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착 외상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아는 분들은 다 아십니다. 저는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내담자들의 문제 중 거의 대부분의 뿌리가 애착 외상에 있다고 믿을 정도로 애착 외상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제가 맞다면 애착 외상을 치유할 수 없다면(썩은 뿌리를 치료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가지치기를 하고, 썩은 열매를 골라내고, 잎을 닦아줘 봤자 결국 나무는 죽고 말 겁니다.
그동안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통해 애착과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심리평가를 통해 애착 외상의 유무를 가려내는 것까지는 가능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치유더군요. 애착 외상을 가진 중독자를 상담하는 건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있었지만 제 접근이 애착 외상을 가진 모든 내담자에게 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찾고 있습니다. 과연 애착 외상을 치유하는 소위 말하는 정석이라는 게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데 저자도 이 책의 말미에서 고백하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다루지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정신화(mentalizing)만 강조합니다. 심리치료에서 정신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정신화를 애착 외상의 치유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실망했습니다.
마음챙김까지 동원하여 정신화를 애착 외상 치유와 연결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3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중 치료는 고작 40페이지로 1/9에 불과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책이 쓸모없는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착 외상의 발달에 대한 설명은 충실합니다. 애착 외상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애착 외상의 치료와 관련해서 현장 전문가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 서적이 있는지 계속 찾아볼테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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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해서 강조하겠지만, 외상 경험의 원형은 두려우면서도 심리적으로 홀로인 것이다.
* Bowlby의 사고에서 2단계는 과도기적 단계이고, 4단계(일반적으로 4세 무렵에 도달함)는 애착의 황금표준이다. 4세 이상에서 당신의 근본적인 애착 능력은, 비록 그것이 성인기에는 광범위하게 정제되고 정교해짐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
* 양육 환경은 아동 기질이나 유전적 요인보다 애착 안정성의 발달에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 애착 안정성의 핵심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편안함에 있다. 안정 애착은 효과적인 의존과 관련이 있으며, 게다가 효과적인 의존은 효과적인 독립성을 촉진한다.
* Zeifman과 Hazan(2008)은 애착 관계의 네 가지 핵심적 특성 - 괴로울 때 근접성을 추구하는 것, 분리되었을 때 괴로움을 느끼는 것, 위안을 얻는 안식처로 관계에 의지하는 것, 관계를 안전한 탐색의 기지로 삼는 것 -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네 가지 애착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은 친구에게 (완전히) 애착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가장 일반적으로 애착은 아동기 부모와의 애정 어린 유대관계와 성인기 연인과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발생한다.
* 나는 가끔 내담자들에게 이상적인 관계의 특성을 열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심리 교육 집단을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안정 애착의 여러 속성, 즉 신뢰, 돌봄, 연민, 공감, 수용, 믿음, 사랑, 우정, 정직 등으로 반응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런 관계를 당신 자신과 맺으면 어떨까요?"
* 고통을 조절하기 위해 내적 안전기지에 의지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외부 안정 자원에 덜 의존하게 된다.
* 외상적 정서에 직면할 때, 나는 수용에 대한 강력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수용과 회피를 대조하면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수용을 좀 더 쉽게 하게 하는 두 가지 전략을 설명할 것이다. 첫째는 내적 세계와 현실 세계 간의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통스러운 정서를 경험하는 동안 가치있는 행동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Hayes는 회피를 수용의 반대 극으로 지적하였다. 회피는 PTSD의 진단에서 핵심인데, 대처보다 회피가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 간단하게 말하면, 깊은 불신이 애착 외상의 핵심 징후이다.
* 미해결-혼란 애착 유형의 부모들은 손상된 정신화 능력과 관련되어 유아의 고통에 직면할 때 자신의 외상을 재경험함으로서 유아를 정신화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 자신의 애착 외상을 해결하지 못한 부모는 자신의 외상 재경험을 회피하기 위해 아기의 고통으로부터 자기보호적으로 주의를 돌려버리기 쉽다.
* Lyons-Ruth와 동료들은 '양육자 반응의 만성적 손상이 학대적 사건 그 자체보다 해리적 증상의 원인에 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 애착 외상과 관련된 연구는 간단하지만 걱정스러운 결과를 제시한다. 초기 삶에서 외상은 정서 조절의 신경생물학적인 영역에 장기간의 역효과를 가져온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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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박근영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구분에 따르면 눈치는 '눈치 채기'와 '눈치 보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의도적으로) 눈치를 거의 안 보는데다(예전에는 저도 안 그랬지만 10년 전부터 눈치 보는 걸 말 그대로 때려쳤습니다) 눈치 채기도 상담을 할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하고 일하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고 봉인해 두기 때문에 사실 저랑 상관없는 책이라고 생각해 구입할 마음이 없었는데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고맙게도 증정본으로 보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이 눈치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보는 건 당당히 살지 못하는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눈치 자체는 긍정적인 것 또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맥락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도 한 거라서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눈치 제어', '대인 관계 상황에서는 유연한 눈치 활용', 이 2가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1부는 서두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눈치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는 장인데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눈치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도구로 진화했다는 것과 현대 생활에도 적절한 눈치는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내용입니다.
2부는 삶을 힘들게 하는 눈치증후군 7가지(폐쇄성, 변덕, 소진, 자기부재, 불균형, 착취, 집착)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로 DSM의 성격 장애(Dependent PD, Histrionic PD, Borderline PD, Paranoid PD, Antisocial PD)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들을 눈치와 관련지어 설명했네요. 나름 참신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게다가 눈치 문제로 이 책을 읽는 일반인들 대부분이 성격 장애자는 아닐테니 핀트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3부는 부적응적인 눈치를 보지 않는 7가지 방법을 2부와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마음챙김'을 주된 해결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눈치라는 것이 주로 비교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니 비교를 불식시킬 수 있는 면에서 마음챙김은 매우 효과적인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포츠 신문의 칼럼에 그 주 개봉작의 심리적 분석을 연재하기도 했던 글솜씨라서 그런지 매끄럽게 읽히고 눈에 걸리는 구절이 별로 없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또한 후미의 '주'를 보면 상당히 많은 참고 문헌과 서적을 참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의 정공법으로 쓴 책이라고나 할까요? 바람직한 글쓰기입니다만 저는 가능한 한 남의 이야기를 끌어다 쓰지 않고 본인의 독특한 이야기만 하는 글을 더 좋아라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그 중에 제가 이미 읽은 책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의 매력이 도리어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상당히 공을 들여 쓴 친절한 책이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만 눈치 문제로 고민하는 일반인들은 이 책을 통해 눈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자신의 눈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을 찾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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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전이나 일벌백계의 처벌은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부당한 권력은 불안과 눈치를 높여서 복종하는 사람을 만든다.
*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심리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눈치를 어떻게 잘 보느냐'보다는 '눈치를 어떻게 조절하고 멈추느냐'가 더 중요하다.
* 아이는 부모가 참을성이 없고 변덕스럽고 관용이 없을 때 부모의 눈치를 많이 본다.
* 불안정하게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의존과 애착을 구별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애착과 의존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일단 상대방에게 애착이 생기면 지나치게 의존한다.
*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행동을 하는 건 기특한 일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보라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 가족 내에서 아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애착외상'이라고 한다.
*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답답하다, 지겹다, 벗어나고 싶다, 훌훌 떠나고 싶다' 등의 표현은 대체로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 남들과 같아야만 안심하는 것도, 달라야만 안심하는 것도 성장이 아니다. 그저 함께 가야 하면 동행하고, 혼자 가야 하면 홀로 가는 것이 성숙이다. 독립과 의존 중 어느 하나가 자신을 지배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서 성장 과정의 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사람을 판단하는데 강한 영향을 끼치는 특성은 '따뜻한 사람'인지 아니면 '차가운 사람'인지에 달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특성이 모두 같아도 '따뜻한 사람이다' 혹은 '차가운 사람이다'라는 한마디가 더해지면, 상대를 판단하는 나머지 특성이 한꺼번에 다르게 배열되는 효과가 있다.
*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3가지 : 불면증, 신체화, 핑계
* 단순한 측정과 묘사에 쓰이는 비교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문제는 비교에 해석적 판단이 더해질 때 시작된다. 특히 한 가지 특성만으로 비교해서 서열을 평가할 때가 문제다.
*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이 가장 생기 있게 느껴지십니까? 그 일은 어떤 가치와 관련이 있습니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 생기있고 활기차다고 느끼는 순간에 하는 일이 가치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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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 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나라서 참 다행이다 :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구할 심리학 행동 법칙(2006)'을 북 크로싱합니다.
저자가 인지 행동 치료 전문가라서 그런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힐링, 깨달음, 마음챙김 등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어설프게 다루고 있는 시중의 책들과 조금 다릅니다.
그렇더라도 일반인들은 몰라도 전문가에게 추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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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마음챙김 명상이 좋은 점은 아무 것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 전제와 맞지 않기 때문에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그저 '지금, 여기'에 그대로 머물러서 흘러가는 자신의 마음과 신체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가라고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마음의 문제들은 현상 그 자체를 그대로 관찰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자연스럽지 않게 끌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할 때 가족들에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돕고 싶은 마음의 크기만큼 물러서서 기다려라". 돕지 않는 것이 곧 도박 중독자를 돕게 된다는 역설적인 대처 방법입니다. 어설프게 도박자를 돕겠다고 나서는 것이 오히려 도박자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죠.
마음챙김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을 빼기 위해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챙겨서 지켜보고 싶어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챙길 때 저마다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삶이 변화합니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上’의 다음 편으로 일종의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 통증, 불안, 시간, 잠의 문제 뿐 아니라 사람, 역할, 일, 음식, 세상과 관련된 스트레스와 마음챙김 명상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깊이가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상편만 읽어도 충분하고 관심 분야만 뽑아서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만 '5부 자각의 길'은 빼놓지 말고 읽으세요.
중요한 건 꾸준히 생활 속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공식 명상이든 비공식 명상이든지요. 그냥 책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책만 읽고 넘어간다면 이미 세상에 수없이 깔린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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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BSR 체험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8주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 과정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늘어놓은 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챙김 명상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바디 스캔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의 효용을 체험하게 된 계기도 있었고요. 다만 항상 그렇지만 작금의 MBSR 유행에 대해서는 상당히 경계를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뭐든지 차근차근 진행되지 않으면 날림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특히 치유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모든 심리학 기법들은 매우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 책에 대해 소개를 드리면 MBSR(우리나라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부르죠)의 바이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MBSR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Jon Kabat-Zinn이 직접 쓴 책으로 1990년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90년대 말에 1차로 번역이 되어 들어왔고요.
이 책은 2004년 10월에 발행된 15주년 기념판을 번역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마음챙김 명상의 전파를 위해 애쓰는 장현갑 선생님이 역자 대표를 맡으셔서 그런지 번역은 깔끔하게 잘 되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읽어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마음챙김 명상만 하면 무슨 병이든지 고칠 수 있다는 식으로 약장수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순간을 위해 살아가는 찰나주의와 달리 순간 속에 사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이라든가 호흡과 같은 어느 특정 대상 하나에만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보다는, 떠오르는 것을 모두 기꺼이 받아들여 함께 한다는 유연한 사고를 개발하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가치라는 것을 강조하는 등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적인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너무 혹세무민하는 세상을 살고 있잖아요.
마음챙김 명상은 누구처럼 되기 위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처럼 되기 위해서, 성공과 실패라는 개념을 초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성장과 변화, 그리고 치유력을 가져오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치유라는 것도 치료가 아닌 관점의 변화를 낳는 것이죠. 마음챙김 명상의 치유는 우리가 내면에 이미 갖고 있는 완전성을 인식하고 동시에 우리가 모든 세상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성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평화를 느끼는 것이죠.
'상편'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핵심 내용 소개가 주로 이뤄지고 있으니 제가 지금 읽고 있는 '하편'에서는 실질적인 내용이 소개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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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R 8주 프로그램의 네 번째 회기는 '정좌 명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호흡 수련을 통해 마음챙김 능력이 증가하게 되면 호흡을 하면서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를 순간순간 챙기는 호흡 확장훈련 단계를 거쳐 전신의 감각 느끼기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마음챙김 호흡의 기본 자세는 바른 몸가짐(조신), 바른 호흡(조식), 바른 마음(조심)입니다.
호흡 확장훈련은 기본적인 것은 호흡 훈련과 같아서 감정을 알아차리기, 하복부에 마음 모으기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주의를 전신으로 확장하는 것이 달라서 복부 주변의 감각으로부터 얼굴을 비롯한 전신으로 의식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죠.
호흡할 때의 영역을 확장하면 자동 조정 상태에 빼앗겼던 마음을 현재 이 순간으로 데려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지속적으로 훈련하면 현재 이 순간에 의식을 지속적으로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호흡 수련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정좌 명상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릴 때 다친 발목 때문에 말 그대로 정좌를 할 수가 없고 명상 시간이 길어지니 왼쪽 다리가 저리면서 의식이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명상을 끝내고 나서도 마음이 산란하여 평정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꼭 정좌 명상을 통해서만 호흡 수련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답니다.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판단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맞는, 그래서 호흡하기 편안한 방법을 찾으면 그것으로 하면 된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바디 스캔을 하듯이 누워서 호흡 확장훈련을 했습니다 바디 스캔보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의식을 머무르도록 했습니다.
정좌 명상보다 훨씬 더 쉽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1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온 몸이 편안하면서도 머리가 맑아집니다. 명상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벌써 30분이나 지나있네요. 항상 명상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제게 정좌 명상은 신체적인 제약 상 어려울 것 같고 누운 상태에서 바디 스캔과 호흡 명상을 모두 하는 방식으로 수련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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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은 우리 말로 하면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스트레스 감소 훈련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1970년대 말 Kabat-Zinn(이 사람은 특이하게도 직업이 분자생물학자입니다. @.@)이라는 'Yogi'가 환자들의 스트레스 감소와 이완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1990년대에는 스트레스에 의한 심인성 질환의 치료를 위해 개칭되었으며 2000년대에는 MBCT(Mindful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등의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습니다.
마음챙김이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저곳으로 방황하는 우리의 마음을 지금-여기에 집중하여 깨어있게 하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삶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고요. 게슈탈트 치료의 기본 개념과 비슷합니다.
마음챙김 명상의 7가지 태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판단하지 말라2. 인내심을 가져라3. 초심의 마음을 간직하라(마음을 열라)4. 믿음을 가져라(자신을 믿으라)5. 지나치게 애쓰지 말라6. 수용하라7. 내려놓으라
마음챙김 명상이 좋은 점은 억지로 무언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특별한 규칙이 없어서 자기만의 명상법을 찾아서 하도록 하는 겁니다. 취지가 참 마음에 듭니다.
고맙게도 제가 다니는 기관에서 전문가 보수교육을 위한 지원을 해서 전북대의 정애자 선생님이 이끄는 8주짜리 MBSR 수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8주 동안 매주 하루는 새벽 6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 좀 괴롭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이니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중간에 휴가가 있어 2주나 빠지게 될 것 같습니다만... ㅠ.ㅠ
판단하면 안되는 마음챙김 명상을 배우면서 첫 시간부터 판단하면 안 되지만 정애자 선생님은 저랑 스타일이 딱 맞는 분은 아닙니다. 뭐라고 콕 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뭔가 마음에 탁 걸립니다. 그러든 말든 소중한 기회이니 열심히 해 봐야겠지요.
오늘은 첫 시간입니다. 간단히 MBSR에 대해 강의를 듣고 '먹기 명상'이라는 비공식 명상을 했습니다. 먹기 명상은 어떤 것으로도 가능하지만 MBSR에서는 주로 건포도를 이용합니다. 왜 하필 건포도인가 궁금했는데 해 보니 알겠더군요.
약 20분에 걸쳐 지시문에 따라 건포도를 관찰하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촉감을 느끼고, 귀에 대고 비벼서 소리를 듣고,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입에 넣어 감촉을 느끼고, 씹어서 질감을 느끼고 맛을 봤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요? 해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
이 광경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밖에서 봤다면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지시문에 따르자 신기하게도 세상에 나와 건포도만 있는 듯 진공 속과 같은 적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김새, 촉감, 소리, 냄새, 질감, 다양한 맛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먹을거리로 건포도 말고 다른 것을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본질 그대로 경험하려고 애써 온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마음챙김 명상이 수준이 훨씬 더 높습니다.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접 해 봐야만 이해하실 듯 합니다.
6시에 나와서 8시 30분까지 2시간 30분이나 수련을 하는 것에 비해 프로그램이 다소 느슨한 것이 좀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건포도 먹기 명상 하나 경험한 것으로도 그만큼의 보상은 충분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덧. 먹기 명상을 자주 하게 되면 먹는 양이 줄어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럴 것 같습니다. 먹기 명상을 하게 되면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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