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페루 여행을 하면서 느낀 단편적인 정보나 단상을 정리한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페루 여행을 할 분들은 가볍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 숙소: 제가 이용한 투어 프로그램이 모두 3성급 이상 호텔을 숙소로 제공했기 때문에 호스텔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헤어 드라이어는 어느 호텔을 가도 항상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대신 커피 포트가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서 건조밥이나 컵라면을 먹으려면 항상 호텔 주방에 가서 뜨거운 물을 부탁해야 했습니다. 또한 쿠스코 같은 큰 관광 도시가 아닌 경우 엘리베이터가 있는 호텔이 많지 않아 큰 가방을 가져가면 포터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 동물
: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처음에는 개의 나라인 줄 알았지만 고양이도 많습니다. 수도인 리마에서는 길냥이가 많고 지방으로 갈수록 길멍이가 많은데 대형견이 많습니다.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길냥이나 길멍이 모두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캣맘, 캣대디들이 챙겨주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공존하는 정도입니다. 페루의 전통 개는 정수리를 제외하고는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는 특이한 모습인데 의외로 보기 쉽지 않더군요.
* 교통
: 특이하게도 수도인 리마를 비롯해 대도시에서도 신호등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리마의 큰 도로와 뿌노에서만 봤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고 대충 건너 다니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건너는 타이밍을 눈치있게 보고 같이 건너야 합니다. 쿠스코 같은 곳은 교통량이 많아서 언제나 교통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도로의 과속 방지턱은 우리나라처럼 형식적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툭 튀어 나와 있어서 속도를 줄이는 정도로는 넘어가다 사고 날 수 있는 수준입니다(속도만 줄이고 지나가려면 사고가 나거나 타고 있는 사람이 머리를 부딪칠 수 있는 수준). 거의 정지했다가 살살 출발해서 넘어가야 합니다. 마을의 외곽에는 어김없이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 여성
: 노르웨이 수준은 아니나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찰 중에 여성 경찰관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교통 경찰 뿐 아니라 순찰 경관, 오토바이를 모는 여자 경찰관도 자주 봤습니다. 남성과 거의 동수이거나 오히려 더 많은 듯 보였습니다.
* 전기
: 전기는 110, 220V 모두 사용하지만 어댑터가 달라서 멀티어댑터를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호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어댑터를 꽂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마음 편하게 멀티어댑터를 가져가서 사용했습니다.
* 화장실
: 화장실의 수압이 약하기 때문에 호텔을 포함한 모든 화장실에서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안 됩니다. 전반적으로 화장실은 깨끗한 편이고 관리가 잘 되어 있지만 숙소를 벗어나면 대부분 유료 화장실입니다. 화장실 사용료는 0.5나 1솔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대개 1솔 동전 사용).
* 인터넷 환경
: 우리나라 사람들은 페루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숙소이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공항 등의 주요 시설을 비롯해 카페, 레스토랑 등 대부분의 편의 시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만큼 속도가 빠르지는 않으니 참고하세요.
* 물가
: 편차가 큰 편입니다. 관광지에서 멀어질수록, 현지인들이 사는 곳에 가까울수록 물가가 쌉니다. 생수를 예로 들면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마트에서는 1솔에도 살 수 있는데 대로변으로만 나오면 1.3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1.7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 정도 되면 2솔이 됩니다. 음식도 관광지에서는 10~20솔 수준이지만 현지인 식당에서는 비슷한 음식이 5~10솔 수준으로 팔립니다.
* 시차
: 우리나라가 페루보다 14시간 빠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낮밤이 바뀌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페루 여행 중에는 적응이 어렵지 않으나 귀국하고 나서 시차 적응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을 각오하세요. 제 경우는 저녁 무렵에 잠이 쏟아지고 새벽에 깨서 말똥말똥하는 걸 일주일 넘게 경험했습니다.
* 돈
: 지폐는 100, 50, 20, 10솔 짜리가 있고, 동전은 5, 2, 1, 0.5, 0,1솔 짜리까지 있습니다. 20, 10솔 짜리 지폐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5솔은 우리 돈으로 거의 2,000 원이기 때문에 위조 동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 의사소통
: 관광객 접객 지역에서 일하는 페루인들은 당연히 대부분 영어를 잘 하지만 발음과 액센트가 독특하기 때문에 의외로 알아듣기 쉽지 않습니다. 저희 팀을 이끌었던 가이드 Cheo의 경우에도 영어를 곧잘 했는데 저희 그룹에 속해 있던 캐나다, 호주 사람들도 Cheo의 말을 70% 정도 밖에는 못 알아듣겠다고 불평할 정도로 발음이 독특해서 귀를 세우고 듣느라고 꽤 힘들었습니다.
* 치안
: 남미에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 많다고는 해도 페루는 비교적 안전합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은 한번도 없었고 소매치기는 있다고 들었지만 여행 중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남미의 관광 대국인 만큼 주요 관광지마다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더군요.
* 팁
: 팁 문화가 없고 레스토랑에서는 서비스 차지가 계산서에 붙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도로 팁을 계산해서 올려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팁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로컬 가이드는 팁을 기대하기도 하고 그룹 투어의 경우는 일일 투어가 끝나면 팁을 모아서 건네는 게 일종의 문화였습니다. 나즈카 라인에서 경비행기를 탔을 때도 비행기 안에서 팁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봤습니다. 꼭 팁을 줄 필요는 없지만 서비스가 좋으면 기분좋게 팁을 건네는 것도 즐거운 여행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가능하면 주려고 했습니다.
* 음식
: 페루는 치킨 나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닭을 즐겨 먹습니다. 로컬 레스토랑은 대부분 닭 요리를 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닭 요리가 흔하며 상대적으로 돼지고기, 쇠고기는 자주 먹지 않습니다.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원산지인 감자와 고구마, 퀴노아 등이 있습니다. 맛도 좋고 다양한 요리로 응용할 수 있더군요. 올리브도 품질이 아주 좋으니 자주 드시고 선물로 사오는 것도 추천합니다.
* 선물
: 페루라는 나라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는 건 알파카 털로 만든 제품인데 굉장히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신의 섬유'라고 불릴 정도로 훨씬 비싼 비쿠냐 털로 만든 제품은 구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비싸서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페루는 유기농 커피로도 유명하고 또 초컬릿도 유명하니 큰 부담없이 기념품으로 사오기 좋습니다. 귀금속에 관심있는 분들은 페루가 은 세공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니 찾아보시면 좋겠지요. 술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와인도 추천드리지만 도수가 보드카와 겨룰 정도로 높으니 주의하시고요.
* 스탬프
: 대만처럼 페루도 여행 중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나즈카 경비행기 탈 때(여행사마다 데스크에 준비해 두고 있음)하고 마추피추 출구 앞입니다. 보통은 여권 안에 그냥 찍더군요.
* 와카치나 Sand Dune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한 팁
: 와카치나 오아시스에는 Dune Buggie라는 탈 것을 타는 activity가 있는데 이거 꼭 타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놀이공원에서 타 보았던 모든 탈 것들을 찜쪄먹을 수준이니까요. 다만 다음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모래가 많이 튀기 때문에 선글래스(방풍안경 better), 버프, 모래를 털어내기 쉬운 방풍 자켓(주머니 지퍼가 있으면 better)을 준비하시고 DSLR 등 모래에 취약한 가전 제품은 안 가져가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방수팩이나 dustproof 케이스에 넣어서 갖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모래밭에서 논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시면 됩니다.
* 나즈카 경비행기를 이용할 분들을 위한 팁
- 아침은 최대한 일찍 드세요
- 멀미약은 필수(그냥 타시면 후회하실 것을 보장합니다)
- 헤드셋을 계속 쓰고 있어서 더우니 복장은 최대한 가볍고 시원하게 입으세요
- 기내가 좁으니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게 낫습니다(광각렌즈 장착 better).
* 고산병 완벽 대비
- 고산 증상(아직 고산병 수준은 아니지만)
: 숨이 차고 특히 힘을 쓰는 일을 하거나 말을 많이 하면(뛰는 건 절대 금물) 숨이 가빠짐. 머리가 묘하게 띵한 느낌(두통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기분 나쁨), 소화불량
- 고산병 대비
1. 코카차와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함(고산지대에서는 음주 자제)
2. 현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이아막스(정)를 아침 저녁으로 반 알(125mg)씩 복용
3. 머리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참지 말고 타이레놀 복용
- 고산병 주의 지역
: 아레끼빠, 쿠스코, 뿌노(티티카카 호수 포함)
-> 의외로 마추피추는 고산병 주의 지역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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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요새는 분위기가 동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라서 반려동물의 품종을 따져서 거액을 주고 사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만만치 않은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입양해서 함께 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랑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고양이뿐이니 제가 아는 고양이만 대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양이 카페에서 분양을 할 때에도 입양 대상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기준에 경제적인 여력이 있습니다. 귀엽다고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파양하게 되면 애꿎은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갈까요?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사람의 아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 비용이라는 것도 하찮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습게 볼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반드시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는 화장실 비용(주로 모래)과 사료(또는 캔 등) 비용입니다. 주인에 따라 저가의 사료, 저가의 모래를 사용해서 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습니다만 품질이 좋지 않은 사료와 모래를 쓰게 되면 고양이의 건강에 좋지 않아 뒤에 설명드릴 의료비가 상승하게 되니 결국 조삼모사격이 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는 세 고양이가 모두 신장, 방광이 안 좋은 편이라서 스테인레스 급수기를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정수 필터(5,000원) 교체 비용이 추가됩니다. 뭐 그냥 수돗물을 먹여도 된다고 하시면 이 비용은 빠지겠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낡아서 수돗물을 받아보면 부유 물질이 눈에 보이는 수준이고 탁도도 높아서 도저히 그냥은 못 먹이겠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수기를 이용합니다.
그 밖에 일 년에 한번씩 종합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고요. 모기가 창궐하는 시즌이 되면 심장사상충 예방 키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상당히 비쌉니다. 그리고 소소하게는 치약(나중에 치과 질환으로 큰 돈 안 들이려면 고양이도 가끔씩 이빨을 닦아줘야 합니다), 귀를 청소하기 위한 세정제(아무리 고양이라도 귓속은 그루밍하지 못하거든요)도 사야 하고요. 장난감이나 캣타워, 간식 등의 구입 비용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니 빼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그렇지만 고양이도 먹고 싸고 노는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든 아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갑작스럽게 지출되는 의료비입니다. 당연히 보험이 되지 않으며(곧 반려동물 보험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만), 부가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비용이 그야말로 살 떨리는 수준입니다.
일단 동물병원에 가서 촉진하고 소변 검사하고 약 한번 받으면 몇 만 원은 기본이고 시술이나 처치라도 받을라치면 10만 원이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닙니다.
최근에 저희 집 둘째인 모찌(페르시안 실버 태비)가 방광에 슬러지가 많이 쌓여 요도 폐쇄가 되었는데 카테타를 연결해서 빼내는 것이 실패하여 결국 요도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큰 수술이기는 했지만 수술 후 일주일 입원하는데 비용이 154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셋째인 도림군을 입양할 당시 탈장 수술을 했을 때에도 유기동물 수술 할인을 해 주는 고마운 병원에서 해서 50만 원에 그쳤지 정식으로 다 받았으면 100만 원은 훌쩍 넘었을 겁니다.
사람의 경우 이렇게 큰 비용이 발생하는 수술이나 입원을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반려동물은 의외로 자주 생깁니다. 이런 일이 일년에 한 번만 생겨도 경제적으로 보통 큰 타격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는 아예 계정을 따로 만들어 매달 30만 원씩 떼놓습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사료, 모래값 뿐 아니라 갑자기 필요한 의료비도 평소에 모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았을 때에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월 평균 15~20만 원 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예비비로 10만 원 정도는 더 모아두기로 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이 따르는 반려동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이 걸리는 병 때문에 지출하게 되는 의료비는 절대로 만만치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그 반려동물이 나이들고 아파서 엄청난 치료비가 나왔을 때에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여력(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이 자신에게 있는지도 반드시 심사숙고하셔야 하고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분이라면 나중을 대비해 적금이나 별도 계정을 만드는 걸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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