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마실 때 필요한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와인과 와인잔이죠. 물론 와인을 따기 위한 오프너도 필요하고 디캔팅까지 해서 제대로 마시려면 디캔터도 있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마실 와인과 담을 와인잔만 있으면 일단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와인이야 품종, 생산지, 빈티지 별 가격대도 너무나 다양해서 와인을 마시면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하지만 와인잔은 괜찮은 잔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와인잔에 진심인 분들은 고가의 와인잔을 수집하기도 하지만 저같은 초심자들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니까요.
제가 추천하는 초심자용 와인잔은 오스트리아 와인 글라스 회사인 리델(Riedel)사의 제품입니다. 리델은 1756년에 창립한 가족 기업으로 11대에 걸쳐 최고 품질의 글라스와 디캔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건 퍼포먼스 글라스 라인 중 하나인 '까베르네 멀롯'입니다.
퍼포먼스 와인 글라스는 2018년에 출시되었는데 글라스의 안쪽 표면적을 증가시켜 와인의 아로마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글라스 볼의 빛 반사로 인해 시각적 만족도를 높이는 '옵틱 임팩트(optic impact)'를 적용한 머신 메이드 제품으로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었으며 식기 세척기 사용도 가능합니다.
1개의 박스에 2개의 퍼포먼스 와인잔이 들어있습니다.
퍼포먼스 라인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잔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화이트 와인을 위한 '샤도네이'잔도 있고, '피노 누아' 잔도 있고 샴페인 전용잔도 있습니다.
'까베르네 멀롯'은 보르도,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쇼비뇽, 멀롯 품종 와인을 마시는 용도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박스 안에 완충 효과를 위한 포장이 2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 구멍에 손가락을 걸고 열면 두 개의 와인잔이 들어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까베르네 멀롯은 독일 생산품으로 용량은 834ml인데 무게가 290g으로 큼지막한 크기에 비해 매우 가볍습니다.
한 손에 들어보면 정말 만듦새가 뛰어나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특이한 형태의 퍼포먼스 잔들이 많은데 이 잔은 비교적 평범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형태입니다. 와인을 담았을 때 공기에 접촉하는 면이 넓고 스월링도 용이해서 확실히 와인의 풍미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리델 공홈에서 정가 118,000원을 20% 할인하여 현재 94,4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저는 다른 루트의 구매처에서 59,600원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만족도가 높아서 다른 리델잔을 더 구매할 지 '까베르네 멀롯'을 추가 구매해서 4인용으로 맞출 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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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살고 계시는 처형이 작년에 국내에 들어오셨을 때 집들이 선물로 주신 캐나다 와인입니다. 캐나다 와인은 국내에서 마시기 쉽지 않죠. 캐나다에서 와인이 생산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Henry of Pelham은 Speck 형제가 1984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와이너리로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로즈, 아이스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위치한 온타리오 주 중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까베르네 쇼비농, 까베르네 프랑, 멀롯 품종을 프랑스산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다고 합니다.
도수는 13.2도이고 750ml 병입되어 있습니다.
익힌 채소를 곁들인 쇠고기나 양고기 스테이크, 간장 소스로 간을 한 버섯 토핑의 버거와 음식 궁합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토마토 소스 파스타에 곁들여 마셨는데 괜찮더군요.
가격은 캐나다 달러로 27.95불이니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와인인 것 같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사용한 와인치고는 과일향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와인인데 바디감은 중간 정도 수준이고 탄닌도 강하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괜찮았습니다. 음식이나 안주 없이 마셔도 무난하네요.
국내에서 구할 수는 없겠지만 캐나다 여행 중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신다면 온타리오 주에서 한 병 쯤 사오셔도 부담없는 와인입니다.
큰 기대하지 않고 마셨는데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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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에서도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생산량으로만 보면 이탈리아에서 7번째지만 DOC, DOCG 등급 지역이 가장 많고 뛰어난 품질의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랑게(Langhe)는 2014년에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아르네이스, 돌체토, 네비올로 품종의 포도가 주로 재배되는 곳입니다.
가야(Gaja)는 이탈리아 와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와인 명문가로 철저하게 프리미엄 와인만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먼저 프렌치 바리크를 사용했고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가 안젤로 가야 덕분에 이탈리아 와인의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평할 정도로 이탈리아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집안입니다.
시토 모레스코는 네비올로(35%), 멀롯(25%), 바르베라(25%), 까베르네 소비뇽(10%)의 네 포도 품종을 절묘하게 블렌딩한 와인으로 빛깔이 매우 밝으며 자두와 장미 아로마가 강한 편입니다.
바디감은 충분하고 탄닌도 강한 편이 아니라서 목넘김은 좋으나 과일향이 너무 강해 저는 많이 가볍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섞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야 와이너리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인지 이 와인을 굳이 다시 골라서 마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와인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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