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지만 백야라서 그런지 전혀 그 시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방으로 돌아와 히터를 켜고 젖은 양말과 신발을 말렸습니다. 욕실에 널어 두었던 속옷은 이미 완전히 말라 있더군요.
친환경 숙소라서 그런지 특별히 말해두지 않으면 메이크 업을 안 해주는 것 같습니다. 원래 방을 지저분하게 쓰는 타입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가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스발바르에 있는 동안은 그냥 메이크 업을 받지 않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굉장히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걸었기 때문에 일단 한 잠 자고 다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근데 막상 누우니 시차 적응이 안 된 건지 별로 졸리지 않아서 메일 체크하고 여행 일정을 점검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2~3시간 쉬고 나서 9시 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가 리셉션에 근처 마트 위치를 물어보니 아뿔싸,
스발바르의 마트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8시에 닫는다고 하네요. 방에 올라가기 전에 물어봤어야 했는데 제 실수입니다. 스발바르가 유럽 대도시와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걸 깜박했네요. 내일 투어도 아침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Barentzburg에 다녀와서 장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느데 Basecamp Hotel 리셉션에서도 술이나 음료는 팔지만 미네랄 생수는 없네요. 그냥 수돗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깨끗하기 때문에 마셔도 된다면서요. 실제로 나중에 약을 먹을 때 수돗물을 마셔봤는데 무색무취의 생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찝찝해서 나중에는 결국 생수를 사서 마셨지만요.
리셉션에서 스파클링 워터 캔과 콜라 캔을 구입(50크로네)해서 방에 갖다 놓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내려왔습니다. 요기를 할 만한 식당이 근처에 없는지 리셉션에 물어봤는데 스발바르에서는 대체로 식당들이 호텔에 속해 있더군요. 우연인지 론플에서 추천한 Kroa가 바로 Basecamp Hotel과 붙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럭키~
내부는 굉장히 넓은데 조명이 별로 없어 좀 어두운 느낌입니다. 저희처럼 소수의 여행자보다는 대규모의 그룹 여행자들이 많아서 북적북적 시끌시끌합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펍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에 하루 일과를 마친 광부들이 맥주 한 잔으로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던 곳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기도 Basecamp Hotel처럼 내부 인테리어가 온통 나무와 가죽이네요.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는데 벽에 걸린 그림 내용이 좀 슬프네요. 다음은 Kroa에서 저녁으로 먹은 음식입니다.
오늘의 스프인 '양파 스프'입니다. 가운데 동동 띄운 건 치즈옷을 입혀 튀긴 식빵인데 식감이 별로지만 스프가 워낙 짜서 같이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1접시에 85크로네입니다. 요건 비추~
재미있는 건 포크없이 나이프와 숟가락만 주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대충 누른 뒤 나이프로 잘라서 자른 빵을 스프와 함께 떠 먹어야 합니다.
전채로 먹은 샐러드입니다. 이것도 찐득찐득한 소스를 뿌려놓아 식감이 별로여서 비추입니다(40크로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발바르에서는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소스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Lagout이라는 필라프 비슷한 요리인데 렌틸콩이 주 재료인 듯 합니다. 식감은 별개로 하고 이 음식도 너무 짜서 그냥 먹을 수가 없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제대로 먹는 첫 현지식인데 스페인처럼 모든 음식이 짠 것 같아서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136크로네).
이 날 저녁 메뉴로 유일하게 선방한 베지 피자입니다. 독특하게도 일반적인 피자와 달리 크리스피하기 때문에 프라이드 치킨 같은 식감인데 짜지 않고 맛있습니다. 다른 메뉴들이 너무 짜서 제대로 다 먹지 못했기 때문에 베지 피자를 라지 사이즈로 주문하지 않았으면 배가 고팠을 것 같네요. 이건 185크로네나 합니다;;;.
거기에 콜라캔 2개(1개에 39크로네)를 추가했더니 총 음식값이 609크로네(우리 돈으로 대략 8만 5천 원)가 나왔습니다. ㅠ.ㅠ
노르웨이에서의 첫 식사라서 제대로 갖춰 주문하기는 했지만 단 둘이서 먹었는데도 까딱하면 10만 원이 넘을 수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보고 주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 산책을 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길이 롱이어바이언의 메인 도로입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인데도 삼삼오오로 무리를 지어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입니다.
롱이어바이언이 탄광 도시였다는 걸 보여주는 조각상. 사진 뒤로 LOMPEN이라는 상호가 보이는데 일종의 쇼핑몰 체인입니다. 식당도 있고 각종 기념품점들이 입점한...
겨우 2층 건물인데도 설치한 비상 계단이 뭔가 제대로 인 듯 보여서 찍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듯 하여 바닷가 근처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머리로는 백야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 시간이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니 눈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여행자들은 산책을 다니지만 현지인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기는 합니다.
조용해서 그런지 혼자 사색하며 산책하기에는 그만인 듯 합니다.
바람이 밀려온 파도가 해안가에 부딪혀 찰랑거립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라 그런지 그렇게 맑지는 않습니다. 대신 엄청 깨끗하다고 하네요.
해안가 저쪽 산의 눈은 거의 녹지 않아서 그런지 설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닷가를 마주보고 건물들을 지었는데 얼핏 보면 레고 블럭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장난감 집들 같기도 합니다. 귀엽네요.
아까 trekking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봤던 시설이네요. 탄광에서 캐낸 석탄이나 철광석을 해안가로 나르는데 사용된 트롤리의 흔적 같습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었다고는 해도 자정이 넘어가니 비몽사몽하길래, 기념 사진 한 장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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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ecamp Hotel 리셉션에서 구입한 음료
- 스파클링 워터캔, 펩시콜라 캔 : 50NOK
* Kroa에서 먹은 저녁값
- 양파 스프 : 85 X 2 = 170NOK
- 샐러드 : 40NOK
- Lagout : 136NOK
- 베지 피자(large) : 185NOK
- 코카콜라 : 39 X 2 = 78NOK
= 609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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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 정도 걸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좀 험하기도 했고 일행 중에 어르신이 세 분이나 계셨기 때문에 가이드가 완급을 조절한 것 같습니다.
절벽이 가파르지 않아서 별로 위험할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돌이 부서져서 쌓여 있는 지형이라 발을 잘못 딛으면 미끄러져 바닥까지 그대로 굴러 떨어질 수 있으니 절벽 가장자리로 가지 말고 부디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겁도 없이 가장자리까지 다가가서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정말로 후덜덜합니다.
저기 계곡 아래까지 한달음에 내려갈 수 있다는거지요. 굴러서. ㅡㅡ;;;;
스발바르에는 산마다 정상에 보시는 것 같은 철제 박스가 있습니다. 일종의 메일 박스처럼 엽서를 보내기도 하고 어디 산에 올라왔다는 인증 도장을 찍기도 하고 방명록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방명록을 살펴보니 드물기는 하지만 한국인도 있더군요.
산 아래쪽을 보니 롱이어바이언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엄청 가까워 보이지만 돌아서 올라왔기도 하고 산의 규모가 커서 그렇지 사실 꽤 멀리 떨어진 거립니다.
지금은 눈이 많이 녹은 상태지만 겨울에 눈이 내리면 계곡을 모두 채우고 마을 언저리까지 빙하가 내려온다고 합니다.
사진의 마을 입구에 짙은색 지붕의 흰 건물이 하나 보이시죠?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빙하가 거기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마을 한계선처럼 그 앞에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많이 후퇴해서 겨울에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산에 가까운 부분에도 길 따라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산 정상까지 힘들게 지고 올라간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건조 식량을 데우고 차를 우려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등산(이랄 것까지는 아니지만)을 마치고 야외에서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죠~
저희는 미리 비건이라고 일러 두었기에 비건용 쿠스쿠스를 받았습니다. 이거 보기보다 은근히 맛있고 든든합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으면 구해봐야겠습니다. 여행 나갈 때 가져가도 비상식량으로 좋을 듯 합니다.
이건 스발바르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알코올 구매 카드입니다. 스발바르는 노르웨이 영토이기는 해도 주세가 면제되는 면세 지역이기 때문에 지나친 알코올 소비를 막기 위해 한달에 정해진 쿼터만큼만 술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이하죠.
산 정상이라고 해도 평평한 지역이 꽤 됩니다. 한쪽에는 눈이 쌓여 있지만 다른 쪽에는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요.
지역이 척박해서 그런지, 돌무더기 틈에서 피어 있어서 그런지 빛깔이 더 선연해 보이네요.
무리를 지어 피어도 예쁘고, 홀로 피어도 예쁩니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후 슬슬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올라갈 때는 잘 몰랐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제가 입은 기모 바지가 살짝 기장이 짧은데 뒷꿈치 쪽으로 눈이 계속 들어와서 결국 신발 안쪽과 양말까지 다 젖었습니다. ㅠ.ㅠ
해가 높이 떠서 그런지 눈이 많이 녹아서 더 질척거리더군요. 결국 호텔로 돌아와 벗은 운동화를 히터에 널어 말리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확실히 올라갈 때와는 달리 내려오는 발걸음은 빨라서 금방 산자락에 도착했습니다.
모피 코트를 입었던 어르신인데 정상에서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셨습니다. 남편 분 배낭이 작아 보이던데 어떻게 모피 코트를 담았는지 아직도 이해 불가~ @.@
이 때가 오후 2시 쯤 되었는데 예정보다 빨리 내려왔기 때문에 산의 오른쪽으로 돌아서 long glacier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오전에는 산의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갔었죠). 모피 코트를 입고 올라가셨던 어르신은 힘에 부친다고 하셔서 부부 두 분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고 저희 넷만 끝까지 갔습니다.
산의 오른쪽은 그늘이 많아서 그런지 쌓인 눈의 양도 많습니다.
사진의 느낌표 위치가 아까 올라갔던 정상입니다. 거기에서 발을 헛딛으면 여기까지 굴러서 오는 것이죠;;; 눈 사이로 기둥 두개가 솟아 있는 부분은 폐광 입구입니다(이게 아마도 지도에 표시된 1번 광산). 예전에는 여기에도 탄광이 있었죠.
갱도로부터 이어지는 철길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건 예전에 개 썰매용 개들을 기르던 농장의 흔적입니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요.
눈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습니다. 가이드가 뭔가 보여줄 게 있다고 자꾸 그러네요.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화석을 보여주려는 거였더라고요. 보시는 것은 나뭇잎 화석입니다. 믿겨지지 않게도 롱이어바이언에는 대학도 있는데 극지방 연구나 침식 지형 연구 등을 위한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석 연구를 위한 채집도 많이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그런 가이드의 노력에는 아랑곳 않고 바위틈의 야생화만 줄창 찍으며 돌아다녔다죠. :)
돌아다니다 보면 이처럼 돌 위로 올라온 흰색 반점 같은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일종의 미네랄이라고 합니다.
이런 색깔의 미네랄도 있고요. 가이드가 이걸 보여 주면서 했던 이야기가 좀 충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발바르는 매우 척박한 지형이라서 겨울에는 순록 같은 초식동물들이 먹을 게 거의 없답니다. 그러면 이렇게 바위 위로 올라온 미네랄을 갉아 먹으면서 겨울을 버틴다고 하네요.
이게 순록이 갉아먹은 흔적인데 그야말로 돌을 씹어 먹는 것이니 나이가 들게 되면 약한 치아가 돌을 씹을 때 부러지고 부서져서 나이가 많이 먹은 순록은 윗니가 거의 없답니다. 이걸 그대로 두면 돌도 못 씹기 때문에 결국은 굶어 죽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냥철이 되면 나이든 순록은 사냥을 하도록 제한을 풀어 준답니다. 정말 척박한 땅이죠. ㅠㅜ
느낌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long glacier를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인데 거기까지 올라갔다 오면 너무 늦어진다기에 저희는 이쯤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길가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습니다. 이건 가이드가 준 캬라멜 초컬릿인데 맛있기는 하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다는 못 먹겠더군요. 갖고 다니면서 며칠에 걸쳐 천천히 먹었습니다. 저희는 걷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을 가면 항상 과일 같은 주전부리를 챙겨 다니면서 허기를 때우고 수분을 섭취하곤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었고요. 그래서 오슬로 공항에서 버릇처럼 산 사과를 나눠줬습니다. 가이드가 먹어보더니 이거 스발바르 사과가 아닌 것 같다고 하기에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스발바르 사과는 이렇게 맛있지 않답니다. 아무래도 본토에서 들여온 것 같다고;;;;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곳이라서 아무데나 의자 하나 갖다 놓고 앉아서 산만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무심코 롱이어바이언 건너편을 바라봤는데 흡사 깔대기 모양의 산이 인상적이더군요. 눈이 많이 내리면 저 깔대기 부분도 눈으로 가득 찰 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거위 가족(가이드가 기러기라고 했는지 거위라고 했는지 헷갈리네요)을 만났습니다. 경계심이 쩔어서 망원렌즈로 당겨서 겨우 찍었습니다. 조금만 다가가려고 해도 꽥~ 꽥~ 거리면서 어찌나 빨리 멀어지던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마을 초입까지 다 왔습니다. 가이드가 자기꺼라고 자랑하던 스노우 모빌이 저기 있네요.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건담이 연상된다고 농을 던졌더니 진지하게 검색해서 찾아보겠답니다;;;
당연하겠지만 장전된 소총을 갖고 마을 안을 돌아다니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탄약을 회수하고 약실 검사를 한 뒤에 빈 총 상태에서 들어가야 합니다. 사진은 가이드가 약실 검사를 하는 모습.
하루종일 걸은데다 제대로 앉아서 쉰 적도 거의 없었는데 가이드도 그렇고 어르신도 그렇고 지친 기색이 없습니다. 저는 이때 이미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는데 말이죠.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마을 안쪽으로도 버려진 폐광이 많습니다. 한 편으로는 쇠락한 탄광 마을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애잔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래도 한 때 당당했던 역사를 증언하는 것 같아 듬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보시는 것은 하수관입니다. 영구동토층 때문에 하수관을 지하로 매설하지 않고 땅 위로 지나가게 만들었더군요.
이처럼 소형 집수장에 모아서 정수한 후 흘려보내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인지 초등학교인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학교입니다. 학생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하네요.
학교 앞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노르웨이는 산유국인데도 불구하고 대체 차량으로 전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도시에서도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기 써 있는 말은 내부 히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아마도 전압이 맞지 않거나 그러니 연결하지 말라는 말이겠지요.
이건 무슨 시설인지 듣고 깜짝 놀란 건물인데요. 무려 실내 수영장입니다;;;; 인구가 2,500여 명 밖에 안 되는 북극권에 가까운 극지방 롱이어바이언에 실내 수영장이 있더군요. 노르웨이인들의 스포츠 사랑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복지 정책도요~ ㅠ.ㅠ
예전에 탄광에서 캐낸 철광석이나 석탄을 항구로 실어나르는데 사용되었던 설비인데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군요. 노르웨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라도 함부로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산에서도 못 봤던(응가만 봤죠. ^^;;;) 순록을 마을 안에서 봤습니다. 풀을 뜯으러 들어온 것 같은데 가이드 말로는 나이 어린 녀석 같답니다. 스발바르의 순록은 암컷도 뿔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에서는 암수 구분을 하기 어렵다네요. 순록이 왜 혼자 다니냐고 물어봤더니 새로운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가 이전에 있던 새끼를 쫓아내서 강제로 독립시키기 때문에 가끔 혼자 다니는 순록이 목격된다고 합니다.
올라갈 때는 초입까지 차로 데려다 줬기에 편했지만 내려올 때는 지쳐서 그런지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데도 호텔까지 걸어서 오는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오래 걷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대자연 좋아하고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사색형 인간에게는 강추하는 activity입니다.
롱이어바이언도 계속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나무를 아끼지 않고 쓴다는 거. 함께 갔던 지인말로는 우리나라였으면 엄두도 못 낼 수준으로 목재를 펑펑 사용하면서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5시 30분 쯤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가이드와 인사하고 헤어지면서 항상 주던 팁을 안 주니 상당히 뻘쭘하더군요. 팁 문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건 마지막으로 오늘 올랐던 산의 파노라마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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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에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3시 40분 쯤에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잠에서 깼습니다(아 놔;;;). 다행히 스팸 전화가 아니라 짜증이 덜 나기는 했지만 외국으로 여행을 오면 이런 신경 거슬리는 일들이 가끔 생기곤 하죠.
이후로 숙면을 못 취했는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7시 30분에 절로 깼습니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해서 일어나 샤워하면서 어제 입은 속옷을 빨아서 욕실에 널었는데
스발바르는 습도가 엄청 낮은 지 욕실에 빨래를 널어도 반나절이면 마릅니다. 오늘 트래킹하면서 보니 금방 입술이 건조해져서 립밤까지 발라야 하더군요.
9시쯤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는데 이미 다들 식사를 마치고 오늘 일정을 소화하러 나갔는지 한적한 분위기입니다. 투숙객은 제가 좋아하는 유럽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대체로 조용하고 점잖거든요). 나중에 알게 되지만 식당에서 뵈었던 어르신들이 오늘 Trekking을 함께 할 일원이었습니다.
조식 메뉴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구색을 잘 갖추었습니다. 우측 하단에 berry 종류를 갈아서 만든 쥬스가 있는데 이거 맛있습니다. 노르웨이 호텔이라면 조식 부페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메뉴인데 한 입에 홀짝 마실 수 있는 크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쥬스잔에 나오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하나같이 신선하고 맛있어요. 추천합니다. 노르웨이에 가시는 분들은 꼭 드셔보세요.
샐러드 바가 조금 부실한 감이 있는데 나중에 가이드한테 들으니 스발바르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답니다. 뭐 그런고로 감수하기로 하고 대신 드레싱 종류가 많아서 이것저것 뿌려서 먹어 봤습니다.
오믈렛도 있고 크로와상도 있고 나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샐러드는 그리스처럼 각종 채소를 썰어서 담아 놓은 수준입니다. 이건 여기 뿐 아니라 노르웨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죽이 깔려 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좋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가져간 진공 텀블러 2개에 커피와 뜨거운 물을 채우고 홍차 티백 2개도 따로 챙겼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양치하고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오늘 일정은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나는, 'Mountain Scrambling'으로 불리는 trekking 상품인데 basecamp hotel에 묵는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롱이어바이언 주변의 산을 가볍게 오르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one-day hiking trip 상품입니다.
혹시나 해서 든든히 입고 나갔는데 상당히 쌀쌀합니다. 트래킹 도중 바람이 불면 더 춥더군요. 참고로 6~7월 스발바르 트래킹에 필요한 옷차림과 필수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방풍 재킷, 장갑, 최소 기모 바지, 하드 커버 등산화(눈길을 걸어야 하므로 방수 필수이며 눈이 신발 안에 못 들어오게 발목을 감싸는 방식), 선글래스(눈 때문에 빛 반사가 장난 아님)
트래킹 코스 입구까지 우리를 날라줄 차량이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수석 옆에 서 있는 게 가이드인데 저게 6~7월 스발바르의 표준 복장입니다;;;
오늘의 일행은 덴마크에서 오신 어르신 세 분(두 분은 부부, 다른 남자 어르신은 여행 중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과 여성 가이드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잘 모르겠지만 바이킹의 후예답게 어깨도 떡 벌어졌고 장딴지도 딱 보기에 근육질입니다. 저 보다 더 튼실해요;;;
오늘 트래킹을 할 산자락까지 호텔에서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지만 차량으로는 금방입니다. 타자마자 곧 내리네요.
산기슭에 이르자 스노우 모빌 주차장(?)에 차를 세우더니 갑자기 1인 당 1개씩 2 리터들이 보온병을 나눠줍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때 사용할거랍니다. 저희는 뜨거운 물을 이미 챙겼기에 안 받으려고 했지만 가이드가 지고 갈 짐을 차에서 내리는 걸 도와줬는데 그 후덜덜한 무게를 알고 나니 도저히 필요없다고 돌려주지 못하겠더군요. 가볍게 걸어다니려고 슬링백 하나만 메고 왔는데 어쩔 수 없이 둘러메고 올라갔습니다. ㅠ.ㅠ
보온병을 다 나눠준 뒤인데도 저 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도 원래 가방을 무겁게 메고 다니는지라 저 정도쯤이야 하고 얕보고 들었다가 헉~ 했습니다. 저 가이드는 저 짐을 오후 5시까지 계속 메고 다녔습니다. @.@
그리고 옆의 메쉬 포켓에 꽂혀 있는 건 라이플입니다. 마을 밖으로 나갈 때 3발을 장탄하고 들어올 때 약실을 비웁니다. 과거에 호신용 무기 없이 다니다가 북극곰에게 인명이 살상되는 일이 발생한 이후 생존 규범이 되었답니다. 물론 북극곰이 작정하고 덤벼들면 저 정도 라이플로는 어림도 없겠지요. 어디까지나 북극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용도로 들고 나가는 겁니다.
교전 수칙(?) 같은 것도 있어서 200미터 내에 북극곰이 들어오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북극곰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더 가까이 오면 뒷걸음질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북극곰이 계속 다가오면 허공에 공포탄을 발사하고 50미터 안쪽으로 접근한 뒤 더 다가오려는 의도가 분명한 경우는 방어 사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용할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가이드가 농담하더군요. ㅡㅡ;;;;
우리나라에서는 스노우 모빌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스발바르에서는 스쿠터 타듯이 누구나 타고 다닙니다. 롱이어바이언 인구가 2,500명 정도 되는데 스노우 모빌은 3,000대 쯤 된다고;;;;
여름철에는 공용 주차장이나 자기 집 차고에 세워두었다가 겨울에 눈이 내려 쌓이면 주 교통수단이 된다고 하네요.
각자 짐을 챙겨 들고 나섰습니다. 왼쪽의 모피코트를 입은 여자분과 검은 가방을 멘 어르신이 부부이고 키가 좀 큰 어르신이 친구분입니다. 모피코트를 입은 어르신은 나중에 덥고 무거워서 고생 좀 하게 됩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좀 추웠습니다.
공용 주차장이 아닌 곳에 세워둔 스노우 모빌도 있는데 겨울이 되면 산쪽에서 마을 방향으로 눈이 쌓여서 내려오게 되는데 남들보다 손쉽게 타려고 그런답니다.
초입은 암석 지대입니다. 돌무더기의 크기가 꽤 커서 발목을 잘 잡아주는 하드부츠를 신지 않으면 발을 접지를 위험성도 있어 보이더군요.
빙하가 녹은 물이 돌무더기 사이를 내를 이루어 흘러갑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노르웨이는 물이 많아도 너무 많더군요.
스발바르는 경작이 가능한 지역이 3%인가 밖에 안 되는 척박한 곳인데 여름철에는 바위틈 곳곳에 아름다운 야생화가 핀다고 합니다.
돌틈으로 수줍게 핀 야생화가 정말 예쁘네요.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무심결에 꺾으면 큰일납니다.
야생화를 꺾으면 벌금이 5,000크로네(한화 70만 원 상당)나 합니다;;;;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은 저 산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그리 높아보이지 않지만 사실 꽤 높습니다. 게다가 가파르기 때문에 정면으로 오를 수가 없습니다. 측면으로 돌아서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이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초입은 둘무더기로 된 길이고 다음은 툰드라 식생이어서 이끼를 밟을 때는 부드럽지만 안에 빙하가 녹은 물이 가득 차 있어서 진창에 가깝고 그 다음은 녹지 않은 빙하라서 눈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길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풍광이 워낙 색달라 눈이 즐거워서 그런지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왼쪽 산 사면을 잘 보시면 폐광 입구가 보일텐데요. 입구만 막았지 시설을 철거하지는 않았더군요. 그냥 보라고 놔두는 것 같았습니다. 각 폐광에는 번호를 매겨 놓아서 지형을 확인할 때 사용하더군요.
경사면을 보면 폐광을 들어가볼까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빙하가 녹으면서 사면이 무너져 자연스럽게 쪼개진 돌들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멀리서 들으면 냇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바위가 내는 경쾌한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요. 계속 듣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잠깐 다리를 쉬면서 가이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트래킹 코스에 인위적인 건 거의 없기 때문에 앉아서 쉴 곳도 없습니다. 아직은 초반이니 서서 쉬어도 그리 힘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암석 지형이 끝나면 이끼가 낀 지형으로 접어듭니다. 밟는 감촉은 폭신폭신 좋지만 안에 물이 가득차 있어 흠뻑 젖은 양탄자를 밟는 느낌입니다. 가이드가 가능한 한 밟기 좋은 길로 안내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방수가 되는 신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도 잘 보면 바위 위로 이끼가 덮인 곳이 있습니다. 대신 미끄럽기 때문에 발목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어야 하죠.
그 다음은 눈길입니다;;;;
앞서 가는 사람의 발자취를 놓치면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 고생 좀 하게 됩니다. 눈이 신발 안으로 들어와 양말까지 흠뻑 젖는 건 덤이죠. ㅠ.ㅠ
앞에 보이는 어르신은 잘 미끄러지는 발바닥 재질로 된 등산화를 신고 오신 바람에 눈길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다행히 한번도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계속 미끄러지는 통에 체력을 많이 소진하셨죠.
여기도 풍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피코트를 입은 어르신이 슬슬 힘에 부치신 것 같습니다.
정상쪽으로 다가갈수록 쌓인 눈이 더 많아집니다.
산을 오르던 중 발견한 겁니다. 뭔지 잘 안 보이시죠? 사진 한가운데 있는 바위 뒤에 새 한마리가 바람을 피해 앉아 있습니다. 조금 확대해 볼까요?
이제 보이시나요? 눈가에 빨간 띠를 두른 새가 보이네요. 가져간 쌍안경으로 확인하고
18-200 줌렌즈로 당겨 찍었습니다. 사실 굉장히 멀리 있거든요.
이건 순록 응가입니다;;; 처음에는 콩 같은 먹이를 먹으라고 뿌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하늘색이 참 예쁘죠? 어렸을 때 먹은 샴페인맛 '야구왕바'가 생각나는군요. :)
정상에 거의 다 왔습니다. 정상으로 접근하는 마지막 부분은 다시 이끼 식생이네요.
설명을 듣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정상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이런 속도로 천천히 걷는 트래킹 좋습니다~
눈 덮인 산만 보여드리니까 어느 정도의 풍경인지 모르실 것 같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더 보여드립니다.
빨간색 느낌표 부분의 개미처럼 보이는 점은 다른 트래킹 코스를 걷는 여행자 그룹입니다. 저도 가이드 말 듣고 쌍안경으로 확인하고나서야 사람인 줄 알았죠;;;
오전 10시쯤 출발했으니 슬슬 배가 고파질 때입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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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albard는 'sharp mountain'이라는 뜻을 가진 노르웨이 최북단의 섬입니다. 북극으로부터 1,338km 밖에 안 떨어져 있죠(북극으로부터 Longyearbyen까지). 대체로 어느 정도 위치냐 하면,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이슬란드보다는 당연히 위에 있고 얼핏 보면 노르웨이 영토라기보다는 그린란드에 속한 땅처럼 보일 정도로 북극에 가까운 지역입니다. 그래서 수도인 오슬로에서도 3시간이나 비행을 해서 올라가야 하는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 Svalbard에 세계 종자 보관소가 있습니다. 인류가 핵전쟁 등 생존을 위협할 대재앙을 경험하게 되면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다양한 종자를 상시 영하 18도로 유지되는 영구동토층 아래 보관할 목적으로 지하에 건설된 장소입니다.
Longyearbyen 공항이 스발바르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기는 해도 그리 큰 공항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비행기가 활주로에 멈춘 뒤 탑승객들이 내려서 공항 청사로 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Longyearbyen은 스발바르의 유일한 마을이고 공항도 당연히 하나 밖에 없습니다.
활주로 바로 옆으로 눈이 쌓인 산이 보이니 참 낯설더군요.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반바지 반팔을 입고 부채질하며 다녔던 터라 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현재 시각이 자정을 향해 가는 밤 11시 50분인데도 스발바르는 백야라서 전혀 한밤중 같지 않습니다. 멀리 보면 구름 속에 해가 떠 있는 게 보일 정도니 한밤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참고로
백야는 4월 19일부터 8월 23일까지 진행되는데 이 기간 중에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10월 28일부터 2월 14일까지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지속된다고 하네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반팔 차림으로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제히 점퍼를 꺼내 입고 털모자를 쓰기에 대체 왜 이러나 싶었는데 짐을 챙겨 내리면서 비행기 문을 통과하자마자 그야말로 헉소리가 날 정도로 한기가 엄습합니다. 저도 부랴부랴 짐에서 윈드 재킷을 꺼내 입었죠.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Baggage Claim이 나오는데 똿~ 북극곰 박제(아마도)가 탑승객을 맞이하네요.
박제인지 모형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거대합니다. 북극곰은 노르웨이 특히 스발바르를 대표하는 야생동물이죠. 노르웨이에서 북극곰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스발바르니까요.
스발바르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동물로는 북극곰 이외에 북극 여우, 순록, 고래, 물개, 바다코끼리 등이 있는데 전부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닙니다. 특히 여름에는요. 아주 운이 좋아야겠지요(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번에는 별로 운이 없었습니다. ㅠ.ㅠ).
집을 챙겨 나온 시간이 밤 12시 30분. 미리 예약해 둔 호텔 측에 교통편을 문의했을 때 셔틀 버스가 끊길 시간이니 택시(대략 100~150크로네 정도)를 타고 들어오라는데 정작 있어야 할 택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없다던 셔틀 버스가 떡 하니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운행하는 것 같은데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Longyearbyen에 있는 주요 호텔을 정류장으로 다 들르더군요.
론플에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셔틀 버스 이용 요금이 60크로네에 현금만 된다고 되어 있지만 75크로네로 올랐고 신용카드도 됩니다. 셔틀 버스는 나가자마자 왼쪽에 보면 정류장 표지판 옆에 정차하고 있고요.
일단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기사가 돌아다니면서 행선지를 물어보고 요금을 일러줍니다. 요금을 내면 휴대용 단말기에 입력하고는 영수증을 출력해서 거스름돈과 함께 주네요.
Longyearbyen 공항은 시내로부터 약 6.2km 정도 떨어져 있어 차로 8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막상 걸어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죠. 게다가 아무리 백야라고는 해도 한밤중이니까요.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니 스발바르는 정말 풍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도 멋지고요. 물론 이것도 케냐에서 누우가 흔하디 흔한 동물인 것처럼 나중에는 노르웨이의 흔한 폭포 중 하나가 되고 말았지만요;;;
셔틀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기사가 일일이 알려서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
드디어 노르웨이 여행의 첫 숙박지인 Basecamp Hotel에 도착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중에 묵은 10군데의 숙박 업소 중 가장 비싼 곳(그렇더라도 노르웨이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니었습니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부동의 1위를 하는 곳이고 론플에서도 강추하는 곳이어서 은근 기대를 했는데 딱 제 취향이었죠. 독특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만 이 호텔의 컨셉은 옛날 스발바르 광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숙소를 재현한 거거든요. 충분히 독특합니다.
입구에 있는 소품마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썰매인데 겨울철에는 개와 연결하는 개썰매입니다. 왼쪽의 벤치로 사용되는 건 광산에서 사용하는 화물 트레일러입니다. 표지판에 KROA라고 써 있는 게 보이실텐데 Basecamp Hotel과 연결되어 있고 론플에서도 추천하는 Kroa라는 레스토랑입니다. 나중에 여기에서도 한번 밥을 먹게 됩니다.
호텔의 입구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트립어드바이저 마크가 보이네요. 이 호텔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건데요. 광부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갱도에서 일하느라 더럽혀진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면 집안이 오염되므로 밖에 벗어두고 들어갔던 전통이 이어져오는거라고 하네요.
사진에 보이는 여행자도 신발을 신고 있지만 리셉션이 위치한 로비에서는 신발을 신어도 됩니다. 하지만 숙소가 위치한 2층에 올라갈 때는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고 올라가야 합니다. 호텔이니 신발을 도둑맞을 염려는 안 해도 되겠습니다. :)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는 이 호텔에 묵으면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투어 소개와 버스 시간표가 게시판에 붙어 있고 아래에는 신발장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입구에도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들어가면 숙소로 올라가는 계단과 식당이 나오고, 오른쪽이 reception입니다. 광부들의 숙소를 개조했다고는 해도 채광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분위기가 우중충하지 않고 산뜻합니다.
도착한 시간이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정문이 닫혀 있길래 벨을 눌렀더니 야간 담당 직원(이 또한 여성입니다. 밤이라고 남자 직원이 하고 그런거 없습니다. 여기는 노르웨이니까요~~)이 문을 열어줍니다. 노르웨이에 와서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노르웨이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쁩니다. 나중에 보니 이 호텔의 모든 직원들이 다 예쁘고 친절합니다. 노르웨이 여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엘프급입니다. 어흑~
reception 안쪽으로 로비가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건 스발바르 뿐 아니라 노르웨이 전역의 호텔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호텔 로비에 차와 커피, 때로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24시간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객실에 커피 포트가 있는 경우가 없습니다. 있을 필요가 없는거지요.
로비 한 켠에는 북극 여우의 실감나는 박제가 놓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것도 실제인 듯. ㅠ.ㅠ
로비에 앉아서 reception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호텔 reception과 달리 basecamp hotel에서는 reception에서 음료와 술 등도 팝니다. 물론 물가가 비싼 노르웨이라는 걸 감안했을때에도 더 비쌉니다만;;;;
reception 한켠에는 기념품 코너도 있습니다. Basecamp Explorer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뿐 아니라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도 basecamp hotel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사이족이 생산한 제품을 노르웨이에서 판해합니다. 케냐 여행을 가기 전에 알았다면 거기서도 Basecamp Explorer를 이용했을지 모르겠네요.
지역이 지역인만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outdoor wear 들이 많습니다. 양말도 있고, 바람막이도 있고, 버프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후덜덜하게 비쌉니다. 대략 가벼운 점퍼 하나에 15만 원쯤 하는 것 같아요. ㅠ.ㅠ
나중에 오슬로로 돌아갈 때 가격도 적당하고 기념도 되는데다 무엇보다 이중벽으로 만들어져 있어 실용적인 컵이 있길래 사왔습니다. 6개들이로 사면 할인폭이 크던데 6개나 필요할까 싶어서 그냥 2개만 집어 왔더니 돌아와서 6개 사올 걸하고 후회했습니다.
reception을 지나 식당으로 들어가는 통로에도 눈에 띄는 소품 등이 많습니다. 저쪽 벽에 걸린 건 아무래도 고래 등뼈인 듯 싶은데요.
옛날 노르웨이인들이 신었음직한 방한부츠인데요. 암만 봐도 물개 가죽인 듯 싶어요.
온도계 같은 측정 장치들도 장식품처럼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2층 객실로 올라가기 전 1층 구석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도 분위기가 범상치 않습니다. 온통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요.
10명 넘는 group이 와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도 있고요.
식당을 장식한 소품들도 앤틱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반대쪽 벽에는 북극곰을 비롯한 각종 동물의 가죽과 뿔이 걸려 있고,
그 당시 광부들이 사용하던 각종 장비도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온통 나무로 뒤덮힌 자리인데 그냥 가벼운 판자가 아닙니다. 모두 원목이라서 엄청 무겁고 단단해요.
입구 반대편이 뷔페를 차려놓는 곳입니다.
치즈와 팬케잌을 두는 곳인데요. 이어지는 계단으로 2층 숙소와 연결됩니다. 아침 먹으러 내려올 때는 이쪽 통로를 사용했죠.
어김없이 벽에도 라이플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듯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스발바르를 돌아다니면서 총을 메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왕왕 목격할 수 있었거든요. 그냥 장식용 라이플은 아닌 듯.
식탁 분위기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저도 언젠가는 집에 이런 식탁을 두고 싶네요. 만드는데 꽤 비용이 들겠지요? ㅠ.ㅠ
밤이라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객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이런 모습입니다.
광부들이 묵던 숙소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제가 묵었던 객실입니다. 일반적인 객실의 구조와 완전히 다릅니다. 테이블이 놓인 곳의 단이 더 높아요. 테이블은 돌이고 의자는 모두 가죽을 씌웠습니다.
다른 방도 더블 베드가 없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묵은 방은 보시는 것처럼 싱글 2층 침대였습니다. 굉장히 좁고 답답한 듯 보이지만 굉장히 안락하고 편안합니다. 첫날부터 푹 잘 잤죠. 제가 2층에서 잤는데 일어나다 천정에 머리를 박는 사고도 다행히 없었습니다. ^^
욕실의 모습입니다. 객실 자체가 좁기 때문에 욕조는 없고 샤워 부스만 있는데 비치되어 있는 샴푸, 린스 등이 모두 친환경 오가닉 제품이에요~~
보시는 것은 휴게실로 활용하는 호텔 다락방입니다. 상당히 안락해요.
소장품 전시실처럼 활용하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쿠션, 무릎 담요를 이용해서 편하게 누워 있을 수도 있고 TV를 봐도 됩니다. 투숙객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서 둘째 날 밤에 혼자서 독차지하고 감자칩에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속도가 우리나라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노르웨이의 모든 숙박 시설에서는 와이파이가 무료이기 때문에 가져간 노트북으로 서핑이나 SNS도 무난하게 했죠.
내일도 오전부터 워킹 투어를 할 예정이라 억지로라도 자야 해서 씻고 암막 커튼을 내린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서둘러서 누웠는데도 새벽 1시가 넘었네요;;;
닫기
* 헬싱키 공항에서 마신 음료
- 생수 1병 : 3.4유로
- 아메리카노 1잔 : 3.7유로
= 7.1유로
* 오슬로 공항에서 먹은 저녁값
- 베지 피자 3조각 : 38 X 3 = 144NOK
- 마가리타 피자 1조각 : 48NOK
- 콜라(리필) : 33NOK
= 225NOK
* 오슬로 공항에서 산 간식
- 바나나 3개 : 10 X 3 = 30NOK
- 사과 2알 : 10 X 2 = 20NOK
- 트윅스 초코바 1개 : 27NOK
= 77NOK
* 스발바르 셔틀 버스 이용료 : 75 X 2 = 150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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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때
'싱가포르 여행 때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이번 여행은 오후 2시 50분 출발 비행기라서 한결 여유가 있다'고 입방정을 떨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노르웨이 여행도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새벽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과일 한 쪽 먹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크로아티아 여행 때는 도림군이 데려가 달라고 시위를 하더니 이번에는 모찌군이 바톤을 넘겨 받았습니다.
똘똘군도 질세라 합류하네요. ^^
짐을 싸느라 새벽 1시 30분에야 잠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리 짐을 싸 놓으니 아침에 부랴부랴 나오는 일은 없네요.
최근의 여행에서는
공항버스 리무진을 이용(90분 소요)하거나 택시를 이용(50분 소요)했습니다만 이번 노르웨이 여행 때는 공항 철도를 이용(70분 소요)해 인천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 철도는 공항버스 리무진보다 빠르고 쾌적하기는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홍대입구역에서 갈아탈 때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저도 7시 29분차를 놓치는 바람에 10분 뒤에 오는 열차를 탈 수 밖에 없었죠.
8시 30분 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버스 리무진의 경우에는 내려서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체크인 카운터로 연결되지만 공항 철도는 내려서 한 층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처럼 짐이 많거나 캐리어가 크면 조금 불편합니다. 참고하시고요.
아직 휴가 기간 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붐비지는 않네요.
일찍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핀 에어가 만석이라 좌석을 붙여서 발권하지 못하고 대각선으로 떨어진 자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승객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아무리 바빠도 온라인으로 발권하는 게 마음이 편하죠.
가져간 큰 캐리어 1개와 작은 캐리어 1개는 수화물로 부치고 카메라 장비가 든 가방만 챙겼습니다. 사실 카메라 장비 가방 무게만 10kg이 넘기 때문에 항공사 측에서 무게를 재 보자고 했으면 걸렸을텐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더군요.
체크인을 하자마자 들어갔는데도 보안 검색대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습니다. 인천 공항도 검색 절차가 조금 철저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어르신들 선물로 미리 사 둔 면세품을 찾으려고 하니 126번 탑승동이라며 이동한 뒤 거기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외곽 탑승동 면세품 인도장은 121과 122 탑승동 사이에 있습니다. 면세품을 찾고 나니 정작 아침을 먹을 시간이 부족하네요. 10시 20분 출발인데 핀 에어는 9시 30분부터 탑승을 시작합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먹고 비행기에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행기에 올라 보니 맨 뒷 좌석으로 배정했더군요. AY0042편은 제가 선호하는 2-4-2 배열 비행기로 오른쪽 뒤의 두 자리 중 통로 쪽에 앉은 젊은 여성분(헬싱키에 사는 교포 2세인 듯 했습니다)에게 어렵게 부탁했는데(정 안 되면 창가쪽으로 들어가 주시면 고맙겠다고까지 부탁하려고 했는데), 흔쾌히 바꿔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사실 한국말을 잘 못하시는 분이었는데 제 어눌한 영어에도 두 말 않고 바꿔주셔서 좀 놀랐습니다.
덕분에 창가 두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올 수 있었죠. 알고 보니 좌석을 바꿔 주신 분도 비건이더군요. 아무래도 서빙을 편하게 하기 위해 비건들을 맨 뒷자리로 몰아 넣은 듯;;;
핀 에어는 전반적으로 좌석 간격이 조금 좁은 듯 느껴지지만 맨 오른쪽 뒷 좌석이라 시트가 뒤로 많이 제껴지기 때문에 큰 불편없이 갔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교적 깨끗한 신형 항공기 같았습니다. 정면에 개인 터치 스크린도 있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USB 충전 단자는 없었습니다.
이륙 후 한 시간 정도 비행한 후에 스넥과 음료가 서빙되었습니다. 짭짤한 맛과 달달한 맛이 섞인 스넥을 안주로
핀란드 Karhu 맥주를 마셨습니다. 예전에 쿠바 여행 때 마리아 라 고르다 해변에서 마신 맥주와 비슷한 디자인인 듯 한데.... 어쨌거나 5.3% 도수의 맥주로 목넘김도 깔끔하고 향도 좋은 편이네요.
기내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로 추천합니다. 핀 에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드셔보세요.
스넥과 음료가 서빙된 후 곧바로 점심 식사가 나왔습니다. 받아보니 비건식이 아니더군요.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힌두식은 비건식인데 핀 에어는 예외입니다. 힌두식으로 요리된 고기가 들어가네요. 치킨도 그렇고 커리에 양고기도 들어간 듯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그랬네요. 결국 한 숟가락도 못 먹고 샐러드와 빵, 과일만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이 실패를 거울 삼아 돌아오는 항공편의 기내식은 비건식으로 변경해서 제대로 먹었죠.
아침도 제대로 못 먹은 빈 속을 맥주로 채운데다 점심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갑자기 두통이 시작되더군요. 상비약을 챙겨오기는 했지만 수화물로 부친 짐에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현지인 승무원에게 기내 상비약을 부탁하니 없다고 합니다(응? 기내에 상비약이 없다고?). 결국 자기가 먹는 두통약을 가져다 주네요.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아쉬운 김에 받아서 감사히 먹었습니다.
착륙 1시간 전 쯤에 저녁 식사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한쪽에는 새우가 들어있어서 못 먹었지만 다른 쪽 커리에는 브로컬리만 들어 있어서 점심 기내식보다는 조금 더 먹을 수 있었죠. 우리나라 국적기처럼 기내식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구성이 단순한 편입니다. 맛은 괜찮아요.
사진만 보면 순조롭게 비행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종사가 상당히 조종을 험하게 하는지라 급선회, 급하강이 꽤 많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저는 약간 어지럽기까지 하더군요. 핀 에어가 원래 이렇게 비행을 험하게 하는지 이 노선만 이런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기내식이 나올 때마다 난기류를 통과하는 바람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서 뭘 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전 10시 20분에 이륙해서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 오후 2시에 정확하게 착륙했습니다. 비행 시간이 대략 9시간 20분 정도 되는데 제 생각에 딱 좋은 정도의 체공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는 10시간이 넘으면 그 때부터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핀 에어에 대한 개인적으로 평가해본다면 기내식 선택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신형 비행기라 깨끗하고 서비스도 효율적이었습니다. 난기류 통과가 많아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현지 여승무원들이 모두 나이가 지긋한 노련한 베테랑들이어서 믿음이 가더군요. 게다가 무엇보다 시간 절약에 좋네요. 다른 노선도 다시 이용할 생각이 있습니다.
transfer를 위해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내렸습니다. 유럽의 허브 공항 중 하나답게 꽤 넓습니다.
보안 검색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데 출국 심사가 의외로 까다롭더군요. 복사가 잘 안 된다면서 여권 커버를 벗겨서 달라고 하지를 않나, 여행지, 여행 기간, 어디어디를 들르는지 꼬치꼬치 물어봤습니다. 제가 불법 입국이라도 하게 생긴건지;;;;
노르웨이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24번 게이트에서 타기로 되어 있어 이동했습니다.
헬싱키 공항의 단점은 게이트 앞이 너무 좁아서 좌석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겁니다. 승객이 많아지니 북새통이 따로 없네요. 게다가 모든 좌석을 카페테리아처럼 만들어놔서
그냥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별로 없습니다. 헬싱키 공항을 이용할 분들은 미리미리 해당 게이트로 이동해서 자리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헬싱키 공항에서 2시간 5분 정도 대기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헬싱키 공항에서도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기에 이메일도 확인하고 온라인 게임도 한 판하려고 전력선을 찾았는데...
심봤다~ 바로 옆 23번 게이트에 어댑터 뿐 아니라 USB 충전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충전하고 노트북도 연결해서 잘 썼습니다.
4시 5분 출발 비행기이고 3시 35분부터 탑승이 시작되기에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차가운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게이트 앞에 있는 간이 매점에 들렀는데 아이스 커피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 하다니... ㅠ.ㅠ
500ml 생수 한 병(3.4유로)하고 아메리카노 1잔(3.7유로)을 주문했습니다. 유로화가 없어서 처음으로 유니온 페이 체크 카드로 결제를 시도했는데 안 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비자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다행히 미화로 결제되네요.
4시 15분쯤 이륙했습니다. 오슬로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3-3 에어버스였는데 좌석 간 간격이 길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잉 기종보다 에어버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좌석 간 길이가 더 길어서 쾌적하거든요. 대신 개인용 모니터는 없네요. 단거리 노선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까지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됩니다. 이 노선의 승무원들도 역시 나이가 지긋한 분들입니다. 저는 젊고 예쁜 승무원보다 나이 지긋한 베테랑들을 더 좋아합니다. 부담이 없어서 그런가 아님 서비스가 더 노련해서 그런가 몰라도 마음이 더 편해지거든요.
중간에 음료 서비스가 한번 있는데
핀 에어의 이 노선을 이용하실 분들은 블루베리 주스를 드셔보세요. 보기보다 맛있습니다. 추천~ 음료를 제외한 과자 등의 스넥은 모두 유료라서 결제 후 드셔야 합니다;;;
구름 속을 통과할 때는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오슬로 날씨가 걱정되었는데,
구름만 벗어나면 해가 쨍쨍 비치는 걸 보면 날씨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구름이 양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게 참 예쁘네요.
비행기에서 바라본 노르웨이는 첫 인상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고 녹음이 우거진데다가 물도 많이 보이네요(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물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오후 4시 35분에 오슬로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4시 5분에 출발했고 비행 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왜 오후 4시 35분이냐 하면
노르웨이가 여름철에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나라라서 그렇습니다.
공항에 내려 짐을 찾으러 가면서 보니 공항 바닥이 온통 오크 원목입니다. 헐~ 이 비싼 오크 원목으로 바닥을 깔다니.... 나무가 많은 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바닥 뿐 아니라 계단 난간도 모두 오크 원목입니다.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는 동안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baggage claim이 10분 정도 멈추더군요. 그동안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보시는 건 baggage claim 바로 앞에 있는 면세점인데요. 꼭 마트 계산대처럼 생겼죠. 신기해서 알아보니
노르웨이가 주류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핀란드, 스웨덴 등 인접국가를 비행기로 다녀오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꼭 면세점에 들러 와인 등 술을 사 간답니다. 우리처럼 그냥 선물로 한 병, 두 병 사는 게 아니라 가족 수 최대 한도까지 맞춰서 바리바리 싸 들고 나갑니다. 자기가 마실 걸 사가는거죠.
그러는 동안 멈추었던 기계가 작동을 시작해 짐을 찾은 뒤 일단 공항 대합실로 나왔습니다.
헬싱키를 거쳐오면서 출국 심사를 엄격하게 받아서 그런지 별도의 입국심사는 없었습니다.
오슬로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스발바르로 올라갈 예정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SAS 항공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Self로 체크인하는 키오스크를 이용할까 하다가 사람도 별로 없고 한가해 보이기에 비즈니스 체크인 카운터에 물어보니 그냥 여기에서 하라고 하더군요. 럭키~
방금 찾은 짐을 다시 부치고 면세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슬로 공항도 헬싱키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꽤 큽니다. 특징적인 것은 스넥바나 레스토랑이 한 구역에 모여있지 않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네요. 덕분에 뭘 좀 먹으려고 공항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ㅡㅡ;;;
결국 제가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여 피자헛에서 베지 피자 3조각(144크로네), 마가리타 피자 1조각(48크로네), 콜라 한 잔(33크로네)으로 저녁 겸 먹었습니다. 도우가 얇아서 한 조각으로는 도저히 요기가 안 되더군요. 총 225크로네니까 우리 돈으로 3만 2천 원 정도 하네요;;; 드디어 초고물가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ㅠ.ㅠ
오슬로 공항도 그렇고 노르웨이의 공항에서는 특이하게도 공항 내 마트에서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과 생화(응?)도 팝니다. 스발바르로 올라가는 비행 도중에 먹으려고 바나나 3개(10 X 3 = 30크로네), 사과 2개(10 X 2 = 20크로네), 트윅스 초코바(27크로네)를 샀습니다. 총 77크로네(11,000 원).
공항 내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습니다. 다치지 않게 바닥을 우레탄으로 깔고 미끄럼틀을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이 때는 몰랐지만 노르웨이는 복지국가답게 아이들을 마음껏(?) 낳고 그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도 곳곳에 많더군요.
8시 35분 쯤에 SAS항공(스칸디나비아 항공)의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슬로 공항에서 2시간 20분 정도 대기했는데 사실 저는 그 때 한국에서 끝마치지 못한 일을 들고 온터라 와이파이 연결해서 파일 다운받고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앞으로는 절대 안 하리라~~
근데 SAS는 보딩부터 좀 어설픕니다. 두 줄로 진행하는데도 손이 너무 느려서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보니 화장실에 재떨이가 달려있는 구형 기종이고 시트가 비닐이라서 오래 앉아 있으니 땀이 찰 지경이더군요. 무엇보다 에어컨이 엉망이라 푹푹 찝니다. 추워서 담요를 덮고 있어야 하는 요새 비행기들과 전혀 다르네요. 게다가 뜨거운 티백차를 제외하고는 주스 한 잔까지 모두 유료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냐 하면
오슬로 발 스발바르행 항공료가 무려 1인 당 64만 원이나 하거든요. 비행 시간이 3시간 가까이 된다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죠.
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밤 11시 50분 쯤 스발바르의 롱이어바이언(Longyearbyen)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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