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국내 항공을 이용해 쿠스코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어젯밤에 싸 놓은 짐을 다시 한번 챙기고 나서 5시 40분 쯤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짐을 가지러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호텔 근처 산책을 했는데 아레끼빠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고요하기만 합니다.
아레끼빠에서 묵은 Casa Andina Classic 호텔입니다. 3성급 호텔이고 시설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시내 중심가에서 좀 떨어져 있어 밤에 돌아다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던 게 단점이죠.
호텔 앞에 맨션이 한 채 있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노란색으로 건물색을 칠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페루는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이라도 가리지 않고 칠하더군요.
호텔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라탐 항공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했는데 특이한 건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재학생 같은 복장을 입고 있더군요.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망토까지 제대로 걸치고 있었습니다(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걸...).
카운터의 담당 직원이 삼겹살을 좋아해서 자기도 쿠스코에 갈 때마다 한국 식당을 자주 들른다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티켓팅이 진행되었습니다. :)
아레끼빠 공항에서는 1층에서 발권, 2층에서 보안 검색을 한 뒤 게이트로 입장합니다. 아침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서 이메일 확인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8시 20분 쯤 보딩을 시작했는데 기내는 깨끗했지만 제가 싫어하는 3 X 3 항공기인데다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서 장거리 비행이면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8시 40분 쯤 이륙했고 1시간 정도 비행한 것 같네요. 저가 항공이다보니 기내 음료도 유료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였기에 앞좌석에 앉은 영국 여자애들이 끊임없이 떠들건 말건 귀마개 끼고 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쿠스코 공항은 안데스의 관문답게 아레끼빠하고는 스케일 자체가 다릅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의 수부터 다릅니다. 이 사진은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 뒤 찍은 것이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Taypikala Hotel Cusco에 짐을 풀었는데 일단 오늘 하루를 여기서 묵고 마추픽추를 찍은 다음에 다시 돌아올 베이스 캠프이죠.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에 로비 한 쪽 구석에 짐을 놓고 가이드인 Cheo의 안내로 쿠스코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웰컴 드링크도 코카차이고 로비 중앙에 산소 탱크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고산 지역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쿠스코는 해발 3,600 미터 지역이라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까지는 몰랐는데 호텔 근처에 쿠스코의 핫스팟 중 하나인 산토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이 있더군요.
호텔이 있는 블럭을 나와 돌면 곧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벽돌의 색감도 그렇고 맘에 쏙 듭니다.
왼쪽이 산토도밍고 성당이고 이 길 끝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광장이 나옵니다.
잉카의 태양신을 모시는 Qorikancha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죠. 지금은 닫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쿠스코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에 정 시간이 안 되면 그 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십자가도 아레끼빠에 있는 그것에 비해 뭔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산토도밍고 성당은 이쪽에서 보는 뷰가 더 근사합니다. 중세의 성 같은 육중한 느낌이죠.
성당의 안뜰은 녹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검고 둔중한 느낌의 교회 건물과 울긋불긋한 색의 꽃나무들 색깔 조합이 아주 예쁩니다.
산토도밍고 성당 뒤쪽의 공터는 날씨가 맑은 날이면 광합성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저쪽에 보이는 도로가 쿠스코에서 가장 붐비는 메인 도로입니다.
산도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오른쪽은 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이 밀집해 있습니다.
주로 감자 구이나 옥수수 같은 걸 많이 팔더군요.
산토도밍고 성당에서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로레또(Loreto) 골목이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높은 석벽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돌들을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쌓아놨습니다. 고대 잉카인들의 기술이 놀랍네요. 나중에 12각 돌을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광장에 면한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스페인에서 본 교회 느낌과 흡사하네요. 스페인의 식민지였으니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광장으로 나오면 정면에 보이는 것이 대성당(La Catedral)입니다. 쿠스코에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이고 1550년에 짓기 시작해 100년에 걸쳐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도 걸렸네요.
광장도 광장이지만 고산지대여서 그런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예술이네요.
로레또 골목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에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발코니가 아주 예술입니다. 차 맛이 절로 날 것 같네요.
스타벅스 맞은편이 라 꼼빠냐 헤수스 성당(Iglesia de La Compania de Jesus)입니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네요.
쿠스코가 페루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이고 아르마스 광장이 쿠스코의 중심이니 오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광장의 정면에 위치한 대성당의 종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종이라고 합니다.
관광객 밀집 지역인만큼 정복 경찰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성 경찰관이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페루 어느 광장과 마찬가지로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도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 쪽에 파차쿠텍 황제의 분수대가 보이네요. 파차쿠텍은 30년 만에 대 잉카제국을 건설한 정복자이죠. 몽골로 따지면 칭기즈칸과 같은 존재입니다.
날씨가 화창하니 성당 건물의 붉은색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의 색깔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가이드인 Cheo의 뒤를 따라 광장을 둘러봤고 그 다음에는 직물 공장 견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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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출발편이 저녁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한결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방심을 했는지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4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공항버스가 금방 도착했고 오랜만에 긴 여정의 여행을 앞두고 긴장했는지 버스에 타자마자 금방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5시 5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로 곧장 향했죠. 라탐 항공과 코드쉐어만 해서 그런지 그다지 배려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늦은 것도 아니었는데 만석이라고는 하지만 좌석을 붙여 앉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열 자체가 달랐거든요. 쩝...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발권 카운터의 직원이 반려인의 항공권 예약 이름 철자 하나가 여권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알고 있기에 정말 모골이 송연해지더군요. 지금까지 여행을 꽤 오래 다녔지만 한번도 없던 실수인데 이게 왠일이랍니까.
다행히 대한항공에서는 본인 확인 후 도장을 찍어서 표시를 해 주었지만 LA에서 라탐 항공을 타고 리마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LA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거라고 경고해 주시더군요. 지금 와서 고민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고 일단 LA에 가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황당한 실수와 극복담은
'항공권과 여권의 이름이 다를 때 대처 방법'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어쨌거나 발권을 하고 시간이 좀 남아 2층의 전문식당가로 가서 비빔밥(8,900 원)으로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따로 나온 고추장을 살펴봤는데 역시나 고기 가루가 들어있어서 일반 고추장으로 바꿔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오겠지만 채식 기내식을 라탐 항공에 신청해 둔 터라 코드쉐어인 대한항공에서 어떤 음식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예전에
시드니 출장 갈 때 자동출입국심사신청을 해 두었는데 반려인은 아직 못했죠. 그런데 언제 바뀌었는지 19세 이상은 기존에 등록된 정보로 자동출입국심사가 가능해졌더군요. 물론 여권 커버 벗겨서 스캔하고 지문 찍고 사진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줄이 길면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7시 30분 보딩인데 출국심사장 바로 옆인 10번 게이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막간 짬을 이용해 부탁받은 면세품 화장품도 하나 샀습니다. 저도 헤어 에센스를 하나 살까 하다가 연말에 몰디브 갈 때 사기로 마음을 바꾸었죠. 여행 초장부터 물건을 쟁여놓기 시작하면 긴 일정 내내 귀찮게 들고다녀야 할 게 뻔하니까요.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역시나 만석입니다. 제 경험 상 미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항상 만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내에서 부탁해서 자리를 바꿔보려고 했으나 앞 뒤 자리로 나눠진 가족이라서 인정 상 도저히 바꿔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LA까지는 따로 앉아 가기로 했죠.
역시나 대한항공이라서 슬리퍼와 세면도구를 나눠 줘서 가는 동안 유용하게 썼습니다. 이륙은 예상보다 늦어진 8시 30분 경이었고 비행 시간은 10시간 40분 정도 예정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이륙 후 곧바로 기내식이 나왔는데 엄격한 서양 채식(VGML)이었습니다. 엄격한 서양 채식은 항상 실패했기에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함께 나온 토마토 소스에 비벼 먹으니 식감이 별로인 퀴노아도 먹을 만 했습니다. 이미 저녁을 먹고 탑승했기에 샐러드와 과일만 다 먹고 메인 요리는 좀 남겼지만 저녁을 안 먹고 탔으면 다 먹었을 듯 싶네요.
식사가 끝나고 한글로 된 세관신고서를 나눠주는데
LA에서 경유만 해도 모두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영어로) 한다고 안내하던데 아닙니다. 경유만 하실 분들은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관신고서를 처리하는 창구 자체가 없어요.
일정 상 LA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자야 하기 때문에 클린징 티슈로 대충 얼굴을 닦고 챙겨 간 '피지오 겔'만 바른 뒤 안대를 하나 달라고 해서 착용한 후 잠을 청했습니다.
LA 공항에 착륙하기 2시간 전에 나온 아침 식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인 감자, 시금치, 두부, 버섯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별다른 소스는 없었지만 짭짤한 맛으로 먹었습니다. 미니 메이플 시럽은 왜 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챙겨가서 여행 중에 아침마다 빵에 발라먹으면서 요긴하게 썼습니다.
10시간 40분의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LA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어서 그런지 기내에서도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와서는 영화 한 편 안 보고 계속 잤네요.
LA 공항에 내리니 곧바로 ESTA 줄이 나타납니다. ESTA를 현장에서 어떻게 수속하는지는 따로 정리해놓은 포스팅(
'미국 전자 여행 허가제(ESTA), 현장에서 어떻게 수속하나')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미국은 경유만 해도 입국하는 것과 동일하게 ESTA처리를 해야 하는데 짐도 곧바로 연결편에 실리지 않고 일일이 baggage claim에서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짐을 다시 스캔하기 때문에 인천 공항에서 붙인 tag를 떼면 안 됩니다. 습관적으로 이걸 떼려가다 식겁했죠.
연결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connecting flights 섹션으로 가면 보안 검색을 하는데 짐 스캔도 그렇지만 3차원 스캐너로 온 몸을 훑고 더듬이 수색까지 다 합니다. 슬리퍼를 제외한 모든 신발은 다 벗어야 하고 주머니 속의 코 푼 휴지도 일일이 다 확인합니다. 미국의 테러 공포증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네요. 앞으로 미국은 가능하면 경유지로도 피해야 할 듯 합니다. 항상 기분이 상하거든요.
보안 검색이 끝나면 곧바로 면세 구역으로 나오게 되는데 티켓을 수정하려면 발권 카운터가 있는 바깥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하고 발권 카운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리마까지 가는 걸 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무사히 리마에 가게 되면 돌아오는 티켓은 리마에서 처리하기로 했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결정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만약 밖으로 나가서 정상적으로 티켓을 처리하려고 했다면 비행기를 못 타거나 엄청난 가격으로 같은 항공권을 재구매했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리마로 가는 라탐 항공기 게이트 앞에 있는 Bar인데 와이파이를 잡아서 무료한 시간을 잘 보냈습니다. 저녁 8시 30분 보딩이라서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쯤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죠.
반려인이 너무 졸립다고 잠깐만 눈을 붙이겠다고 벤치에 누웠는데 그게 좀 늦어져서 8시에 깨는 바람에 뒤늦게 부랴부랴 근처의 스넥바로 달려갔지만 이미 주방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따뜻한 음식은 놓치고 'Larcer'라는 샐러드 바에서 크로와상 2개(8.8불), Berry 모둠(7.02불), 제로 코크캔 1개(3.59불), Vegan Cob 샐러드(16.46불)를 주문해서 게이트 앞 자리로 돌아와 먹었습니다. 사 온 것 중에서는 Vegan Cob 샐러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아보카도, 병아리콩, 고구마, 비트 등 몸에 좋은 식재료로 꽉 차 있더군요. 양도 많고. 그래도 나중에 살펴보니 tax 3.32불까지 붙어서 거의 40불이나 되더군요. 아무리 공항이지만 정말 비싸네요. ㅠ.ㅠ
8시 30분부터 보딩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대한항공 코드쉐어로 리마까지 가는 승객이랑 전일본항공 코드쉐어로 칠레 산티아고까지 가는 승객이 섞여 있더군요. 재미있는 건 리마보다 더 남쪽에 있는 산티아고로 가는 승객은 비행기가 리마 공항에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보통은 일단 비행기를 비우고 주유와 정비를 한 뒤 다시 태우는데 KTX도 아니고 그냥 앉아 있어서 내리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게이트에 있는 라탐 항공 직원들은 철자가 다른 걸 알아차리지 못해 무사히 보딩에 성공했습니다.
라탐 항공의 비행기는 입구부터가 좀 넓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층고가 높죠. 보시는 것처럼 천정이 매우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덜하더군요(저 푸르스름한 조명은 어쩔~). 승무원은 남녀를 막론하고 바지를 착용하고 있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보였고 남자 승무원 중 한 명은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르템을 꼭 닮아서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좌석 간격은 좁은 편이나 짐칸이 넓은 비행기라서 모든 기내 수화물을 짐칸에 보관할 수 있으니 발을 뻗는 게 자유롭더군요.
라탐 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손이 정말 느려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보딩을 한 시간 전부터 시작했는데도 정작 거의 10시가 다 되어 이륙했습니다.
라탐 항공의 기내식은 대한항공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는데 다른 항공사처럼 비건식을 먼저 주지 않고 순서대로 주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침 기내식은 다른 승객과 뒤바뀌는 실수가 있었고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오믈렛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그 승객이 오보 베지테리안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여행은 초유의 비행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밸런스 시트 포터블'을 가져가서 비행 뿐 아니라 육로 이동 시에도 사용했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허리가 약한 여행자라면 거의 필수품이라고 생각해요.
8월 27일 아침 7시 50분에 드디어 페루 리마의 Jorge Chavez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곧바로 입국 심사대입니다. 입국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면 보딩 패스 보여달라고 하고 얼마나 체류할거냐고 물어보는 걸로 입국 심사가 끝입니다.
예전 가이드북에는 입국카드의 절취선 아래 부분을 돌려받는데 출국 때 회수하기 때문에 여행 중 잘 보관해야 한다고 씌여있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입국했을 때는 그런 절차가 없었습니다.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입국 심사대 바로 앞에 면세구역이 있고 통과하여 baggage claim에서 짐을 찾은 뒤 공항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흥미로운 건 baggage claim 바로 옆에 환전소가 있어 짐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 환전할 수 있더군요. 저도 여행 동안에 쓸 돈을 1천 불 환전했습니다(환율 3.13, 3,036.10솔).
환전을 마치고 짐도 찾아서 출국장으로 나오니 G Adventures의 직원이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비행기로 온 모녀 여행자(LA 딸, 마이애미 엄마)와 합류하여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찾아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날씨는 살짝 흐리고 기온은 선선한 정도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지인들도 긴 팔을 입고 다닙니다. 듣던 대로 택시 호객 행위가 극성이네요.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밴을 타고 호텔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페루에 왔네요. 시작부터 파란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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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페루로 가는 직항편이 아직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먼 나라인데 어쩔 수 없이 아주 먼 여정을 감내해야 합니다. 페루까지 가는 루트는 여러 개가 있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루트는 크게 캐나다를 경유하는 것과 미국을 경유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뉩니다.
캐나다를 경유하려면 전자여행허가인 'eTA'를, 미국을 경유하려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ESTA'를 미리 온라인으로 신청해야하기 때문에 귀찮기는 매한가지니 둘 중에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루트를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비용도 비용이었지만 라탐 항공과 대한항공이 코드쉐어를 하는 걸 고려해서 인천에서 LA까지는 대한항공을 타고, LA에서 리마까지는 라탐 항공을 타는 경유편을 이용했습니다. 라탐 항공은 2010년에 칠레의 란 항공사와 브라질의 탐 항공사가 합병하여 탄생한 중남미 최대의 항공사인데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지사도 설립되어 있지 않고 그저 대행사 하나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그냥 대행사이기 때문에 별다른 권한도 없고 아직까지는 이용이 불편하니 참고하세요.
* 국제항공 : 라탐 항공(대한항공 코드쉐어)- 가는 편 LA84126 (20:00 -> 15:40) : 11시간 40분 비행, LA공항 도착(5시간 50분 대기)
LA601 (21:30 -> 8/27 07:50) : 8시간 20분 비행, 리마 공항 도착
- 오는 편 LA2476 (1:58 -> 08:50) : 8시간 52분 비행, LA 공항 도착(3시간 50분 대기)
LA8427 (12:40 -> 9/12 17:50) : 13시간 10분 비행, 인천 공항 도착
- 항공료 2,873,181원(2인)
: 140,500원(세금 및 수수료), 56,000원(라탐 항공 좌석 사전 예약비), 136,558원(VISA credit) 포함=> 라탐 항공 기내식은 대행사인 (주)미방항운 예약부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02-775-1500). 하지만 다른 국적기처럼 종류가 많지 않아서 저는 그냥 비건식과 락토식으로 신청했습니다.
=> 좌석 사전 예약비를 내도 라탐 항공만 좌석 예약이 가능하고 대한항공은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일 발권을 위해 공항에 일찍 가야 합니다;;;;
=> 대번에 아시겠지만 갈 때 20시간 비행(5시간 50분 대기 시간 제외), 올 때 22시간 비행(3시 50분 대기 시간 제외)이기 때문에 비행기만 왕복 42시간을 타야 하는 엄청난 여정(대기 시간까지 고려하면 꼬박 이틀)입니다. 이 정도 비행 시간이면 대기 시간이 고마울 정도에요. 중간에 좀 쉬어줘야 다음 비행을 버틸 수 있거든요. * 경비행기 : 나즈카 라인: 244불(2인)
=> 이건 투어 일정 중 옵션 프로그램의 하나였는데 꼭 하늘에서 나즈카 라인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신청했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가능하면 타는 게 좋지만 대신 사전 준비가 좀 필요합니다. * 대략 일정(8월 26일 출국~9월 12일 입국, 14박 18일 일정)- 8월 26일 출국, 8월 27일 오전 페루 입국. 원래는 시내 투어를 하려고 했으나 체력 방전으로 뻗음;;;
- 8월 28일 리마에서 빠라까스로 차량 이동 후 휴식
- 8월 29일 Ballestas 섬 투어, Pisco 와이너리 투어, 와카치나 샌드 듄 방문 후 나즈카에서 숙박
- 8월 30일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파차망카 전통 식사, Pre-Inca 사원 투어, local pottery studio 투어
- 8월 31일 나즈카에서 아레끼빠까지 all day drive(11시간)
- 9월 1일 아레끼빠 시티 투어, 아레끼빠 쿠킹 클래스(기니 피그 요리)
- 9월 2일 아레끼빠에서 쿠스코로 국내항공 이동 후 시내 투어
- 9월 3일 쿠스코에서 우루밤바로 all day drive(10시간), Pisac 유적, Ollantaytambo 유적 투어
- 9월 4일 우루밤바에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로 기차 이동 후 오후 마추피추 방문(옵션)
- 9월 5일 오전에 마추피추 가이드 투어 후 기차로 우루밤바를 거쳐 차량으로 쿠스코로 복귀
- 9월 6일 쿠스코 자유 일정
- 9월 7일 쿠스코에서 뿌노까지 all day drive(8시간)
- 9월 8일 뿌노에서 티티카카 호수 보트 투어(Uros섬, Taquile섬)
- 9월 9일 뿌노에서 리마로 국내항공 이동 후 휴식
- 9월 10일 리마 자유 일정
- 9월 11일 새벽 비행기로 출국, LA 공항 도착.
- 9월 12일 오후에 LA 공항 출발, 당일 오후 인천 공항으로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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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 페루 여행 때 제가 경험한 일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8월 26일 저녁 비행기로 출국하려고 인천 공항에 도착해 발권을 위해 대한항공 티켓 카운터에 갔는데 직원이 제 반려인의 항공권 이름과 여권 이름이 다르다는 걸 발견해서 알려줬습니다. 제가 N을 M으로 잘못 기입했더군요. 지금까지 한번도 없던 일이지만 상황의 심각성은 익히 알고 있기에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는데 다행히 본인 확인을 거쳐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그러면서 LA까지 가는 항공권은 코드쉐어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LA에서 리마까지 가는 라탐 항공이 동일한 조치를 취해줄 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일단 출국을 했고 LA 공항에 도착해서 라탐 항공 카운터를 찾았지만 경유편의 경우는 공항 밖으로 나가서 조치하기가 곤란하게 되어 있더군요. 게다가 수정하지 않은 항공권(LA -> 리마)으로 ESTA, 보안 심사를 거치면서도 그냥 통과가 되기에 일단 리마로 가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리마에 도착해서는 항공권 예약 대행사(gotagate.kr)와 라탐 항공 한국 지사에 이메일로 문의했는데 항공사 면책 조건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환불도 안 되고 무조건 기존 항공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항공권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투어를 이끄는 현지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라탐 항공 페루 지사에 문의했는데 역시나 이 항공권으로 탑승이 불가능하고 동일한 구간 항공권을 새로 구매하려면 미화 2천불의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미리 안 되고 당일에 공항으로 일찍 나와서 알아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귀국편이 9월 11일 새벽 2시 출발이었는데 10일 저녁 6시에 일찌기 공항에 도착해서 라탐 항공 티켓 카운터로 갔는데 대한항공처럼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는지 정상적으로 티켓이 발권되었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정공법으로 돌파하기로 했죠. 리마 공항의 보안 심사, 출국 심사, 보딩 때도 걸리지 않고 통과했고, LA 공항에서도 ESTA, 보안 심사에서 문제가 없었고 나중에 게이트에서 다시 항공권을 발급받기 위해 대한항공 직원이 확인했을 때도 안 걸려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매번 여권과 항공권을 내밀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10년은 늙은 기분이었지만요.
여기까지가 제가 겪은 실수담이고요.
항공권의 이름과 여권의 이름이 다를 때 대처 방법을 정리해 보면,
1. 원칙적으로 항공사는 아무런 귀책 사유가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탑승 거절은 물론, 입국이나 출국을 못할 수 있습니다.
2. 항공권 예약 대행사(Skyscanner, Ebookers 등), 여행사, 항공사에 문의해봤자 공식적인 대답(기존 항공권으로는 탑승이 불가하니 취소하고 새로운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 밖에 듣지 못합니다. 사실 원칙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죠.
3. 그래서 사실 항공권의 이름과 여권의 이름이 다른 경우 두 가지 선택권 밖에 없습니다. 기존 항공권을 포기(기존 항공권이 환불 불가 특가 항공권이라면 환불을 한 푼도 못 받습니다)하고 새로운 항공권을 구매(당연히 엄청나게 오른 금액이겠죠)하거나 항공사의 ticketing counter에 가서 사정하는 것이 그것이죠.
4. 국적기(대한항공 등)의 경우 큰 문제가 아니라면 저처럼 본인 확인을 거쳐 수정(도장을 찍어줌)해주기도 합니다. 수수료를 부가하는 경우도 국내 항공의 경우 몇 만 원, 국제 항공의 경우도 30~40만 원 선에서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항공사의 경우는 복골복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다양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5. 4번에서 말씀드린 '큰 문제'는 성(surname)이 완전히 다른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답이 없습니다. 기존 항공권을 포기하고 새로 구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과 성이 바뀌는 경우(Ebookers에서 예약하는 경우 이런 사례가 많더군요)는 역시 복골복이고 항공사에 따라 아무런 수수료 없이 그냥 수정해주기도 합니다. 저처럼 이름에서 철자 한 개 정도가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경우는 역시 수수료 없이 그냥 수정도 가능합니다.
6. 그럼에도 항공권 예약 때 여권 이름과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구매자에게 있기 때문에 처음 항공권을 예약할 때 여권 이름과 철자와 띄어쓰기가 똑같은지 몇 번을 확인해서 틀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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