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웬만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차가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워낙 뚜벅이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에 관심이 많은 남자분들이 참 많던데 저는 귀찮기만 합니다. 제 몸에서 떼어놓을 수 밖에 없는 소유물은 신경 쓰는 게 귀찮은 존재에요. 차라리 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여행을 한번이라도 더 다니자고 마음을 먹고 지금까지 쭈욱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한번도 제 차를 사 본 적이 없습니다.
10년 전에는 이런 글(
'자동차 없는 게 뭐 어때서? - 부제 : 뚜벅이 예찬')을 쓴 적도 있죠;;;;
이런 실정이니 운전면허 따윈 당연히 없을 것 같지만 희안하게도 그건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던 때 남들 따는 거 보고 덩달아 따두었거든요. 오늘날까지 운전대를 잡아본 적도 없지만 갱신은 한 번 했고 무려 녹색 면허입니다(당연히 무사고지요). ㅡ.ㅡ
그런데 또 면허갱신을 하라고 독촉장이 날아왔네요. 예전 같으면 쉬는 날에 운전면허시험장에 다녀왔거나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해 우편 수령을 신청했겠지만 세월이 좋아져서 이제는 인터넷으로도 됩니다.
2종과 달리 1종 운전면허 갱신 때는 신체검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귀찮아도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는데 요새는 e-운전면허 신청이 가능해져서 최근 2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 하에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읽어들여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e-운전면허 갱신 페이지 :
클릭
위에 링크를 건 e-운전면허 페이지에서 '운전면허 발급신청>1종보통 적성검사' 메뉴로 들어가면 개인정보 이용 동의와 실명 인증 확인을 거쳐 들어간 페이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이 반전인 게 2014년 건강검진 때는 안경을 쓴 교정 시력으로 측정을 했는데 2015년 건강검진 때 깜박 잊고 안경을 안 가져가 나안 시력으로 측정을 했거든요. 그래서 왼쪽 시력이 기준 미달이었죠. 그런데 e-운전면허 사이트가 가장 최근의 건강검진 결과를 불러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첫번째 면허 갱신 때처럼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5,000 원 주고 시력 검사 다시 받고, 서류 꾸미고, 사진 붙여서 내고, 기다리는 짓을 또 했네요.
혹시 1종 운전면허 갱신을 해야 하는 분들은 저처럼 바보짓하지 마시고 건강검진 결과를 잘 챙겨서 신체 검사를 면제받고 편하게 갱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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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붙이다 보니까 이거 왠지 시리즈물(
TV 없는게 뭐 어때서? 참고)같은 느낌이 듭니다. -_-;;;
저는 그야말로 100% 뚜벅이족입니다. 필기는 군에서, 실기는 전역하자마자 합격해서 운전 면허증(1종 보통)은 오래전에 땄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고 몇 년 전에 장롱 면허증을 녹색 면허증으로 재발급 받기만 했지요. 다들 징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차가 없어서 불편하거나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교 때에는 하루에 2시간씩 걸어다녔고, 대학원 때에는 산을 넘어다녔으며, 병원 다닐 때에는 9층을 하루종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운동 삼아 걸어다녔습니다. 지금도 물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해 출, 퇴근을 하고 있고요. 아시다시피 걷는 것만큼 운동 효과가 높은 운동은 많지 않습니다.
한 살 두 살씩 나이가 들어가니까 요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차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가도 항상 차를 어디에 주차했느냐고 물어보고 말이죠. 차가 없다고 하면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개인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여행하러 다니는 것만 제외하면 차는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행광이 아니라면 그런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게다가 필요하면 그때마다 렌트를 하면 간단히 해결이 되는 것이니까요.
재테크 전문가들이 재테크의 3적으로 꼽는 '승용차', '신용카드', '홈쇼핑'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승용차입니다. 세금, 보험, 감가상각을 감안해 2000CC급 승용차를 5년간 탈 돈으로 저축을 한다면 최소한 3000만 원 이상을 모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제 주위에 차가 있는 친구들(대부분이지만)을 보면 아직 30대인 데에도 벌써 배둘레햄이 장난이 아닙니다. 골프를 친다, 헬스클럽을 다닌다 요란을 떨지만 정작 주범인 승용차를 처분할 생각은 안 하더군요. 승용차를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만 해도 상당한 운동이 될 텐데 말이죠.
게다가 승용차의 강점인 이동성은 최소한 서울 시내에서는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계속되는 지체와 정체, 살인적인 주차 요금으로 인해 차를 가지고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건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것과 같지요.
또 좋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도 술 한잔 편하게 마시지를 못합니다. 차를 놓고 가고 싶지만 당장 내일 출근길이 걱정되고, 그러자니 술잔을 놓고 혼자서 고사를 지내고 있거나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야 하지요.
격무를 마치고 퇴근을 할 때에도 차가 있는 사람은 힘든 몸을 이끌고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저같은 뚜벅이족은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거나, PDA로 영화를 감상하거나 운이 좋으면 빈 자리에 힘든 몸을 의지하고 꿀맛 같은 단잠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승용차는 참으로 불편한 물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승용차와 TV가 비슷하다고 봅니다. 있으면 분명 때에 따라 편하고 좋지만 실제로 가지고 있으면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막상 처분하고 싶어도 타성에 젖어서 그냥 가지고 있게 되는 애물단지말입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차가 있어야 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승용차는 그다지 효율성이 없는 물건입니다.
이번 기회에 재테크, 건강과 대인 관계를 한 번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1석 3조의 세계로 입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덧.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제가 승용차를 구입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차 살 돈으로 일년에 한번씩이라도 여행을 다니는 것이 훨씬 더 인생을
기름지게값지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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