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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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호출을 해서 가보니 ADHD가 의심되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있습니다. 황망한 마음에 아이를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갑니다. 그랬더니 별 검사도 안 하고 ADHD로 진단을 내리고는 당장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겁을 줍니다. 약물 치료는 따르지 않지만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들볶기 시작하고 아이는 점점 더 피폐해져 갑니다. 그제서야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아이의 편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자 아이가 극적으로 좋아집니다. 이 엄마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려(11p)'고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ADHD는 사실 없다고 주장합니다.
자, 여기까지 읽었을 때 임상가라면 누구나 해봐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정말 ADHD가 맞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내린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사실 진단도 필요없는 아이지만 굳이 진단을 내릴 정도의 문제라고 한다면 Adjustment Disorder 정도가 아닐까 싶더군요. 예민한 담임 선생님의 오지랖으로 인해 ADHD 치료 시스템에 잘못 들어간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의 문제를 알게 된 엄마는 너무 많이 나갑니다. 바로 ADHD가 사실 없다는 주장이죠.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책에 근거하여 논지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책의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서두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아이의 편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썼지만 여전히 ADHD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 못 벗어난 듯 보입니다. 그래서 ADHD는 없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한 편으로는 ADHD가 재능이라고 주장합니다. ADHD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인정하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죠.
자신이 실제로는 ADHD가 아닌데도 ADHD라고 믿고 ADHD 틀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는 책으로 예전에 소개한
'리틀 몬스터 :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The Littel Monster, 2004)' 같은 형편없는 책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 책에 비하면 곰씹어 봐야 할 구절이 많은 책입니다만....
물론 제가 볼 때에도 최근 임상 현장에서 ADHD가 아닌 아동들을 ADHD로 과잉 진단하는 문제는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ADHD가 없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비전문가가 책으로 내놓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짜 ADHD는 주의 집중력의 문제가 너무 심각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청소년이 되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본인의 의지로는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자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스스로 호소하는 주관적인 고통감도 큽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 시스템의 문제로만 치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내용과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책입니다만 자칫하면 진짜 ADHD의 치료 시기를 늦추고 근거없는 대안 요법에만 의지함으로써 아이의 고통을 연장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추천드리기 어렵겠습니다. 다만 현장 임상가들에게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책이니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ADHD에 대한 주장 말고 교육 철학과 가치관을 다룬 내용은 읽어볼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닌가 의심이 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며칠 전에 포스팅한
'내 아이가 ADHD라고?'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어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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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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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ADHD는 요새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한반에 한 두 명은 꼭 이 문제를 갖고 있고, 미친 교육열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는 ADHD 치료제를 주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 하에 멀쩡한 애들에게 먹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ADHD에 대해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이제는 조금만 산만하면 누구나 ADHD 아니냐고 선무당 사람잡는 소리를 해 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모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거야말로 큰 문제인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ADHD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직접 ADHD에 대해 쓴 이 책은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직까지 이런 책이 나온 적이 없고 ADHD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정확하면서도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 책은 아무에게도 추천을 못 하겠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말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Robert Jergen은 소위 현장에서 말하는 'Super ADHD'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ADHD 아동을 봐 왔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심한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보이는 증상은 전형적인 ADHD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책의 저자인 Robert Jergen이 순수한 ADHD인지 의심스럽고 오히려 Asperger's Syndrome이나 Savant Syndrome의 atypical type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24살이나 되어 자신이 ADHD라는 것을 알게 된 저자의 이후 행동인데 약물 치료에 대한 폄하(저는 그렇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정확한 정보도 소개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선택권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 중에도 나오지만 정신과 의사가 분노 폭발한 이유가 이해가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ADHD가 창의성과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등 이상화하려는 경향("ADHD는 장애가 아니라 천부적 재능인 것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녀가 ADHD를 갖기를 바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332p)까지 나타나더군요. 저자는 자신이 위스콘신 특수 교육과 교수이기 때문에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 뭔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모양인데 지나쳤을 때 정작 일을 망쳐놓는 것은 비관주의가 아니라 낙관주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가 계속 교편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저는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저자는 거의 살얼음판위를 걷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ADHD의 증상들도 여전히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일반인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잘못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됩니다.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에게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ADHD에 대해서는 좋은 책이 많이 나와 있으니까요. 굳이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덧. 성인 ADHD라는 분과 댓글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다시 한번 살펴봤는데 오히려 제가 이 책에 대해 너무 후하게 평가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포스팅 내용 중 경고 문구의 강도를 올리고 별 평가도 1개로 하향 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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