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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되면서 원서의 의도와 다른 낚시 제목이 붙은 책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징글징글하게 책 안 읽기로 유명한 한국 사회의 치열한 도서 시장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걸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서의 제목을 잘못 붙인 정도가 좀 심했습니다. 원제가 AnimalsLike Us인데 동물의 역습이라니요. 게다가 부제가 '학대받은 동물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가 뭡니까? 제목과 겉표지만 보면 딱 HIV바이러스나 에볼라, 광우병, 조류 독감 같은 질병 이야기를 하는 것 같잖아욧!!
저도 추천받은 책이 아니었다면 그냥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을텐데 이 책은 그런 책이 전혀 아닙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동물권리와 관련된 책 중 단연코 최고의 책입니다. 이 분야(?)에는 걸출한 책들이 워낙 많은데 제가 읽은 것만 대충 꼽아도
'희망의 밥상',
'채식의 유혹',
'코끼리는 아프다',
'죽음의 밥상' 등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위에 나열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어느 정도 포함하면서도 조금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바로 도덕철학의 입장에서 말이죠.
그래서 다루고 있는 내용도
* 동물에게 마음이 있는가?
* 도덕모임
* 만물을 위한 정의
* 삶과 죽음의 가치
* 음식으로 먹기 위한 동물사육
* 동물실험
* 동물원
* 사냥
* 애완동물
* 동물권리운동
* 암흑세계의 변증법
처럼 매우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도덕철학의 관점에서 인간이 동물을 맘대로 가두고, 즐기고, 죽이고, 먹고, 실험하는 것이 전혀 옳지 않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 책이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책으로 지금의 방식과 바람직한 방식 차이의 커다란 격차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 사육 뿐 아니라 동물 실험, 동물원, 사냥 등도 모두 철저히 무익하고 유해하기만 한거라는 것을 논증합니다. 도덕철학적으로 논증해 보면 동물이 인간과 다르기 때문에 차별받아야 할 이유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청 재미있게 읽었으나 단 하나, 저자가 롤스의 정의론에 나오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 뒤 본래 자리(original position)를 공평한 자리(impartial position)로 응용해 전가의 보도처럼 지나치게 써먹는 것은 좀 그렇더군요. 사실 한계상황논증만으로도 인간이 동물을 차별해서 죽이고, 먹고, 실험하고, 가둬놓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명분을 부술 수 있거든요. 뭐 공평한 자리가 워낙 강력한 도구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도 계속 고기, 동물을 먹어야겠다는 분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설득력이 강한 책입니다. Vegan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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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카르트학파 과학자들은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믿었다. 우리는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기꺼이, 전적으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 동물이 통증을 느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는 행동학적 근거, 심리학적 근거, 진화론적 근거가 있다.
- 행동학적 근거 : 통증을 일으킨다고 여기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행동
- 심리학적 근거 : 대부분의 동물의 몸속에는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아편 제제(엔돌핀)가 발견된다.
- 진화론적 근거 : 동물은 공통의 진화론적 역사를 갖고 있다.
* 동물들은 인간에 비해 인식력, 상상력, 추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통증으로 인한 고통이 실제로 사람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
* 동물에게 진정으로 욕망이 있다면 실천적 추론을 이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러한 동물들에게 욕망이 있다는 주장에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아마도 의식은 도덕모임에 무엇이 속하고 무엇이 속하지 않는지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 사람들이 당신에게 주장하는 내용을 이용하여 논증을 펼쳐라.
* 우리가 지금 동물을 취급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우리 자신들의 도덕공동체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도덕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관성에 비춰 동물에 대한 행동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럼 이 근본적인 도덕 원칙이란 무엇인가? 바로 평등원칙(principle of equality)과 응보원칙(principle of desert)이다. 평등원칙의 정확한 뜻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만큼 자기도 배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응보 원칙은 한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로 그 사람을 비난(또는 칭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평등원칙은 단지 각각의 사람들이 가진 관심을 염두에 두라고 요구할 뿐이다. 응보원칙은 어떤 차이가 도덕적으로 적절치 않은 차이인지 말해준다. 어떤 차이들이 적절하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직접 획득하거나 유발하지 않은 차이를 말한다. 즉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차이들을 말한다. 따라서 "평등하게 배려받을 당신의 권리는 당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상황 때문에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
* 인간이라는 존재성 여부가 도덕적으로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 동물을 사람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당한 권리를 되돌려 줄 뿐이다.
* 한계상황논증(argument from marginal cases)은 우리에게 인간과 동물사이에 도덕적으로 적절한 차이라고 그동안 제시된 것들에 거의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논증방법을 제공한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물어보라. "모든 인간이 이것을 갖고 있는가?" 만약 "아니오"라는 대답이 나오거든 다시 물어보라. "그렇다면, 이것을 갖지 못한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구하기' 예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라고 물어서는 안 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동물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인간을 구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더 옳은 선택이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경제에 파급효과가 미친다는 이유 때문에 정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 공장형 가축산업의 최우선 규칙은 이것이다. "잘못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환경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 'Kosher' 즉, '유태인 율법에 맞는 제품'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면, 고기는 산 채로 죽인 동물에서 얻어야 한다.
* 아무리 낮게 조사된 수치에 따른다 하더라도 실험용으로 쓰이는 동물은 매년 1억 마리를 훨씬 넘는다.
*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를 인간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비극적인, 심지어 치명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탈리도마이드는 임신한 여성의 아침 입덧을 완화하기 위한 항구토제인데 엄격한 동물실험을 한 후 시판되었으나 인간의 경우에는 태아에 심각한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많은 생체실험이 인간의 절실한 관심을 증진하려는 '목표'는 커녕 그러한 '의도'도 없다. 또한 많은 생체실험이 인간의 절실한 관심을 증진하려는 것이 할지라도 그만큼의 '효과'가 없다. 동물은 해부학, 생리학, 유전학, 면역학, 조직학의 측면에서 인간과 다르다. 그리고 생체실험은 인간의 절실한 관심을 증진하는데 전혀 '필요'없는 것일 때가 많다. 실험에서 얻어내려는 정보가 이미 존재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다수의 동물원들이 거의 번식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으며 실시한다 해도 위험에 처하지 않은 동물들만 주로 한다.
*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행위는 그 동물의 욕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 우리가 음식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가축(소, 돼지, 닭, 양)을 모두 합하여 평균을 냈을 때,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단백질 전환비율은 10대 1 정도다. 다시 말해서 동물성 단백질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 식물성 단백질 10킬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전체 미국에서 사용되는 물의 절반 이상이 가축에게 쓰인다.
각 장의 서두에 다룰 핵심 내용을 impact있게 보여주고 각 장의 말미에서 다시 한번 요약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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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시작하면서 모든 동물원과 수족관을 보이코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자발적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을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원이 동물들을 위해서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이유에 대해 조금은 이해했지만 말이죠.
이 책은 예전에 사두었던 책들을 집히는대로 꺼내다 손에 걸려서 읽었습니다;;
글로 옮겨지면서 약간은 과장되었겠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실화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줄루란드에서 야생코끼리를 돌보는 금렵구역 '툴라툴라'를 운영하던 Lawrence Anthony라는 사람이 CNN을 통해 이라크 전쟁 뉴스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바그다드 동물원 소식을 듣게 되고 죽어가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야기죠.
바그다드 동물원이 아랍권에서 가장 훌륭한 동물원이었든 뭐든 간에 길을 걷다가도 빗발치는 총탄에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자살테러에 숨죽여야 하는 무정부 상태의 바그다드에 들어가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러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친 거 아니냐고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앤서니는 바그다드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문명화된 인간이 야생동물을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을 정당화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은 악행이 지구에 가해지고 있을까'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구 멸망을 앞둔(혹시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류에게는 이런 교훈을 몸에 새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라크 침공 초기 사담 후세인의 저항군과 연합군이 시내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바그다드 시민들은 무정부 상태에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필요한 거라면 뭐든 팔고, 훔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판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거나 날개가 있거나 아주 재빠른 몇몇 동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굶주린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거나 일용할 양식과 바꾸기 위해 밀매 시장을 통해 팔려나갔습니다.
앤서니는 그나마 남은 동물원 동물들을 살리려는 마음 하나만 갖고 사선을 넘었고 남아 있던 충직한 동물원 직원들과 힘을 합쳐 식수를 퍼다 나르고 엉망진창인 우리를 청소하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다소 과장된 문체로 익살맞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그들의 악전고투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컥하기에 충분한 끔찍한 상황들이 계속 나옵니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을 살려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앤서니의 고군분투가 그냥 일회성의 모험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일 겁니다. 사실 그것만이 인류가 살 길이니까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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