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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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진단을 틀리는 겁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진단에 대한 책임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심리평가 결과가 진단을 지지하는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는만큼 틀린 진단으로 피검자/환자의 치유에 방해가 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의 정도는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단을 내릴 정도가 아닌 사람에게 진단을 내리는 것과 진단을 내려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문제일까요? 둘 다 문제이기는 하지만 진단을 내릴 정도가 아닌 사람에게 진단을 내리는 문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신과적 문제의 경우 진단이 필요한 사람에게 진단을 내리지 않아도 다른 치료진이나 기관에서 치료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문제가 아닌데도 진단을 내리게 되면 엉뚱한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거나 심리적인 치료(심리적인 치료가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 변호사인 매튜 매커너히가 몸을 떨면서 고백하는 두려움은 무고한 의뢰인을 감옥에 보내는 것입니다. 즉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검사와 협상을 해서 감옥에 보내는 것이지요.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 진단을 내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함부로 진단을 남발하는 심리평가 문제가 느닷없이 떠오르더군요.
말이 스릴러이지 너무나 차분하게 진행되고 결말까지 대충 예상되는데도 매튜 매커너히와 라이언 필립의 명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두 시간이나 되는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기대 이상으로 흡족하더군요.
다만 취향을 많이 타는 영화이기 때문에 인터넷 영화평도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덧. 영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OST에 집중해서 보시면 또 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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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2007년 10월 31일 네이버 네티즌 평점 7.94점)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제작한 폴 해기스가 감독해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의 3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인종 차별의 문제를 다룬 시사 영화같습니다. 아마도 폴 해기스는 인종 갈등의 문제를 다루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겁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두 명의 흑인 강도에게 자동차를 강탈당한, 부유한 백인 검사 부부,
검문 도중 백인 경찰에게 아내가 성추행을 당한 중산층 흑인 부부,
아버지의 병 수발이 힘들어 세상에 화풀이하는 백인 경찰과 양심을 지키려는 그의 파트너,
자물쇠를 바꾸고 총까지 구입하지만 결국은 가게를 털리고 마는 이란인,
열심히 살아가지만 편견에 힘들어 하는 멕시칸 열쇠수리공,
백인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를 선택한 흑인 형사,
세상이 온통 흑인을 핍박한다고 생각하는 흑인 강도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친구
이 영화는 LA에 사는 이들이 36시간 동안 얽히고 설키면서 충돌(crash)하는 과정을 통해 겪게 되는 다양한 깨달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인종 차별보다 더 깊은 차원의 것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신뢰(trust)'이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할 때, 그것이 편견과 선입견에 근거할 때, 그것이 피부색, 사회적 지위든 뭐든 간에 언제나 비극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니까요. 대개는 제 맘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탄탄함을 자랑합니다. 마술사가 모든 끈이 연결된 것을 자랑스레 관중앞에 내놓듯이 모든 이들의 인연은 결국은 하나로 연결이 됩니다. 흡사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을 보는 것 같지요.
이 영화의 제작비는 고작 650만 불입니다. 게다가 제작 기간이 고작 35일입니다. 그런데도 산드라 블록,
레인 오버 미의 돈 치들, 맷 딜런, 프리즌 브레이크의 윌리엄 피츠너, 미이라의 브랜든 프레이저,
행복을 찾아서의 탠디 뉴튼,
브리치의 라이언 필립과 같은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제작비로는 산드라 블록의 개런티도 댈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이 어쩐 일일까요? 대본을 본 스타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배역을 달라고 난리였다고 합니다. 결국 폴 해기스는 이들 스타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이 멋진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제 12회 미국영화배우협회(SGA)는 이 영화에 '영화부문 최고의 캐스팅상'을 수여합니다.
인종 갈등과 '신뢰', 그리고 소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부여하는 영화, 크래쉬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그런데 이 영화 참 잘 나가다가 끝에서 한국인을 인신매매범에, 끝까지 돈만 밝히는 민족으로 묘사를 해 놓았더군요. 입맛이 참 씁니다. 맛난 곰탕을 거의 다 먹었는데 국에 떠 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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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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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Crash) 감독 폴 해기스 출연 산드라 블록, 브렌든 프레이저(리차드 카봇), 돈 치들(그레이엄 워터스) 개봉 2004 미국, 독일, 112분 대중앞에 경직되고 튀는걸 원치않는 게, 꼬레안의 대체적..
★★★☆☆
이미지 출처 : 씨네 21(네이버 네티즌 평점 7.25)
미국 역사상 가장 치밀한 스파이였던 Robert Hanseen의 2001년 검거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영화입니다. Hanseen은 무려 22년 동안 스파이를 색출하는 부서에서 승진까지 마다하면서(거짓말 탐지기에 적발될까봐) 러시아에 기밀을 팔아넘겼던 사람으로 비상한 기억력과 꼼꼼함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와 변태적인 성생활에 집착하는 두 가지 모습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면서 그 오랜 세월을 스파이로 활약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작 단계에서 FBI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를 촬영하는 'Breach'팀에게 일반에게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건물 내부까지 전폭적으로 공개했던 것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Hanseen역에 헐리우드의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두 배역을 지원했지만 결국 크리스 쿠퍼가 주연을 꿰찼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크리스 쿠퍼의 원맨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크리스 쿠퍼의 카리스마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라이언 필립의 연기도 훌륭합니다만 크리스 쿠퍼의 명연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인기 드라마 '24'에서 초지일관의 흑인 대통령으로 나오는 데니스 헤이스버트도 등장하나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아서 아쉬움이 남네요.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호연이었습니다만 그 대단한 Hanseen의 일대기를 영화하하는 것인데 기대만큼 긴박감이 넘치지는 않더군요. 뭐랄까요. 좀 심심하다고 할까요? 앙꼬가 들어있기는 한데 좀 덜 단 맛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Hanseen의 인간적인 고뇌를 더 부각시키거나 반대로 냉혹한 두 얼굴의 생활을 강조했다면 좀 더 맛깔진 영화가 되었을 것을, 이것 저것 다 욕심내다가 밍밍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 쿠퍼의 섬찟한 카리스마 연기에만 만족해야 했던 영화, Breach...
확실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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