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올리는 포스팅 제목이 모두 레스토랑이라서 맨날 놀고 먹은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아침 먹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스노클링 투어에 쓸 수중 촬영 장비(생각만큼 거창한 건 아니고)를 프라이빗 풀에서 점검하면서 놀았거든요.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스노클링이나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모터 보트도 자주 지나가고요.
숙소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의자와 탁자가 있길래 저는 주로 챙겨간 태블릿 PC로 인터넷을 사용했지만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보니 원래 용도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뚜껑을 열면 거울도 보이고 빗이나 면봉 등의 어메니티가 들어있는 걸 보면 간이 화장대로 사용하는 공간인 것 같죠. 물론 저는 소품을 보관하는 트레이처럼 사용했습니다만....
오전 내내 딩굴거리며 놀다가 배꼽 시계에 맞춰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을 곳은 Andiamo Bistro and Pool이라는 이름이 붙은 섬 안의 레스토랑입니다. 지도를 보니 제가 묵은 빌라에서 볼 때 섬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걸어가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갔습니다. 바퀴가 커서 무거울 것 같지만 실제로 타 보니 별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JA Manafaru 리조트 내의 레스토랑은 대부분 해변을 끼고 위치해 있는데 지하에 건설된 독특한 와인바인 'The Cellar'를 제외하고는
Andiamo가 유일하게 해변이 보이지 않는 레스토랑입니다.
해변이 없는 대신 가장 넓은 사이드 풀을 갖고 있어서 조용히 민물 수영을 즐기고 싶은 투숙객은 이곳에 오면 됩니다. 하지만 몰디브의 에메랄드 바다를 마다하고 굳이 민물 수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서 보시는 것처럼 항상 한산하죠.
며칠 묵으면서 보니 바다 수영이나 태닝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점심을 Infinity에서 먹는 것 같고 나머지는 여기서 먹는 것 같더군요. 저는 Infinity의 음식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너무 한정되어서 Andiamo가 더 좋았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날씨도 무더운데 메뉴에 스페인에서 먹을 때 인상적이었던 가스파쵸가 있기에 주문하고 마르게리타 피자와 콜라 2잔도 추가했습니다. 딱 적당한 양이 나와서 좋았는데 역시나 가격은 45불;;; Infinity보다 싸다는 걸 위안삼아야 할 것 같네요. ㅠ.ㅠ 맛은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좋습니다. 음식의 퀄리티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는 도중에 갑자기 굉장히 큰 새가 날아가는데 모양이 좀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뜨악~ 박쥐네요. 이 섬에는 과일을 먹고 사는 과일 박쥐가 많이 산다고 합니다. 아예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에요. 박쥐를 낮에 보는 것도 낯선 경험이지만 굉장히 크기도 하고 또 아주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돌아다니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당겨 찍어서 초점이 안 맞았지만 눈이 정말 귀엽습니다. 망원 렌즈로 겨냥하니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을 링크해 드릴테니 과일 박쥐가 궁금한 분들은 보세요.
* JA Manafaru 리조트의 Andiamo 레스토랑에서 만난 과일 박쥐
점심을 먹고는 다시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몰디브는 다른 곳을 여행할 때와 달리 거의 대부분 일정을 리조트 내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리조트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는 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JA Manafaru 리조트를 가실 분들만 읽으시면 되는데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 실제로 몇 분이나 도움을 받으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리조트에 있으면서 생각이 날 때마다 적었기 때문에 순서가 무작위입니다.
* 중국인
: JA Manafaru 리조트의 최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A Manafaru가 몰디브 최북단에 있는 리조트이기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가능하면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할텐데
아쉽게도 중국인 천지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기간이 중국인 방문 피크 시즌도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70%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건 치명적인데다 JA Manafaru가 꽤 고급 리조트인데도 중국인 투숙객의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주변 사람 신경쓰지 않고 떠드는 것, 바람을 등지고 담배 피는 것, 실내 풀에 침뱉는 것, 아무데서나 가래침 뱉는 것, 야외 풀에서 거대한 튜브를 갖고 놀면서 민폐끼치는 일 등이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품격있는 중국인 투숙객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 그래도 JA Manafaru 리조트에는 private sector가 많기 때문에 식당만 아니면 중국인과 마주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식 뷔페에 일찍 가고, 점심과 저녁 식사도 조금 서둘러서 일찍 하면 중국인과 별로 마주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 음식
: 리조트 내 음식의 quality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서울 강남의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죠. 문제는 음식의 quality만큼 가격도 매우 높다는 겁니다. 둘이서 요리 하나씩, 음료 하나씩 주문하면 최소 7만 원 이상이 나오고 10만 원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JA Manafaru 리조트의 조식 뷔페는 제가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경험한 어떤 호텔 조식 뷔페보다도 음식 종류가 다양하고 quality가 높았습니다.
-> 특이한 건 메뉴판에 돼지고기를 사용한 음식에는 P(Pork)라고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무슬림 국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 간식
: 간식을 살 수 있는 매점이 있으나 이 역시도 매우 비싸고 종류가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초컬릿, 맛밤, 스넥 등의 간식은 한국에서부터 그야말로 바리바리 싸 가야 합니다. 이는 몰디브에 있는 어느 all inclusive 리조트라고 해도 마찬가지일겁니다.
* free 음료
: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어 땅을 치고 아쉬워한 부분인데
JA Manafaru에는 Infinity라는 풀 사이드 바와 Andiamo라는 풀 사이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이 두 군데에서는 무알콜 음료가 무료 서비스됩니다. 메뉴판을 잘 보시면 가격이 적혀 있지 않은 음료들이 있는데 이건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주문해도 됩니다. 다만 저는 한 잔씩 밖에 안 마셔서 계속 무료로 서비스 되는지까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 빌라 호스트
: JA Manafaru 리조트에는 빌라 호스트라고 불리는 집사 개념의 관리인이 한 명씩 전담 마크합니다. excursion, 레스토랑 예약, 비품 교체 등 리조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전화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호스트 한 명이 여러 개의 빌라를 담당하고 있어서 저희처럼 마지막 날에 대규모 가족이 배정되는 일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번도 안 하고 제가 직접 처리했기 때문에 제 호스트인 Murad는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을 겁니다.
* 모기
: 객실 내에 전자 모기향도 있고 뿌리는 모기향도 있지만 Murad 말로는 아침, 저녁으로 방역을 하기 때문에 모기를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고 실제로 빌라 내에서는 모기를 한 마리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밤에 섬을 돌아다닐 때에는 물릴 수 있으니 대비는 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Insect Shield Mesh Cloth'를 꾸역꾸역 챙겨 갖고 갔는데 정작 사용할 일은 없었습니다.
* 리조트 내 이동
: 섬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해도 되지만 걷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빌라마다 인원 수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 마운틴 바이크를 사용하면 됩니다. 마운틴 바이크에는 room number가 적혀 있어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귀찮거나 자전거를 못 타는 분들은 '버기'라고 불리는 전기 카트를 호출해서 타면 됩니다. '버기'는 일종의 셔틀과 같은 리조트 내 운송 수단으로 24시간 내내 운용합니다.
* Makeup
:
메이크 업은 오전에 1번, 저녁에 1번이 기본인데 중간에 private pool 관리를 하러 방문하기도 합니다. 빌라 밖에서만 놀면 모르지만 빌라 내에서 하루종일 있으면 최소한 3~4번은 누군가 방문하죠. 담당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quality 차이가 큰데 저희는 첫 날과 마지막 날 담당 직원이 아주 야무졌고 그 사이에 담당했던 직원이 기본적인 관리도 잘 못해서 기분이 살짝 상했습니다. 이런 경우 저처럼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빌라 호스트나 리셉션에 complaint를 하세요.
->
Welcome Fruits은 첫 날 1번, 초컬릿은 매일 저녁 makeup 때 제공됩니다. 생수와 캡슐 커피는 매일 보충되고요.
* 스노클링 기어
: 구명조끼는 인원 수에 맞게 빌라마다 비치되어 있고 스노클링 기어는 다이브 센터에서 무료로 빌린 후 마지막 날까지 사용하고 체크아웃하는 전날에만 반납하면 됩니다. 워터빌라는 바로 앞이 바다이고 곧바로 입수할 수 있는 진입로가 있어서 숙소 바로 앞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지만 탁도가 높아서 시계가 좋지 않고 무엇보다 파도가 심하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보고 말았습니다.
* 흡연
: 기본적으로 몰디브는 흡연에 관대한 나라라서 리조트 내에서도 흡연실이 따로 없고 식탁에 재떨이를 놓아둘 정도입니다. 안타깝게도 담배 연기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맨 앞 자리에 앉는 궁여지책을 사용했습니다. :)
* 음주
: 몰디브는 술을 엄격히 금하는 이슬람 국가라서 수도인 말레를 포함해 몰디브 영토에서는 음주가 중죄입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음주하다 경찰에 적발되면 최소 몇 년에서 최장 2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웃기는 건 리조트 내에서는 술을 마시고 파는 것이 얼마든지 허용됩니다. JA Manafaru 리조트에는 와인 3천병을 보유한 Cellar라는 와인바도 있었습니다. ㅡ.ㅡ
* 객실 어메니티
: 헤어 드라이어, 슬리퍼, 가운, 체중계, 우산, 금고, 손전등, 마운틴 바이크, 캡슐 커피머신, 아이스 박스, 와인 셀러 등 거의 모든 비품이 있고 필요한 건 대부분 요청하면 가져다 줍니다. 또한 월풀 욕조가 있기 때문에 거품 목욕을 위한 용품까지 비치되어 있습니다.
-> 특이했던 건 옷걸이도 3종류나 있어서 바지, 양복, 셔츠를 용도에 맞게 걸 수 있습니다. :)
* Excursion
: 보통은 빌라 호스트를 통해 예약하는데 호스트가 바쁘면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모이는 장소, 준비물 등을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스트만 믿지 말고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트 스노클링의 경우는 구명조끼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빌라에 비치된 걸 가져가야 하는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해 곤란을 겪었지요.
->
돌핀 크루즈 :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강추입니다. 멀리서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그런 크루즈가 아닙니다.
-> 주간 스노클링 : 저는 길리 메노섬에서 워낙 환상적인 스노클링을 해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
야간 스노클링 :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이것도 추천합니다. 낮에 볼 수 없는 다양한 수중 생물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 바나나 보트를 포함해 다양한 수상 activity도 있는데 저는 하나도 안 했기 때문에 이건 드릴 말씀이 없네요;;;
* 비용 지불
: 식사, 쇼핑, 스파, activity 등 리조트 내에서는 room number만 알려주면 되고 나중에 체크아웃 할 때 한꺼번에 정산합니다. 예상 비용을 초과하지 않으려면 메모를 잘 해놓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환전은 할 필요가 없어서 몰디브에서 사용하는 루피아 지폐는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에 말레 투어를 할 때 처음 봤습니다;;;;
* 동물
: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고양이, 개 등 반려동물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리조트 내에도 없고요. 대신 과일 박쥐, 가오리, 돌고래, 거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 수상 비행기
: 중국인 못지않게 스트레스가 되는 건 수상 비행기입니다. 비행 시간이나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수상 비행기 운항 편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갈 때는 아침 비행기로 말레에 도착했는데 점심 때가 되어서 리조트로 출발했고 올 때는 오후 3시 40분 국제선을 타야 하는데 리조트에서는 아침 7시 45분 비행기를 띄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물론 말레에서는 전용 라운지에서 편하게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아까웠습니다. 그러니
JA Manafaru 뿐 아니라 수상 비행기로 이동하는 리조트에 묵을 분들은 갈 때 하루, 올 때 하루를 그냥 날릴 각오를 하고 여행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일출, 일몰
: 나중에 보여드리겠지만
몰디브의 강점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곱디 고운 화이트 샌드, 그리고 특이한 해양 식생입니다. 대신 일출과 일몰은 별로에요. 멋진 일몰을 기대하고 더 비싼 선셋 워터 빌라를 예약한건데 크게 실망했습니다. 참고로 제 경험 상 일몰 최강은 코타키나발루(
'관련 포스팅')입니다. 길리 메노섬도 괜찮고요(
'관련 포스팅')
* 전기
: 우리나라와 동일한 220V이기는 한데 어댑터 모양이 다릅니다. 하지만 JA Manafaru 리조트는 거의 모든 어댑터가 멀티 어댑터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화장실
: 섬인데도 고급 리조트여서 그런지 수압이 강하고 화장실도 비데까지는 아니지만 이슬람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물뿌리개(?) 비데를 제공합니다.
* 인터넷 환경
: 리조트 내에서는 어디에서나 와이파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빠릅니다. 심지어는 해변에서도 와이파이가 됩니다. 포켓 와이파이나 로밍을 신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번도 없습니다. 투숙객만 묵는 리조트니까 당연하겠지만요.
* 팁
: 고급 리조트이기 때문에 서비스 차지가 기본으로 붙지만 모든 bill에 팁을 적어넣을 수 있는 칸이 따로 있습니다. 직원들이 워낙 친절하기도 해서 저는 보통 5불 정도를 팁으로 줬습니다.
* 기념품
: 리조트 내의 샵에서 왠만한 건 살 수 있지만 나중에 말레 시내의 기념품 점에 갔을 때도 느꼈는데 기념품의 종류가 다양하기는 해도 막상 사려면 너무 조악해서 살 게 없습니다. 저는 난파선의 나무를 재가공한 북마크를 몇 개 사왔습니다. 나중에 말레 시내 투어할 때 몰디브 지도도 한 장 사서 갖고 왔고요.
원래 오늘 계획은 아침 일찍 일어나 Tubing Operator에게로 가서 tubing tour 예약부터 하는 것이었는데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게 되니 언제 그랬냐 싶게 Tubing을 할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어제 하루종일 노를 저은 것이 아무래도 몸에 무리를 줬나 봅니다.
그래서 오전에 더워지기 전에 탐푸캄(Tham Phu Kham)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뼈아픈 결정이었습니다. 그냥 Tubing 할 것을... ㅠ.ㅠ
아침을 먹고 Reception에 가서 자전거 빌리는 값을 물어보니 클래식한 기본형 자전거는 6불, 마운틴 바이크는 7불이나 달라고 하네요. 아무리 새거라도 그렇지 너무 비싸서 포기.
어제 들어오다가 자전거 렌탈샵을 본 기억이 나서 일단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쨍한 것을 보니 오늘은 굉장히 더울 것 같습니다. 사진 오른 쪽 길가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곳이 바로 렌탈샵입니다. 리조트에서 2~3분 정도 거리 밖에 안 되요.
방비엥에서는 어른들은 오토바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더군요.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두 소녀의 웃음이 참 해맑지요. 대체 뭘 보고 저리 웃나 봤더니...
길가에 면한 초등학교의 체육 시간인지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네요. 그런데 잠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던데... 설마 땡땡이?
렌탈샵에 들어가보니 가게 안에 바구니를 아이 요람처럼 매달아 놨네요. 해먹처럼 슬슬 밀면서 아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상태가 괜찮은 마운틴 바이크를 두 대 빌렸습니다(30,000 X 2 = 60,000낍). 당연하겠지만 리조트에서 빌리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거라 조금 어색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더군요.
저희가 묵었던 리조트 바로 옆에 Toll Bridge가 있습니다. 방비엥에서 서쪽으로 남송강을 건너는 다리인데 건너려면 통행료를 내야 하죠(아마도 외국인만 내는 듯).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요금 정산소에서 티켓을 사야 합니다. 왕복 통행료로 보행자는 4,000낍, 자전거는 6,000낍, 오토바이는 10,000낍입니다. 저희는 자전거 두 대로 왕복할거라서 12,000낍을 냈습니다. 현금으로 내야 하고 날짜가 찍힌 표로 교환해줍니다.
Toll Bridge를 건너는 도중에 오른쪽으로 리조트가 보입니다. 음식맛은 별로이고 값은 무지하게 비싸지만 전망만큼은 정말 훌륭한 식당 테라스가 보이네요;;;
별로 튼튼해 보이지도 않는 쇠줄을 연결하고 바닥에는 널판지를 얼기설기 올려 놓은 형태라서 상당히 약해 보이는 다리입니다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이 다리는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하는데 상류에는 이보다 약한 다리들이 많아서 우기에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탐푸캄으로 가는 길 중에서 잘못 들면 엉뚱한 곳으로 빠지게 되는 대표적인 삼거리입니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왼쪽으로 가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름;;; 특히 중간중간에 비슷한 이름의 동굴들이 많아서 옆으로 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정표 확인, 현지인에게 또 확인!! 지금 기억으로는 맨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왼쪽으로 꺾었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으니 항상 확인하세요.
저희는 아무 생각없이 지도 상의 거리만 보고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 보니 Tham Phu Kham으로 가는 길은 온통 비포장도로(포장도로 전혀 없음)인데다 생각보다 훨씬 멉니다. 일반 자전거로는 어림없고 마운틴 바이크로도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멍들 정도로 험한 길(실제로 멍들었음)이죠. 나중에 보시겠지만 길만 험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탐푸캄 또한 굉장히 험한 산꼭대기에 있는 동굴이라서 힘이 두 배로 듭니다.
그러니
방비엥에서 탐푸캄을 갈 때에는 차량을 섭외하거나 최소한 스쿠터처럼 동력이 있는 탈 것을 이용해서 가세요.
오른쪽으로 꺾었습니다. 흙이 정말 붉은 색이죠?
방비엥의 산은 카르스트 지형이라서 그런지 나무가 우거져 있어도 굉장히 뾰족하게 깎아지른 듯한 산세가 독특합니다.
길이 험해서 그렇지 가는 길 중간중간에 정겨운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새끼들을 데리고 풀숲을 뒤지고 있는 어미닭도 볼 수가 있고요.
앞마당에서 강아지와 아기 고양이가 사이좋게 볕바라기를 하는 걸 지나가기도 합니다.
탐푸캄을 1km 남짓 남겨놓고 만날 수 있는 SAELAO Project 레스토랑입니다. 헬멧을 쓰고 서 있는 청년이 타고 가던 스쿠터가 험한 길에 고장나 결국 식당에 맡기고 작은 스쿠터에 세 명이 낑겨 타고 방비엥으로 돌아가는 눈물나는 장면입니다. 그만큼 길이 거칠어요. ㅠ.ㅠ
SAELAO Project는 라오스 농촌에 지속가능한 방식의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방비엥에서 시작해서 라오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네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일종의 자원봉사자 마을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다녀갔다고 하네요. 자원봉사자들은 여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어진 일을 무보수로 합니다. 레스토랑도 그 중 하나죠.
관심있는 분들은 www.saelaoproject.com을 방문해서 살펴보세요.
레스토랑은 입구에서 가깝고 연못 위에 지어놓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가축을 돌보거나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기도 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기도 하는데 일이 없을 때에는 사진에 보이는 해먹에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자유롭게 지냅니다. 레스토랑의 수익금은 모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모인 배설물들까지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데 재활용된다고 하네요.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려니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친환경으로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라임하고 파인애플 쉐이크를 한 잔씩 주문했습니다. 모두 여기에서 직접 가꾼 친환경 과일이고 주문을 하면 곧바로 갈아서 가져다 줍니다. 각각 10,000낍. 과일을 통째로 갈아넣어서 그런지 과육이 많고 맛있습니다.
배도 살짝 출출하기에 모듬 과일(15,000낍)도 주문했습니다. 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을 투박하게 썰어다 줍니다. 정감있네요.
물이 필요하면 친환경 정수된 물을 텀블러나 병에 리필만 할 수도 있습니다(2,000낍). 저희도 가져간 병을 주고 리필했습니다. 땡볕에 자전거를 타자니 물이 모자랄 수 밖에 없더군요.
응? 왠 샴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니더니..
금방 자리를 잡더니 낮잠을 빠져듭니다. 팔자 좋은 녀석이네요.
이름모를 나비 한 마리도 근처에서 날개를 쉬어 갑니다.
더위도 식힐 겸 충분히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