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하는 능력보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유투브 시대인 요새는 말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결정적인 전달 도구는 글입니다. 어찌보면 말도 조리있는 글솜씨와 그에 기반하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말하기 재능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고는 말보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글쓰기 교실'이라는 제목도, 모든 글의 기본이 되는 단문(에세이) 쓰기를 핵심 포인트로 잡은 영리함도,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고등학생과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대학원생, 보고서를 잘 쓰고 싶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글쓰기가 필요한 모든 대상에 맞춤형으로 접근한 세심함도 발군인 책입니다.
기존의 글쓰기 책들이 문단과 문법 위주의 설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비해 글쓰기 연습을 강조하고 실제로 다양한 예문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고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실제로 읽으면서 글쓰기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는 책인데도 이 책을 아무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의 예문 중 언론에서 인용한 내용 대부분의 출처가 조선일보라서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꾸 내용이 신경쓰이길래 출처를 보니 거의 대부분 조선일보의 기사나 사설이더군요. 저자가 어떤 출처를 사용하건 저자의 자유이지만 저는 조중동 신문을 정신을 병들게 만드는 해로운 독극물(사상 면에서)로 간주하기 때문에 저자의 조언대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 한들 결국 독뱀이 마시는 물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추천 못 하겠네요.
저도 중간부터 예문은 건너뛰며 내용만 골라 읽었지만 이 책은 예문 없이 내용만 읽어서는 안 되는 유형의 책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게는 무의미한 독서가 되었습니다.
닫기 * 도입문단의 처음에, 즉 에세이의 처음에 독자(reader)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은 갈고리(hook)라고 하는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낚시바늘입니다. 독자는 흥미가 있어야 글을 끝까지 읽습니다. 좋은 필자(writer)는 에세이의 첫 문장에 낚시바늘 문장을 배치합니다.
* 좋은 문장의 조건 : 명료성(쉬운 문장)
- 수식어는 피수식어(수식되는 말) 가까이 배치
- ‘것’을 남용하지 말라
- 아무 때나 ‘부분’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 : 전체와 비교할 때만 쓸 것
* 좋은 문장의 조건 : 경제성(간결한 문장)
- 접속어를 남용하지 말라
: 초보자들은 문장을 연결할 때 접속사를 많이 씁니다. 그 이유는 의미상 연결되지 않는 문장들을 억지로 연결하려고 하거나, 문장의 연결 관계를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접속사가 많으면 문장의 흐름이 느리게 됩니다.
* 글쓰기 교사들은 일반성이 강한 묘사를 ‘말한다(tell)’라고 하고, 구체성이 강한 묘사를 ‘보여준다(show)’라고 합니다. ‘보여주기’가 ‘말하기’보다 쓰기 어려우니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몽골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겁니다. 어떤 내용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만 하세요.
* 인터넷 환경
: 론플에는 몽골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도 안 터집니다. 고비 사막의 경우는 몽골 최고의 숙소인 Three Camel Lodge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신호를 잡으려고 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속도가 느려 동영상 업로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홉스굴 Ashihai resort에서는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리조트 내 카페에서만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가능했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미지 검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 로밍은 물론이고 심 카드를 사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상책이에요.
* 몽골 사람
: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몽골 현지 가이드들은 UB(울란바타르를 보통 이렇게 부릅니다. 그냥 시티라고도 해요) 사람들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봐도 별로 그래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 돈을 밝히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불법 택시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 치안
: 중범죄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솜씨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펍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탁자마다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지인들도 뒤로 메는 가방은 잘 안 멘다고 할 정도에요. 사람들로 붐비는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오히려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위험은 길을 건널 때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녹색불로 바뀌었다고 그냥 건너면 안 되고 반드시 좌우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호 없이 끼어들기, 중앙선 유턴 같은 건 그냥 하는 수준이거든요.
* 택시
: 공인 택시는 2~3개의 택시 회사에서만 운영하며 이것도 국가에서 승인하는 면허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지인들은 그냥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하고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적정 요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기 쉬워서 숙소에서 이동할 때 미리 호텔 직원들에게 적정 금액을 물어두고 타기 전에 흥정을 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론플에는 불법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밤 늦게 타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공공 교통 수단
: 울란바타르의 경우 택시, 버스, 저상 버스, 전차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이 실제로 운행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소매치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용을 권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통편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도 대부분 자기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평일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출, 퇴근 시간에는 보행 속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 동물
: 울란바타르에는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골, 특히 유목민의 경우는 대부분 개를 방범견으로 기르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외지인이 다가가면 무섭게 짖고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몽골 지방 여행을 할 때 꼭 익혀야 하는 현지어가 '노호이 호르'(개를 좀 잡아주세요)라고 하니 말 다했지요.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여행 중 유목민 게르에서 딱 한 마리 보았는데 쥐를 잡는 목적으로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시골에는 소,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많이 있으나 방목해서 기르는 가축의 수준이고 반려동물은 아닙니다.
* 벌레
: 고비 지역에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여행 내내 모기는 한번도 못 봤고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전자 모기향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만 고비에서 저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모기가 극성이었고 도착하기 며칠 전에 다행히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비 사막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홉스굴 지역에는 호숫가 주변에 각다귀가 많지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몽골 여행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레는 고비에서도, 홉스굴에서도 파리였습니다. 달려들기까지는 않지만 앵앵 소리가 거의 진주만 폭격기 수준의 소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립니다.
* 돈
: 동전은 없으며 최대 2만부터 1만, 1천, 500, 100, 50까지 지폐만 있습니다. 단위가 투그릭인데 100, 50투그릭 지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얼굴이 칭기즈칸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숫자를 잘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투그릭을 쓸 때 상대방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심지어 대형 리조트에서도) 잔돈을 받으면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낼 때, 팁을 줄 때에도 잔돈이 필요하거든요.
* 생수
: 숙소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른데 울란바타르의 캠핀스키 호텔 같은 경우는 매일 500미리 생수를 두 병씩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비 사막에 있는 Three Camel Lodge의 경우 Eco Lodge이기 때문에 PET병의 사용을 자제하므로 매일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2리터씩 제공하더군요. 역시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다니는 걸로 충분했고 가이드가 차량에서 따로 물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챙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홉스굴 지역의 Ashihai Resort는 뜨거운 물은 수시로 제공하지만 찬물은 없어서 생수를 마시려면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700미리 한 병에 3,000투그릭이나 해서 놀랐죠. 즉 케바케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마켓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경우는 마켓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몽골은 여름철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은 대신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금만 물 마시는 걸 게을리 하면 탈수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음식
: 몽골은 고기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음식에 고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데 호텔급 숙소나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채식 메뉴가 있지만 local restaurant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채식 메뉴를 주문해도 원래 있던 메뉴 중 고기를 밥으로 대체해 주는 수준입니다. Three Camel Lodge에서는 매우 훌륭한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몽골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마켓에서 장을 봐도 과일과 채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싼 경우가 많음)에 배낭 여행자가 채식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
: 220V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명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공급받지만 전자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은 인근 도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고비 지역은 달란자드가드, 홉스굴 지역은 므릉시에 문제가 생기면 끊깁니다. 제가 여행하던 시기에도 고비 지역은 꽤 자주, 홉스굴 지역은 한 번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를 수시로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무엇보다 보조 베터리를 반드시 가져가세요. 보조 베터리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 팁
: 몽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지만 관광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소의 메이크 업 비용이나 드라이버에게 적정 수준의 수고비를 주는 정도는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에서 팁을 남겨 놓고 나오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울란바타르의 경우는 계산서에 기본적인 세금이 따로 붙어 나오는데다 특이하게도 도시세(1%)라는 항목도 있어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에 비해 최종 지불하는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일반직의 한달 월급이 50만 투그릭에 불과하다고 하니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는 가능하면 일부로라도 수고비를 챙겨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선물
: 기념품으로 가죽이나 털로 된 제품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죽 처리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지 매장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비건이라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세공품은 조잡하거나 너무 화려하여 기념품으로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초원 풍경을 그린 작은 그림이 괜찮아서 몇 장 구입했습니다(국영 백화점 7층 기념품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몽골 보드카(칭기스 골드 라벨)도 추천할 만합니다.
* 날씨
: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실제로 몽골은 연교차가 워낙 커서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집니다)하여 지역에 따라 여름철 기준으로 낮을 때는 15도에서 높을 때는 35도까지 오르내리므로 여름철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반바지부터 윈드 브레이커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대부분 옷으로 채워집니다.
* 에어컨
: 울란바타르를 제외하면 에어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호텔 정도가 아니라면 에어컨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새로 지은 건물의 샵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표적인 곳인 국영 백화점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덥습니다. 시골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비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 만하고 홉스굴 지역은 온도 자체가 낮아서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또한 고비나 홉스굴 모두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습도도 낮아서 탈수가 오기 쉬우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ㅡㅡ;;;;
* 도로 사정
: 울란바타르 시내는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며 교외로 가면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다행히 테를지 지역까지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당일 투어를 다녀오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3년 전의 20시간에서 현재는 하루 만에 차량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므릉에서 하츠갈로 가는 도로는 아직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서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합니다. 고비 지역은 거의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낫습니다. 공항만 벗어나면 곧바로 길도 없는 비포장이니까요.
* 여행 준비
: 울란바타르, 홉스굴, 고비 모두 가이드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편 이용과 음식(비건이라면 특히) 주문에서 애로 사항이 꽃필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섭외를 완료하거나 최소한 현지에서라도 가이드를 꼭 구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영어 가이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언어
: 몽골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동일해 말을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문법의 이야기이고 발음이 아주 헬 수준으로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도 제대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울란바타르에서는 그나마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괜찮지만 지방으로 가면 키릴 문자만으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답답함(가이드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 몽골에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고 한류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알거나 최소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으니 말조심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몽골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공공 장소에서는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 한류
: 현재 개발붐(울란바타르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한류 때문에(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몽골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함) 한국을 모방하는 게 많습니다. 아파트 건축 스타일, 옷차림, 화장법도 많이 비슷하고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 간판도 가끔 보여요. 울란바타르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옷차림의 미묘한 차이만 빼면 서울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합니다.
* 환경
: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 보호가 몸에 배어 있어 가이드들이 눈에 띄는 족족 쓰레기를 주을 정도입니다. 가축도 거의 방목으로 기르며 공장식 축산을 싫어합니다. 도축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한국의 개발 지상주의를 도입하면서 지나치게 급속하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빈부격차
: 부패가 심하여 몇몇의 기업가와 국회의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한데 생활 물가가 서울에 근접하는데 비해 소득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매우 머리가 좋거나 집안의 배경이 좋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체감하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나라의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 중독
: 몽골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론플에서도 취한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조심하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박을 즐기는 몽골인도 굉장히 많다고 하니 숨겨진 도박 중독자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무해서 제대로 care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 문
: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이 매우 협소해서 처음 봤을 때 대체 손님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만들거든요. 문을 자그마하게 만드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 때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시차
: 원래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데다 여름철에는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한국 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환전
: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 사설 환전소가 있으며 국영 백화점 1층에도 환전소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환전을 하나 국영 백화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나 100불 당 500원 정도의 환율 차이만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돈을 바꾸지 않는 이상 편한 곳에서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몽골 투그릭은 국내에서 재환전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잘 계산하여 중간중간에 환전하고 다 써야 합니다.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가장 좋으며 100불 짜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00불짜리 달러만 준비해 가면 됩니다. 관광지에서는 간혹 달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그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히 환전하고 남은 돈 없이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미지 출처 :
YES24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인류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1974년에 쓴 정치인류학 책입니다. 정치인류학 고전 중 한 권으로 꼽히는 저서죠.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남아메리카 민족학 전공학자로 1960년대 대부분을 남미 파라과이와 베네수엘라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연구한 내용을 이 책으로 엮어냈는데 안타깝게도 3년 뒤인 1977년에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당시 시대를 풍미하던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과 맑스주의 인류학을 극복하고 원시사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원시사회를 문자도, 역사도, 국가도 없는 사회이며 하루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생계 경제 사회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니까 세계를 정복하러 다녔던 근대 서구인들의 시각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죠. 원시 사회라는 말 자체가 인류의 최초 단계에 고착되어 머물러 있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하지만 피에르 클라스트르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이는 서구적 사고의 자민족 중심주의에 의해 비서구 사회를 이국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견해 때문에 나타난 편견이라고 주장하죠. 많은 원시사회에서 권력이 폭력과 완전히 분리되어 위계질서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실증 사례를 들면서 모든 사회는 고대적 사회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정치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논박의 결과로 원시사회야말로 권력을 소유함으로써 불평등을 야기하는 국가 자체에 대항하는 사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건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있어 추장의 권력이라는 것이 전쟁에서의 지휘권(전쟁이 끝나면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전쟁 중에도 언제든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박탈당할 수 있는), 그리고 제한된 일부다처제의 아내 선택권에 국한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에 당연히 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소유의 집중과 힘의 강제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까 부족민에게 절대적으로 봉사하는 자리라는 건데 대체 이렇게 의무만 있고 권리와 권력은 전혀 없는 무력한 추장으로 선출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저처럼 원시사회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혔던 분들이라면 꽤나 충격을 받으실 수 있는 인류학 서적입니다. 다만 인류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는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자신있게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만...
닫기
* 어떤 문화에 우리 문화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정치권력이 없다고 해서 그 문화에 정치권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인 진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개념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 정치권력은 인간 본성, 즉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이 점에서 니체의 생각은 틀렸다)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것이다. 폭력 없는 정치는 상정할 수 있지만 정치 없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력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 사회는 무엇보다도 재화, 여성, 말이라는 세 가지의 기본적 차원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유형의 '기호'를 직접적인 준거 틀로 하여 인디언 사회의 정치영역이 구성된다.
* 지역 외혼은 근친혼 금기를 강화하는 소극적 기능이 아니라 자기 공동체 밖에서 혼인 관계를 맺도록 강제하는 적극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역 외혼제의 의미는 정치적 연대의 수단이라는 기능 속에서 발견된다.
* 말하기와 권력의 결합 속에서 매우 명료한 동시에 매우 심오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국가를 형성한 사회에서는 말하기가 권력이 지닌 권리인 데 반해 국가 없는 사회에서는 거꾸로 말하기가 권력의 의무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디언 사회는 추장에게 그가 추장이기 때문에 말하기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추장이 되고자 하는 자에게 말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 고대적 사회, 각인의 사회는 국가 없는 사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이다. 모든 신체에 똑같이 새겨진 각인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즉 너희들은 권력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고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않을 것이라고.
* 사실 우리들의 생각 속에는 신앙을 가진 자의 믿음과 같이 내면화된, 즉 사회는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어 있다.
* 우리는 생계 경제가 전혀 비참한 생활 속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시사회의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언제나 식량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동물적인 상태에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간만 일하고서도 생존-아니 그 이상-을 확보하였다. 인간이 자기의 필요 이상으로 노동하는 것은 언제나 강제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러한 강제가 원시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외부적인 힘이 없다는 것이 원시사회의 본질을 규정한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의 도끼가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탐낸 이유는 같은 시간에 10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10분의 1의 시간에 끝마치기 위한 것이었다.
* 수렵, 어로, 채집이 반드시 이동 생활 방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나 그 밖의 여러 지역에서 농경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도 정주 생활을 하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생태학적으로 농업에 적합하지만 농경 생활을 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 이유는 그 사회가 무능하고 기술적으로 뒤떨어지며 문화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그들이 농경 생활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가정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
이미지 출처 : 씨네 21
11세 소녀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경기 중 다리가 부러진 말 '소냐도르'가 최고의 경주인 브리더스 컵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죠.
사실 이 영화에서 암말 소냐도르와 케일(다코타 패닝 분)의 교감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케일이 아이스크림을 매일 가져다 주는 것과 포스터에서 보듯이 강아지처럼 가방을 물고 뒤를 따르는 정도이죠. 그래서 평론가 평도 좋고 대부분의 영화팬들도 동감하는, 모처럼의 영화이면서도 인간과 말의 교감을 더 기대했던 제게는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화해'이고 다른 하나는 '꿈'입니다. 종마를 생산했던 유명한 목장주인 할아버지와 경주마를 키워 경주에 나가고 싶었던 아버지의 늦은 화해, 그리고 꿈을 달성하는 것은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만 허락된다는 교훈...
다코타 패닝은 여전히 깜찍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커트 러셀의 연기가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쨌거나 결과를 알고 보는 경주인데도 마지막 경주는 박진감에 넘치네요.
말이 나오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가족 영화로 분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몇몇 특수(?)한 하위 분야를 제외하고 심리학자들은 입으로,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임상이나 상담 분야는 두 말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바닥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떤 깨달음(사실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을 얻게 되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치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언론 매체에 얼굴 팔리는 것 좋아하는 사람치고 전문가 없고(대체 새로운 전문지식을 습득할 시간을 낼 수가 있어야지요),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것 좋아하는 사람치고 실제 일하는 사람 없더군요.
요새 제가 기득권층에 욕먹을 작정을 하고 몇 가지 일을 벌리고 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우려와 신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비판을 받으면 참지 못하는 속좁은 성격이라서 바로 받아칠까 생각하다가 시간을 좀 두고 지켜봤습니다.
역시 아무런 행동이 없더군요. 그저 말 뿐입니다. 예전에 제가 포스팅한 글(
비판을 하는 사람과 대안을 내놓는 사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안을 내놓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 대안을 앞서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그리고 일을 내는 것은 그 소수의 사람입니다.
제가 온라인 토론문화를 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말 많은 사람치고 결코 행동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저 말 뿐입니다. 행동하는 사람은 앞에 나서서 떠들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이 뒤따르게 됩니다. 선구자의 길을 가는 것이지요.
원래 떠들기 좋아하는 제 성격 상 말 없이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입과 머리와 손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
가끔 보면 정말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청산유수같이 막힘이 없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전개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또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 유장한 글솜씨와 빈틈없는 짜임새까지...
주로 말과 글로 먹고사는 저로서는 두 종류의 사람이 항상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되려고 나름대로 갈고 닦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작은 지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말과 글이 번드르르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부리는 그 재주에 스스로 도취하여 어느 사이엔가 자신을 반성하는 법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대부분 행하는 즐거움을 모르더군요. 대개 행동하는 것은 말과 글에는 필요하지 않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죠.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행하지도 않으니 입과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유장한 말과 글은 점점 그 빛을 잃게 되고 변죽을 울리는 허무한 종소리가 되더군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이후 저는 말/글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더는 믿지 않습니다. 아니 지나치게 말과 글이 번들거리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는 이제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묵묵히 행동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그건 저같이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은 따라가기 어려운 모습이거든요. 그나마 말과 글 모두에 재주가 없는 저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기초부터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만은 편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