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할 때 결과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을 수검자에게 추가 질문해야 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MMPI-2 결과에서 Mf 척도가 단독으로 유의미 상승하거나 APS 척도가 유의미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호소하는 문제가 아니지만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에는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때 많은 임상가들이 아예 질문하는 걸 회피하거나 의무감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해서 원하는 정보는 얻지도 못하고 분위기만 어색해지곤 합니다.
이처럼 중요하지만 민감한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듯이 자연스럽게 질문하라'
성 정체성, 중독 문제 등 내담자에게 private한 문제일수록 오히려 당연한 걸 물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담자를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질문하는 겁니다.
상담자가 주저하고 쭈뼛거릴수록 내담자는 이런 주제가 상담에 적합하지 않다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쉽고 그 결과 방어하거나 뒤로 숨게 됩니다.
단순히 내담자를 돕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라포를 형성하는 걸 방해한다는 겁니다. 내담자는 상담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느끼기 쉽고 그 뒤로는 상담자에게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스스로 검열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핵심 주제로 들어가지 못하고 상담이 겉돌게 되죠. 그냥 망하는 겁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상담 공간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수용되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예의상으로라도 물어보지 못하는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주제를 다루기 위해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 둬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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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의존성 성격 장애 뿐 아니라 TCI 기준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인 내담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 세례, "선생님, ~한 경우에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을 알려주세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입니다.
의존하는 내담자는 그것이 성격 역동 때문이든,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렇든 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내면 아이가 어릴수록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요.
어쨌든 상담자가 구원자의 역할을 떠맡는 순간 자율성을 증진해 의존성 문제를 극복하려는 목표는 물 건너가게 됩니다. 아무리 공감을 잘하고 지지적인 상담자라고 해도 끊임없이 답을 구하며 의존하는 내담자에 의해 야기되는 역전이를 다루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요.
그렇다고 경계를 엄격하게 설정하고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칼로 자르듯이 좌절시키면 상담이 조기 종결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인 상담 초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무엇보다 의존성이 강한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서도 라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한데, 저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즉, 내담자의 모든 질문에 상담자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내담자의 답을 구하는 행동에 상담자가 모두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치료적 방향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답을 알려주면 ~님이 제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롭고(바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상담을 받는 것이니), 답을 모른다고 말하면 제가 의존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자가 아니라고 섣불리 결론내려 상담을 중지하고 저를 떠날테니 결국 ~님께 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나름의 답을 알고 있지만 알려주지 않을 것이며 대신 ~님이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렇게요.
중요한 건 답을 알려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역동을 상담에서 재현할 때 그걸 다뤄야 하는 겁니다. 내담자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항상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깨닫고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이 상담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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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 나름의 원칙을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단계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라포를 형성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 단계인데 이걸 알 수 있어야 더 깊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끔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상담에 꼬박꼬박 잘 오고, 말이 잘 통하면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착각하는 분이 계신데 그거 라포가 형성된 거 아닙니다. 자신의 진짜 문제를 감추려고,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이차 이득 때문에 등 아동/청소년 내담자의 호의적인 태도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보통 아동/청소년 내담자와 라포 형성하는 과정은 대개 두 단계를 거치더군요.
1단계는 '부모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입니다. 부모는 밉든 곱든 자신의 혈육이고 현재 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 인생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significant others)입니다. 그러므로 설사 자신에게 애착 외상을 입힌 가해자라고 해도 부모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상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죠)이라서 안전 동기가 중요하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상담자가 부모에게 '고자질'을 할 것을 예상해서 상담자를 통해 부모를 통제 또는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일부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한 상담자가 자신의 말을 부모에게 옮기지 않을 것(비밀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2단계는 '상담자에게 전이된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을 때'입니다. 1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의 말을 상담 장면 밖으로 옮기지 않을 것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만 형성되면 가능하지만 2단계는 더 깊은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자신의 편'이라는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폭발시켜도 상담자가 이를 holding할 것을 믿고, 반격하지 않으며, 자신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가능한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아동/청소년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모든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순서대로 각 단계를 거치는지는 장담 못 하겠지만 제 경우는 대체로 그런 편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 내담자를 상담하는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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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TCI 유형 중 가장 흔한 건 LHL, MHL입니다. 모두 위험회피가 높은 기질 유형이죠.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감'입니다. 보통은 그 안전감이 위협받은 결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상담 회기 중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정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자 그러면 내담자가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낀 이후(대개 라포가 형성된 이후가 되겠지요)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물론 내담자의 핵심 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상담 목표가 달라질 겁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와, 정신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내담자는 접근법과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여러가지 다른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상담 목표는 없을까요? 그것도 회기 제한의 압박을 받는 상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 목표요. 제 경험 상으로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안전감 유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goal setting)하는 겁니다.
인생 목표가 없는 내담자일수록, 있더라도 그 목표가 구체성이 떨어질수록 고통감이 더 큽니다. TCI에서는 인생 목표가 있냐 없냐, 있으면 얼마나 구체적이냐를 평가하는 차원이 바로 '목적의식'입니다. 동일한 수준의 자율성 점수를 보이는 내담자를 비교해 보면 '목적의식' 하위차원이 유독 낮은 위험회피기질 소유자들이 MMPI-2/A에서 임상 척도 점수가 높게 치솟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건 단순히 자율성 미발달로 인해 위험회피기질을 조절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 고통을 해결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어차피 갈 곳도 없는데' 같은 자포자기 심정이랄까요?
그럼 목표와 안전감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목표가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통제감을 갖기 쉽습니다. 자동차로 따지자면 어디로 가야 할 지가 분명하다면 그 다음에는 거기로 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디에 급커브가 있는지, 어디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율성은 좀 낮더라도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느낌을 어느 정도는 가질 수 있고 자율성을 증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자율성을 안전한 수준까지 상승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때는 자율성 중 목적의식 하위차원에만 집중해서 다루는 게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성이 낮아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내담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전감을 느낀다는 건 차량의 고장 부위를 임시방편으로 고쳤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고치면 좋겠지만 정비공장에 입고된 상태가 아니므로 계속 운행하면서 문제가 지속되지 않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하죠. 이제 필요한 건 자동차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운행하기 위한 목적지입니다. 목적지가 있어야 운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안전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생의 목표 설정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살고 싶으냐를 정해야만 어디로 가고 싶으냐가 결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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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류의 답 없는 질문 같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담 라포와 검사 라포가 둘 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임상가는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심리평가를 주로 하는 임상 전공자가 상담 라포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처럼 상담을 주로 하는 상담 전공자는 검사 라포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임상 전공자가 검사 라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냐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게 병원 현장의 특성 상 검사 실시 여부,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선택 등 심리평가와 관련하여 임상가에게 주어진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라 의사의 진료 이후 예약된 심리평가를 schedule에 따라 '쳐 내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검사 라포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전공자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회기를 쪼개 심리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 라포에 집중하기에도 버거운 것이죠. 특히 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아동/청소년 전문 기관의 임상가들이 이런 문제에 특별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 대상의 심리검사 시 라포 형성 방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검사 절차에 대한 상세한 orientation(검사 도구의 소개, 검사 시간, 검사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종류, 개인 정보의 보호, 해석 상담 절차 등)과 함께 검사 거부권에 대한 안내까지 충실히 해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상담 라포의 경우는 현재 상담 현장이 아무리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10회기 이상의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초기에 라포 형성에 문제가 생겼어도 이를 만회할 시간적인 여유가 그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사 라포의 경우는 실패하는 경우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한번 검사 도구에 노출되고 나면 재검사 불가능(비용을 면제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또 다시 들이는 걸 허용하는 수검자는 거의 없으니), 검사 노출에 의한 학습 효과 및 오염 때문에 어차피 재검사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검사 라포 형성에 실패하면 어렵게 실시한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데도 활용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 라포와 검사 라포는 둘 다 매우 중요하지만 라포 형성에 실패했을 때 입게 될 손해만으로 비교하면 상담 라포보다 검사 라포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게 훨씬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임상가들은 상담 라포보다 검사 라포를 맺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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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제게 supervision을 받으셨거나 관련 강의를 들으셨다면 제가 애착 외상 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실 겁니다. 저는 애착 외상을 부모-자녀 관계 문제의 확장으로까지 간주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애착 외상 가능성을 변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를 봤지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본 적이 없는 제 경험에 근거합니다. 뭐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고 그런 분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애착 외상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대부분이 부모 자녀 관계 갈등이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국은 상담에서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게 언제여야 하냐입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때로는 접수 면접 이후로 바로) 실시하고 그 결과 애착 외상이 있다는 걸 찾아내면 옳다구나 하고 그 부분을 초기 상담에서 곧장 다루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그랬듯이요. 심하게는 해석 상담부터 직진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내담자들이 정작 부모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는 걸 보고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애착 외상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 중에 Delayed 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trauma를 경험했지만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심하게 억압을 했기 때문에 delay가 되어 나중에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만큼 내담자 본인에게도 애착 외상은 다루기 힘든 큰 상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내담자들이 많은 만큼 이런 큰 상처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말 것'
제가
'성격에서 자율성 차원이 핵심이라면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 포스팅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기질의 내담자가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다 이러한 기질을 미발달된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설사 부모로부터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부모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생기거나 이를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입 밖에 내는 것 조차도 버겁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 차라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기억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하거나 저처럼 우회적으로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이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내담자들이 많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경우 부모에 대해 다루는 건(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건)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주의를 요한다는 걸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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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LML 성격은 '모방하는' 유형입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사람으로 자율성이 낮을수록 의지가 되는 주변 사람(부모, 애인, 선배, 멘토 등)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고민없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한다면 별 문제 없이 일상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상이 상실되어 없어졌거나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되면 도움을 청하러 상담 장면에 오게 됩니다.
LML 유형도 자율성이 낮은 것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자율성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 것인가가 상담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데 문제는 상담자와 관계 형성에서도 '모방하는' 성격 유형이 드러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자는 LML 성격 유형이 상담 초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 양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거든요.
행동 양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담자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앞 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인데 하루는 굉장히 순응적으로 상담에 임하다가도 다른 날에는 매사에 삐딱하게 상담자를 도발해 역전이를 유발하는 것이죠. 이는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즉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를 찾아내기 위한 '모방하는' 성격 특유의 탐색 행동이지 초기 저항이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철벽을 쳐서 상담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심하게는 상담자와 눈을 맞추지도 않아서 상담자가 감정 접촉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데 이 역시 상담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낼 때까지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방하는' 성격의 탐색 전략입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행동 양상 모두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따라서 LML 성격 유형의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는 open disclosure를 빨리 해서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내담자가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불필요한 탐색 회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고 내담자가 그 색깔에 맞춰 반응한다고 해서 상담이 잘 진행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죠. 상담자가 내담자에게서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다면 그건 내담자가 상담자를 잘 모방해서 그런 것이지 라포가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방하는' 성격의 내담자와 상담할 때 진정한 치유 효과는 내담자가 상담자와 다른 의견을 낼 때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고려해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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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하위 차원 분석 시리즈 중 여섯 번째 포스팅입니다.
앞서 포스팅한 자율성이 '가까운 환경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자율적 인간으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정도라면
연대감은 범위를 좀 더 넓혀 '다른 사람들(사회, 인류)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통합적인 한 부분으로 지각하고 이해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포스팅 할 자기 초월 성격은 이 범위를 훨씬 더 넓혀 '우주 만물과의 관계'까지 확장한거지요.
그렇다면
연대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 하면 한마디로 공존, 상생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연대감이 높은 사람을 '마음이 부드러운', '공감하는',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자비로운', '공정한' 등의 용어로 특징지을 수 있는거지요.
반대로 연대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투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자율성이 낮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내방하는 비율이 높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분들 중에서도 연대감은 낮을 수도 있고 중간 수준일 수도, 또는 꽤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유형 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연대감이 낮은 수준 : LLL(침울한), LLM(미성숙한), LLH(비조직화된)
연대감이 중간 수준 : LML(모방하는), LMM(자율성이 낮은), LMH(비논리적인)
연대감이 높은 수준 :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
자율성이 낮고 연대감도 낮은 경우는 부적응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임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공존 장애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조기 종결이 되는 비율도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MPI-2/A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 결과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심리검사의 추가 실시도 고려하는게 좋죠.
지적 제한 문제가 함께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세요.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이 중간 수준인 내담자는 취약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지지망을 구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상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비교적 성실하게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다만 역기능적인 관계 유지 패턴이 익숙하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러한 패턴이 성장 과정의 부모-자녀 관계에 기인하지 않는지 꼼꼼히 탐색해봐야 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율성이 낮지만 연대감이 높은 내담자는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주변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회피하거나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의존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 대상의 상당수는 내담자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거나 power를 갖고 내담자를 휘두르고 때로는 착취하기도 하는 사람이라서 내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천이 그 사람이라는 걸 내담자가 알고 있다고 해도 구속되어 있어 이 틀을 깨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임상적인 문제가 동반되기 쉬운 'LL?' 유형들과 또 다른 의미로 상담이 장기화됩니다.
연대감은 자율성과 함께 기질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그 안에서도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외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우회로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연대감까지 낮으면 자율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요원하기 때문에
연대감이 낮은 경우는 상담자와 라포 형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내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정서적인 지지망을 구축하거나 수리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율성이 높아질 때까지 내담자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럼 연대감의 하위 차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연대감 차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하위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 C1 : 타인수용
* C2 : 공감 / 둔감
* C3 : 이타성 / 이기성
* C4 : 관대함 / 복수심
* C5 : 공평 / 편파
C1(타인수용)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과 다른 외양, 행동,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도 관대하고 우호적입니다. 소위
'다문화 사회'에서 살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C1 차원이 낮은 사람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인간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C2(공감/둔감) 차원이 높은 사람은
역지사지를 잘 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보류한 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C2 차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둔감하고 관심 자체가 별로 없어서 무심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쉽습니다.
C3(이타성/이기성) 차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걸 즐기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즐깁니다. 이에 비해 C3 차원이 낮으면 이기적이라서 자신이 열매를 독차지하려고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죠.
C4(관대함/복수심) 차원이 높으면 자비심이 많고
쉽게 용서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상처를 받아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애쓰는데 이와 반대로 C4 차원이 낮으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공공연하게(또는 위장된 형태로) 복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C5(공평/편파) 차원이 높은 사람은 양심적이라서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공평한 것이 중요하지만 C5 차원이 낮은 사람은 기회주의적이고 타인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종하거나 속임수를 씁니다.
연대감 차원이 낮을 때 다섯 가지 하위 차원 중 무엇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살펴보면 이 수검자가 자신의 주변 환경(또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C1이 낮은 사람은 다양성이 필요한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겉돌기 쉬우며 C2가 낮은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할 가능성이 크고, C3가 낮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평판 하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C4가 낮은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친(그것이 사실이든 수검자의 착각이든 간에) 상대방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려 하기 때문에 갈등이 격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C5가 낮은 사람은 cheating을 쉽게 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거나 해서 이를 교묘하게 감추지 못하면 역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쁜 평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C3까지 함께 낮으면 이미 주변 사람들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있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연대감은 자율성 만큼은 아니지만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꼭 필요한 부품이기 때문에 손상된 관계를 치유하거나 환경을 재구축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살펴보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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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에서 제 발로 온 아동/청소년을 만나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되고 때로는 부모가 심리평가를 받게 된다는 걸 알리지 않거나 심하게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억지로 검사실로 데려오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심리평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심리검사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수검자가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 유지
2. 최선을 다해 실시할 수 있는 최상의 동기 유지
그러니까 PC방에서 게임하느라 밤을 새운 뒤 오전에 심리검사를 받으러 왔다면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것이며 검사를 받고 싶지도 않은데 부모에 의해 억지로 끌려왔다면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겁니다. 그나마 첫 번째 조건은 부모가 관리하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요소지만 사실 두 번째 조건이 더 문제입니다.
심리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 검사를 받고 난 이후의 일정 등에 대해 아동/청소년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일에 검사실로 들어오기 때문에 평가자는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 얼마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빠르게 검사 라포를 형성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검사의 거부권이 있음을 안내하는 겁니다. 모든 수검자에게는 원치 않는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그 때까지 거부적이던 아동/청소년의 태도가 의외로 쉽게 바뀌는 걸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과 이 사회는 아동/청소년에게 선택/거부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가자가 이를 제공하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마음이 누그러져 검사에 협조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괜히 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줬다가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어떡하냐고 미리 걱정하는 평가자가 있는데 그 정도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동/청소년은 어차피 검사를 제대로 실시할 수 없고 설사 검사를 했다 해도 어차피 결과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검사 거부권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둘째, 그냥 부모나 어른이 자기에게 이것저것 강요하고 잔소리하는 것이 싫어서 검사를 거부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심리검사가 무엇이고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상세히 orientation하면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가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주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이 염려하는 건 어른들이 자신의 심리검사 결과를 악용해서 자신을 옥죄는 방향으로 사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니 그게 아니고 오히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면 끝까지 거부하는 아동/청소년은 별로 없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 두 가지 방법만 잘 사용해도 짧은 시간 안에 아동/청소년과 탄탄한 검사 라포를 형성할 수 있고 그렇게만 되면 검사 결과의 해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검사 동기 증진으로 인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추가 효과도 발생합니다.
그러니 심리검사 시 아동/청소년의 협조를 얻어내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임상가라면 이 두 가지 방법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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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상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상담자 선생님들을 위해 제가 생각하는 아동/청소년 상담의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 부모(보호자)가 보고하는 문제가 실제 주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
: 문제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나의 정보원도 아쉬운 상담자는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모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상담의 경우 라포 형성 전까지 내담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많은 아동/청소년들은 대개 자신의 문제를 조리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례에서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나타나고 관계 갈등의 주 대상이 부모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니며 주관에 의한 왜곡과 윤색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에 의해 보고된 정보는 생각보다 정보가가 높지 않습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문제라고 보고하는 내용들이 실제로는 부모의 욕구나 기대가 투사된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부모가 보고하는 문제가 실제로 상담에서 해결해야 하는 주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가정하는 게 오히려 실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자면,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또래 관계가 좋지 않고 아무래도 왕따를 당하는 것 같다고 부모가 보고할 때 상담자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또래 관계 양상이 아닙니다. 가정 내에서 부모, 형제자매, 친척들과의 관계는 어떤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소위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새는 경우이거나 부모-자녀 관계 갈등에 대한 문제때문에 쌓인 불편감을 밖에서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이보다 더 흔히 부모가 보고하는 주요 문제로 자신의 자녀가 통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해 속상하다는 게 있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의 집중력의 문제(예를 들어 ADHD)가 주요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불편감 때문에 주의가 분산되는 게 관찰되는 것 뿐입니다. 정말 ADHD라면 주의가 산만해서 수업 시간에 앉아 있지 못한다든가 하는 눈에 띄는 행동 문제를 주로 호소할 겁니다.
* 부모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
: 저는 상담 초기에 항상 부모의 양육 태도와 훈육 방법을 확인하는 편인데 그것이 자녀와의 상호작용을 상당 부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자기 방을 잘 치우거나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알아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 등의 행동은 당연하게 생각해 칭찬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지적하고 잔소리를 하거나 심하게는 체벌을 하는 부모라면 부모와 자녀 관계가 건강할 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동/청소년이 보기에 상담자도 부모와 같은 어른이므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역기능적인 관계 양상을 상담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겁니다. 맨날 부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잘못한 것에 대한 지적을 당하는 것에 익숙한 아동/청소년은 상담자에게도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그런 반응을 촉발하는 행동을 골라 하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을 파악한 뒤에는 부모와 달리 행동해야 합니다. 전이-역전이 분석은 필수이며 부모와 의도적으로 다른 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초기에는요. 물론 라포가 형성된 이후에는 이 부분을 다룰 수 있어야겠지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방법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죠.
* 호기심을 가져라. 취조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 상담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지금의 위치에 왔건 간에 자신이 살아온 궤적에 대한 가치관을 내담자인 아동/청소년에게 대입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행 판단과 선입견으로 인해 상담이 아닌 취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꼰대질이 되면 상담은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맙니다. 자칫하면 상담자가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가치관을 중립화하면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라고 봅니다. 상담자들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하고 공부해 온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되고 나니 자신의 공부를 지탱해오던 호기심을 팽개치고 갑자기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내담자에게 투사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을 상담자가 되게 만든 호기심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온통 게임에만 몰두하고 학교에 가는 것 조차 거부하는 아동이 좋아하는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고 한다면 그게 무슨 게임인지,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건지, 그 게임을 왜 좋아하는건지, 그 게임에서 충족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해야지 게임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어서 결국은 패배자가 되고 말거라는 기성 어른들의 논리만 읊조린다면 치유적 상담이 가능할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판단은 뒤로 미루고(없앨 수 있으면 더욱 좋고) 본원적인 호기심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 길을 잘 따라가기만 해도 라포 형성이 되고 치유적 변화가 절로 따라옵니다.
* negative한 건 중요하지 않다. positive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라
: 많은 상담자들이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또는 해결을 돕는) 사람이라는 믿음입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당연히 아동/청소년의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런 문제를 자신이 없애려 하거나 아동/청소년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려고만 애쓰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자가 해결사가 되려고 마음 먹으면 상담은 대결의 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혹은 이차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을 지키려는 내담자와 이를 빼앗으려는 상담자의 대결 말이죠.
저는 아동/청소년 내담자가 보이는 모든 증상은 임상적으로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면 사실 상의 문제가 아니며 반드시 이차적인 이득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차적인 이득을 건강하게 충족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는 한 그 증상은 모양을 바꾸면서 계속 변형될 것이고 그러한 증상의 변화와 숨박꼭질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설사 겉으로 보이는 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궁극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positive한 측면입니다. 그게 상담자가 내담자와 함께 다루어야 할 기본 재료인 것이죠.
재미있는 건 자신의 자녀가 가진 장점과 미덕에 대해 물어보면 거침없이 대답하는 부모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negative한 측면만 바라보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래도 흐믓한 표정으로 장점을 이야기하는 부모의 자녀들이 훨씬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 경험하면서 상담의 포인트를 negative한 측면이 아닌 positive한 측면에 맞추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번쯤 심사숙고해 보시라고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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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가 이번 한번만 더 자신의 운(또는 기술)을 시험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도박을 끊겠다고 가족이나 보호자(또는 상담자까지)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이번 한번만 하고 그만둔다는 핑계부터 버려라'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조건을 걸고 도박을 그만둘 것을 결정하는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 조건 없이 당장 단도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라포가 채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가 간곡히 이야기를 할 때 상담자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실패할 것이 뻔한 도박자의 시도를 계속 방관만 하고 있을 수도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어떤 도박자가 1년 동안 삶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용돈 범위 내에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죠.
이 때 1년 뒤에 점검했을 때 당연히 기대했던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니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다른 영역을 상담하면 되지 하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유예 기간이 끝난 뒤 결과만 평가하려고 하면 도박자는 당연히 자신이 원했던 대로 되지 않은 온갖 이유와 핑계를 합리화 기제를 통해 만들어내 유예 기간을 연장하거나 테스트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무력화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최대한 잘게 쪼개서 도박자가 중간 점검을 하도록 촉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반기 보다는 분기, 분기 보다는 매 달 확인하는 것이 더 좋은데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그만두려고 마음 먹을 때 그만둘 수 있는지, 수익이 얼마나 나고 있는지, 그 추세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수익이 나기는 커녕 계속 손실이 나고 있으니 헛된 노력 그만하고 이제 도박을 그만하라고 중간에 push하면 안 됩니다.
중간중간에 상담자가 도박자의 시험 과정을 확인하는 목적은 도박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기 위해서이니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건 당신이 선택한 것이며, 모든 과정을 당신이 통제하고 있으니 결과도 당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묵시적인 다짐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런다고 도박자의 합리화 기제가 작동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강도가 약해지고 논리의 틈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틈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상담자에게는 반전의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 포인트를 잡아 틈을 넓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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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Rapport)가 상담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건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라포가 없거나 약하다면 그 상담의 결과는 결코 희망적일 수 없는거지요. 상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만큼 상담자와 내담자의 치료적 신뢰 관계는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상담자는 내담자와 공고한 라포를 맺는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전체 상담 회기의 절반을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라포를 중요시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라포가 잘 형성되었는지, 튼튼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예전의 저도 한 때 그런 착각을 했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사이가 화기애애하면, 내담자가 저항을 그치고 상담에 몰입하게 되면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믿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치료적 조언을 그대로 따르면 라포가 튼튼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라포는 단순히 상담자가 내담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아닙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기본적인 신뢰감이 약해진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고, 가끔은 재애착을 해야 할 정도로 무너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 장면은 신뢰를 재구축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터와 같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전하고 전적으로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을 재경험하는거지요.
그렇다면 그런 신뢰는 어떻게 공고해 질 수 있을까요?
바로 갈등 상황을 통과해봐야 비로소 그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갈등 상황을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바로 라포의 시험대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마음에 드는 말만 하고, 상담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건 역설적으로 상담자를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담자의 언행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인 상담자에게 버림받을까봐, 그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뒤로 감추고 겉보기에 좋은 가면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라포는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검증받게 됩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자가 내담자를 비난하지 않고, 역전이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내담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때, 내담자는 상담자로부터 버림받을거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상담자가 자신의 편에 설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될 때 우리는 드디어 탄탄한 라포가 형성되었구나 하고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꽤 많은 회기를 거치면서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상담이 기대되고, 이야기를 할 때는 분위기도 좋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는지 한번 들으면 척 아는 수준까지 진행이 되었어도 회기를 돌이켜 보면 맨날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고 이건 상담이 아닌 친한 친구와의 수다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라포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라포의 강도를 확인하는 게 두려운 나머지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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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서 상담자가 많이 활용하는 자기 노출(Self Disclosure)은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기법이기는 하나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자기 노출은 공감을 돕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엄격하게 제한해 사용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데 내담자는 그러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고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담자의 자기 탐색을 촉진하는 범위 내에서만 상담자의 자기 노출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상담자의 자기 노출은 내담자가 모델링을 통해 대안적인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상담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위험성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상담자가 자기 도취에 빠져 내담자에게 자랑하듯이 자신의 극복 사례를 이야기할수록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집니다. 특히 개인적인 고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 있는 상담자의 경우에는 이 점을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상담자의 자기 노출 후에 내담자의 자기 탐색이 촉진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자기 노출의 수준입니다. 그러려면 상담자가 자기 노출을 할 때 그 사안의 객관적인 내용이나 결과보다는 동반되는 생각,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노출 기법을 제대로 사용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으니 충분히 사전 연습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상담자가 자기 분석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평소에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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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있어서 도움을 구하고자 자발적으로 상담 기관을 찾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대개 부모나 보호자에게 이끌려 비자발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상담자도 성인이다보니 어른에 대해 적대감 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한 두 번 상담을 나오지만 곧 어떻게든 상담을 피하려 합니다.
그나마 부모나 보호자가 상담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서 상담 때마다 동반하거나 상담이 지속되도록 신경을 써 준다면 상담자가 청소년과 라포를 형성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어렵다면 상담자 한 사람만의 힘으로 상담을 지속해 나가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예약된 시간에 늦게 나오는 걸로 시작해서 점차 시험이나 학원 등의 핑계를 대면서 상담을 미루게 되고 나중에는 연락 없이 상담을 빠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상담자가 보호자에게 통보하기도 하고 청소년 본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하지만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상담을 지속하고자 하는 인식이 전혀 없을 때는 결국 조기 종결하게 됩니다.
이럴 때 많은 상담자들이 조기 종결을 그냥 손놓고 방치하곤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물론 보호자, 청소년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의 조치를 했는데도 상담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걸 어쩌란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상담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더라도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 명의 상담자가 한 내담자를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통제못할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상담을 정상적으로 종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어떻게든 한번은 방문을 하도록 설득을 해서 내담자와 얼굴을 마주 보고 종결 상담을 통해 상담을 끝내야 합니다.
최소한 한 명의 어른이라도 자신을 돕기 위해 끝까지 애썼다는 사실을 청소년 내담자가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부족해서, 동기가 없어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등등의 이유로 상담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해도 나중에 다른 상담자를 통해 지금보다는 좀 더 쉽게 상담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기 종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어떻게든 마지막 종결 상담은 내담자의 얼굴을 직접 본 상태에서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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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 기본적인 신뢰감의 재구축을 통한 라포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여러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담이 그렇지만 특히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라포는 그야말로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중요해서 저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담할 때는 거의 규칙이 없다시피 허용적으로 대하는 편입니다.
현재 제가 상담하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경우에는 상담을 할 때 의자에 눕는 것도 허용(똑바로 앉아서 어른과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큰 아동이거든요)하고, 예전에는 공부 압박에 시달려 너무 피곤해 하는 고등학생을 상담실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도록 한 적도 있습니다. 상담을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보드 게임을 하는 건 일상이고요.
상담에도 기본적인 예의는 필요하니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바른 자세로 마주 앉아 눈맞춤을 하면서 격식을 지켜가며(은어와 비속어를 자제하면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담자가 있다면 그게 정말 상담자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닌 온전히 내담자를 위한 상담 규칙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실 것을 제안드립니다.
어쨌거나 상담 중 거의 대부분의 행동을 인정하는 저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모바일 기기의 사용입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연결(connection)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상담자와 내담자의 연결이 끊긴다면 그건 이미 상담이 아닙니다. 그냥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활동을 하는 것 뿐이죠. 동상이몽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보다는 차라리 온라인 화상 상담이 더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동/청소년 상담 도중에 꼭 지켜야 할 규칙을 하나만 꼽으라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담자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담자와 계속 연결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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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나왔으니 15년이 넘은 케케묵은 구닥다리 책 아니냐고 우습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임상/상담 수련 과정을 위한 교과서 중 감히 최고라고 평가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걸 대학원 때나 수련 1년차 때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에 배가 아플 정도였으니까요.
캐나다 Manitoba 대학 교수들을 주요 집필진으로 해서 David Martin과 Allan Moore가 엮었는데 그야말로 임상/상담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모든 것을 집대성 해 놓았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요.
내용을 간략하게 함께 살펴보죠.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 Foundations
2. Phases of Therapy
3. Client Populations
4. Contexts
5. Therapists' Considerations
1부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에서는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 경청, 현존 같은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고 2장에서는 치료 관계, 라포 형성하기, 전이와 역전이 등 관계에 대한 issue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심리치료의 국면에 대한 내용을 5개의 장에 할애하고 있는데 3장에서는 초기 면접에 대해서, 4장에서는 심리평가, 5장에서는 초보 상담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 6장에서는 자살 위험성 평가와 개입, 7장에서는 종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3부 역시 5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는데 주요 내담자를 유형 별로 다루고 있습니다. 8장에서는 아동, 9장에서는 청소년, 10장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 11장에서는 신체적 장애가 있는 내담자들, 12장에서는 비자발적인 내담자들을 어떻게 상담하는지 알려줍니다.
4부도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에서는 현장 및 치료의 유형 별로 임상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죠. 13장에서는 학교 상담실, 14장에서는 가족 치료에 대해서, 15장에서는 집단 치료, 16장은 법적, 윤리적 문제, 17장은 비교 문화적 상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5부에도 5개의 장이 있는데 임상가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안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18장에서는 임상 수련에서 살아남는 방법, 19장에서는 수퍼비전과 관련된 모든 것들, 20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비롯한 각종 보고서 쓰기, 21장은 심신의 안녕과 관련된 이슈들, 마지막으로 22장은 임상 수련 모델의 시조가 되는 임상가들을 리뷰하고 있죠.
각 부분을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려면 당연히 세부 전문 서적을 따로 읽어야 하겠지만 임상 수련 과정의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충분할 정도로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총 5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22개의 장으로 잘게 쪼개 놓았기 때문에 나눠서 읽기에 별로 부담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드는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주 쉬운 영어로 쓰여져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원서 중 이해가 잘 되는 순서로만 따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이 정도의 원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학도라면 앞으로 공부하는데 애로가 꽃필거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책을 꼭 읽으셨으면 하는 추천 대상은 임상/상담 대학원생 등 임상/상담 수련을 앞둔 분들입니다. 1년차들도 꼭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덧. 아마존에서 2월 말까지 무료 배송(35불 이상인 경우)하고 있으니 45.55$이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돈값은 확실히 하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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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 환상은 멜라니 클라인이 주창한 개념인데 상담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치유를 위한 조력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내담자의 치유가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오판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전능 환상은 내담자가 진정한 치유와 회복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담자의 성장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라서 상담자는 전능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상담자가 초심자일 때는 전능 환상보다 낮은 자존감 문제나 전이-역전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전능 환상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상담이 몸에 익으면 어떤 상담자라도 한번쯤은 전능 환상의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전능 환상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거기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저 뭔가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분좋은 느낌과 함께 상담 전반이 어렵지 않게 파악되고 내담자에게 어떤 말을 할 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도 대화가 술술 풀려가는 기분이라서 상담이 재미있다고 느끼고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전능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상황을 한 두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두 상황 모두 건설적인 비판은 없고 칭찬만 난무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경우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서 더 이상 갈등이나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담자를 칭찬만 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상담자를 이상화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고 상담자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출석 및 과제 수행이 완벽하기 때문에 당연히 상담자는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고 상담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습니다만 두 가지를 통해 전능 환상 유무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하나는 상담 목표의 중간 점검입니다. 상담 목표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상담자가 내담자보다 높은 곳에 앉아 내담자를 내려다보며 지적 유희를 즐기고 있던 것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내담자가 상담자의 상담 기법이나 가치관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역전이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봐야 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자신만이 옳고 내담자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니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전능 환상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상담 현장과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자신의 동료나 선후배, supervisee들이 더 이상 건설적인 비판이나 조언을 하지 못하고 첫 번째 경우처럼 칭찬만 할 때입니다. 물론 실제로 상당한 내공을 갖춰 칭찬받을만한 실력을 보이는 상담자일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칭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기분이 마냥 우쭐해지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지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불가능할텐데도 그들의 칭찬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넙죽 받아들이는 건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일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경우보다는 첫 번째 경우가 좀 더 상담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쉽게 전능 환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반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초심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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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worksheet라고 썼지만 특정 심리치료 기법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worksheet의 보기를 든 것 뿐입니다.
가끔 상담 supervision을 할 때 상담을 잘 해나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내담자에게 뭔가를 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때로는 죄책감까지 느끼는 상담자를 봅니다.
상담과 심리치료 기법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각입니다.
저는 상담과 심리치료 기법을 개념적으로 조금 다르게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예를 들자면 상담은 암 치료이고 심리치료 기법은 화학 요법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한다면 필요에 따라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인지 왜곡을 수정하기 위해 CBT 중의 일부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CBT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저처럼 절충-통합적 접근을 선호하는 상담자에게 심리치료 기법은 타이밍의 문제이지 무엇이 우선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어떤 특정 심리치료 접근법을 주로 따르는 상담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로 게슈탈트 기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더라도 상담의 틀을 게슈탈트적으로 짜는 것이지 온통 게슈탈트 기법만 내담자에게 폭격하듯이 쏟아붓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상담자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하려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큰 치유의 틀로 보고 상담하는 것인지, 일부 증상이나 표면적인 문제만 특정 기법으로 완화 또는 제거하려는 것은 아닌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worksheet의 문제도 이런 구분의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저는 대체로
내담자와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기 전에는 worksheet 사용을 자제하는 편인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내담자가 확실히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worksheet를 섣불리 사용하면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내담자에게 어설프게 노출하게 되어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때라면 저항, 포기 또는 반대로 심하게 의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에 함께 해결할 문제를 구체화 하는 것이 다음이며,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기술적으로 worksheet를 사용할 지를 내담자와 상의해도 충분합니다.
뭔가를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부랴부랴 준비한 worksheet로는 절대로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예전에
'상담의 원칙 : 열심히 들어라'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뭔가를 자꾸 주려고 하지 말고 그보다 먼저 온몸과 마음을 다해 내담자가 주는 걸 받아 안아야 합니다.
내담자를 치료하려고 하지 말고 내담자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되어 주세요.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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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접근법을 사용하는 상담자이건 간에 또는 내담자가 어떤 문제로 상담을 받든 간에 내담자의 행동과 감정의 괴리를 다루는 일은 상담 장면에서 흔한 일이고 또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내적 정서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다양한 문제로 고통받는 내담자가 있다고 해 보죠. 상담자와 함께 가족에 대해 다루면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슬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얼굴은 웃고 있다면 감정과 행동의 괴리가 내담자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상담자가 그런 discrepancy를 찾은 것이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앞 뒤 가리지 않고 그 괴리를 지적하려고만 합니다. 내담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건 어렵게 찾은 입구를 무너뜨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라포도 공고해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건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어떤 것으로 인식하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담자 스스로도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주관적으로 어떤 감정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도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야기하는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이 신체화 반응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경향이 있어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유추하는 것이 상당히 정확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 감정에 따라 ~님의 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라고 물어서 내담자의 감정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난 뒤에 discrepancy가 분명하다면 그 때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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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가장 우려하는 상담 현장의 분위기는 단기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겁니다.
개업 상담 센터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덜하지만 국가의 직, 간접적 지원을 받거나 voucher 사업을 하는 센터를 중심으로 단기 상담의 압박이 강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내담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고려 없이 임의로 12회기, 16회기, 6개월과 같은 근거없는 주먹구구식의 기준으로 상담 회기를 정하는 건 정말 곤란합니다.
문제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내담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란 것 자체가 웃기거든요. 그래도 흐름이 단기 상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다가오는 단기 상담 체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초기에 라포를 형성할 회기 수도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담자와 내담자 간 충분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치료적 기법이나 worksheet를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면 단기 상담을 할 때에는 초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cognitive frame 차이를 줄이는데 주력하는 겁니다.
뭔가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 많은 상담자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흔한 예를 하나 들자면, 상담자가 부모의 간섭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방문하는 청소년 내담자와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사용하게끔 부모를 자신도 모르게 provoking하지 않도록 내담자의 의사소통 패턴을 교정하려는 상담자가 있습니다.
이 때 상담에 대한 상담자와 내담자의 cognitive frame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 목표를 합의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상담 초기부터 이 차이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기 상담일수록 상담의 치료적 한계 설정, 치료 동맹을 맺기 위한 상담 과정 설명, 사전 동의 부분에 대해 내담자와 이야기를 빨리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cognitive frame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니까요.
증상 탐색이나 clinical history taking은 좀 더 뒤에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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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7일 미니 강의 80회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단기 상담의 실제'라는 제목으로 4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단기 상담이란
* 모든 상담의 공통 치료 요인 4가지
* 단기 상담에 대한 흔한 오해
* 단기 상담과 장기 상담의 비교
* 단기 상담의 장점
* 단기 상담의 기간
* 단기 상담의 기간 설정
* 상담자가 단기 상담을 꺼리는 이유
*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
* 상담자의 자세
* 상담자의 역할
* 직접적인 제안은 상담에 해로운가
* 상담자의 주요 활동과 단기 상담
* 단기 상담의 목표
* 단기 상담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 단기 상담에서 심리평가의 활용
* 심리검사의 구분
* 단기 상담의 라포 형성
* 단기 상담의 최초 면접
* 단기 상담의 상담 기록
* 단기 상담의 초기 변화
* 단기 상담의 중기 변화
* 단기 상담의 조기 종결 문제
* 단기 상담의 과제 사용
* 단기 상담의 종결 신호
* 단기 상담에서 종결은 어떻게 하는가
* 단기 상담의 효과
* 단기 상담의 효과 평가
* 단기 상담의 추수 상담
* 변화 단계 파악
* 효과적인 단기 상담을 위한 핵심 요약
* 향후 단기 상담의 추세 전망
딱딱한 원론적인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현장에서 직접 단기 상담을 해야 하는 임상가들에게 필요한 실전 지식으로만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출처만 명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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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쯤에
'첫째도 라포, 둘째도 라포, 라포가 사실 상 상담의 모든 것이다'라는 글에서 라포가 사실 상 상담의 시작이자 끝이며 상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의 생각이 바뀐 것은 전혀 아니고 오히려 상담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 조금 다른 측면에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Rapport가 상담에서 중요하다는 걸 최소한 머리로라도 모르는 상담자는 없습니다. 그걸 모르는 상담자가 있다면 상담자가 아니거나 상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죠.
그런데 상담에서 왜 라포가 중요할까요? 그리고 상담에서 라포를 제대로 형성하지 않으면 왜 문제가 될까요?
라포를 상담자와 내담자의 좋은 관계맺기내지는 상담의 워밍업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만 제 경험으로는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라포를 제대로 형성하면 당연히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는 신뢰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그런 신뢰와 좋은 관계는 라포 형성의 결과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이걸 혼동하면 안 됩니다.
내담자가 생면부지의 상담자를 찾아와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어려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때 과연 어떤 마음일까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심정일까요? 아니면 즉석복권을 긁는 사람의 심정일까요?
그럴리가 없지요.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고 동시에 이 방법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절박한 마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을 받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앞에 앉은 상담자만이 나를 도와줄, 나를 위해 함께 싸워줄 응원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상담의 라포 형성은 내담자가 안전 공간(secure base)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참호파기에 가깝습니다. 군 복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시겠지만 참호를 팔 때 대충 파게 되면 전투에서 날아온 총알에 머리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온몸을 완전히 숨길 수 있을 정도로 깊이, 그리고 총포탄의 유탄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히 참호벽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니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에는 전우의 참호를 함께 파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라포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삐딱하니 다리 꼬고 앉아서 '내 도움을 받고 싶으면 어디 한번 네 문제를 까발려봐라' 따위의 느슨한 마음가짐으로는 내담자의 마음에 더 큰 상처만 주게 됩니다.
라포를 형성할 때에는 나와 내담자의 목숨을 구해줄 참호를 판다고 생각하고 전심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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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서 제가 항상 신경 써서 사용하는 '심리평가'라는 말이 아닌 '심리검사'라는 말을 사용했음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심리평가는 심리검사와 행동관찰, 면담, 전문지식을 통합해 심리평가보고서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유기적인 작업입니다. 물론 그 중 심리검사가 가장 큰 비중과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고요.
심리검사는 검사자가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피검자를 대상으로 표준화된 심리검사 도구를 이용해 피검자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측정하는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검자가 최상의 수행(best practice)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피검자가 검사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 결과를 신뢰롭게 해석할 수 없을테니까요.
이러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유효 적절한 심리검사 도구의 선정과 검사 시간의 단축. routine하게 검사를 수행하면서 피검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는 검사자가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불안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면담을 하면서 피검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고요. 피검자도 사람이고 사람인만큼 피로가 쌓입니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피검자가 최대한의 수행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유효 적절한 검사도구를 선정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검사자의 융통성이 많이 요구됩니다.
피검자의 검사 동기 최대화. 검사자는 가끔 피검자가 자신만큼 검사 수행에 동기화되어있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많은 경우 피검자는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강권에 의해 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청소년의 경우가 대체로 그렇고, 치매가 의심되는 어르신이 그렇고, 하다못해 장애 판정을 원하는 보호자에 의해 의뢰된 경우가 그렇습니다. 검사 상황에 익숙한 검사자와 달리 피검자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낯선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많은 경우 일종의 시험과 같다고 지각합니다. 따라서 라포 형성은 상담 장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정해진 시간 동안만 실시하는 심리검사라고 하더라도 검사자는 피검자와 최대한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피검자가 최선을 다해 검사 과제를 수행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산출된 결과 자료는 신뢰롭게 해석할 수가 없게 되므로 피검자를 보내놓고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피검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피검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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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supervision을 하다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답답해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는 비교적 상담 경험이 많고 능숙한 선생님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근무하는 기관이나 시설에서 정해준 회기만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 단기간에 어떤 치료 효과나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다 보니 더 더욱 구체적인 기술과 기법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기 상담에서 오히려 장기 상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라포(Rapport) 형성입니다. 왜냐하면 장기 상담의 경우에는 내담자와 라포가 공고히 형성되지 않은 것을 모르고 진행하다가도 발생한 문제를 바로잡고 관계를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담자에게 그래도 기회가 있지만 단기 상담에는 그런 기회를 허용하는 시간 자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포만 제대로 형성되면 주어진 회기가 얼마 되지 않은 단기 상담이라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제 경험 상, 단기 상담이든, 장기 상담이든 라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기의 상담 목적을 달성하고 종결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니 특정한 technique을 연습하기보다는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데 힘을 쏟기 바랍니다.
굳이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들을 인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라포는 상담의 시작이자 끝이며 사실 상 상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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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써 놓고도 제목이 영 낚시스럽네요. 쩝...
저는 상담자의 진정한 내공이 바로 자신보다 나이가 (상당히) 많은 남자 내담자를 끌고 갈 수 있느냐로 발휘된다고 봅니다.
물론 내담자의 특성과 상담의 목적에 따라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담 상황에서 말이죠.
전반적으로 여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상담을 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데도 거리낌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단 상담 장면에 들어오면 그야말로 도움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죠. 여성 내담자의 경우는 상담자가 공감과 경청만 충실히 해도 끌고 나가는 것이 한결 쉽습니다.
그 다음, 남자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에도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에 의해 억지로 끌려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협조가 잘 되지 않고 상담 초기에 말문을 열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남자 어른 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공통 분모만 잘 찾아내서 상담자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만 하면 오히려 다른 어떤 유형의 내담자보다도 상담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내담자군입니다.
남자 어르신(노인)의 경우는 내담자가 걸어온 길을 긍정하고 삶의 지혜를 인정하는 마음만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마음 편하게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자가 섣불리 어르신을 교육하려고 억지 부리지만 않는다면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에 비해 10년 이상 나이가 많은 남자 내담자는 무엇 하나도 녹록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유유서 정신이 살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면 일단 자신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네가 인생을 알아? 분위기)에 학력이나 학벌, 자격증과 같은 부수적인 도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합니다만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군요). 게다가 입 싼 남자를 경멸하는 사회 분위기 상 자신의 문제를 미주왈 고주왈 늘어놓는 남자 어른이 별로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상담을 받으러 와도 자신의 문제를 조리있게 잘 표현하는 내담자가 없어요. 그래서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도, 상담의 목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런 내담자와 빠른 시간에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상담자를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도록 내담자를 이끄는 상담자는 고수임에 틀림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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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보 상담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제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견해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저도 그랬지만 상담 초보는 상담 회기를 오래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상담자의 능력을 재는 척도인 양 상담 기간에 무지하게 집착합니다. 10회기 이상은 끌고 가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내담자의 지각 왜곡인지 확인하지도 않으며,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의존, 또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 의존(codependence)을 라포(rapport) 형성으로 착각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를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길게 끌고 가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특히 유료 상담인 경우는 그런 압력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반면에 상담 고수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명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면의 힘을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상담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이미 상담을 얼마나 길게 끌고 가느냐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니 단 3회의 상담만으로도 내담자에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담 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다양한 내담자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100회기를 넘긴 내담자가 있는가 하면 3회기를 넘기지 못하고 drop out되는 내담자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100회기를 넘겼다고 제 상담 실력을 자랑할 정도의 어리석음에서는 충분히 자유로워졌고 3회기를 넘기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단계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상담은 상담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마음가짐, 상담의 타이밍, 상담자와 내담자의 환경적인 요소, 그리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코드가 맞느냐의 여부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상담자가 통제할 수는 없으니 그저 맡은 상담에 최선을 다하고 내담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음 내담자에게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이상의 방법이 있을까요?
상담자가 모든 내담자를 도울 수는 없습니다. 내게로 오는 모든 내담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신이 '구원자의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부터 점검을 해 봐야 합니다.
상담자들은 상담 기간에 너무 구애받지 않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상담 기간이 아니라 내담자의 심적, 영적 성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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