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의 표준렌즈를 떼고 망원렌즈로 바꿔 마운트한뒤 사파리 모자와 버프로 중무장했습니다.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케냐의 국립공원들은 먼지가 많아서 마스크나 버프가 필수 아이템이죠.
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무거운 망원렌즈도 아프리카까지 꾸역꾸역 들고 갔는데 그냥 사파리만 즐긴다 해도 쌍안경 하나쯤은 꼭 가져가세요. 오페라용으로 나오는 가볍고 작은 쌍안경이라도 챙겨 가시면 잘 가져왔다 하실 겁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맨 눈으로 야생동물 관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니콘 D300에다가 이번 여행에 특별히 챙겨 간 시그마 150-500mm 망원렌즈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좁은 차 안에서 거치하고 촬영하기 편하게 미니 삼각대를 붙였고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이폰으로 찍었더니 흔들려서 초점이 안 맞았네요. 생애 첫 사파리라서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구입한 녀석인데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도 구입하기를 잘 했다고 자평합니다. 이 렌즈가 없었으면 정말 심심한 아프리카 여행이 될 뻔 했거든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마스크나 버프는 필수 아이템이고 DSLR로 야생동물 사진을 찍으시려면 150-5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꼭 필요하고, 관찰만 하신다고 해도 쌍안경(가벼운 오페라용 쌍안경이면 충분)은 필 지참하세요.
든든한 가이드 켄의 뒷모습입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건 무전기인데 사파리 차량마다 장착되어 있어 어디에 동물이 있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아예 무전을 켜놓고 다니기도 합니다. 보기 힘든 동물이라도 나타나면 다들 어떻게들 알고 나타나는지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무전기 덕분입니다.
케냐의 국립공원 사파리는 기본적으로 차에서 내리는게 금지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보시는 것처럼 큰 길을 따라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은 길에서 벗어나 덤불이나 숲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서 훨씬 더 자유롭죠. 하지만 암보셀리 국립공원도 숲이 많지 않고 길로 구분되는 구역이 아주 넓지는 않은 편이라서 쌍안경만 있으면 동물을 관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길을 따라 달리다 보시는 것처럼 코끼리떼가 길을 건너기라도 할라치면 길가에 차를 멈추고 관찰하는 것이죠. 동물들을 최대한 놀라지 않게 하려고 시동을 끄는 건 기본입니다.
케냐의 사파리는 새벽에 나가서 동트는 걸 보고 돌아와 아침을 먹는 새벽 사파리, 아침 식사를 하고 나가는 오전 사파리(보통은 lodge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지만 피크닉 런치를 가져가 사파리를 하는 도중에 먹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 4시 경에 나가서 해가 지기 직전까지 보는 오후 사파리로 나뉩니다.
코끼리는 TV에서도 보고, 동물원에서도 보고 해서 익숙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철조망이나 차단벽도 없이 바로 곁을 지나가는 코끼리를 보는 건 느낌이 전혀 다르더군요. 존재감 자체가 달라요.
원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코끼리를 보기에 최적인 공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중 암보셀리에 있는 코끼리의 상아가 가장 크다고 하죠.
이 포스팅의 뒤에서 다시 등장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대장 코끼리같습니다. 겉모습만 봐도 역전의 용사란 걸 한 눈에 알 수 있겠네요.
이 코끼리를 보니 예전에 동물의 왕국에서 아시아 코끼리는 펼친 귀가 작고 아프리카 코끼리는 크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나더군요.
코끼리 모자 등장입니다. 어미 코끼리는 눈매부터 순해 보이네요.
역시 아기 코끼리는 상아가 없어서 그런지 귀여워요~
엄마에게 젖 달라고 칭얼거리는 아기 코끼리~
젖 달라고 본격적으로 밀고 있는 아기 코끼리, 귀찮을 따름인 엄마;;;;
코끼리 가족 등장이요~
길을 건너다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 무리의 맨 뒤를 지키며 따라가던 대장 코끼리(위에 나왔던)에게 반항합니다.
대장 코끼리가 점잖게 타이르는 것 같은데....
코로 매만지면서 설득을 하지만....
수컷 코끼리가 끝까지 엉기면서
개기는반항하는 바람에 때아닌 힘겨루기가 벌어집니다.
그래봤자 대장의 힘과 관록을 당할 수 있을리가 없지요. 수컷 코끼리가 수긍하고 대열로 돌아가는군요.
수컷 코끼리와 대장 코끼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뒤로 쳐졌던 다른 코끼리 모자가 무리에 합류하려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앞서 보았던 아기 코끼리보다 더 작은 녀석이네요.
아프리카에서 Big 5라고 하는 동물로 코끼리, 사자, 버펄로, 표범, 코뿔소를 꼽는데 암보셀리에서 코끼리를 보는 걸로 시작했네요.
다음은 누우떼입니다.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만큼 많지는 않지만 누우의 수 자체가 수 백만 마리에 달하다 보니 아무래도 제일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죠.
문제는 이 녀석들이 초식동물이다보니 이동하지 않으면 항상 풀을 뜯고 있기 때문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
얼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엄청 찍어대서 이거 한 장 건졌습니다. 다른 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들에 몇 장 더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첫 인상은 좀 무서웠는데 자꾸 보니 친근하더군요.
케냐의 국조라고 하는데 생김새가 범상치 않습니다. 제 안들리는 영어 실력으로 들었을 때도 이름에 crown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머리의 볏을 왕관으로 부르는 것 같더군요.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색깔의 오묘한 조화가 정말 멋지죠. 특히 얼굴 부위가 다양한 색이라서 흡사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암컷 타조입니다. 저기 멀리에 수컷 타조와 다른 암컷 타조들이 보이네요. 아프리카에 가면 타조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초원에 한 마리씩 서 있는 게 다에요. 이렇게 한 앵글에 여러 마리가 잡히는 것도 드문 경우입니다.
숲 근처로 이동하다 갑자기 임팔라떼와 만났습니다. 암컷 임팔라들이네요.
순한 눈매도 예쁘지만 털이 정말 보드라울 것 같더군요.
워낙 겁이 많은 동물이기는 해도 충분한 거리만 두면 그래도 사진을 찍을 정도의 시간은 줍니다. ^^ 다른 녀석들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엉덩이를 돌리고 풀을 뜯는 동안 한 녀석이 망을 보듯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네요.
멈추었던 차의 시동을 걸었더니 역시나 화들짝 놀라 내뺍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겠지요.
덤불숲을 돌아가니 이번에는 수컷 임팔라입니다. 암컷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더군요. 왜지?
멋지게 솟은 뿔이 늠름합니다. 뛰는 모습도 팔랑거리지 않고 박력있더군요.
두 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갑자기 모래 폭풍이 몰려옵니다. 가이드인 켄도 이런 모래 폭풍은 처음 본다고 하더군요.
왠만하면 버텨보려고 했습니다만 금방 멎을 것 같지 않아서 결국 썬루프를 닫고 2시간 만에 철수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동물을 보여 주려고 애쓴 켄이 고맙더군요.
짙게 드리운 구름 장막 사이로 서편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가 마지막 햇살을 뿌립니다.
6시 30분 쯤 철수하여 Lodge로 돌아오니 모래 폭풍은 멎었지만 대신 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더군요. 이런 날씨에는 아무래도 다시 나가기 어렵죠. 지붕 위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새. 생긴 것도 참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들어왔다고 내일 새벽에 한번 더 나가잡니다. 꼭 그럴 필요 없는데 서비스 정신 하나 정말 투철하군요. 꼭 나가자고 해서 알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건 뭐 가이드와 손님의 입장이 바뀐 듯;;;;
구름이 두껍게 깔려서 킬리만자로 산도 안 보이네요.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만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는데 건기에는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하네요(저희는 결국 못 봤습니다. ㅠ.ㅠ).
이 정도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불면 모기는 없겠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make up을 이미 다 해놨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make up을 하네요.
다행히 전기는 원활히 공급되는 듯 합니다. 휴대폰, 휴대용 충전기, 전자모기향까지 꽂아놓고 누워서 1시간 정도 쉬었습니다.
7시 30분 쯤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나갔죠. 여전히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워서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부페 테이블도 식당 안으로 옮겨져 사람들이 모두 안에서 식사하네요. 음식은 정말 좋습니다. 샐러드 종류도 많아서 비건들도 문제없이 식사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케냐 로컬 맥주인 TUSKER 맥주를 두 병 주문했습니다(한 병에 300실링). 새로운 걸 시도할 땐 시험삼아 하나만 주문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했습니다. 양이 좀 많네요. 쌉싸름한 맛과 향이 일품이지만 대신 목넘김은 좀 안 좋습니다. 양이 많으니 먹기가 부담스러워요.
저녁을 먹고 인터넷 좀 쓰려고 로비로 갔으나 동시 이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느려서 사진 업로드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편안하게 앉아서 트윗 좀 하려고 했으나 너무 느려서 포기. 속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9시 2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씻고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고 시차 적응도 해야 하니까요.
닫기
* 우등 공항버스리무진 탑승료 : 15,000 X 2 = 30,000원
* 저녁 식사(인천 공항 내 서브웨이)
- 베지 버거 : 7,000원
- 아이스 아메리카노 : 4,400원
* 사파리 용 간식 구입
- 네이쳐 밸리 곡물바 : 1,500 X 4EA = 6,000원
- 마켓 오 곡물바 : 4,800 X 2 Box = 9,600원
*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 입장료 : 20 X 2 = 40불
* Ol Tukai Lodge 포터 팁 : 1불
* 점심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Passion Fruits Juice : 200 X 2 = 400실링
- 팁 : 100실링
* 저녁 식사 때 주문한 음료
- TUSKER 맥주 : 300 X 2 = 600실링
가이드인 켄이 휴게소 이후 속도를 높였는지 암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도착하기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근처의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켄의 말로는 그곳이 너무 관광지화되어 그나마 덜 오염된 곳을 보려면 차라리 이곳 마사이 마을을 들르는 걸 추천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을은 국립공원 바깥 쪽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사이 마을의 투어 비용은 1인 당 20불입니다.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에서는 처음에 30불을 이야기했는데 가이드에게 20불로 알고 왔다고 했더니 20불이 맞다면서 투어를 책임지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안 했으면 30불을 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론플에 소개된 금액도 그렇고 1인 당 20불이 적정 금액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잔돈이 없어서 100불짜리 지폐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네요. 하는 수 없이 가이드가 40불을 빌려 줘서 그걸로 지불하고 나중에 갚았습니다.
* 마사이 마을의 투어 순서
웰컴 댄스 -> 축복 기도 -> 마사이 전통 약재 소개 -> 불 만드는 법 시연 -> 마을 투어 -> 가정집 방문 -> 재래시장 -> 학교(생략)
투어를 하겠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마을 밖으로 나옵니다.
관광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하니 평소에도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발목의 비즈 공예품 주목)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미리 연락한 것도 아닌데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적당히 모이면 웰컴 댄스를 춥니다. 일렬로 서서 그 유명한 마사이 서전트 점프를 시전하는거죠. 한꺼번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뛰기도 합니다. 열심히 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 높이 올라가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우리하고는 일단 길이 자체가 다릅니다. 게다가 엄청 말랐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아닌가요? 옷 색깔도 빨간색이라 더 강렬한 느낌이고요.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보기 좋았습니다.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소개하는데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요.
웰컴 댄스를 추고 나면 사람들이 저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마을의 샤먼이 나와 여행의 무사안녕을 비는 축복을 빌어줍니다.
축복 기도가 끝나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마을 사람이 나서서 안내를 해 줍니다.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되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케냐의 공공 의료 시설은 주로 가진 자를 위한 것이라서 마사이 사람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습니다(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사이 사람들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약재를 이용해 왠만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면서 모아놓은 약재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더군요.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불을 만드는 법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가축의 똥과 풀을 이겨서 만든 연료를 손으로 으깨서 준비합니다. 비즈 공예로 만든 팔찌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모두 본인들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탈 것 위에 홈을 낸 나무판을 올려놓고 막대기를 홈에 끼위 손바닥으로 빠르게 돌려서 마찰로 불을 일으키는 거죠.
영화에서처럼 대충 비벼서는 어림없고 순간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돌려야 하더군요. 확실히 요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불을 일으키고 있는 마사이 전사가 찬 칼과 칼집이 인상적이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허리띠도 비즈 공예품이네요.
금방 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갑니다.
원형으로 된 마을의 중심부에 가축들을 풀어 놓는 우리가 있고 그 주위를 집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이 마사이족의 가장 큰 일이니 마을 곳곳이 똥투성이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사실 건기에는 수분이 없어서 금방 건조되니까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엄청난 수의 파리떼입니다.
날아드는 파리를 쫓으려고 손으로 얼굴 앞을 휘저으면 그 사이로 파리들이 달려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이드 해 주는 마사이 전사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신경 쓰이더군요. 저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살짝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청결벽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마사이족이 사는 집은 (당연히) 진흙과 가축의 똥으로 이겨 지은 집인데 천정이 낮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문이 벽에서 튀어나온 통로처럼 되어 있는데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미로처럼 돌아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둡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꽤 아늑한 편인데 신기한 건 마을에는 파리떼가 엄청난데 비해 집 안에는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겁니다.
가이드를 해 준 마사이 전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집 구경을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요새는 마사이족도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 예전과 달리 20대 중반이 되어야 결혼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집은 아내 당 한 채를 줘야하기 때문에 결혼을 세 번 해서 아내가 셋이 되면 집이 세 채가 필요한거지요;;;;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인데 보통 아내는 1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한은 없고요;;;;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아내가 한 명에 아들도 하나 뿐인데 교육시키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초등교육은 마을 학교에서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도시에서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또 하거나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저희의 전담 가이드였던 켄도 아이가 하나인가 둘인가 그랬습니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하나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양육비, 교육비 걱정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없어 보였습니다.
마을 한 켠에 있는 재래 시장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장신구와 공예품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팝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시간이 이른 편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라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아무것도 못 샀습니다.
물건을 사 달라, 학교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강매 수준은 아니고 죄책감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면 순순히 물러나던데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만 그런건지 마사이 마라의 마사이 마을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 마음에 확 와닿는 체험은 없는 반면 엄청난 파리떼의 습격때문에 마사이 마을 방문은 마음놓고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는데 30~45분 정도 시간이 걸렸네요. 다시 마을 어귀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켄과 합류하여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마지막으로 도전하게 되는 곳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라고 합니다(저는 인도가 끝판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여행지를 선택할 때마다 가능하면 어느 한 대륙에 편중되지 않게 골고루(?) 방문하려고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동안 방문했던 나라들을 보니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확실히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빠져 있더군요.
뭐, 워낙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만 왕복 32시간을 감수했던 쿠바도 있었으니 단지 이동 시간 문제에만 국한된 건 아닌 것 같고요.
어쨌거나 최근에 대한항공에서 케냐 직항로를 개설했기에 이 참에 아프리카에도 첫 발을 떼고 싶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아프리카에도 굉장히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내전이 진행 중인 나라도 있고 대부분이 기아, 빈곤과 힘겹게 싸우고 있고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방문할 수 있는 나라의 수는 손을 꼽을 정도입니다만 그 중 하나가 케냐입니다. 비교적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밤에도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수도인 나이로비에서도 해가 지면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적도 부근에 위치한 국가로 동아프리카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인도양과 접하고 있어서 완전한 내륙국은 아닙니다.
케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도 다양해서 북쪽으로는 수단과 에피오피아, 소말리아, 서쪽으로는 우간다, 남쪽으로는 탄자니아가 있지요.
탄자니아에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다면 케냐에는 마사이 마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이 두 나라는 아프리카 관광의 두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케냐에 가는 여행자의 대부분이 야생동물을 보러 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정보를 모으다 보니 아직까지는 탄자니아의 여행 인프라가 케냐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일단 첫 여행지로 케냐를 선택했습니다.
보통 여행을 다녀오면 가져갔던 DSLR 본체는 항상 클리닝을 하곤 했으나 렌즈들은 그냥 집에서 Blower를 이용해 셀프 클리닝만 했지요. DSLR의 경우는 정품 등록이 되어 있으면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간단한 클리닝 정도는 별도의 비용없이 해 주거든요.
그런데 올해 여행은 아프리카였는데다 마사이 마라와 나이바샤 국립공원에서 두 차례나 심한 먼지를 뒤집어 썼기에 본체 클리닝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표준렌즈로 사용했던 탐론 17-50렌즈도 클리닝하기로 했습니다.
탐론 렌즈의 서울 지역 공식 A/S는 한국 카메라에서 대행하고 있고요. 남대문 시장 근처에 있습니다.
* 위치 :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3가 26-3번지 2층 한국 카메라* 전화번호 : 02-753-1341*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가 남대문 시장을 관통하여 대로변에서 우회전 후 2블럭 진행
유상 기간이 지난 걸 확인했을 때 멈춰야 했는데 렌즈 내부에도 먼지가 많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만 꽂힌 나머지 직원이 "정밀 클리닝을 해 드릴까요?"라고 했을 때 가격도 안 물어보고 그러라고 해 버렸지요.
나중에 다 되었다는 전화 받고 피를 토했지만요. 정밀 클리닝은 렌즈를 분해해서 클리닝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쌀 수 밖에 없거든요. 싸게 해 준 거라는데도 3만 5천 원이나 나왔습니다. ㅠ.ㅠ
앞으로는 어디를 가든 셀프 클리닝으로 끝낼 수 있도록 렌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클리닝이 끝난 렌즈를 찾으러 빗속을 뚫고 다녀왔는데 지하철역에서 내릴 때까지 다른 가방을 메고 나온 걸 몰랐습니다. T머니와 체크 카드 한 장만 달랑 가져왔더군요.
원칙적으로 보관증을 가져가야 하고 그게 없다면 최소한 신분증이라고 가져가야 하는데 둘 다 안 가져온거지요. 안 될 줄 알면서도 사정해보려고 일단 갔는데 사정은 딱하지만 어쨌거나 자기들도 물건을 내 주기 위해서는 근거를 보관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주던가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때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 혹시 신분증 이미지를 메일로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냐고 했더니 된다고 합니다. 할렐루야~~
저는 혹시 몰라서 신분증 앞, 뒷면을 아이폰으로 찍어서 항상 갖고 다니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첨부 파일로 붙여서 이메일 주소로 보내줬고 다행히 렌즈를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A/S를 맡기고 보관증과 신분증을 모두 갖고 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신분증 사본 정도는 이미지 파일로 스마트폰에 넣어서 갖고 다니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