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믿고 보는 돌베개 출판사의 책이라서 별다른 의심없이 주문했다가 발등을 찍힌 책입니다.
하버드 대학에는 학부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철학잡지인 '하버드 철학 리뷰'가 있습니다. 1991년에서 2001년까지 10년 동안 이 잡지의 편집인이었던 학부생들이 당대를 풍미하던 철학자(대부분 하버드 철학과 교수지만)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그걸 강유원, 최봉실 선생이 번역했고요. 참고로 번역은 잘 되었습니다.
이 책에 인터뷰가 실린 철학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움베르토 에코 : 기호학과 실용주의
* 리처드 로티 : 형이상학 이후의 문화를 향하여
* 코넬 웨스트 : 행위에 대한 철학적 신념
* 스탠리 카벨 : 철학의 생에 대한 성찰들
* 알렉산더 네하마스 : 철학적 삶에 대하여
* 존 롤스 : 롤스를 기록하다
* 하비 맨스필드 : 정치철학에 대하여
* 앨런 더쇼비츠 : 법철학에 대하여
* 핸리 앨리슨 : 사적이면서도 전문적인
* 마이클 샌델 :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하여
* 윌러드 콰인 : 논리, 과학, 철학에 대한 전망
* 코라 다이아몬드 : 해는 몇 시에 뜨는가?
* 피터 웅어 : 과학과 철학의 가능성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현대 철학의 흐름과 수록된 철학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움베르토 에코, 알렉산더 네하마스, 존 롤스, 마이클 샌델, 이렇게 네 사람 뿐이네요. 그나마 대표 저작만 겨우 읽었을 뿐이고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철학 전공자이거나 최소한 철학에 대한 상당한 소양을 쌓은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중간보다 앞쪽에 실린 하비 맨스필드의 인터뷰를 읽은 다음에는 영 기분을 잡쳐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하비 맨스필드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엘리트 우파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소개되고 있지만 제가 볼 때에는 그냥 인종차별주의자에 안티 페미니스트인 마초 꼰대입니다. 이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하여간 현대 철학에 대한 교양을 쌓기 위해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는 일반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태그 -
강유원,
돌베개,
리처드 로티,
마이클 샌델,
스탠리 카벨,
알렉산더 네하마스,
앨런 더쇼비츠,
움베르토 에코,
윌러드 콰인,
존 롤스,
철학,
최봉실,
코넬 웨스트,
코라 다이아몬드,
피터 웅어,
하버드,
하버드 철학 리뷰,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하비 맨스필드,
핸리 앨리슨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90
★★★☆☆
이미지 출처 :
YES24
아우슈비츠 3대 생존 작가 중 하나인 프리모 레비에 대해서는 월덴3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
이것이 인간인가(1947, 1958)
*
휴전(1963)
*
주기율표(1975)
*
살아남은 자의 아픔(1984)
제가 읽은 순서이기도 하고 프리모 레비의 저작이 출판된 순서이기도 한데 이 중 '이것이 인간인가', '휴전', '주기율표'는 회고록 3부작으로도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세 권 다 강력 추천하는 책이고요.
'이것이 인간인가'가 아우슈비츠 부나-모노비츠 수용소의 생존기라면 '휴전'은 프리모 레비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뒤 고향 토리노로 돌아오기까지 8개월의 여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입니다. '주기율표'는 화학자였던 저자가 각 원소와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회고록이자 명상록이죠.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아픔'은 몇 권 되지 않는 프리모 레비의 시집 중 한 권입니다.
이 책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프리모 레비의 또 하나 장편소설인데 강제수용소를 다룬 건 아니고 유태인 빨치산 부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캄피엘로 상과 비아제로 상을 동시에 석권하면서 유명세를 탔지요.
이 책을 프리모 레비의 책 중에서 처음으로 읽었다면 굉장히 흥미로웠겠지만 이미 비슷한 시대 배경과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인 '휴전'을 읽었기 때문에 새로움이 좀 덜하더군요. 이 책이 초기 저작이라는 걸 제가 모르고 빠뜨렸나 봅니다. 그래도 빨치산 이야기라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프리모 레비의 저작을 계속 읽을 분들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으신 뒤 나머지 책을 순서대로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가 읽은 책은 노마드북스에서 나온 2010년 판인데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돌베개 출판사에서 판권을 사들여 2017년 4월에 새롭게 출판한 책(역자가 김종돈 선생에서 이현경 선생으로 바뀌었습니다. 노마드북스의 책은 영역판이고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이탈리아판으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원작에 더 가깝겠지요?)이 있으니 그걸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태그 -
If Not Now,
Primo Levi,
When?,
김종돈,
노마드북스,
돌베개,
비아제로 상,
살아남은 자의 아픔,
아우슈비츠,
유태인 빨치산,
이것이 인간인가,
이현경,
주기율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캄피엘로 상,
프리모 레비,
휴전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46
★★★★☆
이미지 출처 :
YES24
돌베개 출판사의 한국학총서 시리즈 중 11번 째로 나온 책입니다.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가 쓰셨고요.
먼저 저자가 머리말에 쓴 내용을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나는 이 책에서 조선 시대 남성-양반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가부장적 욕망을 실현하는 텍스트를 여성의 대뇌에 설치하는 과정을 추적하고자 한다"
이것만 봐도 유림이나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는 분들이 보면 뒷목 잡는 내용이 솔찮게 들어있을거라는 걸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목차를 한번 보죠.
1장. 문제의 제기
2장. 유교의 '이상적 여성' 발명과 구체화의 시작
3장. 여성 의식화 텍스트의 도입, 제작과 보급
4장. 열녀의 발생과 그 성격의 변화
5장. 임병양란 이후의 여성 의식화 텍스트
6장. 열녀의 탄생
7장. 열녀담론에 대한 비판과 한계
8장. 끝맺음
그야말로 여성의 지위가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까지 처참하게 급속직하 하였는지를 꼼꼼히 추적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란 것은 17세기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결코 낮지 않았는데 재산상속 제도(남녀 균분상속에서 장자우대 불균등상속으로 변경)와 결혼 후 거주 형태(부처제에서 시가살이로 바뀜)가 바뀌면서 급속하게 추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여말선초부터 시작된 사대부의 음모(?)가 성리학의 도입과 맞물리면서 이전부터 야금야금 진행되어왔지만요.
누구나 경배를 마다하지 않는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삼강행실도 열녀편(세종 14년)이 얼마나 많은 여성의 억울한 목숨을 앗아가게 만드는 살인 도구로 악용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네요.
열녀 시스템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남성도 부인의 사망 후 개가하지 않고 수절하는 의부가 드물지만 있었는데 어느덧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공인된 유일한 성적 대상자에게 성적 종속성을 실천하는 걸 강요당하게 된 건 오로지 여성들 뿐이었죠.
그러한 열녀 시스템은 삼강행실도 열녀편, 소학, 내훈의 삼각편대로 완성되게 됩니다. 수많은 관련 근거를 고증하면서 진행하는데다 그 근거라는 것들이 대부분 고문들이어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놀라운 사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다만 총 855쪽이라는 장대한 분량의 이 책에서 본문은 554페이지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몽땅 주석입니다. 1/3 이상이 주석이라는 이야기죠. 게다가 책 값도 38,000 원이나 하기 때문에 냉큼 사서 보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뜻 사서 보시라고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닫기
* 우리가 알고 있는 종법제에 입각한 가부장적 친족 제도가 완벽한 형태로 정립된 것은 대개 18세기 이후다. 그것은 17세기를 지나면서 비로소 제 형태를 드러냈던 것이다.
* 우월했던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17세기라는 점이지대를 거치면서 재산상속 제도가 남녀 균분상속에서 장자우대 불균등상속으로 바뀌고, 결혼 후 거주 형태가 부처제로 바뀌면서 확연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 삼강이 충,효,열과 결합한 것은 조선조에 와서이며 부위부강의 실천을 열행으로 규정한 기원은 세종 14년에 편찬된 삼강행실도 열녀편이었다. 요컨대 이 텍스트는 '부위부강'의 구체적 실천 매뉴얼을 만들고, 그것을 윤리의 이름으로 유포했던 것이니, 17세기 이후 족출한 열녀는 모두 이 텍스트가 만들어냈던 것이다.
* 삼종지의는 아버지, 남편, 자식(아들)에 종속될 것을 요구하여, 여성에게서 사유와 행동의 주체를 박탈하는 담론으로 유가의 여성 인식의 기저를 이룬다.
* 절부는 남편의 사망 이후 개가하지 않은 여성, 곧 새로운 성적 대상자를 찾지 않은 여성이다. 열부는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공간에서도,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공인된 유일한 성적 대상자에게 성적 종속성을 실천하는 여성이다.
* 유교적 가부장제가 여성을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14세기 말에 와서 드러낸 것은,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이 이 시기에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 아내가 사망한 뒤에도 다시 결혼하지 않는 남성을 의부라 불렀는데 절부와 의부가 한 묶음으로 사용되었다면, 여성만이 남성에 대한 수절의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역시 여성에 대한 수절의 의무를 지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드문 일로서 동등하게 사회적 평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즉 고려 시대에는 배우자의 죽음 이후 다시 결혼하지 않는 것을 희귀하게 여겨 높이 평가하되, 그것을 여성의 의무만으로 못박지 않았던 것이다.
* 1454년과 1458년 사이에 '의부'를 누락시키는 법이 만들어졌다.
* 아마도 '열녀'라는 명사가 보편화된 것은 '소학'에 실린 구절에서 연유할 것이다.
* 열녀라는 명사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삼강행실도 열녀편이 편찬 보급되면서부터다.
* 조선 전기가 열부의 시대라면 조선 후기는 열녀의 시대인 것이다.
*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강간에 저항하다가 죽거나 신체를 훼손했을 경우, 이 역시 열행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기 때문에 열부라 칭할 수 없다. 여성의 성적 종속성의 관철은 여성의 결혼 여부와 상관없고, 이 경우를 포괄하기 위해 '열부'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 필요한 바, 이것이 곧 '열녀'인 것이다.
* 여말선초 사대부들은 조선 건국 이후 한동안 효자, 손순, 절부, 의부를 한 묶음으로 하는 표창을 계속하다가 경국대전에 와서 '의부'를 삭제함으로써 배우자에 대한 성적 종속성을 오로지 여성의 윤리로 강제하였다. 가부장제는 남성에 대한 성적 종속성을, 여성이 자신의 신체 일부 혹은 전체를 스스로 희생하게 하면서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을 실천한 여성이 곧 열녀였다. 열녀는 고려 말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여말선초의 사대부들이 발명한 것이었다.
* 열녀담론의 주입, 즉 성적 종속성을 강요한 최초의 공작은 14세기 후반의 사대부들에 의해 주도된다.
* 실제 조선조의 여성에게 가해진 최대의 악법, 곧 재가한 여성이 낳은 자손에게 관료로의 진출에 제한을 가한 악법은 성종 8년에 제정되었다.
* 사실상 '의부'를 표창 대상으로 올린 것은 단종 2년이 끝이다.
* 여성에 대한 조선 초기 사대부의 인식을 규정한 것은 다름 아닌 성리학의 완성자 주자가 편집한 책, '소학'이었다.
* 주체성 없는 주체로서의 여성을 만드는 것이 '소학'의 목적이다.
* 여성에 관한 기본적인 관념을 제공한 소학의 여성 관계 기록은 거의 '예기'에서 인용된 것이다. 물론 일부종사, 삼종지도, 칠거지악, 여성과 남성의 분리, 여성의 가정 내로의 유폐, 직조와 조리로 제한되는 여성의 노동 등 조선 시대 여성을 기본적으로 규정했던 관념들은 거의 모두 예기에 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 여성의 성적 종속성의 실천 - 신체 희생과 '삼강행실도' 열녀편
* 유가 정치는 윤리적 사회를 추구하되, 개인과 개인 혹은 집단과 집단 혹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윤리적 의식화에 의해서 윤리적 사회의 완성을 추구했던 것이니, 개인의 윤리적 완성을 위한 윤리 의식의 확장과 보급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 삼강행실도 열녀편은 '후한서'에서 여성-아내만의 관계를 선택하고, 그 관계의 내용을 정절로 채우거나 아니면 가부장적 가문을 위한 여성의 희생(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외의 '후한서' 열녀전이 다루고 있는 다양한 여성상은 모두 폐기하였다.
* 삼강행실도의 편자는 '오염'이라는 관념의 주입을 통해 여성의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강렬한 수치심을 여성의 의식 속에 심으려고 했던 것이다.
* '소학'은 원래부터 남성의 책이었지 여성이 읽을 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삼강행실도' 열녀편이야말로 여성이 읽을 책이었다.
* 소학은 여성이 아닌 남성 자신을 먼저 규율하는 책이었다. 여성은 소학의 독자로 상정되지 않았다. 여성이 소학을 읽자면 언해가 필요한 바, 언해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고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선조대에 가서야 비로서 언해가 나왔다. 그렇다면 남성이 소학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학을 읽음으로써 사대부들은 다른 피지배자와 자신을 분리시키고 구분하는 에토스를 획득하였다.
* 소학은 성리학의 이념에 따라 인간의 신체를 규율하는 텍스트다. 신체의 통제를 요구하는 텍스트가 쉽게 수용될 리 만무했다. 따라서 이 책은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별로 인기가 없었다.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과거 응시 과정에 집어넣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 성종 때부터 소학의 신체적 구속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나타났다.
* 소학은 정치 세력과 관련되어 그 보급에 곡절이 있었지만, 삼강행실도는 소학에 비해 저항이 적었다.
* 중종은 전대의 임금과는 달리 유가적 윤리의 보급을 보다 철저하게 의식했다.
* 소학과 삼강행실도가 국가의 명령으로 활발하게 인쇄, 보급된 것에 비해 내훈은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 내훈은 1475년 간행 이후 약 1백 년을 경과하여 선조 초기에 다시 간행되었을 뿐이다. 내훈의 보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조선 전기의 경우 여전히 남성이 결혼 이후 여성의 집에서 사는 부처제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 분명히 여성의 시묘는 불법은 아니라 해도, 주자가례에 존재하지 않는 비례였던 것이고, 조정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즉 상식을 넘어선 행위였다. 하지만 시묘가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고 이내 열녀서사에서 다반사가 되었다.
* 임진왜란으로 인해 경제와 문화가 처참하게 붕괴되었으니, 수많은 서적이 소실되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국신속삼강행실도'라는 거질의 윤리서를 국가적 에너지를 동원하여 편찬했던 것은 윤리와 체제가 불가분의 친밀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초래한 체제의 무능과 위기를 피지배층에 대한 윤리적 의식화를 강화함으로써 돌파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 실제 자살 혹은 살해로 삶을 마감한 여성들은 열녀의 칭호를 받았지만, 강간을 당하거나 강간 이후 자결한 여성은 완전히 잊힌 여성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쪽이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열녀서사는 이런 점에서 전쟁으로 인한 여성의 비극을 은폐하고, 국가-남성의 모순과 무능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 내훈, 여훈언해, 여사서 등은 조선 후기 국가에서 발행한 여성 교육서다. 하지만 이들 서적은 삼강행실도처럼 적극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 한원진은 시부모에 대한 며느리의 불효를 한탄하고 그 이유를 말세의 야박한 인심과 여성의 편색한 성품으로 돌리지만, 사실 그것은 부처제가 시작되면서 여성이 비자연적 관계 속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비자연적 관계가 야기하는 갈등이 이른바 고부갈등이다.
* 의식화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생산의 주체로서 변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19세기에 일어났다. 이른바 규방가사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범위를 확장해 나간 여성 교화 텍스트 중 최후의 단계다.
* 임병양란 이후가 되면 이제 여성은 죽음이 아니면 열녀가 되기 어려웠다. 이 현상을 숙종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바, 그것은 적어도 현종대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로 죽음=열녀는 일종의 공식이 되어 갔다.
* '열'은 효를 넘어서서 오로지 남편과 아내의 위계적 관계에만 종속할 것을 여성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덧. 그래서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가부장제,
강명관,
경국대전,
규방가사,
남녀 균분상속,
내훈,
돌베개,
부위부강,
부처제,
사대부,
삼강,
삼종지의,
소학,
손순,
수절,
양반,
열녀,
열부,
열행,
유교,
의부,
장자우대 불균등상속,
절부,
조선,
종법제,
한국학총서,
효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96
★★★★☆
이미지 출처 :
YES24
유태인 대학살을 다룬 자료들은 많습니다.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루기도 했고 증언록, 고백록, 다큐멘터리 등도 많고요. 그런 의미에서 얼핏 보면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라는 특이성 외에 이 책에 주목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심리학도라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빅터 프랭클이라는 걸출한 아우슈비츠 생존 심리학자가 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점이 많습니다. 히틀러와 나치의 유태인 절멸 계획에 대한 피를 토하는 고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강제수용소의 처참한 현실이 자극적으로 나열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이런 류의 책에는 빠지지 않는 가스실과 화장터에 대한 묘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돌베개 출판사가 이 책의 소개글 서두에 쓴 것처럼 이 책은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진지한 문학적 답변'입니다. 프리모 레비는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파시즘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그 참혹한 진실을 바탕으로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경험한 그 지옥이 다시 도래할 것이고 '인간' 그 자체의 위기와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냉엄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 개인의 너무도 세밀한 체험기도 놀랍지만 파시즘의 위험과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그가 1987년 고향인 토리노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태인의 95%가 목숨을 잃고 단 5%만 돌아왔다는 통계를 본다면 그가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는 왜 결국 목숨을 버린 걸까요? 수용소의 삶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 연결되었고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그동안 버텨오다가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치고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간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 답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의 첫 저작인데 이후로 '휴전(1963)', '주기율표(1975)', '지금이 아니면 언제?(1982)',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1986)'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모두 번역되어 들어와 있고 순서대로 모두 읽어볼 생각입니다.
단순히 수용소의 끔찍한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만만치 않은 문학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돌베개 출판사는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해서 마음에 쏙 듭니다.
얼마전에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 프리모 레비가 유태인 수용소와 러시아 수용소를 비교해서 설명한 대목이 나와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덧. 저는 이 책을 읽기까지 아우슈비츠가 단일 수용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40여개에 달하는 수용소 군집을 말하는 것이더군요. 참고로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 속한 모노비츠 수용소에 있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나치,
돌베개,
모노비츠,
빅터 프랭클,
솔제니친,
수용소,
아우슈비츠,
유태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인간,
주기율표,
지금이 아니면 언제?,
파시즘,
프리모 레비,
학살,
휴전,
히틀러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