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마추픽추에 오르는 걸로 예정된 날이라 8시에 집합하기로 해서 넉넉하게 잡아 6시에만 일어나면 되었는데 어제 Indio Feliz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뒤 기절하듯이 쓰러져 잠드는 바람에 새벽 4시에 일어났고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가 자칫하면 못 일어날 것 같아서 그냥 기상했습니다. radiator가 빵빵하게 가동되기에 샤워하면서 여유롭게 모자와 바지를 빨아서 말리기까지 했죠.
짐을 챙기고 7시 15분 쯤에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습니다. 세삼스레 감자 요리가 맛있더군요. 페루에서 먹은 감자가 맛이 없었던 적은 없었지만요.
식당 뒤편에는 아보카도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아보카도가 무슨 시골집 뒷뜰의 대추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 때 따지 않아서 바닥에 떨어진 아보카도가 그냥 썩어가고 있어요;;;;
오늘은 마추픽추를 둘러보고 쿠스코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서 더플백을 싸서 호텔에 맡겨 두고 버스로 마추픽추로 이동했습니다.
이게 아구아스 깔리엔테스와 마추픽추를 오가는 버스의 티켓입니다.
올라갈 때 녹색 티켓을 내고 내려올 때 빨간 색 티켓을 내면 됩니다.
각각 무려 24불이나 합니다. 아무리 마추픽추라고 해도 페루의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죠. 어제 따로 살 때와 달리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예매하면 할인이 적용되어 조금 싸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이건 마추픽추 입장권입니다. 입장료는 152솔입니다.
아침 일찍 올라갔는데도 인산인해입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화장실은 유료 화장실로 이용료가 1솔입니다.
어제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챙겨와서 미리 뿌렸지만 그래도 워낙 모기가 많아서 중간중간에 선크림을 바르듯이 뿌려줘야 했습니다. 여름철에 마추픽추를 오르는 분들은 모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은 로컬 가이드인 '호세'와 함께 올라와서 마추픽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추픽추는 1983년 쿠스코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2,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추픽추 곳곳에서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몰랐는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대체 바퀴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 많고 무거운 돌을 이 험준한 곳까지 가져와서 쌓았는지 의문입니다.
저쪽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망지기의 집'입니다.
마추픽추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당시의 기술로 어떻게 이런 무겁고 거친 돌을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라서 이렇게 고르게 쌓아올렸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놀라운 건 또 있는데 그 당시에 만든 물길을 따라 지금도 물이 흐른다는거죠. 바꿔 말하면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밑에서 올려다 볼 때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위에서 내려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찔한 기분이 절로 듭니다.
서부 지역인 하난(Hanan) 지역에 있는 건물인데 건물의 높이와 완성도, 내부 시설물로 비추어 신관이나 기타 신분이 높은 잉카인의 숙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내에서도 유명한 태양의 신전(Templo del Sol)입니다.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초석은 20톤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초석을 다듬지 않고 그 위에 곡선으로 깎은 돌을 올린 걸 보면 정말 기술이 대단해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 기초석 아래는 파차쿠텍 왕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3개의 계단이 보입니다. 3개의 계단은 저승과 죽음을 상징하는 뱀, 현생을 상징하는 퓨마, 천상을 상징하는 콘도르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태양의 신전에 있는 창은 정면에 보이는 산 봉우리를 통해 떠오르는 태양을 그대로 마주하게 축조했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 두 봉우리 사이의 갈라진 틈으로 태양이 떠오르는데 그 태양빛이 정확히 태양의 신전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위치를 보고 농사의 절기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꽤 과학적이죠?
태양의 신전에서는 어제 올랐던 선 게이트(Sun Gate)도 보입니다. 태양의 신전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해시계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은 주신전 지역(Sector de los Templos)으로 중요한 의식 행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들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하겠는지 조금씩 무너지고 있네요.
여기는 '3개 창문의 신전(Templo de las Tres Ventanas)'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잉카인들이 영혼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신전이라고 하네요.
이건 아무래도 해시계 같습니다. 경사도도 그렇고 방향도 그렇고 말이죠.
마추픽추의 메인 광장입니다. 예전에 잉카인들의 장이 서는 곳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메인 광장을 지나 앞쪽으로 돌아오면 알파카를 풀어놓은 곳을 만나게 됩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몰라도 다들 퍼져 있는 모습이어서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귀에 식별표가 있는 걸 보니 관리를 받는 알파카 같습니다.
다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평화롭게 졸고 있습니다.
페루 현지인들은 선명한 색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빨간색과 파란색을 거침없이 사용합니다.
마추픽추를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호세가 한 자리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자유 시간을 줍니다.
오후 2시 30분까지 기차역에 집합해야 하는 걸 감안하여 계산해 보니 잉카 브릿지까지 다녀올 시간이 얼추 될 것 같습니다. 어제는 선 게이트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는 걸로 마추픽추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은 깎아지른 절벽길이기 때문에 풍광에만 정신팔려 발이라도 헛디디면 큰일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런 절벽을 깎아서 어떻게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예상했던 것만큼 좁거나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험한 길이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 바깥쪽에 안전망이나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입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와 갑니다.
왕복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잉카 브릿지 바로 앞은 막혀 있어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절벽 위에 난 길 중간에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걸어놨는데 저기는 정말 위험하겠죠? 저기를 걸어가다가 떨어지면 정말 답이 없거든요. 그래서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에는 초입에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이름, 나이, 국적, 체크인 타임을 꼼꼼히 적어야만 통과할 수 있고 돌아올 때도 자기가 적었던 곳 옆에 체크아웃 타임과 서명을 해야 합니다. 체크 포인트가 하루일과를 마치고 닫힐 때 서명이 안 된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니 구조대가 출동하겠지요. 덜덜덜...
돌아오는 길에 슬슬 빗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DSLR은 가방에 넣고 방풍 점퍼를 꺼내 입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마추픽추 앞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기는 한데 차가 자주 오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오후 2시쯤 되었는데 잉카 브릿지를 다녀오면서 긴장해서 그런지,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그런지 지쳐서 그 짧은 이동 시간에 깜박 잠이 들었네요.
Cheo가 이야기한 시간이 2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밀집한 식당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얼른 들어가 small size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음료 하나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해서 치차 모라다를 선택하고 오렌지 주스만 한 잔 추가했죠. 전부 해서 30솔이니 역시 살인적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물가답네요. ㅠ.ㅠ
허겁지겁 음식을 밀어넣고 부리나케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짐에 깨질 것이 많으니 조심해 달라고 Cheo에게 미리 부탁했는데 포터 두 분이 신경써서 날라주셨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흔쾌히 별도의 수고비를 드렸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오얀따이땀보로 돌아가는 기차가 도착했고 다행히 올 때와 달리 정방향 좌석이었네요. 모두 4인승 테이블 좌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인승 테이블도 있었고 운좋게 거기 앉아서 편하게 이동.....할 줄 알았는데 누가 바닥에 물을 흘렸는지 좌석 아래에 놓아둔 장비백이 젖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을 다른 가방으로 옮겨 담느라 부산을 떨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착한 오얀따이땀보역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요. 다행히 챙겨간 우산이 진가를 발휘해서 많이 젖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루밤바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잤습니다.
우루밤바 호텔에서 짐을 싣는 동안에는 거리의 화가에게 마음에 드는 그림도 한 두 점 샀고요. 짐을 싣고 출발한 버스가 쿠스코에 도착한 게 대략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무리를 했기 때문에 내일 저녁까지는 자유 일정이었죠.
사실 계속 잠을 잤던 게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피곤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마추픽추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닌데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빼았겼고 점심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급체를 했기 때문이더군요. 쿠스코에 도착하니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여행 중에 식욕이 떨어지는 적이 거의 없는데 쿠스코에서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더군요. 이 때 어느 정도 감을 잡았습니다. 사실 그냥 호텔에서 자고 싶었지만 반려인이 한식을 먹고 싶다기에 사랑채까지 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두 입 먹고 거의 남겼습니다. 사진에는 김치전이 안 나왔는데 김치전도 남아서 싸 갖고 왔죠.
숙소로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마추픽추 요약
- 마추픽추 안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입구에 유료 화장실이 있으나 워낙 사람이 많아서 사용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 마추픽추 안에는 일방통행 보도가 많아 뒤로 돌아갈 수 없어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거든요. 물론 일일권을 갖고 있다면 실수로 마추픽추 출구로 나갔다고 해도 입구로 몇 번이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 강력한 모기 기피제가 필수품입니다. 아주 작은 모기들이 극성인데 물리면 피가 맺힌 뒤 나중에 엄청 가렵습니다. 현지에서 파는 모기 기피 스프레이는 20솔이나 하지만 향만 강할 뿐 모기를 쫓는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강력한 것으로 가져가는 걸 추천합니다.
- 출발할 때 날씨가 맑아도 마추픽추에 오르면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어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산 또는 우비는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 등산용 스틱은 갖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잉카 브릿지와 선 게이트는 마추픽추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위치 상 한번에 다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 번 오르는 걸 추천합니다.
-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이 훨씬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절벽으로 접근하는 길이 좁아서 위험하게 느껴질 뿐이지 선 게이트로 가는 길이 훨씬 멀고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닫기 * 마추픽추 화장실 사용 : 1솔
* 가이드 호세 수고비 : 50솔
*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아르마스 광장 식당 점심 식사
- small size 피자
- 오렌지 주스 1잔
= 30솔
* 포터 수고비 : 10솔
* 우루밤바 숙소 앞 거리화가 그림 구입비 : 100솔
* 쿠스코 사랑채 저녁
- 된장찌개
- 비빔밥
- 김치전
- 콜라 1잔
= 88솔
* 2리터 생수 구입 : 5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묵은 Taypikala Hotel Machupicchu입니다. 이번 페루 여행에서 묵은 숙소 중 뿌노에서 묵을 호텔과 더불어 유일한 4성급 호텔이죠. Taypikala 체인 호텔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캐리어를 옮기는데 편리했습니다.
방도 작기는 하지만 아담한 편이고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망도 괜찮은 편이고요. 호텔 위치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도 북쪽이고 여행자 거리 초입이라서 접근성은 좋으면서도 시끄럽지 않습니다.
4성급 호텔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묵은 호텔과는 욕실에 비치된 어메니티의 수준도 다릅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뒤 6시쯤 저녁을 먹기 위해 나섰습니다. 일행 중 '유지'가 저희랑 함께 했죠.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프렌치 레스토랑인 Indio Feliz로 갔습니다. 구글맵을 켜고 갔는데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더군요.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한데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럽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리 봐도 프렌치 레스토랑은 아닌데 나름 공을 들인 인테리어입니다.
식탁 위에 접어서 올려둔 넵킨 색깔까지 강렬합니다. 종업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보니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라서 그런지 확실히 가격이 센 편이지만 음식이 워낙 훌륭하다는 평이 많아서 기대를 했습니다.
에피타이져로 시킨 토마토 스프(25.5솔)입니다. 원래는 파마산 치즈를 뿌려주는데 주문할 때 빼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찾던 바로 그 맛이네요. 맛나게 먹었습니다. 시작부터 마음에 듭니다.
음료로 주문한 칵테일, Campari Orange(25솔)입니다. 비쥬얼은 근사하지만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는 너무 셉니다. 이걸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했습니다;;;;
반려인이 주문한 레모네이드(16.5솔)입니다. 모히또 느낌인데 양이 엄청납니다. 이것만 마셔도 배부를 듯;;;
샐러드는 좀 식상해서 신선한 과일을 먹자고 주문한 'Trujillo Melon'(28.5솔)입니다. 안데스 산맥의 엘더베리로 만든 소스로 맛을 냈다고 하는데 맛도 있지만 비쥬얼이 엄청나네요.
제가 주문한 'Tagliatelle Indio Feliz'라는 이 집의 대표 메뉴입니다. 뜨겁게 달군 접시에 면만 따로 나옵니다. 가격이 49.5솔이나 하니 대체 뭔 요리인가 싶은데 사실 파스타에요. 하지만,
버섯, 파마산 치즈 등 고명이 따로 나와서 원하는 만큼 넣어서 먹을 수 있는 custom 파스타입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인게 페루 뿐 아니라 제가 평생 먹어본 파스타 중에서도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특히 면발이 예술이에요. 이걸 먹으러 마추픽추에 다시 가고픈 정도의 수준입니다.
멀리 페루까지 와서 이렇게 맛난 인생 파스타를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마추픽추에 가시는 분들은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으면 Indio Feliz에서 이걸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8시 30분까지 유지와 페루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와 여행 일지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모기 퇴치제 구입 : 20솔
* 마추픽추 오후 입장료 :100 × 2 = 200솔
* 마추픽추 왕복 버스 요금 : 78(77.8) × 2 = 156솔
* 마추픽추 역사 박물관 입장료 : 22 × 2= 44솔
* 점심 식사비
- 바나나 2개 : 2솔
- 샌드위치 2개, 콜라 1병 : 12솔
* 장 본 것
: 생수 큰 병 1개, 작은 병 1개, 환타 작은 PET병 1개 : 16솔
* Indio Feliz 저녁식사
- 토마토 스프 : 25.5솔
- Campari 오렌지(칵테일) : 25솔
- 레모네이드 : 16.5솔
- Trujillo Melon : 28.5솔
- Tagliatelle Indio Feliz : 49.5솔
= 145솔
식당 바로 앞이 체크 포인트이고 걸어서 마추픽추 입구로 올라가는 관문이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라는데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추픽추의 내부 건물만 볼 것이 아니라 Sun Gate나 Inca Bridge까지 갈 거라면 마추픽추로부터 각각 왕복 2시간과 1시간이 또 걸리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놔야 하거든요. 그러니 꼭 마추픽추까지 트래킹을 하고 싶으면 올라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고 내려올 때 하는 걸 권장합니다.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예전 대관령 고갯길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구절양장 꼬불길을 15분에서 20분 정도 올라가게 됩니다. 마추픽추 입구에 내리니 내려가는 버스를 타려고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Cheo의 말을 들어보니 12시 무렵이 되면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나가는 시간이라 많이 붐빈다고 하네요.
어차피 내일 오전에 다시 올 것이기 때문에 마추픽추 내부는 local guide와 함께 내일 오전에 둘러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Sun Gate까지만 갔다오기로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가 있는 아랫쪽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잉카인들은 대체 이 첩첩산중에 어떻게 이런 시설을 세웠는지 모르겠네요.
마추픽추를 마주보고 왼쪽길이 Sun Gate로 가는 길입니다. 케추아어로는 Intipunku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햇빛이 들어오는 관문입니다. Sun Gate를 거쳐 들어온 햇빛이 가리키는 위치를 보고 작물의 파종, 수확 시기를 가늠했다고 하네요.
마추픽추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느새 개미만큼 작아졌습니다.
잉? 여기에도 왠 댕댕이 한 마리가 있네요.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기는 해도 주인이 있는 개가 아니라면 생활하기에 쉬운 곳은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이 지나다니건 말건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 주변에는 곳곳에 옛 잉카인의 유적들이 있습니다.
편도 1시간 이상 오르막길을 오르는 쉽지 않은 트래킹 코스이기 때문에 간혹 만나는 꽃들이 더 반갑습니다.
마추픽추와는 벌써 꽤 멀리 떨어졌네요. 저기 보이는 꼬불길이 버스가 다니는 길입니다. 버스에 타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멀미가 날 것 같습니다;;;;;
Cheo와 4시 30분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최소한 4시에는 내려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마음이 급하네요.
1시간의 트래킹을 마치고 드디어 Sun Gate에 도착했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왼쪽 절벽이 숨막히는 풍경(사진의 왼쪽 사람들 참조)이라 힘든 줄도 몰랐네요.
수분도 보충하고 땀에 젖은 몸도 식히면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Sun Gate는 생각보다 작은 구조물로 그야말로 관문처럼 생겼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제대로 된 사진도 못 찍었네요. 사실 Sun Gate 앞이 바로 낭떠러지라서 Sun Gate가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도 없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올 때보다 한결 수월하지만 다리가 풀렸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길이 미끄럽지는 않네요.
3시 30분 경에 마추픽추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했음에도 마추픽추의 위용을 눈앞에서 보니 가슴이 벅차네요.
최대한 사람이 없는 때를 골라서 다른 각도에서 찍었습니다.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맞은편의 산은 와이나픽추라고 하는데 사진을 옆으로 돌려보면 딱 잉카인의 얼굴 옆모습처럼 생겼습니다.
마추픽추는 케추아어로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으로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해발 2,430미터에 위치해 있고 몰타르 같은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고 50년 이상 걸려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500명 이상의 잉카인들이 상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한 두 군데만 더 돌아보기로 하고 일단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추픽추 유적의 뒤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 풍광도 가슴 벅차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뒤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기 때문에 외적의 침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콘도르 한 마리가 마추픽추를 지키기라도 하듯 천천히 하늘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마추픽추의 존재감은 남다르네요.
시간이 다 되어 내려오는데 갑자기 라마 한 마리가 뙇하고 나타납니다. 귀에 표식을 달아놓은 것을 보니 여기에서 키우는 라마 같습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풀어놓은 것 같네요.
한 마리가 더 있습니다.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아예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것 같네요.
부지런히 내려오니 다행히 버스 승강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금방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빨간색 영수증을 내고 버스에 타니 20분 쯤 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일 마실 생수 2병(큰 거, 작은 거)하고 작은 캔 환타를 근처 마트에서 샀습니다. 모두 합쳐 16솔이나 하네요. 페루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의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실감이 납니다. ㅠ.ㅠ
Cheo가 도착했을 때는 비가 꽤 많이 내리기 시작해 부리나케 오늘 묵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내 북쪽 끝에 있어서 올라가는 동안 비를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산을 더플백에 넣어놓고 안 가져갔거든요. ㅠ.ㅠ
페루 여행 9일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추픽추에 한걸음 더 다가갑니다.
아침 6시 30분 출발이라 4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마추픽추에는 캐리어를 갖고 갈 수 없기 때문에 GAdventures에서 미리 나눠 준 더플백에 1박 2일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짐만 나눠 담았습니다. 캐리어는 여기 숙소에 맡겨 둘 예정입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꽤나 넓지만 목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그런지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입맛이 없기에 주로 과일 위주로 간단히 배만 채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강냉이가 있기에 신기해서 몇 개 가져왔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맛이 똑같네요. :)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도 할 겸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Villa Urubamba는 여행 당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우루밤바 지역 10위권에 랭크된 숙소였습니다.
객실 앞쪽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지만 물이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수영을 할 시기가 지나서 관리를 안 하나 봅니다. 분수대도 물이 말라 있네요.
아침 식사를 했던 식당 밖에서 본 모습입니다. 바깥 벽도 목재로 덧댄 것 같네요. 아니면 통째로 목재일 수도 있겠네요.
6시 30분이 되어 모두들 숙소 로비로 집결했습니다. 더플백 모양이 똑같기에 헷갈리지 말라고 네임택을 붙여 차에 실은 뒤 오얀따이땀보로 40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는 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거든요. 차량 접근이 안 됩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는데도 티켓과 여권을 일일히 확인합니다. 역 구내에서 기다리다가 예약한 기차가 오면 탑승하게 됩니다. 역 구내까지 들어와 물건을 파는 잡상인들이 많은데 혹시 몰라서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하나 샀습니다. 20솔이나 하는데 정작 마추픽추에 올라갈 때는 다른 가방에 넣어두는 통에 가져가지 못해 모기에 10방 이상 물렸습니다. ㅠ.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페루 레일은 티켓 가격이 50불에 18% 세금이 붙어서 59불(편도)입니다. 페루 물가를 고려할 때 이것도 싼 가격이 아닌데 럭셔리 열차인 잉카 레일은 티켓 가격이 무려 600불이나 합니다. ㅡ.ㅡ
쿠스코 내지는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기차표를 현장에서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게 우리들이 타고 갈 페루 레일입니다. 출발 전에 전망이 잘 보이라고 지붕 쪽 창을 닦고 있습니다.
이게 그 비싼 럭셔리 기차인 잉카 레일입니다. 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발차 시간이 되어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객차 내부의 인테리어는 대충 이렇습니다. 대략 KTX의 4인 가족석처럼 생겼죠.
기차에 탈 때 티켓을 가져가기 때문에 Cargo 이름(A or B)과 좌석 번호는 기억해둬야 합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두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죠. 사실 외국인은 A Cargo에만 타기 때문에 좌석 번호만 기억해 두면 됩니다.
중앙의 조명 양쪽으로는 환기 시스템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유리창입니다.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가는 동안 멋진 풍광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거의 썬루프 수준으로 유리창을 곳곳에 만들어 놨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을 안 찍은 것 같은데 가는 동안 만년설이 덮인 베로니카 마운틴(케추아어로 와카이 윙카라고 불리는)의 멋진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와카이 윙카의 뜻은 '성스러운 낙루'라고 하네요.
기차가 출발한지 20분 정도 지나면 free 음료를 제공합니다. 생수, 물, 치차 모라다, 주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얀따이땀보를 떠난 지 1시간 20분 정도 되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는 '뜨거운 물'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온천수가 나오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2,040미터에 위치한 마추픽추의 관문으로 쿠스코에서 출발하는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이기도 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마추픽추까지는 버스로 15분에서 20분(대부분의 가이드북에서는 30분을 이야기하지만 정체가 있을 때 이야기고 보통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여기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등정에 나섭니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관광버스에도 온통 마추픽추가 랩핑되어 있어 드디어 마추픽추에 거의 다 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숙소의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기에 일단 더플백만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넘기고 곧바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시내에서 어떻게 할까 갑론을박하다가 가이드인 Cheo의 의견에 따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박물관에 갔다가 거기에서 버스를 타고(마추픽추로 가는 버스가 박물관 앞으로 지나갑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내일인데 오늘 미리 한번 올라가보기로 한거죠.
사람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곤히 자는 페루 댕댕이들~~~
동물을 학대하는 못된 인간이 없어서일까요? 너무나 평화롭게 단잠을 즐기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개들은 페루 전통견이 아니고 얘가 페루 전통견입니다.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고 머리에만 모히칸족처럼 털이 났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보호종인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저도 이번 여행 중에 딱 한번 봤습니다.
우선 마추픽추 입장권을 사야 했기에 시내 가운데에 있는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구입했습니다. 12시 이후 입장하는 경우는 꽤 할인을 받는데도 1인 당 100솔입니다. 가히 살인적이죠. 마추픽추 입장권을 구매할 때는 여권을 보여줘야 합니다. 티켓에는 입장 시간이 찍혀 나오는데 아마도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방지하려고 입장 시간을 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왕복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유니온 페이 카드도 되는데
희안한 건 비자 카드 결제가 안 됩니다. 저는 비자 카드만 가져갔기에 어쩔 수 없이 현금 결제를 했죠.
여권을 보여줘야 하지만 매표소 직원이 제대로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다분히 형식적이에요. 왕복 버스 티켓은 78솔(정확하게는 77.8솔)입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죠. 왕복 티켓은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하는데 갈 때는 파란색을 뜯어서 내고, 올 때는 빨간색을 내면 됩니다. 노란색은 승객 보관용으로 영수증의 기능을 합니다.
사실 박물관에 가자고 Cheo가 제안했을 때 시내에 있는 줄 알고 흔쾌히 오케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시내 밖으로 나가는 건 물론이고 대략 숲길을 1킬로미터 이상 걸어가야 하더군요;;;;;
양쪽으로 깎아지른 산에 둘러싸인 숲길을 트래킹하는 코스입니다. 길이 좋지 않지만 공기 하나는 확실히 좋더군요. 삼림욕이 절로 됩니다.
이런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면 마추픽추, 오른쪽으로 가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티켓 비용은 22솔입니다. 역시나 여권을 내야 합니다.
페루에서는 티켓을 살 때 신분증을 내는 게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여권 번호를 입력하는지 티켓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박물관 관람 비용에는 식물원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지만 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식물원은 못 봤습니다.
규정이 꽤나 엄격합니다. 가방도 못 갖고 들어가고 아무것도 만지면 안 되고(이건 당연하지만),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안 됩니다(그래서 내부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대부분 마추픽추와 관련된 것들인데 발굴 과정 이야기, 출토된 유물들입니다. 영상관에서 보여준 짧은 영상물이 꽤 유익했습니다.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에 한번 보면 좋겠더군요.
박물관을 후다닥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가 12시 쯤이었는데 마추픽추 티켓에 입력된 입장 시간이 1시이므로 버스를 12시 30분 정도에는 타야했죠.
다행히 버스가 레스토랑 옆으로 지나간다기에 여기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으로는 야채 샌드위치 2개, 바나나 2개, 콜라 1캔을 주문했는데 바나나는 엄청 큰 것이 1솔이라서 아주 저렴했는데 정작 야채 샌드위치가 엄청 부실해서 14솔이라는 금액까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죠.
이제 드디어 마추픽추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