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승전 공부'입니다. 어떠한 문제로 왔든 상담을 하다 보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용 설문지만 봐도 주 호소나 증상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 부모가 없을 정도지요. 그래서 ADHD,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틱 장애 등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도 공부를 열심히(사실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가 꼭 따라 붙습니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공부 중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리평가를 하고 난 뒤 해석 상담을 할 때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오로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우리 아이의 지능(IQ)이 얼마인지입니다. 기준은 또 엄청나게 높아서 부모님들이 그나마 안심하는 지능의 마지노 선은 120입니다. 이 밑에 해당하는 지능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간혹 90대로 나오기라도 하면 평균 수준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능인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 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들은 인지 기능 영역을 이야기할 때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해를 사지 않는 해석 상담이 가능한지 정리해 봤습니다.
1. IQ에 대한 간략한 orientation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
: IQ의 평균이 100이고 표준 편차가 15라서 플러스/마이너스 1 표준 편차가 85~115에 해당하고 이 범위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는 것, 부모님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120이라는 지능이 사실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130이 상위 2%에 해당하니까요), 100이하의 지능도 통계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IQ보다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편차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할 것
: 전체 지능은 수검자의 대략적인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 뿐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많죠. 요즘은 Wechsler 지능 검사도 반구 국재화 이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가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언어성, 동작성 지능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그 차이가 유의미할 때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죠.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10~15개에 이르는 소검사 편차입니다. 동일한 지능(예를 들어 110)이라고 해도 소검사가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것과 편차가 큰 것과는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실제 인지 기능을 발휘하는 면에서도 잠재력보다는 기능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강점과 약점이 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석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능이 높으냐 낮으냐 보다는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보강해야 할 부분인지를 일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이니까요.
3. 아동/청소년의 호소 문제(chief complaint)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설명할 것
: 많은 부모님들이 IQ는 불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한 아동/청소년이 어떤 심리적 문제나 정신 장애로 고통을 받는 경우 그런 영향으로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치료가 되면 어떤 부분이 회복되는지 등등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안 수준이 높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주의력 관련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을 적절히 통제하게 되면 병전 수준으로 주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서 알려줄 수 있습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해석 상담은 education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고 특히 IQ가 불변이 아니라는 점, IQ보다는 언어성/동작성 기능의 차이, 그보다는 소검사 편차에 의한 인지 기능의 비효율성, 강점과 약점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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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만 설명하면 되었던 과거와 달리 K-WAIS-IV, K-WISC-IV의 출시 이후로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 지표의 수가 4개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 해석해야 하는 정보량도 증가했죠.
오늘은 작업기억 지표와 처리속도 지표의 상승과 하강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해석 해 보겠습니다. 언어이해와 지각추론 지표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따져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으니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전제 조건
-> 언어이해, 지각추론은 둘 다 평균 수준이며 지표 내 해당 소검사들도 고른 분포
-> 꼭 평균 수준일 필요는 없지만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기 위해 평균 수준으로 가정합니다
* 상승과 하강의 의미
: 평균 수준인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를 기준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차이가 상, 하로 났을 때
1. 작업기억 상, 처리속도 상
: 언어이해, 지각추론이 평균 수준인데 작업기억, 처리속도만 그보다 높은 경우로 쉽고 단순 반복적인 과제를 다루는 데만 익숙한데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제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유형(일종의 안전지향형)입니다. 안정된 소검사 profile을 보이는 유형은 현장에서 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양상을 수검자의 특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주목할 만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개는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가 평균 하 수준 이하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 작업기억 하, 처리속도 하
: 주의 집중력 및 에너지 수준의 저하와 함께 동기 결여가 의심되는 경우로 심리적 불편감에 의한 수행 저하를 의심해야 하며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 지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소검사 편차가 없으면 심리적 불편감이 비교적 tolerable한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도 하강하고 소검사 편차가 클수록 심리적 문제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 심리적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심리평가의 주된 의뢰 사유가 됩니다. ADHD라면 증상이 심각하거나 만성화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3. 작업기억 상, 처리속도 하
: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profile 유형으로 외부 평가에 예민한 수검자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숫자외우기 소검사가 S이고 forward, backward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을 때, 과경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 일상에서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히 ADHD로 의심되나 실제로는 PCRP 가능성이 더 큽니다. 특히 부모의 양육 태도가 지나치게 엄하거나 처벌 중심적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흔히 하는 해석의 실수로는 주의 집중력이 우수한 것이 수검자의 장점이라고 기술하는 것인데 주 호소 문제와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고 주의 집중력이 우수한데 왜 단순한 과제의 처리 속도가 떨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처리속도 지표에서 (바꿔쓰기<동형찾기) 양상을 보이는 경우 불안에 의한 강박이 나타나는지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4. 작업기억 하 , 처리속도 상
: 주의 집중력 손상이 두드러지며 ADHD 가능성이 가장 큰 유형입니다. 대개는 작업기억 지표 내 소검사들이 모두 하강하거나 순차연결 또는 산수 소검사 등 concentration 과제의 수행이 더 하강하고 처리속도 지표에서도 바꿔쓰기에 비해 동형찾기 소검사의 수행이 더 떨어집니다. 주의 집중력은 문제가 있지만 에너지 수준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처리속도가 저하되지 않죠. 하지만 처리속도 지표 내 (바꿔쓰기>동형찾기) 소검사 양상을 보이고 처리속도가 '상' 수준까지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가 평균 하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적 제한에 의한 낮은 수행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류의 포스팅을 할 때마다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런 해석 내용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셔야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하시면 안 됩니다.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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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Full Battery를 기준으로 Cognitive Functioning과 Personality & Emotion의 두 영역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사고 장애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Thought Process & Content 영역을 추가하거나 ADHD 진단이 필요한 경우라면 Attention & Concentration과 같이 주의력 영역을 더하기도 하는 등 큰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변화를 줄 수는 있습니다.
Cognitive Functioning 영역은 인지 기능 평가의 핵심 검사 중 하나인 지능 검사가 포함되는데 지능 검사는 사실 상 단일 검사로는 가장 많은 검사 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각 소검사 별로 굉장히 건조하게 기술해버리는 평가자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Cognitive Functioning 영역을 세 단락으로 나눈 뒤, 전체 지능, 언어성 지능, 동작성 지능을 한 단락에 기술하고, 다음 단락에 언어성 영역에 속한 소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휘력은 양호, 이해 판단력은 평균, 추상적 사고력은 저하... 이런 식으로 나열한 다음에 마지막 단락에 동작성 영역의 기능에 대해 시공간 구성 능력은 잘 유지되고 있고, 사회적 상황에 대한 판단력은 부족한 편이고 등등 이렇게 각 인지 기능을 개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각 인지 기능이 파편화되어 유기적인 통합이 일어나지 않으며 투사법 검사를 포함한 다른 검사 sign과 연결점을 찾기도 어렵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기술한 각 기능들이 수검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So What?)를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기술 방식은 로샤나 HTP, BGT와 같은 검사의 결과와 연결점까지 찾아서 쓰는 것이지만 그것까지는 이 짧은 포스트에 소개하기 어렵고 지능 검사 결과를 기술하는 대략적인 순서와 방법만 설명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이 합니다.
1. 전체 지능(FIQ) 기술2. 언어성 지능(VIQ)과 동작성 지능(PIQ)을 기술하고 두 지능 간 유의미한 차이가 있으면 가능한 원인 추론3. 병전 혹은 잠재 지능을 추정하고 현재 지능과 양적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것. 차이가 있으면 의미 설명4-1.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의 차이가 없는 경우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소검사 편차 점검 후 profile 분석4-2.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의 차이가 있는 경우 언어성, 동작성 각 영역 별로 소검사 편차 분석5. 강점과 약점 분석 후 설명6. 소검사 profiling을 통한 기술: '기본 지식'과 '어휘', '이해'와 '차례 맞추기', '숫자 외우기'와 '산수', '토막 짜기'와 '모양 맞추기' 등
최소한 각 소검사 별 특성과 matching을 통한 설명 정도는 보고서에 기술을 해 줘야 읽는 사람이 수검자의 인지 기능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좀 더 숙련된 평가자라면 투사법 검사와 BGT 같은 검사 결과와 통합까지 하겠지만요.
Cognitive Functioning 기술에서 가장 어렵고 경험이 많이 요구되는 부분은 소검사 profiling이니 평소에도 관심을 갖고 지능 검사에 임해야 하고 익숙한 전문가에게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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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대면 이 바닥에서는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한 K-WISC-III 워크샵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제가 supervision하는 선생님이 제보해 주신건데 포스팅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손이 근질거려서리.... 이 자리를 빌어 그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꾸벅~
잠재(병전) 지능을 추정하기 위한 소검사를 선택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흔히 '어휘', '토막 짜기' 소검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이 두 검사가 언어성 영역과 동작성 영역 각각 외부의 심리적, 정신적 타격에 대해 resiliency가 가장 높은 소검사라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설명드리려는 추정 방법은 제가 전해 들은 바로는 이 두 소검사를 사용하는 것까지는 똑같은데 원점수를 산출하는 방법이 매우 독특하더군요.
'어휘' 소검사를 예로 든다면 일단 최종적으로 점수를 획득한 문항을 찾습니다. 그리고는 위로 올라가면서 틀려서 0점을 맞은 문항에 일괄적으로 1점을 준 뒤 모든 점수를 합산해서 그 점수를 '어휘' 소검사의 원점수로 사용하라고 했다는군요.
당연히 피검자가 맞은 원점수보다 높은 점수가 나올텐데 문제는 왜 그렇게 하는 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0점인 문항에 1점을 주는 지, 2점이 아니라 하필 1점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 원리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원리를 사용한다면 '토막 짜기' 소검사의 경우는 0점을 맞은 문항에 일괄적으로 4점을 주라는 건데 이게 말이 됩니까?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느냐 하면 대충 생각해도 당장 몇 가지가 떠오르네요
첫째, Mild Mental Retardation으로 진단되는 아동의 경우에 잠재 지능을 추정해 보면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했을 때 평균 지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아동은 정신 지체일까요? 아니면 정신 지체 수준으로 지적 수행이 저하된 보통 아동일까요? 물론 현재 지능이 MR인 경우에는 보통 잠재 지능을 추정하지 않습니다만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들었습니다. 둘째, 소검사 간 scatter가 크게 나타나는 profile의 경우 편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해석이 어려워집니다. 셋째, 무엇보다도 이 추정 방법은 DK(Don't Know)반응과 틀린 응답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1점을 주기 때문에 수행 동기 수준이 낮거나 의욕이 없는 피검자의 잠재(병전) 지능이 과도하게 추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황당한 추정 방법은 대체 reference가 뭘까요?
제가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 이 워크샵을 들으셨거나 이 추정 방법의 reference를 아시는 분은 제게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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