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방으로 돌아와 리셉션에 전화해 돌핀 크루즈 예약 확인을 하니 4시 쯤에 '버기'를 숙소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방에서 쉬다가 4시에 정확하게 도착한 버기를 타고 호라이즌 센터로 갔습니다. 호라이즌 센터는 JA Manafaru 리조트 내의 tour나 activitity에 대한 모든 것을 관할하는 곳이죠.
오늘 저녁에 진행할 돌핀 크루즈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를 안 했는지 누구는 방에서 기다리다 늦게서야 버기를 타고 부랴부랴 오고, 누구는 호라이즌 센터로 와서 기다리고 있고, 누구는 아예 제티로 가서 미리 기다리고 있더군요. 빌라 호스트 시스템이 아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크루즈를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자 인원을 확인한 뒤 출발했습니다. 이층 배인데 위쪽에 쿠션이 깔려 있습니다.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있지만 곧 해가 질 것 같고 이런 경험을 언제 해 보나 싶어서 2층으로 냉큼 올라갔습니다.
크루즈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알게 되었지만 몰디브의 햇볕을 얕봤네요. 오고 가는 동안에는 푹신한 쿠션 덕에 편하고 좋았지만 그 짧은 볕에도 살이 익어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20분 쯤 배를 타고 나가면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는데 저는 처음에 멀리서 지나가는 돌고래를 쌍안경으로 보는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완전히 틀렸습니다;;;;
배가 나타나자마자 돌고래들이 배 옆으로 몰려들어 배와 함께 달립니다. 바로 옆에서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로 가까이 옵니다.
승무원들이 배 앞에서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는데 거기에 반응하는 듯 보이더군요.
한 두마리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인간들과 놀아주는 듯 즐겁게 헤엄치는데 먹이를 주는 것도 아닌데도 그냥 같이 달립니다.
보통의 사파리와 달리 배가 돌고래를 쫓는 것도 아니고 먹이로 유인하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돌고래들이 몰려들어 같이 놉니다. 그냥 배와 함께 헤엄치는 걸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다른 보트 한 척이 나타났는데 그 쪽에도 많은 돌고래들이 함께 헤엄칩니다.
두 척의 배가 달리니 돌고래의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물 밖으로 점프를 하기도 하고 물 속에서도 배의 앞쪽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재주를 뽑냅니다.
이건 오늘 돌핀 크루즈에서 제가 뽑은 베스트 샷입니다.
돌핀 크루즈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유투브에 동영상으로 올려 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보세요.
* 돌핀 크루즈에서 만난 돌고래들 1
* 돌핀 크루즈에서 만난 돌고래들 2
* 돌핀 크루즈에서 만난 돌고래들 3
돌고래들과 함께 달리는 꿈같은 시간이 끝나고 배는 다시 섬으로 향합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습니다.
돌핀 크루즈에는 생수, 탄산음료, 샴페인, 과일 서비스가 포함됩니다. 사실
아무것도 안 준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돌고래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하네요. 게다가 돌고래를 괴롭히거나 유인하는 게 아니라서 더 좋았습니다. 동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자유로운 돌고래들을 이렇게나 많이 본 여운에 젖어서 일몰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저녁입니다.
몰디브는 확실히 해가 빨리 지네요. ㅠ.ㅠ
저 멀리 호라이즌 센터에서 저녁 요가를 즐기는 투숙객들이 보이네요. 몰디브의 화이트 샌드는 다시 봐도 정말 곱군요.
제티로 돌아와서 White Orchid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까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다 내일은 Kakuni 레스토랑에서 큰 저녁 뷔페를 여는 것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마지막 날 밤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저녁은 가볍게 미소 된장국과 햇반, 과일로 먹게 되었네요.
저녁을 먹은 뒤 버블 베스로 몸을 마사지하고 몰디브의 저녁볕을 우습게 본 댓가로 빨갛게 탄 노출 피부에 알로에 갤을 발라서 진정시키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드디어 스노클링을 하러 가네요. 기대가 됩니다.
몰디브는 다른 곳을 여행할 때와 달리 거의 대부분 일정을 리조트 내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리조트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는 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JA Manafaru 리조트를 가실 분들만 읽으시면 되는데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 실제로 몇 분이나 도움을 받으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리조트에 있으면서 생각이 날 때마다 적었기 때문에 순서가 무작위입니다.
* 중국인
: JA Manafaru 리조트의 최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A Manafaru가 몰디브 최북단에 있는 리조트이기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면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할텐데
아쉽게도 중국인 천지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기간이 중국인 방문 피크 시즌도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70%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건 치명적인데다 JA Manafaru가 꽤 고급 리조트인데도 중국인 투숙객의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주변 사람 신경쓰지 않고 떠드는 것, 바람을 등지고 담배 피는 것, 실내 풀에 침뱉는 것, 아무데서나 가래침 뱉는 것, 야외 풀에서 거대한 튜브를 갖고 놀면서 민폐끼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품격있는 중국인 투숙객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 그래도 JA Manafaru 리조트에는 private sector가 많기 때문에 식당만 아니면 중국인과 마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식 뷔페에 일찍 가고, 점심과 저녁 식사도 조금 서둘러서 일찍 하면 중국인과 별로 마주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 음식
: 리조트 내 음식의 quality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서울 강남의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죠. 문제는 음식의 quality만큼 가격도 매우 높다는 겁니다. 둘이서 요리 하나씩, 음료 하나씩 주문하면 최소 7만 원 이상이 나오고 10만 원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JA Manafaru 리조트의 조식 뷔페는 제가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경험한 어떤 호텔 조식 뷔페보다도 음식 종류가 다양하고 quality가 높았습니다.
-> 특이한 건 메뉴판에 돼지고기를 사용한 음식에는 P(Pork)라고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무슬림 국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 간식
: 간식을 살 수 있는 매점이 있으나 이 역시도 매우 비싸고 종류가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초컬릿, 맛밤, 스넥 등의 간식은 한국에서부터 그야말로 바리바리 싸 가야 합니다. 이는 몰디브에 있는 어느 all inclusive 리조트라고 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 free 음료
: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어 땅을 치고 아쉬워한 부분인데
JA Manafaru에는 Infinity라는 풀 사이드 바와 Andiamo라는 풀 사이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이 두 군데에서는 무알콜 음료가 무료 서비스됩니다. 메뉴판을 잘 보시면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음료들이 있는데 이건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주문해도 됩니다. 다만 저는 한 잔씩 밖에 안 마셔서 계속 무료로 서비스 되는지까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 빌라 호스트
: JA Manafaru 리조트에는 빌라 호스트라고 불리는 집사 개념의 관리인이 한 명씩 전담 마크합니다. excursion, 레스토랑 예약, 비품 교체 등 리조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전화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호스트 한 명이 여러 개의 빌라를 담당하고 있어서 저희처럼 마지막 날에 대규모 가족이 배정되는 일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번도 안 하고 제가 직접 처리했기 때문에 제 호스트인 Murad는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을 겁니다.
* 모기
: 객실 내에 전자 모기향도 있고 뿌리는 모기향도 있지만 Murad 말로는 아침, 저녁으로 방역을 하기 때문에 모기를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고 실제로 빌라 내에서는 모기를 한 마리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밤에 섬을 돌아다닐 때에는 물릴 수 있으니 대비는 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Insect Shield Mesh Cloth'를 꾸역꾸역 챙겨 갖고 갔는데 정작 사용할 일은 없었습니다.
* 리조트 내 이동
: 섬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해도 되지만 걷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빌라마다 인원 수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 마운틴 바이크를 사용하면 됩니다. 마운틴 바이크에는 room number가 적혀 있어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귀찮거나 자전거를 못 타는 분들은 '버기'라고 불리는 전기 카트를 호출해서 타면 됩니다. '버기'는 일종의 셔틀과 같은 리조트 내 운송 수단으로 24시간 내내 운용합니다.
* Makeup
:
메이크 업은 오전에 1번, 저녁에 1번이 기본인데 중간에 private pool 관리를 하러 방문하기도 합니다. 빌라 밖에서만 놀면 모르지만 빌라 내에서 하루종일 있으면 최소한 3~4번은 누군가 방문하죠. 담당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quality 차이가 큰데 저희는 첫 날과 마지막 날 담당 직원이 아주 야무졌고 그 사이에 담당했던 직원이 기본적인 관리도 잘 못해서 기분이 살짝 상했습니다. 이런 경우 저처럼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빌라 호스트나 리셉션에 complaint를 하세요.
->
Welcome Fruits은 첫 날 1번, 초컬릿은 매일 저녁 makeup 때 제공됩니다. 생수와 캡슐 커피는 매일 보충되고요.
* 스노클링 기어
: 구명조끼는 인원 수에 맞게 빌라마다 비치되어 있고 스노클링 기어는 다이브 센터에서 무료로 빌린 후 마지막 날까지 사용하고 체크아웃하는 전날에만 반납하면 됩니다. 워터빌라는 바로 앞이 바다이고 곧바로 입수할 수 있는 진입로가 있어서 숙소 바로 앞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지만 탁도가 높아서 시계가 좋지 않고 무엇보다 파도가 심하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보고 말았습니다.
* 흡연
: 기본적으로 몰디브는 흡연에 관대한 나라라서 리조트 내에서도 흡연실이 따로 없고 식탁에 재떨이를 놓아둘 정도입니다. 안타깝게도 담배 연기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맨 앞 자리에 앉는 궁여지책을 사용했습니다. :)
* 음주
: 몰디브는 술을 엄격히 금하는 이슬람 국가라서 수도인 말레를 포함해 몰디브 영토에서는 음주가 중죄입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음주하다 경찰에 적발되면 최소 몇 년에서 최장 2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웃기는 건 리조트 내에서는 술을 마시고 파는 것이 얼마든지 허용됩니다. JA Manafaru 리조트에는 와인 3천병을 보유한 Cellar라는 와인바도 있었습니다. ㅡ.ㅡ
* 객실 어메니티
: 헤어 드라이어, 슬리퍼, 가운, 체중계, 우산, 금고, 손전등, 마운틴 바이크, 캡슐 커피머신, 아이스 박스, 와인 셀러 등 거의 모든 비품이 있고 필요한 건 대부분 요청하면 가져다 줍니다. 또한 월풀 욕조가 있기 때문에 거품 목욕을 위한 용품까지 비치되어 있습니다.
-> 특이했던 건 옷걸이도 3종류나 있어서 바지, 양복, 셔츠를 용도에 맞게 걸 수 있습니다. :)
* Excursion
: 보통은 빌라 호스트를 통해 예약하는데 호스트가 바쁘면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모이는 장소, 준비물 등을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스트만 믿지 말고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트 스노클링의 경우는 구명조끼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빌라에 비치된 걸 가져가야 하는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해 곤란을 겪었지요.
->
돌핀 크루즈 :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강추입니다. 멀리서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그런 크루즈가 아닙니다.
-> 주간 스노클링 : 저는 길리 메노섬에서 워낙 환상적인 스노클링을 해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
야간 스노클링 :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이것도 추천합니다. 낮에 볼 수 없는 다양한 수중 생물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 바나나 보트를 포함해 다양한 수상 activity도 있는데 저는 하나도 안 했기 때문에 이건 드릴 말씀이 없네요;;;
* 비용 지불
: 식사, 쇼핑, 스파, activity 등 리조트 내에서는 room number만 알려주면 되고 나중에 체크아웃 할 때 한꺼번에 정산합니다. 예상 비용을 초과하지 않으려면 메모를 잘 해놓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환전은 할 필요가 없어서 몰디브에서 사용하는 루피아 지폐는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에 말레 투어를 할 때 처음 봤습니다;;;;
* 동물
: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고양이, 개 등 반려동물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리조트 내에도 없고요. 대신 과일 박쥐, 가오리, 돌고래, 거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 수상 비행기
: 중국인 못지않게 스트레스가 되는 건 수상 비행기입니다. 비행 시간이나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수상 비행기 운항 편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갈 때는 아침 비행기로 말레에 도착했는데 점심 때가 되어서 리조트로 출발했고 올 때는 오후 3시 40분 국제선을 타야 하는데 리조트에서는 아침 7시 45분 비행기를 띄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물론 말레에서는 전용 라운지에서 편하게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아까웠습니다. 그러니
JA Manafaru 뿐 아니라 수상 비행기로 이동하는 리조트에 묵을 분들은 갈 때 하루, 올 때 하루를 그냥 날릴 각오를 하고 여행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일출, 일몰
: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몰디브의 강점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곱디 고운 화이트 샌드, 그리고 특이한 해양 식생입니다. 대신 일출과 일몰은 별로에요. 멋진 일몰을 기대하고 더 비싼 선셋 워터 빌라를 예약한건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참고로 제 경험 상 일몰 최강은 코타키나발루(
'관련 포스팅')입니다. 길리 메노섬도 괜찮고요(
'관련 포스팅')
* 전기
: 우리나라와 동일한 220V이기는 한데 어댑터 모양이 다릅니다. 하지만 JA Manafaru 리조트는 거의 모든 어댑터가 멀티 어댑터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화장실
: 섬인데도 고급 리조트여서 그런지 수압이 강하고 화장실도 비데까지는 아니지만 이슬람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물뿌리개(?) 비데를 제공합니다.
* 인터넷 환경
: 리조트 내에서는 어디에서나 와이파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빠릅니다. 심지어는 해변에서도 와이파이가 됩니다. 포켓 와이파이나 로밍을 신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번도 없습니다. 투숙객만 묵는 리조트니까 당연하겠지만요.
* 팁
: 고급 리조트이기 때문에 서비스 차지가 기본으로 붙지만 모든 bill에 팁을 적어넣을 수 있는 칸이 따로 있습니다. 직원들이 워낙 친절하기도 해서 저는 보통 5불 정도를 팁으로 줬습니다.
* 기념품
: 리조트 내의 샵에서 왠만한 건 살 수 있지만 나중에 말레 시내의 기념품 점에 갔을 때도 느꼈는데 기념품의 종류가 다양하기는 해도 막상 사려면 너무 조악해서 살 게 없습니다. 저는 난파선의 나무를 재가공한 북마크를 몇 개 사왔습니다. 나중에 말레 시내 투어할 때 몰디브 지도도 한 장 사서 갖고 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