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로 수검자의 기질, 성격 유형을 확인하고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에 대해 살펴보는 일을 자주 하다 보면 결국 두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요.
1. 사람이 행복하려면 자신의 '기질'대로 살아야 한다 : 문제가 되는 기질대로 마음껏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님
2. 결국 상담은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당연히 '독재적인 성격' 등 예외도 있음
그건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의 도움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상당수가 1) 기질 상의 취약성이 존재하거나,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있거나 1), 2)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 경우 성격 장애인 경우도 많음)으로 상당 부분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기질에 맞게 사는 건 성장 과정에서는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인큐베이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어려서 완수했어야 할) 자신의 기질을 안전하게 시험하며 이를 환경의 요구나 압력과 조율하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자율성인데 상당수(거의 대다수)의 내담자들이 자율성이 저하된(발달 지연된) 상태에서 내방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상담자와 함께 고민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낮은 하위 차원 각각에 대해
* 책임감/책임전가 :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와 아닌 문제를 구별하고 전자에 대해서만 책임지는 연습을 함
* 목적의식 : 진로/적성 코칭을 통해 자신의 기질과 적성, 능력에 맞는 목표를 설정함
* 유능감/무능감 : 작은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달성 가능한 목표를 상담자와 설정하고 시도함
* 자기수용/자기불만 : 자신의 강, 약점을 확인하고 정리하여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함
* 자기일치 :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없는 경우 탐색 및 새로 설정함
처럼 상담에서 다룰 수 있지만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접근법도 내담자의 기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율성이 낮은 대표적 성격 유형 중 하나인 LHL(의존적인) 성격의 내담자라도 HMH(자기도취적) 기질과 LHH(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한 이유가 전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자기도취적 기질의 내담자는 자신의 기질에 맞게 자기애를 충족하고자 하나 부모가 이를 거부하는 비수용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반복해서 narcissistic injury를 받게되어 어쩔 수 없이 살아남고자 의존적인 성격을 형성했을 수 있지만 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반대로 기질에 부합하는 방식(건강한 방식은 아니지만) 으로 부모가 힘든 일, 도전은 모두 면제해주고 오냐오냐 받아만주면서 온실 속에서 키운 나머지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경우 두 내담자 모두 자율성을 높이는 건 맞지만 수동-의존성 기질의 내담자는 지나치게 상승한 연대감을 낮춰 자율성과 조율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상승이 아니거든요. 반대로 자기도취적 기질의 내담자는 자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연대감이 낮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요.
자율성을 높이고자 할 때 낮은 수준의 각 하위차원에 대한 개별 개입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의 기질까지 고려해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높이는 게 어려운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49
TCI의 하위 차원 분석 시리즈 중 다섯 번째 포스팅입니다.
지금까지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네 기질의 하위 차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지 다루었는데요. 오늘부터는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 성격의 하위 차원을 차례로 포스팅합니다.
자율성은 개인이 환경과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을 자율적인 인간으로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정도라서 선택과 책임, 통제력, 자존감 등의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자신의 가치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자기 결정력)하고 선택한 행동을 상황에 맞게 통제, 조절, 적응(의지력)시키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일련의 과정이 잘 작동하는 사람을 자율적인 사람이라고 하는거죠.
자율성은 연대감과 함께 기질을 조절하는 성격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3단계 해석 방식의 1단계에서 성격을 냉장고, 기질을 음식으로 비유했는데 냉장고에 꼭 필요한 부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내방하는 내담자들, 특히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내담자들의 상당수가 자율성이 낮아진 경우가 많고 접근 경로를 설정하기 위해 하위 차원 분석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상담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상담 목표 중 하나여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만큼 TCI에서 자율성이 차지하는 위상이 만만치 않게 높습니다.
저는 이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상담의 성패가 갈린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자율성이 낮으면 연대감과 자기 초월의 정도와 상관없이 대부분 부적응을 일으키는 성격 유형으로 발달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볼까요?
*
자기 초월이 낮고 연대감이 변할 때 : 침울한(L
LL), 모방하는(L
ML), 의존적인(L
HL)
*
자기 초월이 높고 연대감이 변할 때 : 비조직화된(L
LH), 비논리적인(L
MH), 감정적인(L
HH)
*
연대감이 낮고 자기 초월이 변할 때 : 침울한(L
LL) 미성숙한(L
LM), 비조직화된(L
LH)
*
연대감이 높고 자기 초월이 변할 때 : 의존적인(L
HL), 복종적인(L
HM), 감정적인(L
HH)
반대로 자율성이 높을 때 부적응적인 성격 유형은 괴롭히는(HLM), 독재적인(HLL), 편집성(HLH) 성격, 이렇게 딱 3개 뿐입니다. 셋 다 연대감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죠.
이제 자율성이 낮은 것이 성격 발달에 얼마나 해로운지 아시겠지요? 그럼 하위 차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자율성 차원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하위 차원이 있습니다.
* SD1 : 책임감 / 책임전가
* SD2 : 목적의식
* SD3 : 유능감 / 무능감
* SD4 : 자기수용 / 자기불만
* SD5 : 자기일치
SD1(책임감/책임전가)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태도, 행동, 문제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고 핑계를 대지 않기 때문에 타인에게 신뢰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책임지는 사람 VS 남 탓하는 사람'으로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SD2(목적의식) 차원이 높은 사람은 목표 지향적이고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분명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SD2가 낮은 사람,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진로, 적성 코칭을 고려해야 합니다.
SD3(유능감/무능감) 차원이 높은 사람은 말 그대로 유능하고 생산적이며 심리적 자원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SD3가 낮은 사람은 MMPI-2/A에서 LSE, A-lse 척도 점수가 높고 자기 회의, 자기 비하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Es 척도가 아주 낮기도 합니다.
SD4(자기수용/자기불만)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장, 단점을 모두 수용하고 인정하며 노력을 통해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합니다.
SD4가 낮은 사람은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막연히 동경하기만 합니다.
SD5(자기일치) 차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목표와 일치되는 행동을 하는데 유혹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SD5가 낮은 사람은 주변의 유혹이나 압력에 쉽게 굴복합니다.
자율성의 5개 차원 중 SD4와 SD5가 좀 헷갈릴 수 있는데
SD4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가를 측정한다면
SD5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 및 가치와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가를 측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자율성은 성격의 세 차원 중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확실히 익혀둘 필요가 있고 상담자가 하위 차원 분석을 통해 상담에서 어떻게 자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 관련글-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극추구 기질-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위험회피 기질-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인내력 기질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