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 이득(secondary gain)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쉽게 알아볼 수는 없지만 호소하는 증상이 궁극적으로 내담자에게 유,무형의 이득을 가져올 때 이러한 이득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흔히 이차 이득을 반드시 탐색해봐야 하는 장애로 신체화 장애를 들곤 합니다. 신체화 장애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차 이득의 형태로는 참석하고 싶지 않은 모임 약속이 생길 때마다 두통이 생겨서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있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두통은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결코 원치 않으나 모임을 빠질 수 있다는 강렬한 이차 이득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게 됩니다.
이처럼 이차 이득은 대부분 심리적인 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상담자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무의식적인 부분도 많아서 당사자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차 이득은 신체화 장애와 같은 특정한 문제에서만 나타나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모든 심리적 문제에는 어떤 종류이든, 어떤 정도이든 이차 이득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할 때 그 문제가 야기하는 고통의 정도와 부정적 영향 이면에 그로 인해 내담자가 얻게 되는 이차 이득이 무엇이 있는지를 항상 탐색합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무의식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해결하고 싶지 않은' 양가 갈등 상태인데 해결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차 이득과 관련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차 이득을 염두에 두고 탐색을 하다 보면 상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찾아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항상 내담자의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있는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차 이득은 상담자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하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내담자라도, 내담자가 아닌 누구라고 자신의 이차 이득을 스스로 탐색해 보는 게 유익한데 특히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고 나름 노력해 봤지만 소용이 없으며, 어딘가 꼬여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이런 상태로 인해 내가 얻는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이차 이득이 자리잡고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본론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이차 이득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자신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도리어 나에게 불리하게 되고 내가 손해보는 점이 무엇인지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죠?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아지는 점을 찾는 게 아닙니다. 그건 일차 이득과 관련있고요.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도리어 나빠지는 것, 그것이 바로 문제를 지속시키는 이차 이득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5년 째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년 목표하고 있는 시험날이 가까워 올 때마다 눈앞이 흐릿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증상이 시작됩니다.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해 봐도 모두 정상이고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합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이 문제로 매년 시험을 망쳤고 아무래도 올해도 그럴 것 같습니다. 대체 이 사람의 이차 이득은 무엇일까요?
눈앞이 흐릿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다면 이 사람이 나빠지는 건 무엇일까요?
시험에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독립을 해야 하고 더 이상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 다른 친구나 동료들이 사회에 진출해 이미 적응한 상태이고 자신은 이제서야 뒤쳐진 상태에서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초조함과 직면해야 합니다. 혼자의 힘만으로 가정을 꾸려야 하며 본인의 능력으로 가정 부양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것이 이 사람의 이차 이득입니다.
가상의 예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차 이득을 확인하지 못하고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증상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만 받으면 결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차 이득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 열등감 등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물어보세요. 이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내가 볼 손해는 무엇인지, 나빠지는 면은, 악화되는 면은 무엇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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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학자인) 앨리스 밀러가 쓴 고전입니다. 앨리스 밀러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의 뿌리가 어린 시절 매를 맞는 것에 있다고 볼 정도로 체벌에 극단적으로 반대(체벌에 대해서는 저도 극단적인 반대론자에 가까운데 관련된 글은
'체벌은 전혀 효과 없다' 참조하세요)하는 임상가로 약 30년 전에 일대 열풍을 일으켰던 '성인 아이' 운동의 출발점이 된 사람이기도 합니다.
평생 동안 약 13권의 저서를 발표했는데 주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내용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학대 경험과 20년 간의 임상 경험을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저작 중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예전에 구매해 두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번역된 제목만 봤을 때에는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아동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천재처럼 감추고 거짓 자아를 발달시킨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연출한 드라마의 역할 연기 속에서 강박과 중독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을 경멸하며 우울한 삶을 살아간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상담하면서 애착 외상을 입고 힘들게 살아가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봤기에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자기 파괴적인 중독 행동으로 자신을 처벌하는 사람도 많고, 그 밖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들이 이러한 애착 외상으로부터 유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시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자가 모든 정신 병리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인 것으로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읽을수록 묘하게 거부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 때의 욕구 불만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상은 계속 대물림된다는 대목에 이르면 저자가 과연 건강한 애착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는 게 맞나 싶고 저자 자신이 이러한 외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듯 다분히 감정적인 글쓰기를 노출해서 자주 위태위태하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처는 억압되고 가해자인 부모는 이상화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거든요. 이거야말로 저자가 그렇게나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 과대성 아닌가요?
결정적으로 가장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은 다음입니다.
"마음을 잘 공감해 주고 받아주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면, 아래와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 자라서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
2.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지 능력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이용당했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
후략~ (52p)
그러니까 조금 과장하자면 심리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모두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고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통제, 조종 당한 사람이라는거죠. 저는 이런 극단적인 일반화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용 중에는 강박, 중독, 우울, 경멸, 과대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조는 거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바로 애착 외상인 것처럼 몰고 있습니다. 애착 외상과 관련없는 심리적 문제가 없는 듯이 쓰고 있거든요. 이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학대 기억을 깨우라는 말도, 아이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순수한 존재라는 식의 이상화도, 자식의 감정을 온전히 잘 공감하고 받아주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는 식의 논조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압된 학대 경험을 깨운답시고 어설프게 시도한 경험들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미국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죠(관련 서적 소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그래서 솔직히 애착 외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읽지 마시라고 말리고 픈 책입니다. 너무 단정적인 책입니다. 훈련받은 임상가들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의 이해와 치유를 위해서는 차라리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와 Wallin의
'애착과 심리치료(2007)'를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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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는데 심리평가가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그렇게 생각하는 상담자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겁니다. 심리평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유용성에 대한 합의는 어느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상담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고 있어 개인적인 생각을 좀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과 관련하여 제가 전해들은 내용(개인적으로 전혀 동의할 수 없는)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 심리평가는 상담 초기(아예 3회기 내로 못을 박은 상담자도 있음)에 실시해야 한다.
*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일정 시간이 지난 내담자에게는 심리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 내담자가 오염(?)되기 전에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근거로는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여 도움을 줘야 한다는 걸 듭니다. 하지만 심리평가 실시에 장점만 있을까요? 강력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이를 감당할 심리적 자원이 부족하여 당분간 억압의 심리적 기제만으로 버티는 내담자에게 로샤와 같은 심층적인 무의식을 탐색하는 투사법 검사를 성급하게 실시해 2차적 가해를 가할 위험을 감수하는게 내담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일정 시간(대체 어느 정도?)이 지난 내담자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는 못 들었지만(아마도 없을 듯) 너무 터무니 없어서 반박해야 할 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럼 임상 현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정신의학적 치료가 진행된 환자에게 심리평가 의뢰된 경우에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걸까요? 치료의 효과 검증 차원에서나 이후 치료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중간에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건 그리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에 익숙해지는 걸 왜 오염되는 거라고 간주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심리검사도구는 수검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심리적 영역을 필요에 의해서이기는 해도 어쩔 수 없이 침범하게 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 신중하게 수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상담에서의 라포 만큼 심리평가에서도 검사 라포가 중요합니다. 검사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심리검사 결과가 수검자의 최상 수행을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석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는 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호소 문제의 유형에 따라 적절한 검사 도구와 타이밍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때 특히 중요한 것은 흔히 착각하듯이 심리검사의 결과에 따라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이전에 세운 심리적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정확한 가설을 세우려면 내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하고 그러자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상담자의 노하우는 내담자에 따라 달라지는 그 시간을 파악해 타이밍을 결정하는 겁니다.
내담자에게 반드시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시점이란 없습니다. 내담자에 따라 개입 초기에 실시해야 할 수도 있고 상담 중간에 해도 되는 경우도 있으며 상담을 종결할 때 상담 효과의 확인 차원에서 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반드시 어느 타이밍에 해야 한다고 믿고 계시거나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면 반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체 왜 그 때여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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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선생님이 쓰신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2012)'를 북 크로싱합니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처럼 수많은 전문용어가 난무하지 않고 '무의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반복 강박' 정도의 개념만으로 우리네 인생의 많은 어려움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존의 칼럼들을 모아서 쓴 책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호흡이 짧아서 듬성듬성 읽기에는 편합니다만 대체로 연결성이 있는 책을 더 좋아라하는 제 독서 습관 상 선호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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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잘은 몰라도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까지 역임하신 분이니 정신분석에는 일가견이 있으실테고 그렇다면 정신분석에 대해 잘 풀어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텐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실망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씀드리기로 하고 일단은 이 책의 장점부터...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책의 맨 앞장에 출판사에서 덧붙여 놓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총정리한다고 봐도 됩니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다만 현실적인 불행을 자신의 내면적인 갈등의 영향을 받아서 지나치게 불행한 것으로 경험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처럼 수많은 전문용어를 난사하면서 머리 아프게 하지 않고 '무의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반복 강박' 정도의 개념만 갖고 인생 어려움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 규명이 깔끔하게 떨어져서인지 몰라도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은 대체로 호평 일색입니다. 실제로 이병욱 선생님이 글을 쉽게 쓰시는데다 글 읽는 맛도 괜찮아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갑니다.
자, 그럼 저는 왜 실망했을까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제 기준으로도 별로 새롭게 공부가 되는 내용이 별로 없는 것도 실망스러웠지만(그래서 나중에 다시 보려고 챙겨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내용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겁니다. 아마도 정신분석에 대한 칼럼들을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칼럼 분량의 토막글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칼럼을 읽듯이 쉬는 틈틈이 펼쳐서 짧게 읽기는 좋지만 저처럼 뭔가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정신의학, 심리학, 임상/상담 전공자들께는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공부 부담없이 편하게 읽기에는 괜찮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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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정신 결정론(psychic determinism)
* 프로이트의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 개념
* 성숙한 자아의 형성이 바로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목표다
* 프로이트는 초자아의 기능을 이드의 충동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주로 언급했지만, 오히려 초자아가 이드를 충동질해 잔혹한 행동을 저지르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초자아에 심각한 왜곡이 생길 경우 특히 그렇다. 이때 무력해진 자아가 하는 일은 자신이 저지른 부도덕한 행위를 적절하게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 인간의 잔혹행위들에 대해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이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러한 부분은 오히려 대상관계이론이 답해줄 수 있다.
*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컴플렉스(complex)란 억압된 욕구를 중심으로 무의식 안에 결집된 관념들의 복합체를 가리킨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열등감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더욱 중점을 두어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다.
* 영국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위니콧은 유아기에 형성되는 이행기 환상 및 공간에 대한 이론을 통해 성인기의 심리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의 종교, 예술, 과학적 영감의 원천으로 이행기 현상에 주목하고 이 모든 현상들이 엄마와 떨어져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대용물, 다시 말해 이행기 대상(transitional object)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프로이트는 금욕을 요구하는 종교 자체를 신경증적인 현상으로 간주
덧. 이 책은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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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상처를 받든 간에 상처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프지만 부모에게서, 그것도 특히 어릴 때 받은 상처가 더 치명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어릴수록 상처를 받아 안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도 작고, 마음의 힘도 강하지 못해 그릇이 깨지기 쉬우며 심리적 방패도 단단하지 못하고 말랑말랑해서 상처를 받으면 훨씬 더 깊이 패이고 상처가 깊게 마련입니다. 타격을 심하게 당하니 상처가 크고 깊어서 회복되는 시간도 어른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고 심하게는 영영 회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죠.
둘째. 첫 번째 이유와도 상관이 있는데 받은 상처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니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으로 상처를 억압하거나 부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심리적 상처라는 게 영영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 잠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상처를 받은 당사자가 그 상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증상들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도 그렇고 도움을 주려는 외부 사람들도 증상과 상처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어릴 나이에 받은 상처일수록 치유하기가 더 힘든 법이죠.
셋째. 특히 부모에게 받은 상처의 경우에는 자기 증오의 덫에 걸릴 수 있는데 부모가 자신을 학대, 방임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이유가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고 내부 귀인하는 경우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내가 오죽 나쁜 아이였으면 나를 낳아준 부모가 내게 그랬겠어'라고 부모가 준 상처를 정당화하고, 그럼으로써 벌을 받아 마땅한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함부로 대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자기 파괴적인(self-destructive) 언행을 일삼는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반드시 내담자가 어릴 적에 큰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내담자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의 경험을 안전한 상담 공간에서 탐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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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이든 상담심리학이든 우리나라에는 번역서가 아닌 실제 분야의 책을 쓴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고수들이 shy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나와보니 수십 년의 내공을 수련한, 진정한 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고수든 아니든 교수들이라도 좀 좋은 책을 써 줬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굽신굽신
어쨌거나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닌데도 내용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소개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은유와 최면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하고 깊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밀턴 에릭슨 상담의 기제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은유는 언어적 상징을 통해, 최면은 암시와 유도를 통해 무의식의 힘을 의식의 영역으로 합일시켜, 내담자의 뿌리깊은 옛 습관과 내담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어와 저항을 뚫고 마침내 변화로 나아가게 한다. 은유와 최면은 내담자의 삶의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접근법인 이야기 상담의 핵심 기제이기도 하다"
사실 Milton Erickson은 심리치료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지만 정형화된 이론적인 틀을 거부한 탓에 터부시되어 지금까지 주류에서 배타해 온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제가 에릭슨을 좋아하는 이유는 에릭슨이야말로 맞춤형 상담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담자를 기존의 상담 이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으로서 개별화했거든요.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밀턴 에릭슨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이론 중 주요 개념 소개, 다른 상담이론과의 비교, 한국적 상담에 미친 영향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2부와 3부에서는 각각 밀턴 에릭슨 상담의 핵심인 은유와 최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부의 내용만 해도 참 좋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상담을 하면서 은유를 사용하는 상담자는 많이 있습니다. 내담자의 방어 기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서도 치료적 효과를 나타내는데 은유만큼 탁월한 방법이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최면은 조금 다릅니다. 상담을 하면서 최면을 사용한다고 하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상담자가 많을 겁니다. 저만 해도 최면을 주 상담 기법으로 사용하는 상담자에게 제 내담자를 선뜻 맡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최면은 최면을 거는 방법이 아닌, 최면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 수준에 어떻게 투영하고 그것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거슬리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읽다보면 에릭슨 상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입니다.
마지막으로 에릭슨 상담의 기본 원리를 소개합니다.
* 에릭슨 상담의 기본 원리
1. 내담자의 부정적인 사고, 감정, 행동의 이면에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긍정적인 요소가 무의식 속에 있으므로, 무의식은 상담 과정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도구이다.2. 내담자의 문제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요구되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비효율적인 시도의 결과이다.3. 대부분의 경우에 내담자는 문제 해결에 필요로 하는 적절한 자원, 강점, 경험을 가지고 있다. 4. 효율적인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 삶, 행동, 그리고 기능의 다양한 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5. 상담자는 상담 과정에서 능동적이고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6. 영속적인 변화는 종종 상담실 밖의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을 통하여 성취하는 경험에서 시작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 상담의 보기도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에릭슨 상담의 기본 원리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굳이 에릭슨의 상담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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