고, 가족들을 기억하지 않는지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