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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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포스터에는 '글래디에이터'의 10년 신화가 깨진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문고판이라도 로빈 후드를 책으로 읽었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속았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의적 로빈 후드가 나오는 배경이 되는 영화라고 설명을 좀 해주던가... 셔우드 숲의 의적으로 활약하기 이전이니 화살보다 칼을 더 많이 휘두르는 것도 나중에야 이해가 되더이다.
빼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인 장면은 맨 마지막 전투씬에 마리온이 갑옷 입고 등장한 거. 마을을 습격한 고프리 일당과 싸우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셔우드 숲에 있던 아이들까지 올망졸망 데리고 전장의 한가운데 나타난 거 보고 '아, 이건 정말 아니잖아' 싶었습니다. 대표적인 안습 연출~
솔직히 프랑스가 아무리 대군이라고 해도 거의 다 보병인데다 해안 상륙이라면 절벽 위에서 궁수가 화살비를 퍼붓고 아무런 은폐, 엄폐물도 없는 해안을 기병이 지나가면서 쓸어버리면 이건 뭐 덜덜덜. 그냥 학살극이지. 차라리
'300'처럼 바다를 새까맣게 배로 뒤덮어서 숫자로 어떻게 해 보든지. 마지막 전투씬 시작하기도 전에 프랑스 병사들이 불쌍해서 몰입이 전혀 안 되더군요. 나중에는 찌질이 존 왕이 칼 들고 앞장서서 열심히 싸우는 거 보고 감동했을 정도니... 이놈의 미필 정부는 너무 당연한 거 갖고도 감동하게 만드네요.
영화의 길이도 너무 길어서 편집할 때 2시간 정도로 슬림하게 쳐 냈으면 훨씬 더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입니다.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명대사 'Ask nicely'를 날리는 러셀 크로우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때문이지 감독이 영화를 잘 찍어서는 아닌 것 같아요.
딱히 흠을 잡으라면 위에 이야기한 안습 장면을 제외하고는 화면도 괜찮고, 전투씬도 괜찮고, 유머도 괜찮았는데 막상 추천을 하라면 매력적이지는 않은 그런 애매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별 3개 반으로 평가했습니다. 로빈 후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볼 만 합니다만 로빈 후드와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께는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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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Road'로 2007년 퓰리쳐 상을 수상한 Cormac McCarthy의 1984년 작인 '핏빛 자오선'이 2008년 11월에 뒤늦게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마도 Road의 호평으로 인해 전작들이 뒤늦게 번역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1848년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 분쟁에서 미국이 승리함으로써 국경선이 그어졌지만 멕시코 곳곳에서 인디언 반란이 횡행했고 거주민 보호를 위해 멕시코 정부에서 내건 상금을 노리고 달려든 미국의 용병들은 인디언도 닥치는대로 학살했지만 나중에는 멕시코인, 미국인 가리지 않고 머릿가죽을 벗겨서 상금을 약탈해갔지요.
이 소설은 그 암울한 시기를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한 소년의 냉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Road에 비해 훨씬 오래 전에 씌여진 소설이라서 그런지 문체는 좀 어색하지만 오히려 길이 덜 든 칼날을 맨 손으로 쓰다듬는 것처럼 등골을 찌르르 흐르는 듯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신 원서의 표현이 그런지 아니면 역자가 그렇게 번역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풍경을 묘사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은유와 비유를 남발해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특히 초반에 그런데 속도감 있는 전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좀 답답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으로 씹어가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McCarthy가 초현실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평했지만 저는 반대로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이상 덧붙일 묘사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죽음을 이렇게 일말의 감정 투사도 없이 건조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구역질나는 인디언 학살 장면을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서도 목이 졸려서 비명 한 자락을 토해낼 수 없는 그런 갑갑함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또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Road에 비해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Road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덧. 이 소설도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영화화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Road에 비해서는 기대감이 좀 덜하네요. ^^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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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이 기획, 제작하였으며 켈트인의 고대 전설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우리에게는 바그너의 오페라 중 하나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영화의 배경은 중세 영국으로 당시 영국은 강대국 아일랜드에 의해 군소 부족으로 나뉘어 극심한 내정 간섭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아일랜드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영국의 통합을 꿈꾸는 영주 마크의 슬하에서 자란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와의 전쟁에서 독이 묻은 칼에 찔리고 맙니다. 트리스탄이 죽은 것으로 믿은 영국 사람들은 그 당시의 장례 절차에 따라 뗏목에 태워 바다에 띄워 보냅니다.
아일랜드의 해안까지 떠내려간 트리스탄은 마침 해안을 지나던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에게 구출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 이졸데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아일랜드군에게 발각되면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고 트리스탄은 영국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아일랜드 왕은 영국과의 평화 유지와 지배권 강화를 위해 영국 영주들의 검투시합 승자에게 자신의 딸을 주기로 합니다. 트리스탄은 마크를 대신해 이 시합에 나가 우승을 하게 되고 이졸데는 그 결과로 마크와 결혼하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에 두 사람은 혼란스러워 하지만...
현대의 '제임스 딘'인 매력남 제임스 프랑코가 트리스탄 역을, 소피아 마일즈가 이졸데 공주 역을 맡아 열연 했습니다. 영혼을 불사르는 금지된 사랑에 괴로워하는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루퍼스 시웰이 영국의 영주 역을 맡아 질투심과 트리스탄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멋지게 해 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 영화들에 길들여진 제가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릴 정도로 잘 만든 영화 같습니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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