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생 처음으로 입양한 첫 가족 모찌군이 제게는 너무나 짧은 6살의 묘생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월덴 3를 만든 이후 1일 1포스팅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해왔기에 여기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글이 안 올라오나 궁금해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지지난 일주일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 일주일은 가장 슬픈 시간이었고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듯 하여 의학적인 처치 경과만 요약하여 말씀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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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모찌군의 체중이 계속 감소하는 걸 알아차림
: 까미양, 미미양이 연달아 가족이 되는 바람에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았을테고 Urinary S/O 사료를 오리진 캣 앤 키튼으로 바꿔 새로운 사료에 적응하느라 식욕이 일시 감소되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미 췌장염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집사님들은 저처럼 뼈아픈 실수하지 마시고 냥이들의 체중이 자꾸 줄어든다면 반드시 이유를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냥 줄어드는 체중이란 건 없어요.
* 4월 15일. 병원방문하여 종합혈액검사하였으나 이상 없음
: 별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체중 감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의사 소견 하에 수액 맞추고 귀가. 수액 탓인지 일시적으로 활력이 돌아옴. 하지만 여전히 식욕은 그대로임.
* 5월 2일. 입 안의 살을 잘못 씹어 출혈 발생. 병원 방문하여 처치받고 약만 처방 받아 귀가.
* 5.5kg였던 몸무게가 4kg까지 감소, 원래 움직임이 많지 않은 성향이라 활력 감소를 집사들이 못 알아차림
* 5월 9일. 사료를 손으로 먹여도 거부하기에 입 속 상처에 염증이 생겨 못 먹는 것으로 짐작하고 처치받으려고 병원 방문
- 종합혈액검사 상 혈당, 염증 등 각종 수치 비정상, A/G ratio 0.38. 한 달 전과 완전히 다른 결과
- 초음파 검사 결과 상 복수 소견, 복수 추출하여 도말 검사 결과 탁도 높음.
- 고양이에게 가장 무서운 병인 전염성 습식 복막염(FIP) 의심 하에 긴급 입원
- 췌장염 키트, 기타 전염성 질병 키트 모두 negative
- 만성 당뇨 확인 위해 플락토사민 검사 미국에 의뢰
: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췌장염(특히 만성 췌장염)은 별다른 임상 증상이 없는데다 종합혈액검사나 췌장염 키트 등에도 별다른 이상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검사 수치 상에 잡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수 있습니다. 전염성 복막염 수준은 아니지만 췌장염도 굉장히 무서운 병이에요.
* 5월 10일. 식욕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활력은 여전히 없음. 수액으로 전해질 균형 유지
- 6세 이상, 고혈당, 구토, 설사, 신경 이상, 안질환 증상 없어 정확한 진단 어려운 상태
* 5월 11일. 혈당 계속 증가로 한 때 490까지 치솟음. 플락토사민 결과 만성 당뇨 확진되어 인슐린 투입
* 5월 12일. 인슐린 저항성은 없어 혈당 control은 잘 되고 있음. 야간 면회 때 숨이 고르지 않은 것 확인
- 아무래도 임상 증상이 췌장염 같아 췌장염 키트 다시 해 달라고 요청. 검사 결과 positive로 만성 췌장염과 당뇨 최종 진단
* 5월 13일.
- 오전 흉부 엑스레이 결과 폐에 약간의 기능 이상 발견
- 오후 급격하게 상태 악화되어 집사 호출. 오후 5시 50분 경 심정지
이 모든 일이 불과 5일 동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병원도 제대로 손을 써 보지 못하고 보냈습니다.
월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였던 병원에 긴급 입원하게 되면서 모찌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5월 13일에 병원측의 긴급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도착했을 때 이미 모찌는 수술대 위에서 3차 심폐소생술 중이었습니다. 이미 동공이 확대된 상태로 저를 알아보지 못했고 빈맥을 유발하는 약물이 세 번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보호자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살려놓으려고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오는 중에 알았다면 더 이상 고통을 주지 말고 안락사 시키라고 부탁했을 겁니다. 이것도 피 토할 정도로 후회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다른 집사도 거의 도착 직전이었지만 더 이상 모찌가 떠나는 걸 붙잡고 고통을 연장할 수 없어서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모찌를 보냈습니다. 모찌가 외롭게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둘이서 울며 불며 사랑한다, 함께 해서 고맙다고 외쳤고 담당 의사는 의식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찌에게도 들렸을거라고 위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모찌가 저희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은 거라지만 모찌를 경황없이 보내고 정신을 어느정도 추스리고 난 뒤 뒤돌아보면 지금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병원측에서 FIP 가능성이 크다고 했을 때 아무런 의심없이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것
: 이미 상태가 많이 악화된 다음에 찾아보니 아무래도 만성 췌장염 같아서 검사를 다시 해 보자고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제 의심이 맞았죠. 그 당시까지 병원에서는 췌장염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염증 치료만 하고 있었죠. 제가 조금만 더 공부하고 일찍 의심했으면 모찌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12일 밤에 면회 갔을 때 모찌가 기운 없어 하면서도 자꾸 케이지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는 게 눈에 밟히면서도 집에 데려가고 싶다고 고집을 못 부렸는데 모찌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집에 가고 싶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봤자 다음 날 상태가 나빠졌을 때 모찌를 들고 병원으로 뛰어와서 병원에서 보냈겠지만 그래도 하룻밤은 익숙한 집에서 보낼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병원에서 보냈더라도 품안에 안고 임종을 맞을 수 있었을텐데요.... 가장 후회하는 부분입니다.
3. 오전에 모찌의 상태가 좀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여전히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악화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미리 각오하고 있었다면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기 전에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보내주라고 일러둘 수 있었을 겁니다.
함께 살고 있었던 다섯 마리의 냥이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모찌는 제게 더욱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살겠다고 입양을 결심한 첫 고양이였거든요. 페르시안종의 특성 상 매사에 어설픈 것도 마음을 끌었습니다. 그루밍도 잘 못하고 가끔 응가를 묻히기도 해서 비상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고요.
모든 페르시안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4차원인 고양이였어요. 뜬금없이 벽을 보고 한참동안 서 있다든가, 물을 두려워하지 않아 싱크대의 흐르는 물에 머리를 적시면서 물을 마신다든가 하는 일이 많았죠.
신장이 좋지 않아 요로 성형술을 받기도 했고 치아도 좋지 않아서 약도 자주 먹었죠.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라서 모찌를 지켜보고 있으면 항상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서 다섯 마리 중 제일 먼저 고양이별로 갈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빨리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모찌는 평화주의자라서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습니다. 똘똘군은 혼자 오래 살아서 그런지 고양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도림군과 미미양을 싫어하고 까미양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모찌만큼은 곁을 주고 가끔 그루밍도 해 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찌가 떠난 지금 똘똘군이 한층 더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집사들 곁을 떠나지 않아요. 똘똘군도 뭔가를 아는 걸까요?
도림군과 까미양도 서로 싫어하고 싸우지만 유독 모찌 만큼은 모든 고양이들하고 사이가 좋았습니다. 아무도 모찌를 싫어하지 않고 괴롭히지도 않고 편안하게 생각했죠. 그래서 사진 정리를 하면서 보니 모찌와 다른 고양이들이 함께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사진이 많더군요.
병원에 입원하기 전 집에서 찍은 거의 마지막 사진입니다. 여름을 대비하여 털을 밀었기 때문에 좀 말라보인다고만 여겼는데 지금 보니 표정이 확실히 불편하고 지친 모습이네요. 그 때는 모찌가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짐작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무심한 집사였지요.
지금 저는 불가지론자이기 때문에 사후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별로 믿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고양이별이 정말 존재하면 좋겠습니다. 거기에서는 모찌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편안히 지낼 수 있을테니까요.
모찌야~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너와 함께 해서 정말 행복했어. 너도 우리와 함께 살아서 행복했었는지 미칠듯이 궁금한데 물어볼 방법이 없네.
네가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너무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반성도 많이 했어. 남은 형제들 건강은 좀 더 꼼꼼히 챙길게. 네가 미처 살지 못했던 묘생까지 더해서 더 건강하게 살다가 갈 수 있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할께. 나중에 고양이별에서 만나면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걔네들에게 꼭 물어봐 줘.
널 보고 싶은 마음도, 뼈저린 후회도,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져가겠지만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아.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고.
계속 사랑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한다. 모찌야.
덧. 모찌군은 석가탄신일인 5월 14일에
'페트 나라'에서 장례식을 잘 치렀습니다. 집사들 고생 안 시키려고 그랬는지 날씨도 화창하고 미세먼지도 없었네요. 참고로 반려동물 장례를 치를 분들은 페트 나라 추천합니다. 바가지도 없고 끝까지 정중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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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까미(까맣지만 아름답다고 해서 지은 이름;;;;)
출생연도 : 2014년으로 추정
성별 : 암컷
종류 : 모름(올블랙)
성격 : 순둥이(오죽했으면 임보하던 캣맘이 순심이라고 불렀을까요;;;)
특징 : 털빗기 매니아(빗만 꺼내면 달려와서 곁을 떠나지 않음. 평생이라도 빗을 기세;;;)
버릇 : 털빗기 끝나고 나온 털을 공처럼 뭉쳐서 주면 혼자서 드리블하면서 온 집안을 돌아다님
장점 : 최강의 적응력
단점 : 폭풍 식욕(가족이 된 지 이제 넉 달 남짓인데 체형 대비 가장 뚱뚱함. ㅠ.ㅠ)
좋아하는 온도 : 따뜻하면서 푹신한 곳을 좋아함
함께 사는 사람이 올블랙 냥이에 대한 로망이 좀 있습니다. 원래 저는 똘똘, 모찌, 도림이 세 마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묘연이 어찌 닿았는지 평소 눈팅하고 지내던 임보 캣맘이 올블랙 구조냥 입양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바람에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결국 저희 식구가 되었습니다.
구조될 당시 형제 자매는 모두 죽고 유일하게 까미 혼자만 살아남았는데 그 때 걸린 허피스의 영향으로 오른쪽 눈 상태가 지금도 좋지 않습니다. 지금도 계속 눈물을 흘려서 수시로 닦아주고 있고요. 사진에서도 왼쪽 눈에 비해 오른 쪽 눈이 흐릿한 걸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까미양이 콧잔등에 붙이고 있는 건 지압 테이프인데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인데도 눈물이 많이 날 때마다 붙이면 조금은 진정 효과가 있어서 가끔 사용합니다. 얼굴에 뭔가가 계속 붙어 있으면 굉장히 걸리적거리고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도 개의치 않습니다. 진짜 순둥이에요.
까미 소개글에 최강의 적응력이 장점이라고 썼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워낙 많은 고양이들이 함께 사는 임보처에서 1년 이상 지내와서 그런지 저희 집에 와서도 하악질 한번 하지 않고 사료, 화장실 모두 곧바로 적응하더군요.
장도 좋지 않아서 응가가 무르기 때문에 지금도 '인트라젠'을 알약으로 먹이고 있는데 처음에 예민한 도림군이 텃세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응가 테러를 하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별로 반응하지 않던 텐트를 보시는 것처럼 너무 좋아해서 완전히 너덜너덜해질때까지 까미양이 잘 써줬구요.
아직도 도림군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까미는 신경쓰지 않는데 도림이가 까미를 너무 싫어해요. 왜 그런지 대체 알 수가 없다는....) 때문에 고민인데(도림군이 불안해서 그런지 요새 계속 집안 곳곳에 스프레이를 하고 다니는 통에 집사들이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까미양도 스트레스를 받는지 먹는 양이 많이 늘어서 겉보기에도 살이 많이 쪘는데 나중에 소개할 다섯 째 '미미양'이 까미를 많이 따르는 통에 팔자에도 없는 강제 우다다를 하는 것이 체중 조절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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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매년 하는 연말 결산 포스팅입니다.
2014년에는 72권의 책을 읽고 31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2013년 결산 때와 비교를 해 보면 문화생활이 열악해진 듯 보이나 사실 두 영역 모두 밀린 포스팅이 엄청나다는 걸 감안하면 대략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 같습니다(계산하기 불편해서 올해부터 포스팅 완료한 것만 세는 걸로 통일했습니다).
공연, 전시회 관련해서는 경험이 전무한 걸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ㅠ.ㅠ
그래도 2014년에는 싱가포르와 크로아티아, 이렇게 두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15년 여행지로는 노르웨이가 유력해서 드디어 북유럽에 발을 딛게 될 것 같습니다.
2014년은 유달리 외부 강의를 많이 했던 해인 것 같은데 올해에도 강의를 많이 하게 된다면 좀 더 내실을 다지도록 노력할 생각합니다. 물론 각종 자료는 당연히 공유하고요.
함께 사는 고양이 세 마리(똘똘, 모찌, 도림)도 다행히 건강하고 씩씩하게 한 해를 잘 보냈습니다. 이제 슬슬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는 만큼 좀 더 건강에 신경을 써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월덴 3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도 을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엄혹한 이 시절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모든 면에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리 만무해 보이니까요.
평소에 좋아하는 구호는 아니었지만 정말 '화이팅'이 필요한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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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군이 저희 집 식구가 된 날(2010년 5월 2일)로부터 딱 이틀 지났을 때의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는 완전 애기냥이었죠.
아직 첫 목욕도 시키기 전이고 털 빗기기도 몰랐던 시절이라 털도 제멋대로 나 있습니다. 뭐 어릴 때는 무슨 꼴을 해도 귀여워요(야!!).
모찌군이 올라 앉아 있는 건 요가 매트인데 Wii Fit으로 운동할 때 아래층이 울릴까봐 샀던 겁니다. 이 당시만 해도 상태가 괜찮았지만 곧 냥이들 스크래처로 전락하는 바람에 하나는 너덜너덜해져서 결국 버렸고 다른 하나는 그나마 상태가 괜찮을 때 천으로 커버를 만들어서 씌우는 바람에 살아남았죠. ㅠ.ㅠ
표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린냥일 때는 호기심 작렬이라서 무슨 소리만 나도 항상 귀를 쫑긋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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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요새는 분위기가 동물은 사는 것이 아니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라서 반려동물의 품종을 따져서 거액을 주고 사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만만치 않은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입양해서 함께 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랑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고양이뿐이니 제가 아는 고양이만 대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양이 카페에서 분양을 할 때에도 입양 대상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기준에 경제적인 여력이 있습니다. 귀엽다고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지 못해 파양하게 되면 애꿎은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갈까요?
모든 것은 상대적입니다. 사람의 아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 비용이라는 것도 하찮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습게 볼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반드시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는 화장실 비용(주로 모래)과 사료(또는 캔 등) 비용입니다. 주인에 따라 저가의 사료, 저가의 모래를 사용해서 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습니다만 품질이 좋지 않은 사료와 모래를 쓰게 되면 고양이의 건강에 좋지 않아 뒤에 설명드릴 의료비가 상승하게 되니 결국 조삼모사격이 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는 세 고양이가 모두 신장, 방광이 안 좋은 편이라서 스테인레스 급수기를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정수 필터(5,000원) 교체 비용이 추가됩니다. 뭐 그냥 수돗물을 먹여도 된다고 하시면 이 비용은 빠지겠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낡아서 수돗물을 받아보면 부유 물질이 눈에 보이는 수준이고 탁도도 높아서 도저히 그냥은 못 먹이겠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수기를 이용합니다.
그 밖에 일 년에 한번씩 종합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고요. 모기가 창궐하는 시즌이 되면 심장사상충 예방 키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상당히 비쌉니다. 그리고 소소하게는 치약(나중에 치과 질환으로 큰 돈 안 들이려면 고양이도 가끔씩 이빨을 닦아줘야 합니다), 귀를 청소하기 위한 세정제(아무리 고양이라도 귓속은 그루밍하지 못하거든요)도 사야 하고요. 장난감이나 캣타워, 간식 등의 구입 비용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니 빼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그렇지만 고양이도 먹고 싸고 노는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든 아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갑작스럽게 지출되는 의료비입니다. 당연히 보험이 되지 않으며(곧 반려동물 보험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만), 부가세까지 부과되기 때문에 비용이 그야말로 살 떨리는 수준입니다.
일단 동물병원에 가서 촉진하고 소변 검사하고 약 한번 받으면 몇 만 원은 기본이고 시술이나 처치라도 받을라치면 10만 원이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닙니다.
최근에 저희 집 둘째인 모찌(페르시안 실버 태비)가 방광에 슬러지가 많이 쌓여 요도 폐쇄가 되었는데 카테타를 연결해서 빼내는 것이 실패하여 결국 요도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물론 큰 수술이기는 했지만 수술 후 일주일 입원하는데 비용이 154만 원이나 나왔습니다.
셋째인 도림군을 입양할 당시 탈장 수술을 했을 때에도 유기동물 수술 할인을 해 주는 고마운 병원에서 해서 50만 원에 그쳤지 정식으로 다 받았으면 100만 원은 훌쩍 넘었을 겁니다.
사람의 경우 이렇게 큰 비용이 발생하는 수술이나 입원을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반려동물은 의외로 자주 생깁니다. 이런 일이 일년에 한 번만 생겨도 경제적으로 보통 큰 타격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는 아예 계정을 따로 만들어 매달 30만 원씩 떼놓습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사료, 모래값 뿐 아니라 갑자기 필요한 의료비도 평소에 모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았을 때에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월 평균 15~20만 원 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예비비로 10만 원 정도는 더 모아두기로 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이 따르는 반려동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이 걸리는 병 때문에 지출하게 되는 의료비는 절대로 만만치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그 반려동물이 나이들고 아파서 엄청난 치료비가 나왔을 때에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여력(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이 자신에게 있는지도 반드시 심사숙고하셔야 하고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분이라면 나중을 대비해 적금이나 별도 계정을 만드는 걸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경제적으로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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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2009)'과
'고양이 탐구생활 : 고양이에 관한 잡다한 지식 사전(2007)'을 지은 가토 요시코라는 분이 있습니다. 두 권 다 월덴 3에서 소개드린 바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 분을 참 좋아하는데 주인의 책임감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분의 책 '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을 보면 가장 중요한 주인의 자세로 고양이 보다 절대로 먼저 죽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을 꼽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니할 말로 자식은 성장해서 독립하면 내가 죽어도 자신만의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주인이 죽으면 곧바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잊혀지면 굶어 죽을 수도 있고 혹 주변 사람에게 늦지 않게 발견되어도 아무도 입양하지 않으면 유기묘 보호소로 보내져서 죽임을 당하게 되니까요. 저는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비행기 추락과 같은 불의의 사고로 저와 함께 사는 사람이 동시에 죽으면 남아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을 잠시나마 느끼곤 합니다. 물론 믿을 만한 탁묘인에게 고양이를 부탁하기는 하지만 몇 일만 고립되어도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 수 있을만큼 반려동물은 주인에게 전적으로 생명을 의탁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많은 고양이 인터넷 카페에서 어린 고양이를 분양할 때 미성년자를 배제하고 독립할 경제적 여건이 되는 30대 이상의 성인을 선호합니다. 반려 동물은 샀다가 반품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신중하게 주인을 골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파양을 하게 되는데 어떤 동물이라도 한번 파양을 당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다시 새로운 주인을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간혹 제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고양이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여건 상 함께 살 수 없다고 저보고 입양하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화가 납니다. 제가 그렇게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고 결심하는데 20년이 넘게 걸렸는데 사람들은 어찌 그리 생명을 쉽게 생각하는걸까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받는 것에 대해 아주 예민합니다. 저희 집 셋째 도림이를 길에서 구조해서 데려왔을 때에도 범백이나 기타 길고양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이 원래 저희 집에 있던 똘똘군과 모찌에게 옮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실제로 같이 살게 된 후 모찌가 갑자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는지 한밤중에 토하고 설사를 하는 바람에 함께 사는 사람이 혼비백산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그 때 둘째를 잃는 줄 알았어요. 그 이후로 저는 세 마리가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는 절대로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원래 장기가 별로 좋지 않은 도림이가 빈뇨를 하는 걸 함께 사는 사람이 적시에 눈치챈 바람에 신장에 염증이 생겨 죽을 뻔한 걸 운 좋게 살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사람은 자신이 불편한 걸 의사표현이라도 하지 반려동물은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취약합니다.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죠. 그냥 대충 갖고 놀다가 버리는 장난감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생각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은 분은 꼭 한번 이 포스팅의 맨 앞에 제가 쓴 가토 요시코의 말을 상기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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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운동에 재미를 붙여 비만 오지 않으면 무조건 운동복을 챙겨입고 나갑니다. 주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는데 도림천을 따라 안양천 합수구를 거쳐 목동교에서 돌아오는 7km 구간을 걷습니다.
며칠 전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길가 풀숲에서 아깽이 한 마리가 튀어 나오더니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야옹거리면서 비비적거리더군요.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항문으로 빨간 내장이 튀어나와있는겁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죠. 아마도 탈장이 심해서 몸 밖으로 빠져 나온 듯 싶더군요. 그런데도 꽤 건강해 보였습니다. 털도 고르고 활력도 있는 편이고요. 그 날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집에 돌아왔지만 도무지 걱정이 되어서 일손이 안 잡히더군요. 어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있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테니 그대로 두면 죽을 것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작정을 하고 운동을 나간 김에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걱정이 되더군요. 감염이라도 되면 큰일인데...
그제 혼자서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아깽이를 그 자리에서 또 만났습니다. 장이 더 많이 튀어나왔더군요. 집에 돌아가 사료하고 물을 갖고 다시 나갔지만 이미 사라졌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함께 사는 사람과 상의하여 데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 함께 사는 사람이 이동장을 갖고 나가 그 자리를 배회하던 녀석을 데리고 주로 가는 동물 병원에 갔는데 대수술이라서 여기에서는 불가능하고 상태를 보아하니 살아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하더군요. 게다가 길냥이라서 범백과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하고요. 자기네 병원에 오는 다른 고양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였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참 섭섭하더군요. 일단 집으로 데려와 베란다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만의 하나 감염이 되었을지도 모르니 기존에 있던 똘똘이(러블)와 모찌(페실)와는 격리하고요.
사료를 조금 주었는데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더군요. 게다가 화장실도 잘 가리는 걸 보니 누군가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냥이라면 사람을 피할텐데 애옹거리면서 먼저 비비적대는 것도 수상하고. 제 의심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생명을 죽도록 방치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상상하기 싫거든요.
인터넷을 검색해 수술이 가능한 믿을만한 병원을 수소문했는데 다행히 인근 지역에 '유석 동물병원'이라고 애묘인들에게는 유명한 병원이 있더군요. 함께 사는 사람이 어제 일정도 다 취소하고 문 열자마자 데려갔는데 원장님이 보시더니 곧바로 수술을 하자고 해서 동의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수술이라고 하시던데 유기묘를 분양하는 좋은 일을 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길냥이라고 하니까 50만 원의 수술비와 하루 5만 원의 입원비를 각각 30%씩이나 할인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범백을 비롯해 아무런 감염도 되어 있지 않은 건강체라고 합니다. 2차 감염만 조심하면 살 수 있겠다고 합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시름 덜었네요. 이렇게 세 번째 식구가 생겼습니다.
도림천 근처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도림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무릎냥의 자질이 보이더군요.
사실 2마리 이상의 고양이는 부담스러워서 더 이상 식구를 늘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 그 시간에 저희가 그 자리를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사람을 따르기는 하지만 아주 건강한 길냥이였다면, 탈장이어도 사람을 피해서 도망가 버렸다면, 도림이가 식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지금까지 고생한 것 이상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노랑둥인데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좀 메롱메롱합니다. 원래는 똘망똘망하고 아주 활발해요.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컷이라고 하니 3형제가 되겠네요. 극소심 첫째, 무대포 둘째, 애교둥이 셋째라... 왠지 그림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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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양이과 동물은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호랑이는 예외). 그런데 고양이와 살아 보니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러시안 블루종인 똘똘군은 물 한방울만 발에 닿아도 그 자리에서 탈탈 터는 유난을 떱니다. 목욕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아주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페르시안 실버 태비종인 모찌군은 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군요. 페르시안 실버 태비종이 다 그런지 아니면 모찌군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보시는 것은 제가 세면을 마치고 난 세면대에 모찌군이 들어가있는 모습입니다. 온통 물이 흥건한데도 떡하니 들어가서 털퍼덕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연히 물이 몸에 닿을텐데도 전혀 개의치 않네요.
보통의 고양이라면 물소리에 기겁을 하기 마련인데 자세히 보시면 샤워꼭지에서 찬 물이 쏟아지는 상황인데도 물방울이 욕조 바닥에 튀는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_-;;;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다들 신기해 하더군요.
모찌군은 목욕을 시킬 때에도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려 기분이 좋지 않음을 표시할 뿐 전혀 지랄발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욕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몸이 흠뻑 젖으면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
한 마리라도 물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확실히 낫기는 합니다. 물론 똘똘군이 물을 싫어하는 정도가 두 마리 몫을 능가하니 결국은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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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모찌출생연도 : 2010년 1월 20일성별 : 수컷종류 : 페르시안 실버 태비(일명 페실)성격 : 똥꼬발랄, 호기심 작렬
특징 : 물을 두려워하지 않음(헉!)버릇 : 비닐이나 플라스틱 테두리 핥기장점 : 낯가림이 전혀 없음. 전형적인 무릎냥단점 : 가끔 화장실을 못 가리고 X를 묻힘(님하;;;), 그루밍이 어설픔, 뭔가에 한번 꽂히면 집착이 장난 아님
좋아하는 온도 : 무조건 차가운 곳(겨울에도 베란다, 욕실 타일 바닥;;;)
모찌는 평생 처음으로 함께 살기로 결정한 반려동물입니다.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가 지금까지 아무런 동물도 기르지 않은 이유는 어떤 생명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제게 의지한다는 책임의 무거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게 되는 순간의 슬픔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제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인생은 짧고 함께 누릴 즐거움은 크니까요.
첫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워낙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와 함께 사는 사람이 모두 집을 오래, 자주 비우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손이 덜 가는 동물이어야 함께 살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였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활동하는 카페의 동생이 어린 냥이를 입양시켰는데 입양받은 사람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파양될 위기라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고민 끝에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게 5월 2일이니까 이제 한 달 남짓 되었네요.
사진만 찍으면 좀 무섭게 나오는데 실제로 보면 귀여움 작렬입니다. '페친'의 특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워낙 붙임성이 좋습니다. 전형적인 '무릎냥'이에요. 아직 어려서 '접대냥'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낯을 전혀 가리지 않더군요. 처음 데려올 때에도 스스럼없이 제게 다가오고 이동장에 넣어서 나오는데도 주인을 찾지 않아서 전 주인이 많이 섭섭해했어요.
하도 호기심이 많아서 이름을 그냥 '기심'으로 지을까 했지만(-_-;;;) 철퍼덕 엎드려 있을 때의 뒤태가 찹쌀떡 눌러놓은 것 같아서 '모찌'라고 지었습니다. 어감이 참 쫄깃쫄깃하죠. ^^
처음 집에 왔을 때에도 제 집인 양 잘도 돌아다니더니 금방 적응하더군요. 배변 훈련도 잘 되어 있고 가리는 것도 없이 잘 먹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문제 없었습니다(이거 복선입니다. ㅠ.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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