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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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이 나온 2011년 12월에 저자인 성태훈 선생님께 선물로 받았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벌써 몇 년 째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심리평가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기로 모 출판사와 계약한 것이 있어 가능한 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그동안 일부러 안 읽고 피했던 이유도 있었는데 이번 달에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강의를 하나 맡은 김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하여 한글로 나온 책은 이 책이 유일하죠. 원서를 보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성태훈 선생님이 직접 평가 또는 수퍼비전 하면서 경험한 엄청난 양의 평가 사례가 가감없이 생생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례를 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 드는 것이, 장점이기도 한 엄청난 사례가 한편으로는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동을 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미 전문가가 된 임상가라면 모르겠지만 이 책은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정보량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장애를 수록하려고 애쓴 나머지 동일한 검사 sign인데도 장애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전문가라면 그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지만 검사 sign과 해석을 일대일 매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수련 레지던트라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애에 수록된 심리평가 보고서가 전형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읽으면서 과연 이 진단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진단에 대해서는 임상가마다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K-WAIS-IV, K-WISC-IV 사례를 보강한 2판을 기대하면서 장애 별 사례는 그야말로 정말 typical한 케이스 한 두 개만 수록해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혼동을 줄이고 주요 검사 sign들도 그 장애의 핵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만 선별해서 제공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은 쥐뿔도 안 주면서 바라는 것만 많았네요;;;;
읽으면서 강의 준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제 책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 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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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상담 불문하고 최소한 supervisor라면 이 정도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정확한 지식 전달
임상가들이 수련 과정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지식과 정보를 그동안 학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면 이미 현장 supervisor들의 애로사항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만 제가 10년 이상 학회를 지켜본 결과 난망한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각개격파, 구명도생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수련 현장에 따른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인데 그나마 많은 환자가 몰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과정과 접점이 많아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밖에 없는 종합병원급 기관은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을지언정 실력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supervisor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니까요(물론 그런 기관에서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시간만 죽이고 앉아 있는 무능한 supervisor도 있습니다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이니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고요). 예를 들어 최근에 DSM-5가 출시되었는데 번역판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눈치만 보는 건 supervisor의 자세가 아닙니다. DSM-5는 도입 시점이 문제이지 DSM-IV를 계속 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당장 원판을 구입해서 읽고 정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북 세미나 한답시고 엄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번역, 정리 맡기는 짓 하지 마시고요.
supervision을 할 때에도 reference가 있는 지식과 자신의 체험에 기반한 지식을 구분해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윗 supervisor에게 배웠던 지식만 알음알음 끌어모아서 울궈먹을 수 있거든요. 제가 최근에 제 supervisee 선생님들께 reference를 자주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변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supervisor들께서는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그 지식이 항상 업데이트되어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2. 동기 부여
첫 번째 역할로 말씀드린 정확한 지식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기 부여이며,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확한 지식 전달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임상, 상담 현장의 일이 재미있고, 호기심이 샘솟으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워야 계속 하고 싶고 그래야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수련 과정에서 동기마저 충천하지 않다면 수련 과정을 버티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가 되고 나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에 빠지거나 쉽게 질려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동기 부여가 잘 안 되는 건 supervisor 스스로가 동기 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 없거나 무료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함정에 빠진 supervisor라면 이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supervisee들까지 함정에 빠뜨려 공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가능하면 동기 부여는 사명감보다는 흥미 유발과 재미 찾기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 임상, 상담 현장은 사명감과 소명 의식만 너무 강조한 나머지 내담자/피검자의 문제를 다룰 때 진지해지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임상가들에게 엄숙주의를 강요하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도제식 수련제도 때문에 힘든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이상한 교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3. 핵우산 기능
이건 다른 직능 영역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는 supervisor에게만 해당됩니다만 개업 상담센터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이상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supervisor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맞을 겁니다. 특히 의사 선생님들과 일을 하거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의 선생님들은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기관에 속한 supervisor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핵우산 기능합니다. 여러 직종이나 직능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사전달과정이 모호하거나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때로는 똥물이 튀는 것이 싫어서 희생양을 찾아서 떠넘기는 일도 생기게 되고, 업무 진행 상 약한 부서나 조직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다반사죠. 그런데 그럴 때 자기 하나 살자고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옆으로 비켜서거나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능 전문가의 뒤에 숨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나서서 나 하나만 믿고 의지하는 supervisee들을 위해 산화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뭐 그런다고 supervisor가 잘려나가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엄살 부리지 마시고요). 유능한 중재자가 못 된다면 최소한 싸움닭이 되는 것 만큼은 피하면 안 됩니다.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수련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여론조사하면 supervisor가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만 내빼거나 쏟아지는 압력을 몸으로 막아내기는 커녕 완장찬 마름처럼 되려 횡포를 부릴 때가 당당히 1위가 될거라는데 제 금쪽같은 돈 500원을 걸겠습니다.
존경받는 supervisor가 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력과 성품을 겸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애쓰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아랫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supervisor의 역할이고요.
오늘도 현장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계신 수많은 supervisor 선생님들 힘 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장래의 동반자가 될 supervisee 선생님들이 모두 잠재적인 우군이니까요. 그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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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심리평가 워크샵은 제가 먼저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던 방식인데 그만 선수를 빼앗겼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포기하고 손놓고 있을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까지의 심리평가 워크샵은 주로 일부 검사 도구(주로 MMPI나 로샤)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최근에 들어서야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다루는 워크샵이 생기기 시작(아직은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했습니다.
하지만 Full Battery에 포함된 검사 도구를 모두 포함하면서 짧은 시간에 정보를 융단폭격하지 않고 충분한 질의응답과 논의를 하고 검사의 실시와 해석,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까지 모두 다루는 심리평가 워크샵은 제가 알기로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본 워크샵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8월 24일부터 11월 23일까지 12주 동안 진행되는 1부 워크샵에서는 심리검사의 실시와 해석을 주로 다루고 이후 이어지는 6주 동안의 2부 워크샵에서는 검사 sign의 통합 및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해 다루게 됩니다.
6~7명 정도의 소수 정예로 진행될 예정이고 반개방형이라서 모든 session에 강제 참석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1부 워크샵 중 최소한 1/3 이상에 참석해야 2부 워크샵 참석 기회를 준다고 합니다.
참석 가능 대상은 한국 심리학회 산하 전문가 수련 과정에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이고 최소한 심리평가 1, 2 수업을 이수한 분이면 좋겠다고 합니다.
소수 정예로 진행되는 만큼 선착순으로 마감한다고 하네요. 비용은 session 당 3만 원이고 매 session은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첨부 파일을 참고하시고 문의 사항이 있거나 신청하시려는 분들은 resilience4@gmail.com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덧. 이 워크샵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제가 1:1로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장기간 했고 실력만큼은 제가 보장하는 분들입니다. 저도 워크샵 전반에 대해 benchmarking할 겸 observer로 참석할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만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아서 목하 고민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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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 운영세칙에는 전문회원 연수평점제(2조 2항)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습니다.
* 전문회원으로서 당해 1~12월까지 1년간 연수평점을 5점(10시간) 이상 취득하지 못한 자에게는 다음 해 1~2월 이사회 심사를 거쳐 주의경고를 한다. 주의경고는 해당 회원에 대한 개별 연락 및 학회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가 포함된다. * 3년 연속으로 주의경고를 받은 자는 이사회 심사를 통해 전문회원으로서의 자격정지 처분을 1년간 내린다. 이 기간 동안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활동(예: 전문가 수련과정에 대한 슈퍼비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간단히 요약하면 1년에 10시간 이상 학회 행사에 참석해서 돈(등록비)을 내라는 말입니다. 안 그러면 경고를 할 터이고 이걸 3회 이상 무시하면 밥줄을 정지시키겠다는거죠.
사실 이 모든 것은 임상심리학회가 가난해서 생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상심리학회가 돈많고 부유한 학회였다면 이런 구질구질한 내규 따위가 필요하지도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심리학회가 동네 조기 축구회가 아닌 이상 운영하는데 있어 여기저기 돈이 많이 필요하고 무보수로 일하는 회장과 이사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회비를 내라고 해야 할 정도의 열악한 재정 상태라는 점, 연회비로는 이 정도 큰 규모의 학회를 유지하기에 턱없기 부족하기 때문에 일년에 몇 차례 있는 학술대회의 등록비를 통해 어느 정도 보전해야 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연수평점제의 엄격한 적용에 반대하지는 않으며 저부터도 가능하면 연수평점을 채우기위해서 열심히 학회 행사에 참석할 겁니다.
그런데 최소한 연수평점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에 앞서 두 가지 정도는 학회 운영진이 고민을 해 보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두 가지 사안은 모두 왜 학술대회 참석이 저조한가와 관련 있습니다.
첫째. 학술대회 일정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모르겠으나 저처럼 직장에 매인 사람들은 학교에 계신 분들과 달리 내 마음대로 시간을 뺄 수 없어서 윗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게 싫으면 천금같은 개인 휴가를 써야 하는데 참 야속하게도 학술대회는 왜 항상 평일에 걸쳐서 하느냐 말이죠. 주말에 하면 누가 잡으러 온답니까? 게다가 누구 편하자고 꼭 대학 방학 때 하는건지. 휴가 기간에 쉬지 말고 학회에나 참석하라는 건가요?
둘째. 수련 레지던트와 junior 전문가들이 커리큘럼의 질적 저하에 대해 그렇게 불평들을 하면 한번쯤은 대대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든지 해서 뭔가 참석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올라오도록 노력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체 언제까지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지도 않는 supervisor의 심리평가 워크샵, 내담자를 만나지도 않는 교수의 심리치료 강의를 들어야 합니까? 책에 다 나와있는 뻔한 내용 들으러 시간 들여 돈 들여 지방까지 내려가게 만들어야 합니까? 대체 언제까지 제대로 된 심리치료 supervision도 받지 못하는 수련 레지던트들만의 사례회의를 열 겁니까? 현장 전문가의 치료 사례회의는 끝까지 안 할겁니까?
전문회원들의 느슨함을 질타하는 것은 좋은데 손쉬운 단매만 치실 생각하지 말고 당근도 좀 고민하셨으면 좋겠네요. 좀 심하게 말하면 현장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강사들의 엉성한 강의들으러 가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복장이 터질 지경입니다.
제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되면 최근 5년 동안의 학술대회 커리큘럼을 꺼내서 늘어놓고 비교해보세요. 새로운게 얼마나 추가되었고 그 중 정말로 영양가 있는 강의 꼭지가 얼마나 되는지도요.
학술대회에 등록만 하고 확인증 받아서 곧바로 돌아나오는 전문회원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것만 아세요. 아, 이렇게 말씀드리면 강의 끝나고 확인증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다시 바꾸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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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급의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싶어합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복리 혜택이 주어지는 유급 수련 과정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에는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이라는 수련 현장의 장점은 다양성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업무량에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종합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희귀한(?) 장애는 별로 못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병원에서 Sleep Walking Disorder, Fugue,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환자 등을 평가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는 몸에 밸 정도로 많이 봅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의 경우 1년차 레지던트는 1/4분기 동안 지적 장애 판정에 투입되는데 다양한 심각도의 Mental Retardation 환자를 지겹도록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는 발달 장애 클리닉에 투입되어 몇 달동안 Communication Disorder, MR, PDD NOS, Autistic Disorder를 변별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보호 병동에서 SPR, MDD 환자를 실컷 평가하고, 다시 외래에서 ADHD, Anxiety Disorder 아동을 평가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특정 장애를 일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쌓이는 노하우와 지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특정 장애에 대한 검사 sign과 case formulation의 감을 잡을 수가 있고 유사한 증상을 공유하는 다른 장애와 변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장애에 대한 감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무조건 다양하고 특이한 환자를 본다고 전문성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얄팍한 잔수만 늘게 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심리평가 부문에서도 최종적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 클리닉의 집중 훈련 과정을 통해 Pain Disorder 환자에 대한 대가가 되든지, 재활 병원에서 뇌손상 환자의 손상 부위를 아주 detail하게 잡아내는 전문가가 되든지, 섭식 장애 센터에서 Eating Disorder 환자를 평가,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든지 말이죠.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평가하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집중'적인 훈련과 전문성의 배양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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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회는 매년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기 시험에 앞서 수련생(이 용어는 매번 들을 때마다 짜증이 치미는데 학회는 여전히 바꿀 생각이 없나 봅니다)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은 수련 커리큘럼의 표준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작금의 현실에서 레지던트들이 시험을 앞두고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 교육 수강료가 턱없이 비싸다는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년에 단 한번에 불과한 공동 교육이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수강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의 불만이 이제는 극에 달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례로 올해 공동 교육 과목 중 '노년기 심리장애', '가족치료', '신경심리평가', '소아청소년 심리장애' 내용에서 임상심리전문가/정신보건임상심리사 시험에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순히 문제가 나오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공동 교육과 시험이 완전히 따로 놀았다는 말입니다. 이럴 바에는 대체 뭐하러 공동 교육을 실시하는 겁니까?
물론 공동교육의 내용이 시험에 꼭 나와야 하는 법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가 극히 드문 현실에서 유일하게 그동안 몸으로만 때웠던 지식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공동 교육이라면 문제 출제 위원이 공동 교육을 진행하거나 그마저 어렵다면 공동 교육 강사들이 문제 은행의 기출 문제들을 한번쯤은 읽어보고 그에 따라 레지던트들이 꼭 익혀야 하는 지식을 정리해서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전문가들조차도 당장 시험을 보면 줄줄이 미끄러질 정도로 공부를 안 하는 마당에 시험 대비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공동 교육에서마저도 엄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천금같은 시간과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고 모여든 레지던트들은 뭐가 됩니까?
준비된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학회의 어려움을 수련 레지던트에게 전가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문제 은행의 내실화를 위해 새로운 출제 위원을 계속 보강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 교육의 강사들이 강의 영역의 출제 문제를 일독하고 공동 교육안을 작성토록 하는 방안을 추천합니다.
학회가 문제 유출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계속 고집한다면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요원합니다.
수련생 공동 교육의 내실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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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임상심리학자는 수련 과정에서 대부분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수련 과정이 혹독해서가 아니라 지도 교수에게 목을 매는 대학원에서의 잘못된 도제식 제도가 전문가 수련 과정까지 연결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supervision을 하다보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신이 쓴 심리평가 보고서나 치료한 환자에 대해서 자신없어 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을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이런 자신없음이 임상가에게 꼭 필요한 자기 부정에는 도움이 되니 참 아이러니컬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임상심리학자들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쓰면서도 자신의 진단이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심리치료를 하면서도 자신의 치료 방향이 틀렸을 가능성에 대해 항상 고민합니다.
최근에 supervision을 할 때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가져온 진료 기록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의사들은 자신이 처방한 약물의 효과가 없으면 이 환자가 그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유형이라고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자신의 진단이 틀렸거나 약물 치료가 아닌 다른 치료법을 생각하지 않는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자기 부정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상가에게 자기 부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에 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이 없다면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환자/내담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수련 제도를 개혁하는 것과 자기 부정의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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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에도 적용됩니다.
물론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심정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내려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점검하고 헷갈리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을 따로 list up해 supervision 때 다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supervision point를 물어봅니다. 이 케이스를 왜 supervision 받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이 질문을 자꾸 던지는 이유는 supervision을 준비할 때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case formulation이 어렵기 때문에 supervision을 받으려고 하지만 point를 잡기 위해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자신의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고 이 취약점을 보강해야 supervision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supervision point를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진단의 문제인가
:
진단이 헷갈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가설 검증 방식에 의한 case formulation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진단을 위해 필요한 정신병리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사는 그런대로 하겠는데 진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정신병리에 대한 지식을 더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 결과를 대충 꿰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단명을 붙여 제출하게 됩니다.
2. 검사 sign 통합의 문제인가
: 검사 sign이 통합되지 않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역시 가설 검증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보다 중요한 검사 sign을 선별하지 못함)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검사 sign이 어떠한 심리적 상태, 증상, 문제와 연결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과도한 정보에 압도되어 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수많은 정보를 늘어놓고 골라내는데 어려움을 겪게되고 후자의 경우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가설 검증 방식으로 접근하는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각 검사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사 별 manual과 해석서를 보다 심층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3. 검사 sign과 배경 정보의 불일치 문제인가
: 심리검사의 실시 및 채점, 해석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도 겪게 되는 이 문제는
대부분 배경 정보의 신뢰도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자녀를 방임한 어머니의 주관적 보고를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등)
screening에 실패하거나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병력이 있는 정신분열병 환자가 복용하던 약물 미확인 등)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심리검사 실시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나머지 검사 실시, 채점, 해석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죠. 이 경우는
부족한 정보를 수집하는 노하우를 익히게 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4. 검사 실시 및 채점, 해석의 문제인가
: 수련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중요시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맹점이 많은 부분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종합병원 급 수련 기관에서도 검사의 실시, 채점은 대학원에서 충분히 익히고 왔다고 가정하며 1년차 때 윗년차가 몇 번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마스터했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잘못된 검사 실시 방법을 본인도 모르는 채 고집하는 경우가 많으며 검사 도구 자체에 대한 지식마저도 부족(예를 들어 K-WAIS의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 점수가 연령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모름)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지식을 supervision을 통해 교정해야 합니다.
5.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의 문제인가
: 이건
임상심리학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 현재 어느 수련 기관에서도 어떻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수련 레지던트의 자질하고는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참고 서적이 한 권도 없으며 Clinician's Thesaurus와 같은 외국 서적을 참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supervision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표준화된 보고서 작성법보다는 적절한 용어 사용, 군더더기 없는 기술, 논리적인 연결법 등입니다.
6. 심리평가 보고서 활용의 문제인가
:
심리평가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술 방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지체 판정을 위한 보고서이냐, 심리치료를 위한 평가이냐, 학교 제출용이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고 제언(recommendation)도 달라지게 됩니다. supervision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활용도에 따라 심리평가 보고서를 어떻게 달리 작성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 밖에도 많은 점검 point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정리를 했으니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는 선생님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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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임상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정신과 병원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수가 발생 + 진단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상담 도중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절대 빈도로만 본다면 앞에 설명한 이유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신과적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평가를 꼭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DSM-IV-TR에 있는 장애 중 상당수는 심리평가를 통해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Sleep Disorder 범주에 속하는 Sleep Walking Disorder를 심리평가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검사 sign이 이런 장애의 진단을 위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행위 중독인 게임 중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게임 중독은 DSM 진단 기준을 따르지도 않습니다만...
중독은 대부분 금단 증상과 내성, 자제력의 손상을 주된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문진과 간단한 약식 평가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진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할 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중독된 아동도 게임의 짜릿함과 흥분 그 자체를 즐기는 action gamer와 우울증, 관계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escape gamer로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치료적 접근 방법이 달라지겠지요.
그러니 단순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라고만 단정짓지 말아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이 문제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심리 검사 도구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는 만능이 아닐 뿐 아니라 정신과적 진단만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도 아니므로 심리평가를 하면 당연히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정작 피검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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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당연한 것까지 포스팅을 해야 하다니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당연히 평가자인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것이지요.
심리평가라는 것이 의뢰받은 피검자에 대한 의뢰 사유 확인, 의뢰 사유에 따른 심리검사 도구의 선정, 검사, 채점, 해석, 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이니 어떤 검사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는 평가자의 권리이며 그게 누구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겁니다.
물론 수련 과정에 있는 레지던트에게 supervisor가 교육 차원에서 검사 도구 선정에 대한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책임은 평가자가 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ADS를 무조건 실시하라는 둥, SMS를 빼라는 둥 요구를 하는 건 그게 의사이든, 사회복지사이든, 그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월권 행위입니다(개인적으로 저는 이걸 요구할 수 있다는게 이해가 안 됩니다. 함께 일하는 전문가에 대한 존중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평가자의 권한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으니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평가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의사가 하라는대로 보고서 양식에 맞추어 쓰고, 사회복지사가 하라는대로 검사 도구를 넣고 빼고.... 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좋습니다. 까짓거 심리학자가 능력이 없어서, 책임이 없어서 그랬다고 칩시다.
그러면
피검자의 검사 받지 않을 권리는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불필요한 검사로 피검자를 괴롭혀도 됩니까? 게다가 불필요한 비용 청구는요? 그게 과잉 진료랑 차이가 있을까요?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그건 그 나름대로 세금 포탈이나 다름없는 비윤리적인 행동입니다.
원래 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자가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다가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선별적으로 실시하는 겁니다. 그러니 심리평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임상심리학자가 피검자에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검사 도구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요. 현재는 검사 수가 문제 때문에 이런 저런 검사 도구를 battery로 묶어서 실시하지만 현실적인 이유에서 그런 것일 뿐 그게 옳은 방법이어서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심리학자들도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보니 위에서 시키는대로 그냥 습관적으로 심리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상심리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심리검사 도구의 선정은 피검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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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썼지만 제목 한번 참 유치합니다. 이건 무슨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도 아니고... -_-;;;;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지방의 일부 몰지각한 supervisor들이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따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거라며 수련 레지던트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이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이 supervisor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지만, 아마도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의 유무와 상관 없이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감독을 할 수 없는 사람일 겁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지정 기관에 있는 supervisor였다면 이런 엄한 소리를 할리가 없으니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 없이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갖춘 supervisor거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갖고 있더라도 어차피 수련 감독을 할 수 없는 교수들이 틀림없습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갖춘 supervisor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국 승패(?)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과 그보다 더 중요한 심리치료 능력에 의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만 현실적으로 살펴보면 정신보건임상심리사에 비해 임상심리전문가가 여러모로 불리해보입니다.
첫째, 제가 수련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의 quality가 더 높았고 requirement도 더 세세하고 까다로웠기 때문에 현장에 나오면 정신보건임상심리사보다는 임상심리전문가를 더 인정해주는 것이 통상적이었습니다만 두 가지 자격을 모두 갖춘 supervisor들이 수련 기관에 자리를 잡으면서 수련 과정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고 현재도 격차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둘째, 첫째 조건과 연결되는데 연구 논문과 치료 사례 발표 조건(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겠지만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가 횡포를 부리듯이 이 조건을 갖고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는 supervisor가 꽤 많습니다)때문에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포기하고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만 취득하려고 하거나 아예 심리학 베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포기하고 정신보건임상심리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임상심리전문가는 그야말로 쪽수에서 밀리고 있습니다(매년 현장에 나오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수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수를 비교해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학회에서 정신보건임상심리사 협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마도 심리학 베이스가 아닌 순수(?) 정신보건임상심리사들을 포섭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잘못된 생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셋째,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 심리평가 영역이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정신보건임상심리사들의 심리평가실력이 나아졌다는 말이 아니라 반대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레지던트들의 실력이 저하되었다는 말입니다. 즉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6년 동안 현장에서 supervision을 하면서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문제인데 저는 이걸 현장의 supervisor들이 제대로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이것도 조만간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supervision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하다 못해 social skill training이나 집단 프로그램이라도 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에 비해 점차 치료 영역에서도 밀리게 될 겁니다.
넷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데 국가 기관에서 전문가를 채용할 때에는 국가 공인 자격이 우선시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저만 해도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이 없었다면 지금 일하는 직장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 속한 전문가 전원이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갖고 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군, 법원 등 전문가가 진출할 수 있는 국가 관리 영역은 점차 넓어지겠지만 이미 국가 공인 자격을 요구하고 있고 아직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국가 공인 자격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수련 과정 없이 소급해서 받은 교수급 전문가들은 그 당시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거나 설사 알고 있더라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이고 지금도 현장에서 숱하게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장 몇 년 뒤에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갖춘 사람과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만 갖춘 사람이 국가 기관에 apply하면 누가 채용될 것 같습니까? 저랑 내기라도 해 볼까요?
내년부터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 1급 자격자도 현장에 나오게 될텐데 임상심리전문가는 임상심리사 1급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따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까? 아직까지 local NP에서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보다 임상심리전문가를 더 쳐준다고 합니다만 실상을 알면 어깨 으쓱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은 대부분 개업 10년이 되지 않은 의사들로 수련받을 때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레지던트와 생활을 같이 했던 사람들입니다. 자신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임상심리전문가를 선호하는 것일 뿐 제가 이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 보고서의 quality와 자신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다양한 심리치료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굳이 임상심리전문가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결론을 맺겠습니다.
저는 수련 당시에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의 고마움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이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이 무엇을 하더라도 큰 힘이 됩니다.
'임상심리학 관련 자격증' 포스팅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저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보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이 실질적으로 더 쓸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수련을 받아야 하고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과정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을 선택할거라고 자신있게 말 못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덧붙이자면 레벨이 있는 모든 자격증은 최상위 자격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이 있는한 2급은 절대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최상위 레벨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러니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자격을 가진 선생님들 중 심리학 베이스가 아닌 분들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기 위해 심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 아니라 정신보건 1급 승급을 위해 지정 기관에 들어가서 5년의 경력을 쌓으면서 평가든, 치료든 자신만의 영역과 노하우를 쌓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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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에는 심리검사, 피검자의 행동 관찰, 피검자 및 보호자와 면담, 전문 지식 등이 총체적으로 활용됩니다.
이 중에서 면담은 피검자와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기술이 총동원되는, 종합 기술입니다.
면담을 실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심리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하기도 하고, 심리검사를 마친 후에 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검사를 마친 후에 하는 것을 선호하고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심리검사 전에 면담을 하게 되면 정확한 가설 설정에 방해가 되고 자신도 모르게 피검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이것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면담을 먼저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심리검사를 표준화된 방법으로 실시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검자의 주 호소가 우울함을 느끼는 것일 때 심리검사 이전에 면담을 실시한다면 우울 장애 진단에 부합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 기준에 따른 구조화된 면접의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하게 되고 이 때 형성된 인상이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작용해 진단에 부합되는 결과만 무의식적으로 선별하게 되는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심리검사 전에는 가장 기본적인 의뢰 사유만 확인하고 그에 따라 몇 가지 대안 가설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검사 행동과 반응에 집중하면서 각각의 가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는데 검사가 끝나면 한 두 가지의 가설로 좁혀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면담을 통해 가설 검증을 위한 최종적인 점검과 미심쩍은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합니다.
심리평가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검사 전에 면담을 실시함으로써 피검자에 대한 감을 잡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면담은 심리검사가 끝나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주어진 심리검사 시간을 잘 가늠하고 무엇보다도 충분한 평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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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공식적인 명칭이 임상심리 레지던트였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에도 그렇게 기술했고 병원 가운에도 '임상심리 레지던트'라고 새겨 있었고요. 그래서 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 현장에 나와 '임상심리 수련생'이라는 명칭을 듣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수련생이 무엇입니까? 문자 그대로 수련을 받는 학생이라는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수련생'이라는 말은 착취를 정당화하는 용어입니다. 너희는 학생이기 때문에 급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전문 기술과 지식을 사사받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족쇄같은 명칭입니다. 실제로 정당한 급여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수련 병원에 가운, 식대 비용으로 일정한 금액을 내고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가 있습니다.
재작년인가
수련생 협의회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라는 명칭을 쓰자는 말이 나왔고 임상심리학회 게시판을 통해 건의도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그 결과로 여전히 수련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고요. 참 통탄할 노릇입니다.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supervisor로 있는 전문가들도 심각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들의 경우 '전공의'라고 하지 절대로 '전공의 수련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 의사들의 인턴 과정에 해당하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레지던십 과정에 들어온 사람들이 학생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더 큰 문제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마저 스스로를 '수련생'이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도 교수의 절대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간을 경험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건 아닙니다.
임상심리 레지던트는 전문가 자격 취득을 위해 고급 수련 과정에 있는 준 전문가이며 이미 검사 수가, 치료, 연구 등 충분한 공헌을 수련 기관에 하고 있습니다. 수련생이라고 폄하될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임상심리학회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부터 지켜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임상심리학회 회원들 스스로도 자기를 낮추는 이런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라는 용어를 추천하고 지금도 제게 supervision을 받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어떤 쪽으로 정리가 되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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