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의 가장 큰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치유의 관건이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진다는 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자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지에 관심이 많고 항상 눈여겨 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책임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소위 '바닥치기' 단계를 지나야만 가능한 걸로 생각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있거든요.
다만 분명한 건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도박 중독자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거지요.
그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줄 사람이든, 거짓말이나 변명을 대신 해 줄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심하게는 실제로는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이 없는데도 도박 중독자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기만 해도 이 무책임 기제가 작동합니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도박 중독자는 자신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바닥을 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앞으로 나설 때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push하는 대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심할 정도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죠. 일종의 '방관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죠.
도박자가 도박에 빠져 생긴 문제를 '똥'으로 비유한다면 냄새난다고 어서 치우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똥'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듯 행동하는 것이죠. 분명히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더러운데 말이죠. 처음에 도박자는 '똥'의 존재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대신해서 치워줄 것을 직, 간접으로 요구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면 결국 본인이 치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도박자의 손을 살짝 거들어 주기만 해도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도박 중독자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절대로 책임지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책임 질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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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라도 일단 도박에 중독되게 되면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건 맞습니다. '거짓말'과 '무책임'은 도박 중독의 증상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자들이 하나같이 무책임한 사람들일까요? 글쎄요.
다른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많은 도박 중독자들의 재발 요인들을 추려내다보면 공통된 이유 몇 가지로 묶이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조금 모자라는 돈을 도박으로 메우려다가 다시 도박에 빠지는 겁니다.
조금 모자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도박 빚 이자가 조금 모자라거나, 자녀의 학원비가 조금 모자라거나, 갑자기 경조사가 생겼는데 축의금을 낼 돈이 조금 모자라거나.... 어쨌거나 현재 자신이 가진 것으로는 살짝 부족하지만 대박이 아니더라도 도박으로 한번만 따면 금방 메울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작은 모자람입니다.
만약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 맞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배를 째면 됩니다. 이번 달 이자쯤이야 다음 달로 넘기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학원비도 한 달 밀리게 하고, 축의금은 그냥 말로 때우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가족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고 상처를 남겼는데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은 책임감이 마음 한 구석에는 남아 있는거지요. 그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는게 절대로 책임질 수 없게 만들고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도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작은 책임을 지려다가 더 무책임하게 될 수 있는 게 도박 중독입니다.
그러니
도박이라는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사소한 무책임은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해도 당분간은 참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무책임의 병이지만 치유 과정에서는 사소한 무책임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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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을 치유할 때 필요한 게 많지만 콕 집어서 두 개만 꼽으라면 '매사에 진실하라는 것'과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 것', 이 두 가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 치유 방법이 이 두 가지 기본 원칙에서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죠.
이 두 가지 원칙은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폐해 또는 증상과 각각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이 중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 것'과 관련됩니다. 과도한 도박으로 인해 가족 및 타인에게 재산 상의 손실을 입히고 그들의 믿음을 저버린 책임을 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진솔한 사과와 함께 용서를 구하는 건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는 어떤 순서로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에서 밖의 순서로 해야 합니다. 감정의 짐은 안에서부터 밖으로 덜어내야만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에 빠져 양심을 속이고 변명을 늘어놓고,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방치한 것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배우자나 자녀와 같은 현재 가족 구성원입니다. 그 다음이 원 가족과 친척 순입니다. 그 다음이 친구를 비롯한 지인, 마지막이 함께 일했던 동료입니다.
그런데 도박자는 반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남인 채권자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용서를 빌고, 그 다음은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상사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회적 매장을 당하지 않으려고 돈을 빌린 친척을 찾아가 입막음을 하고, 그 다음이 마음의 빚을 덜겠다며 부모님을 찾아가 사죄합니다. 그러면서도 배우자와 자녀에게는 사과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하고 언젠가는 받아줄거라고 합리화하면서요.
중독자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건 의외로 자기 자신입니다. 온갖 고초와 마음 고생을 했으면서도 그게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면서요. 아닙니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위로해야 합니다.
예전에 강북삼성병원의 신영철 선생님이 처음으로 중독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이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도박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세요.
"도박 때문에 고생많았지?, 정말 미안해, 내가 할 말이 없다.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한 사과를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을 때 치유의 힘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잊지 마세요. 사과와 용서는 안에서 밖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 반대 순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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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일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중독 상담에서 상담자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자료로 4시간 분량인데 뒤의 2시간 분량은 중독을 다루는 상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기강화상담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론편에 해당되는 앞 부분의 2시간 분량은 기본적으로
'도박중독자의 가족교육 강의자료'를 토대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도박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에 더 잘 들어맞지만 알코올, 마약 등 물질 중독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내용을 선별해서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목차는
* 왜 중독을 알아야 하는가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중독 in DSM
* 중독의 핵심 특징
* 중독에 대한 오해
* 중독의 치유
* 중독 상담의 쟁점
* 동기강화상담
이며, 주된 내용으로는
* 중독은 더 이상 드문 문제가 아님
* 중독의 공존 장애 문제
* 향후 중독 문제의 증가 추세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금단증상, 내성, 자제력 상실, 충동성, 집착, 지나친 사용, 강한 갈망
* DSM-IV-TR과 DSM-5에서 중독을 보는 관점 차이
* 중독의 역설
* 중독의 핵심 특징 :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 인식 부족으로 인한 부인
* 중독에 대한 오해 : 대리 책임과 게으름
* 중독 치유의 절충/통합적 접근
* BioPsychoSocial Model
* 효과적인 중독 치유법
* 중독자의 치유 거부 이유
* 중독자를 설득하는 방법
* 충동(갈망) 인정하기
* 부부/가족 치료의 필요성
* 가족의 잘못된 대처 방식
* 중독자의 가족이 걸린 병 : 조급증, 의심병
* 가족이 중독에 맞서지 못하는 이유
* 중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 중독 치유의 제 1원칙, 제 2원칙
* 거짓말이 해로운 이유
* 중독 상담자를 위한 조언
* 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개입
*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재발 예방 : 실수 vs. 재발
* 중독의 명현 현상
* 중독 치유의 시작
* 심리사회적 재활
* 단~ vs. 삶의 변화
* 중독 상담의 쟁점 : 치유가 어려운 이유, 심리평가와 진단은 꼭 필요한가, 직접적인 조언, total abstinence
* 변화에 대한 이해
* 동기의 3요소
* 변화동기
* 양가감정
* 동기강화상담의 기본 개념
* 동기강화상담의 일반원리
* 동기강화상담자가 하지 말아야 할 반응
* 동기강화상담 초기부터 유용한 기법들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열린 질문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들
* 변화의 단계
* 변화의 단계 점검
등 입니다. 동기강화상담 부분은 2시간 분량이기는 해도 그야말로 기초편에 해당되는 부분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니 다른 자료로 심화 학습을 하고 무엇보다 현장 실습 및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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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두 가지가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박자가 무책임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면 도박 중독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거짓말과 무책임 문제는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느냐를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도 매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되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무책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항상 선택만 하고 통 책임을 진 적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당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고 거세게 몰아붙이면 될까요?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자가 책임질 겨를도 없이 가족들이 온통 나서서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었던 것이 버릇이 되어 그럴 수도 있고 크게 한번 따기만 하면 한번에 보상할 수 있다고 도박자가 착각하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을 계속 미루다 보니 책임질 기회를 놓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아무래도 사소한 것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도박으로 인해 자율성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징크스만 잘 지키면 행운의 여신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처럼 도박자를 착각하게 만들어 기고만장해지지만 실상은 도박자의 모든 자율성을 빼앗고 움쭉달싹 못하게 옥죄어 버리는 것이 도박의 속성입니다. 사실 도박판에서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하니까요. 도박자가 할 일은 그저 도박 산업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시키는대로 놀아나는 것 뿐입니다. 본인만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를 뿐이지요. 하지만 중독될 정도로 도박에 탐닉했다면 자율성을 빼앗긴 허수아비와 같은 신세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귀결입니다.
가끔 도박을 그만 둔 도박자가 집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자율성을 잃어버린 도박 중독자라면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모습인 겁니다.
그래서 치유 과정에서 도박자의 무책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담을 예약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발적으로 연기하는 것에서부터, 상담을 할 때 어디에 앉는 것까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기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자의 자율성이 증진되면 가족들의 불신이 점차 사그러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율성을 증진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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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도박 중독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병이고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처럼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못 끊는다는 일반적인 속설이나 어디서 주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실패 경험만 믿고 도박 중독은 가망이 없는 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비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라는 글에서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이 바닥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는 도박 중독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어느 정도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익숙해지고 일상 생활도 복구가 된 도박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착각해서 상담을 중단했다가 재발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데 대체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라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인 '거짓말'과 '무책임'이 도박자에게서 사라져서 매사에 진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도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도박자에게도 그걸 알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도박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자의 기억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신
도박 생각을 유발하는 도박 관련 자극이 없으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는 가능합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몇 달 만에 추후 상담을 받으러 온 도박자는 그 동안 전혀 도박 생각이 나지 않다가 상담 예약한 날짜가 되니 도박 생각이 나더라고 보고하곤 합니다.
둘째.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당시에는 도박 생각이 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갈망에 시달리고 그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하곤 했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생각이 나더라도 충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갈망이 생겨도 아주 손쉽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셋째. 치유 이전 혹은 치유 과정 중에 있는 도박자라면 가족의 의심이나 잔소리, 간섭에 의해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도박을 하면서 내 맘껏 살아보자 하는 고민을 잠시라도 하겠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연합니다.
세 가지 기준 모두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가족의 의심이나 간섭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기준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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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 중 하나는
'도박중독 치료의 제 1원칙'이라는 글에서도 이미 말씀을 드렸듯이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글에서 저는 모든 도박중독 치료가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까지 강조를 했더랬습니다.
도박중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무책임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실 상 단도박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도 완전한 치유가 되지 않거든요. 그만큼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박빚을 갚아주는 대위 변제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고 가족들의 명의로 낮은 이자 대출을 내서 돌려막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두 고통스럽더라도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어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가정 하에서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은 반드시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하는 만고불변의 진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 상담자라면 원칙 고수와 융통성의 경계선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년 정도 상담을 받은 도박자의 가족이 있습니다. 1년 동안 도박자와 가족 모두 열심히 상담을 받았고 그동안 도박자가 지인들에게 빌린 자잘한 돈은 스스로 모두 갚았으며(처음에는 모두 open하고 유예) 본인의 카드론 대출금 몇 백만 원만 남은 상태에서 부인이 도박자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신용으로 낮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자신에게로 돌렸습니다. 치료 원칙을 어기기는 했지만 1년 동안 말없이 열심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남편에게 자신이 함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격려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설사 남편이 이 때문에 다시 해이해져도 자신이 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치료 원칙을 어긴 것이니 이 부인의 행동은 경솔한 것일까요?
이런 부인의 행동이 도박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우리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변화 노력에 대한 격려,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과 기대, 저는 이 세 가지가 치료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고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야단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부인을 칭찬했고요.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 원칙을 어기는 것이 필요한 순간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담자들은 야전에서 도박 중독과 싸우는 전사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적을 섬멸하는 것보다 아군을 살리고 보살피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도박중독 전문 상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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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인간이라면 이 포스팅을 할 이유가 없겠지요. ^^
도박에 중독되면 거의 반드시 나타나는 특징 두 가지가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입니다.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든 상관없이 무책임한 모습이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엄청난 도박 빚을 남겨 놓고 잠적하거나 채권 추심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으며 집에 생활비가 없어도 가족들을 걱정하는 것 같이 보이지도 않아서 가족들을 절망에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
도박에 중독되게 되면 시야가 좁아져서 근시안(tunnel vision)이 됩니다. 즉 도박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두 번째 이유와 결합되어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둘째,
지금까지 잃어버린 모든 것(도박으로 인해 생긴 경제적 손실과 도박 빚, 가족들의 신망 등)을 도박을 통해 한번에 회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도박자의 역설(Gambler's Fallacy)이라고 부르는데 도박자의 역설 때문에 도박자는 자신의 문제를 책임지기 위한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도박자의 행동이 무책임하게 보이는 것 뿐이지 도박 중독자가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인간은 아니며 무책임한 인간이 도박에 더 잘 중독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치료를 통해 도박자의 역설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근시안에서 벗어나게 되면 도박자도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게 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 애를 쓰지만 선택한 방법이 정작 문제의 원인이 되는 도박이었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결국에는 책임을 지지 못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러니 가족들은 도박자의 무책임한 행동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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