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좋은 것만 누리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제 삶의 모토 중 하나입니다. 유사품으로는 "좋은 사람만 만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그러니 싫은 사람 만나느라고 아까운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가 있습니다. ^^;;;
책 띠에 쓰여진 위의 말을 보는 순간 '곧 이 책을 사겠구나'하고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제 손에 들어와 있더군요. ㅠ.ㅠ
이 책은 에세이를 표방한 '지름신 소환서'입니다. 매우 다양한 분야, 매우 다양한 가격대의 소위 명품을 망라하고 있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60여 가지 물건의 지름 유혹에서 빠져나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의 '천라지망'이에요.
1,000 원인 장수 막걸리에서 2,000만 원이 넘는 코지 다운 이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끝을 넘나드는 명품 체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5,000원에 3장짜리 T셔츠를 입고 다녔던 예전의 저라면 '돈지랄하고 있네~'를 연발하며 혀를 찼겠지만 어차피 오래 쓸 물건이라면 제대로 된 가격으로 구입해서 애착을 갖고 열심히 쓰자는 식으로 삶의 방향이 (조금) 바뀐 뒤로는 별로 마음의 갈등을 느끼지 않습니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야 할 운명이니까요. 결국은 예리한 선별력을 가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은이가 갖고 있는 물건들 중 탐나는 물건도 일부 있지만 사실 재미난 그의 삶이 더 부러웠습니다. 좋아하는 영역도 커피, 와인, 여행, 산악 자전거, 오디오, 사진 등등 다양하고요. 짧은 인생 더욱 재미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얻은 것이 제게는 더 큰 수확이었습니다.
단점이라면 매우 유려한 문장과 맛나는 은유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호흡이 짧아 입이 쉬이 깔깔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혹시 몰라 나중에 필요하면 구입하려고 찍어 놓은 물건을 보자니,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수첩 몰스킨'
<- PDA 사용하기 전에 적극 고려했던 것이기는 한데...
'사진에 대한 나의 열정에 주는 선물 빌링햄 카메라 백'
<- 출사부터 부지런히 나가야 하는 것인데.. 쩝...
'세계 최고 7성 호텔이 선택한 필기구 파버 카스텔'
<- 집에 큰 맘 먹고 구입한 트위스트 펜슬이 있더군요.
'신발이 좋으면 목숨도 건진다 트렉스타 등산화'
'사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체험의 실천 메트 헬멧'
<- 예전에 한참 인라인 탈 때 동생이 쓰던 헬멧.
'기관총 받침대의 흔들리지 않는 신화 짓조 삼각대'
'보는 순간 저건 내 거야 아이씨베를린 안경'
'세상을 두 배로 보는 즐거움 에센바흐 돋보기'
<- 요건 아버지의 이번 추석 선물로 낙점입니다.
'요리를 즐겁게 만드는 힘 교세라 세라믹 칼'
'의자 위의 시간이 괴롭지 않다 콘테사 의자'
'섹시한 면도기 필립스 아키텍'
<- 이거 저희 회사 과장님이 쓰시던데 정말 섹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품 100선의 영광 오피넬 접이식 칼'
'올리브에게는 뽀빠이가 나에겐 레더맨이 있다'
'담배갑만한 여행세트면 오케이 트로이카 미용세트'
<- 여행을 좀 더 공격적으로 다니게 되면 꼭 구입할 물건
'리모컨을 대신하는 충실한 하인 네벤 콘센트 타이머'
'장서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남궁산 장서표'
<- 독서 생활에 좀 더 즐거움을 더할 수 있겠지요.
'창의적 CEO의 재치있는 아이디어 헤이스 앵클웨이트'
<- 평소에 운동 효과를 높이는데 딱일 것 같습니다
'제주 위미의 오렌지는 사람의 맛'
'버리는 일이 즐거워진다 심플휴먼 버터플라이 쓰레기통'
'세계를 재패한 국산의 힘 쓰리세븐 손톱깎이'
<- 요거는 선물받은 기념세트가 하나 있습니다.
'에어블로어 방식의 와인 따개 코르키'
'일상에 투명함을 선사한다 예나글라스 유리잔'
<- 예전부터 찍어 두었던 물건인데 역시나...
'어둠을 디자인한다 루체플란 스탠드'
'예리하고 날렵한 가위손 마패드 가위'
'단돈 1,000 원으로 누리는 행복 장수막걸리'
'눈물 콧물 절로 나는 맛의 쾌감 을지로 골뱅이'
'알라딘의 마술램프로 뽑는 맛있는 커피 칼리타 황동포트'
'제작자와 사용자의 교감 비알레띠 모카포트'
'손으로 커피를 가는 즐거움 자센하우스 핸드밀'
까지 모두 세어보니 이 책에 소개한 60개의 물건 중에 29개나 되네요. ㅠ.ㅠ
맨 뒤에는 구입처가 궁금한 지름신 강림족을 위한 구입 가이드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졌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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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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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 태웠는가 상세보기 닐 부어맨 지음 | 미래의창 펴냄 현대인과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는 '브랜드' 제품과의 결별기! 2006년 9월 17일, 런던 도심의 한 광장에서 어떤 남성이 ..
저에게는 '아르마니' 손목시계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명품'이죠.
둘도 없는 죽마고우가 올해 초 베트남으로 이민 아닌 이민을 떠나면서 자기가 차던 것을 선물로 준 것이지요.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이 친구는 원래 그쪽 분야에서 지명도가 있기도 했지만 베트남의 한류 열풍을 타고 다행히 잘 적응했습니다. 덕분에 올 여름 휴가갈 곳이 무난히 결정되었지요.
저는 이 시계의 정확한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고 그저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준 선물이니 고맙게 차고 다닙니다(사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부터 손목시계를 차 버릇하지 않아서 그런지 솔직히 어떨 때에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저도 아는, 오파상을 하는 선배를 통해 샀고, 평소 그 친구의 구매 성향을 보아하니 소위 말하는 '짝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시계, 보는 사람마다 예쁘고 근사하다고 합니다. '아르마니' 제품이라고 말을 한 후에 말이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안 가집니다. -_-;;;
저는 아직도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월급의 반이 넘는 금액을 치르면서 혈안이 되어 명품 핸드백, 지갑, 구두 따위를 사들이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호기심보다 동정심이 먼저 듭니다.
얼마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것들에 자신감이 없으면 거품 가격으로 포장된 명품의 name value로 그것을 보상하려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냥 예뻐서, 사고 싶으니까 돈이 생길 때마다 냉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사람이겠지요. 이런 경우는 동정심의 방향이 부모님이나 배우자 되는(될) 사람에게 향해야겠네요.
하여간 똑같은 원단에 전직 디자이너, 장인이 제조하는 A급 짝퉁의 가격이 정품의 50%가 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엄청난 가격이 100% 품질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 텐데요.
물론 디자인의 가치를 헐뜯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순수한 디자인의 가치가 정가의 50%나 차지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실용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본사의 품질관리 전문가가 나와서 감정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이 정품과 A급 짝퉁을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명품의 가치도 결국은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에 의해서 평가받는 것인데 진실이 저 너머에 있는 거라면 결국은 서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제가 좀 지나치게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명품 구입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15인치 LCD 모니터 대신 19인치 평면 CRT 모니터를, iPod 대신 아이리버 H340을, iPAQ 2210 대신 아이비 HPC를 구매했나 봅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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