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 준비편(항공편과 대략 일정)'에서 말씀드린대로 무지막지하게 비싼 대한항공을 이용해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루트를 선택하는 바람에 대신 출발일인 월요일을 좀 더 여유있게 보내고 밤 11시 25분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미리 웹 체크인 서비스를 이용해 발권을 해 두었고요. 8시 쯤 집에서 나왔는데 확실히 밤길이라서 그런지 길이 막히지 않아 9시 15분 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평소에는 공항버스 리무진으로도 1시간 30분이 꼬박 걸리는 길이거든요. 밤 비행기가 많지 않은지 인천 공항이 이렇게 한산한 건 처음 봤습니다.
일찍 도착한 김에 집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도 보충할까 싶어 면세점을 기웃거렸지만 9시 30분이 되면 닫는 면세점이 많더군요. 밤에 출국하는 분들은 참고하셔야겠습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주기는 하겠지만 하도 출출하기에 서브웨이에서 베지버거라도 먹으려고 했더니 샌드위치 종류는 이미 몽땅 마감;;; ㅠ.ㅠ 10시가 되면 전산도 마감이 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고구마 파이와 아이스커피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그래도 UCC 커피라서 그런지 먹을 만 했습니다. 대신 가격이 후덜덜했다는(12,800원)...
작년 쿠바 여행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비행기가 11시 25분 정시에 출발했습니다. 꽤 큰 비행기였는데 단체 여행을 가는 어르신들과 마드리드에서 암스테르담 비행기로 환승하는 외국인들까지 가세하여 비행기가 꽉 찼습니다. 만석은 아니지만 빈 자리가 쉽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더군요.
이륙하자마자 승무원이 저희를 찾아와 채식 기내식을 신청한 승객인지 확인하고 저희 자리에 식별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채식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가는 해외 여행이라서 미리 특별 기내식을 신청해 두었거든요.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기 출발 24시간 전까지 서비스 센터(1588-2001)로 전화하셔서 예약 번호를 불러주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서양채식, 엄격한 서양채식, 인도 채식, 엄격한 인도 채식, 동양 채식, 생야채식의 6가지가 있는데 '엄격한(strict)'이 붙으면 유제품도 모두 빼는 겁니다. 생선류, 가금류를 포함한 모든 육류와 동물성 지방, 젤라틴뿐만 아니라 계란 및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서양식 채식메뉴'와 생선류, 가금류를 포함한 모든 육류와 계란, 유제품을 포함하는 모든 동물성 식품 및 양파, 마늘, 생강 등의 뿌리식품까지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인도식 채식메뉴'를 선택했습니다.
마드리드행 비행기의 경우 기내식이 두 번 나오는데 각각 다른 종류의 채식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엄격한 서양채식을 선택하면 두 번 다 같은 종류로 나옵니다. 물론 내용은 달라지죠.
돌아올 때에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아시아나 경유편을 이용했는데 역시 인도 스타일의 자이나교 관례를 따라 과일과 채소,두부 등을 사용해 준비한 '자이나교도식 채식(VEGETARIAN JAIN MEAL)'과 중국 스타일로 준비한 채소 요리로 육류, 가금류,달걀,뿌리 또는 구근 채소 및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동양식 채식(VEGETARIAN ORIENTAL MEAL)'을 주문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출발 24시간 전까지 예약 센터(1588-8000)로 연락하면 됩니다. 다만 해외 출발편의 경우에는 현지 사정에 따라 주문이 어렵기도 하니 미리 문의하셔야 합니다.
이륙한 지 2시간이 지나니 채식 기내식부터 먼저 가져다 줍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먹은 기내식에서도 느꼈지만
채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인도식 채식'을 추천합니다. 뭘 선택해도 무난하고 맛있습니다.
'엄격한 인도식 채식'입니다. 나름 '난'도 나오고 밥알은 푸석푸석해도 커리맛이 썩 괜찮습니다. 과일과 샐러드가 따로 나온 것도 마음에 들고요. 좌측 중간 부분에 있는 건 식감이 쇠고기 장조림 같은데 아마도 버섯인 것 같았습니다. 그냥 먹기에는 좀 짜서 난에 싸 먹었지요.
'엄격한 서양 채식'입니다. 엄격한 건 좋은데 메인 음식이 거의 유동식 수준이라서 씹는 맛이 거의 없습니다. 음식 맛만 놓고 보면 '인도식 채식'이 훨씬 낫습니다. 그래도 왼쪽에 보이는 마아가린과 크리머는 모두 유제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거라서 마음 놓고 카페라떼를 먹을 수 있으니 좋더군요. 무엇보다 이건 먹어도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 없이 먹어도 되니 역시 채식 기내식이 편하네요.
다음은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전에 나온 아침 식사입니다.
엄격한 서양 채식입니다. 거의 유동식에 가까웠던 처음 것보다는 훨씬 먹을 만 합니다. 특히 왼쪽에 있는 감자가 먹을 만 했고요. 오른 쪽 끝에 있는 것은 아스파라거스 같습니다. 그 다음에 있는 것은 달걀이 아니라 두부입니다. 두유도 함께 나오는데 매일우유에서 나온 소이밀크더군요. 중간 맨 위에 보이는 작은 병은 메이플 시럽입니다. 여행 도중에 먹으려고 챙겨뒀는데 들고만 다니다 결국 그대로 갖고 와서 지금 집에 있습니다. ^^
엄격한 인도 채식입니다. 메인 음식 가운데 보이는 건 일종의 떡 같은 음식입니다. 왼쪽은 커리구요. 그리고 역시 난이 나왔습니다. 서양식 채식은 편차가 큰 데 반해 인도식 채식은 대체로 다 먹을 만 합니다. 앞으로는 기내식으로 인도식 채식만 주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집과 직장에서 모두 비데를 사용하게 되면서 여행을 다닐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 물품이 물티슈인데 장거리 비행기를 탈 때 나눠주는 기내 물품 중 가장 유용한 건 뭐니뭐니해도 일회용 슬리퍼지요. 가볍고 휴대하기도 좋아서 기내에서만 쓰고 버리지 않고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면서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는 숙소에서 아주 잘 씁니다. 쿠바 여행 때에도 그랬죠. 대한항공은 대개 장거리 비행기에서 슬리퍼, 세면도구 세트 + 안대를 주는데 이번에도 슬리퍼를 줘서 발 편하게 갔습니다.
원래 예정으로는 13시간 20분이 걸려 마드리드에 10월 4일 새벽 5시 45분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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