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의 임자영, 현명호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379-393)에 publish한 '승리 접근 경험이 도박 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강원랜드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이용객 및 도박 행동 경험자 82명
- 병적 도박자 : 43명
- 사교적 도박자 : 39명
* 측정 도구 : SOGS, computer를 이용한 게임 프로그램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및 ANOVA, MANOVA
* 연구 결과
1.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이 없는 조건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음.
2.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는 병적 도박자의 게임 지속 시간과 게임 횟수가 유의미하게 많음.
3.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도 두 집단 간 반응 잠재기에는 차이가 없음.
* 월덴지기의 Comment
1. 연구 대상을 보면 총 87명 중 문제성 도박자에 해당하는 5명을 제외한 82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병적 도박자와 사교적 도박자가 각각 43, 39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진 양상(짠 것처럼)인데 솔직히 믿기 어려움.
2. 이 연구에서는 진단 도구로 SOGS를 사용했는데 SOGS는 허위긍정(False Positive)이 높은 것으로 결론이 난 척도이므로 이 연구에 병적 도박자로 분류된 43명 중 상당수가 문제성 도박자이거나 사교적 도박자일 가능성이 큼.
신뢰롭지 못한 측정 도구를 사용해서 연구 대상을 분류했기 때문에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가 없음.
3.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은 슬롯 머신의 형태인데 연구 대상자가 경험한 도박과 유사성이 매우 낮음. 경마, 경륜은 말 할 것도 없고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에도 슬롯 머신 뿐 아니라 바카라, 블랙잭 등의 카드 도박, 룰렛과 같이 다양한 도박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울 듯 보임.
4. 현장에서 보면
사실 상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강도는 승리 접근 경험이 아니라 대박 경험(승리 경험)이 훨씬 큼. 그런데 승리 경험에 대한 측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승리 접근 경험만 다룬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승리 경험을 covariate로 설정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승리 경험이 있는 도박자에게 승리 접근 경험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
5.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불과하며 소위 "So What?" 비판에 취약함. 승리 접근 경험이 병적 도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저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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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9월 4일 토론회에서 사감위가 제시한 '해외에서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합쳐 도박 중독 유병률을 산정한다'는 반박 논리 중 일부입니다.
'영국 포함,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Problem Gambler)와 함께 중위험 도박자(Pathological Gambler)를 포함하여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CPGI로 유병률 측정 사례
-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
- 브리티쉬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2008)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
- 온타리오 문제성 도박 조사(2005)
-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
여기에서 첫 단락의 Pathological Gambler(병적 도박자, DSM-IV에서 사용하는 분류 기준)를 Moderate Risk Gambler(중위험 도박자)와 헷갈리는 것은 차라리 애교 수준입니다. 뭐 정신줄을 놓으면 스펠링을 틀릴 수도 있죠(웃음).
사소한 실수를 하나 더 지적하면 CPGI를 사용했다면서 CPGI 분류에서는 사용하지도 않는 '도박 중독 유병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군요. 엄밀하게 말하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이라고 해야죠. 자기네들이 사용하는 측정 도구의 사용법도 모르나요?
위의 실수들은 제한된 시간에 날림으로 자료를 작성하느라고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아래의 실수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유병률을 측정한 사례로 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3)'가 가장 압권인데 영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199년과 2007년 2차례에 걸쳐 실시한 바 있습니다. 2007년의 조사에서 199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한 자료도 함께 내놓았죠. 2003년에는 조사를 실시한 바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영국 콜롬비아? 영국에 그런 지명이 없을텐데요. 알고보니 이 사람들이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에서 2003년에 실시한 유병률 조사를 British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영국인 줄 알고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바보 아냐?).
그렇다면 캐나다 British Columbia주의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 결과는 과연 어떨까요? 얼핏 보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한 수치를 사용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고위험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로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37p의 표에서 'Moderate/Severe Problem Gambler'라는 범주로 구분을 하고 있고 본문에서도 대다수의 문제성 도박자가 중위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3, 2008년 자료 어디에도 두 유병률을 합한 수치만을 제시한 곳이 없습니다. 아주 지 마음대로 인용했네요.
다음으로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 조사(2005)입니다. 여기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했습니만 역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1990년대에 캐나다에 급속하게 번진 VLTs(Video Lottery Terminals)의 영향에 따른 캐나다 각 주의 유병률 비교를 목적으로 실시한 조사이기 때문에 연구 편의 상 두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215p Table 2).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두 범주를 하나로 합쳐 제시한 것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CPGI 범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종단 연구와 population-based study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한점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해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각각 구분해서 표로 제시(215p Table 1)하고 있죠. 그러니 두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한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2006)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2001년 SOGS를 사용해 수행된 유병률 조사 결과와 비교(114p)하기 위해 임상 집단에 사용하는 SOGS와 일반 인구 집단에 사용하는 CPGI를 수평 비교할 목적으로 임의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다른 측정 척도와 비교하기 위해 표준 점수로 변환하는 것과 유사하게 비교를 위해 임의로 유병률을 합쳐 제시한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비교 목적이 없는 경우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에서도 두 유병률을 합쳐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이 연구에서도 SOGS와 비교가 필요없는 부분에서는 두 유병률을 분명히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114p Table 4.3, 115p Table 4.4 등).
마지막으로 밑에서 두 번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문제성 도박 조사(2005)는 확인해보니 문제성 도박 유병률(0.8%)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2.6%)을 각각 구분해서 기술하고 있더군요(8p & 45p table 4.1.0).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네요. 무식하면 이렇게 용감해질 수도 있네요. 대단해요~
사감위에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제시했다고 내놓은 자료는 이처럼 뒤집어 보면 하나도 근거가 없는 것들 뿐입니다.
제가 review해 본 바에 의하면 CPGI가 개발된 이후에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따로 구분하여 제시하는 유병률 조사 연구만 해도 영국(2007), 호주 Tasmania주(2005), 호주 Queensland주(2006~7), 호주 Victoria주(2004), 캐나다 Quebec주(2002), 캐나다 Manitoba주(2006), 캐나다 Saskatchewan주(2002), 캐나다 New Brunswick주(2001), 캐나다 Ontario주(2005), 캐나다 Newfoundland & Labrador주(2005)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사실
제가 황당해하는 부분은 이 자료를 작성한 실무진의 실수 내용이 아닙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자료가 그대로 외부로 발표될 정도로 사무처 직원, 사감위원, 사감위 전문위원들 어느 누구도 제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문제이죠. 보고도 그대로 발표하게끔 통과시켰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사감위는 정말 희망이 없으니까요.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외부에 발주한 연구 용역이라고 하더라도 세 명의 전문가가 중간 중간 진행 과정을 검수하여 필요한 부분을 제언하고 중간 보고서와 최종 보고서 모두를 점검하여 잘못된 부분을 확인, 공유하고 그 윗선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문제를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 일개 기관의 검증 시스템만도 못한 모습을 자꾸 보여준다면 그런 어설픈 조직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좀 더 분발해 주세요.
덧. 지금 하고 있는 꼴을 보면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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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군요(그러게 자료부터 공개한 다음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ㅠ.ㅠ).
공청회에서 계획안의 토대를 이루는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토론자가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그토록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연구 자료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사감위의 반박 자료만 현장에서 배부되었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받은 사람, 기관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자료를 미리 달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획총괄팀의 담당 직원이 진행을 한답시고 마이크를 잡더니 공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들에게 그 때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한양대 김종 교수에게 서두부터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쯧쯧쯧.... 토론자를 청해놓고 그러면 안 되죠. 면박 주려고 부른 것이 아니잖아요? 그 날 공청회에서 기분들이 어지간히 상했나 봅니다.
결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아마도 반박 자료를 만드신 듯)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병률 문제와 총량 조정 문제 두 가지만 다루겠다고 했는데 사실 상 유병률과 총량조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역시나 토론이 계속 겉돌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써도 모자라는 천금같은 3시간을 이런 지엽적인 주제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성토(토론 주제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왜 나오신건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도 모자란다는 감정적인 주장(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낸답니까? 혼자만 착한 사람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만 작았지 공청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토론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거의 실소로 응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코딩 자료까지 공개를 하느냐더군요. 관례 상 없답니다. 제가 이래서 교수를 싫어하는 겁니다. 학문, 연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교수가 많거든요. 제가 알기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연구 원자료는 5년 이상(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관해야 하고 필요 시 언제든 제출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원자료를 7년 보관하고 폐기했습니다. 코딩된 통계 분석 자료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물며 우리나라 도박 중독 분야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계획안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인데 자료 공개를 안 하다니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아는 선배님이 공군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연구비가 2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담당관이 matching되어 일체의 프로젝트를 관할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군사관학교의 방법론 담당관이 모든 원자료를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내용 분석자료와 2차에 걸친 pilot study,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를 정리해서 중간 제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감위는 왜 그렇게 못 믿느냐, 각자의 이익을 떠나서 신뢰하라고만 합니다. 도박 중독자도 말로는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만 믿으라며 큰소리 탕탕치지만 도박에 탐닉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 밖에요. 뭐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와 사감위가 동급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미안하지만 사감위는 지금까지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감위에게 실망했던 사건만 정리해도 책 한 권까지는 못해도 소책자 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자료 공개 요청을 하는 것인데 정말로 끝까지 하지 않으려나 봅니다.
외부 교수로 참석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예의 그 재활 이야기를 또 꺼내거나(물론 나중에 유병률 관련해서 좋은 말씀도 있었지만 Shaffer의 2004년도 연구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왜 유병률 문제로 갑론을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이 토론회가 왜 열리게 된 것인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모르고 참석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행산업체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이해하시기 편하게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요새 상아탑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니 문제가 되는 교수의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종평'이 아닌 학부모 인기투표를 통해서 매년 1/10의 교수를 강제로 자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 실력 없고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는 교수를 내보내서 학력 신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입장과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하고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청회든 토론회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왜 사감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감안하고 대안을 이야기하라고..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획안은 사감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핑계대지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사담을 나누는 시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사감위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8년도 연구 결과 보고서가 아직도 안 나왔답니다. 사감위원들의 치열한 난상토론과 고심을 거쳐 나온 계획안을 떠 받치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분과 위원장도 아직 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료를 갖고 계획안을 만드신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습니다.
게다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 말이 더 기가 막힙니다. 아직 인쇄 중이랍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구 6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달 동안 인쇄하고 있나요? 그래서 문서 파일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 안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모를겁니다.
사행산업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습니다. 사감위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조차 안했죠) 그러면서도 도박 중독자 수를 정말 줄일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개인적으로 이 계획안대로라면 불법 도박 시장이 엄청 팽창할거라 예상합니다) 종합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연구 보고서를 사감위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시나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해서,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모여서 끝도 없이 하는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결론은 없고, 자꾸 배는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은 핵심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들.... 이제는 좀 지겹고 지칩니다.
닫기
* 표준화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 소개한 사감위의 번안절차입니다: 1차 번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전문가 자문(선행연구 수행 전문가) -> 유관기관 의견수렴 -> 최종 확정
-> 이것 참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위의 절차는 번안(adaptation)이 아닌 단순번역(translation)입니다. 일반적인 번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역 번역자의 전문성 유무, 그리고 과정의 절차정당성 확보입니다. 1차 번역을 도박 중독 평가 도구에 대해 문외한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했다는 것부터가 에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문가가 했어야죠.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는데 보통 대규모의 표준화 작업에서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보건복지부의 '2001 주요 정신질환의 한국판 진단도구의 개발과 역학적 연구' 참조)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전문가가 아주 드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가 모르는 전문가 pool이 만들어졌을리가 없는데 저는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런 자문을 수행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 연구 수행 전문가가 누굽니까? 2006년도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관기관 의견수렴이라는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이 달랑 개인 메일에 첨부 파일로 번역문을 보내놓고는(그것도 다른 기관에만 보낸 것을 알게 되어 보내달라고 졸라서 받았습니다. 안 졸랐으면 안 보내려고 했나 봅니다),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날 제가 일하는 기관의 모든 전문가가 밤늦게까지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게 의견 수렴입니까? 그리고 나서 곧장 최종 확정? 역-번역은요? 동등성 검토 과정은요? 문항 평가는요? 이래놓고 표준화가 잘 되었으니 믿어라? 대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안심하고 사감위를 믿고 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만 신경쓰고싶습니다. 제발 그렇게 좀 해주세요!!!
* 영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도박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일단 영국에서 2007년(현재 가장 최근에 나온 prevalence survey입니다)에 내놓은 'British Gambling Prevalence Survey 2007'을 보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CPGI에서는 8점이 넘어야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되는데 이 report에서는 아예 표에서 8점에 구분선을 그어 문제성도박자와 그 나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79p table 4.5 참조). 류광훈 실장은 2003년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자료는 제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포함하다가 2007년에는 구분하고 있다면 어느 연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 또한 200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제게 없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2005년 조사는 있어서 살펴 보니 구분하고 있더군요. 1년 사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_-;;;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갖고 있어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이 조사는 류광훈 실장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함쳐 combined prevalence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제성 도박으로 분류되는 집단의 sample size가 너무 작기 때문에 중위험 도박 집단과 합쳐 제시한다고 되어 있고 bootstraping을 통해 중위험 도박 집단에서 역으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합쳐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아니고 단순히 문제성 도박 집단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서 기술적인 사용 상의 편의를 위해 중위험 집단과 합쳤다는 것이죠.
-> 류광훈 실장이 근거로 댄 survey가 5개인데 그나마 근거가 빈약하죠. 저는 최소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구분해서 사용한 prevalence survey를 당장 30개는 댈 수 있습니다. 뭐 양으로 압도해서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 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외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가 유병률이 사행산업체를 규제하거나 기금을 각출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병률은 일반인들의 도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계획 수립 등의 실태 자료로 사용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니 사행산업체의 종사자들이 길길이 뛰면서 제대로 된 도구와 수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거기에다 대고 유병률이 6.5%면 어떻고,9.5%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면 돌 맞습니다.
* CPGI가 아닌 NODS나 MAGS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2~3배 이상 도박 중독 유병률이 높다
-> 이거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이 자신있게 이야기한 내용이고 토론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긍정하던데....서구하고 비교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아시아권에서 조사된 survey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MAGS 기준으로 싱가포르 4.1%(2004), 마카오 4.3%(2003), 홍콩 5.3%(200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2.6%(2004), 3.8%(2008)로 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 산업이 존재하는 인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참 궁금한 것이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데 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같은 서구 국가하고만 비교를 하나요?
더 반박하고 싶지만 자료 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는 억측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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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감위에서 내놓은 종합발전계획안의 핵심은 도박 중독 유병률을 줄이는 것이며 실제로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감위 계획안에서 도박 중독 유병률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측정 도구는 CPGI인데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 한국판 CPGI는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표준화의 문제가 있습니다. 2001년에 Ferris & Wynne이 캐나다에서 CPGI를 개발할 당시 자국의 사회적, 문화적, 정서와 배경이 반영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무려 3년에 걸친 연구 기간과 엄밀한 타당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이들은 다른 언어 사용 국가에서 CPGI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국에서 개발하는 정도의 과정을 거치도록 엄중히 권고하고 있는데
국내의 CPGI는 이런 표준화 과정을 제대로 거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사감위의 일각에서는 표준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2006년 문광연 연구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2008년 2월에 관련 기관에 검토를 요청한 CPGI 번역문을 보면 '번안'이 아닌 단순 '번역'에 그치고 있으며 그마저도 적절한 '번역-역번역', '동등성 검증', '번역자 전문성 검증' 등의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고 생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2006년 연구에서 내적 일관성 신뢰도만 산출한 것에 대한 비판을 받고 이를 수정했다고는 하나 교차 타당화를 비롯해 제대로 된 신뢰도, 타당도를 산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사감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떳떳하다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면 됩니다.
둘째, 척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CPGI를 제외한 국내 도박 중독 진단 척도는 모두 '그렇다/아니다'의 이분 척도(dichotomous scal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에는 모두 10 가지 진단 기준 중 5 가지 이상에서 '그렇다'고 대답해야 병적 도박자로 진단되는 데 비해 CPGI는 '간혹 그렇다'라는 애매한 범주에 1점이 부여되고 '대체로 그렇다'에 2점이 부여되므로 9문항 중 단 3문항에만 '간혹 그렇다'로 응답하면 이미 기준인 3점이 넘어 '중위험 도박자'로 분류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즉 CPGI를 사용할 경우 이미 유병률이 과다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진 SOGS와 마찬가지로
유병률 과다 추정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서는 CPGI가 이분 척도가 아닌 4점 Likert 척도이기때문에 타당성이 높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취약한 지는 기존 국내 연구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K-NODS, K-MAGS의 경우 도박 중독 유병률이 2~5%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CPGI는 최근 연구만 봐도 1.6%(2006)에서 9.5%(2008)에 이르기까지 6배까지 차이가 나고 있어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 적용 대상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CPGI는 개발할 당시 DSM-IV의 병리적 기준을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 의해 대안적인 도구로 개발된 것으로, 진단보다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강하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사감위 계획안에는 총량제 설정의 보정 기준으로 사행산업 별 이용자의 문제성 도박 비율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행산업 별 문제성 도박자의 비율을 산출해 정책에 반영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또한 그 수치를 유병률이라고 명명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룸살롱만 대상으로 조사해서 산출한 알코올 중독자의 비율을 알코올 중독 유병률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넷째, 사용 범위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계획안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도박 중독 유병률은 2008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9.5%인데 이는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입니다.
CPGI를 사용한 세계 어느 유병률 조사를 보아도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의 비율을 합산한 수치를 사용한 연구가 없습니다. CPGI 8점 이상인 문제성 도박자의 유병률만 대표적인 수치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진국의 선례를 따르자면 9.5%가 아니라 2.3%라고 해야 합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다른 측정 도구에 의해 측정된 유병률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사실 이것도 CPGI 문제성 도박자 범주와 다른 진단 도구의 병적 도박자 범주가 개념 상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CPGI의 문제성 도박자 범주를 유병률 추정에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다른 측정 도구와 달리 CPGI는 '내성'과 '추격매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다른 진단도구들과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한국판 CPGI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도박 중독 평가 도구로 K-MAGS, K-NODS를 사용하고 참고 삼아 SOGS를 사용하지만 CPGI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문제가 많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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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Amazon
'Behind the 8-Ball'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도박자와 그 가족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social worker 두 사람이 도박자의 가족들을 위한 지침서로 내놓은 책입니다. 부제가 'A Recovery Guide for the Families of Gamblers'입니다. 이미 1992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이에요. NCPG(National Conference on Problem Gambling)에서 팍팍 밀어주고 있는 책입니다. ^^
16년이나 개정이 되면서 계속 나오는 책이라면 어느 정도 좋은 책인지는 이미 짐작하시겠지요?
우리나라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미국만 하더라도 도박 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지침서는 딱히 추천할 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치료에 대한 것만 해도 버거우니까 그렇겠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치료를 하다 보면 도박자보다 정작 가족의 치료와 재활이 더 시급하거나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자의 회복을 위해서도 가족의 치료와 재활은 필수적이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입니다. 몇 가지 미국 문화에만 들어맞는 조언이나 개입 방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할만큼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유용하고 쓸모있는 지침들로 가득합니다.
언젠가는 저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이런 좋은 책을 쓰고 싶군요. 언제나 그만큼 내공이 쌓일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때까지 우리나라 도박자의 가족들이 볼 책이 있어야 하니 출판사에 번역을 요청해 놓았는데 받아들여질 지 모르겠습니다. 받아들여진다면 올해 후반기에는 상당히 바쁘게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덧. 이번 NCPG 학회에서 저자 중 한 명인 Linda Berman을 만나 사인도 받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서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도박자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아니더라도 꼭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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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가는 날입니다. 3일 동안 정말 빡세게 공부만 했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쉬다가 돌아갈 수 있겠네요. 아침 댓바람부터 학회장에 갈 필요가 없으니 그야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푹 잤습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씻고 짐을 싼 뒤 아예 캐리어 백을 끌고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가이드가 붙어서 단체 관광을 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여행을 매우 싫어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다니기로 했습니다.
체크 아웃을 하고 9시 쯤에 디즈니 랜드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이동할거라고 합니다. 사진만 찍으려고 뭐하러 40분이나 차를 타고 가느냐고(버럭~).
미국에는 디즈니 월드와 디즈니 랜드가 있는데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있는 것이 디즈니 랜드라고 합니다. 워낙 땅덩이가 넓어서 인구 밀도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디즈니 랜드에 도착하니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 정말 달랑 사진만 찍고 다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짜증나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했네요. 쩝...
그리고는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아울렛으로 갔습니다. 쇼핑을 하러 간다고 하네요. 뭐냐고~
저는 보통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쇼핑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현지의 기념 티셔츠 정도나 사기 때문에 단체로 쇼핑을 하러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지옥같아요. 사람들은 좋아라 쇼핑을 하네요. 리바이스 청바지를 많이들 사더군요. 물론 대부분 '마데'이거나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것이지만 일단 싸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헐리우드 거리로 향했습니다. 워낙 넓은 곳을 이동하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이곳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 극장입니다. 별로 특별하지는 않아요. 그냥 유서깊은 곳이니까 한번 둘러보는 것이지요.
코닥 극장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양쪽 기둥을 보시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연도별로 정리를 해 놓았습니다(좌우측 기둥의 불이 들어와 있는 흰 부분). 앞으로도 60~70년 정도는 끄떡없도록 자리를 확보해 두었다고 하네요.
근처에 차이니즈 극장이 있는데 바닥에 스타들의 핸드/풋 프린팅이 있더군요.
홍콩에 갔을 때 봤던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아는 수준의 스타는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옛날 배우들이었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들의 단체 프린팅이 좀 색달랐고
제가 좋아라 하는 조지 클루니도 있고
윌 스미스의 최근 프린팅이 보였습니다. 발 진짜 큽니다. ^^;;;
헐리우드 거리에서도 면세점에서 거의 45분이나 쇼핑을 했습니다. ㅠ.ㅠ 지겨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한인 타운으로 이동했습니다.
LA 카운티에만 1백만 명이 넘게 살고 있다는데 저희가 들른 한인 타운은 정말 초라해 보였습니다.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거리 모습,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한글 서체의 간판,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한 식당 등.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인 타운이 다 이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저희가 찾아간 지역이 좀 그렇다네요.
점심으로는 중국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코스라는 이름과 달리 기름진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바람에 양에 질려버려서 많이 못 먹었어요. 김치가 나왔는데 그것도 배추가 아닌 양배추 김치라서 쩝...
점심을 먹고 나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앞 광장의 조형물입니다. 많이들 기념 사진을 찍고 그러죠.
조형물에서 보이는 방향으로 직진하면 shop들이 밀집된 거리입니다. 왼쪽으로 가야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나오죠.
일단 정문에서 한장 찍고. 레드 카펫이 깔려 있네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도 시간이 부족한지라(가이드가 이동 중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더군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 Studio Tour와 공연으로 슈렉 4D, 동물 쇼, 또 하나는 이름을 잊어 버렸습니다. 무슨 귀신의 집 같은 곳을 통과하는 것이었지요. 많이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것만 선택하다 보니 '분노의 역류', '쥬라기 공원', '워터 월드' 같은 인기 볼거리를 하나도 못 봤습니다. 그야말로 맛보기만 한 것이지요. 짜증나~
귀신의 집은 썰렁했고, 동물 쇼는 중간에 들어가서 하이라이트는 거의 놓쳤으며 슈렉 4D는 재미있었지만 앞좌석에서 물이 튀고 등뒤에서 바람이 쉭쉭 나와서 좀 그랬습니다.
45분 정도 걸리는 Studio Tour가 그나마 괜찮았지요.
Studio Tour 정문입니다.
저 아래 보이는 세트장을 쭈욱 돌아보는 것입니다. 전망이 좋네요.
요건 폭우와 급물살을 재현한 세트인데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으로 봐야 제 맛이에요. 나중에 편집해서 올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사용된 마차 등의 소품이 전시된 세트도 있고,
고대 고리스의 아고라 장면을 찍을 때 사용했던 세트도 있고요.
오래된 영화 어느 장면에서 봤음직도 한 세트네요.
이 세트는 어느 영화에서 사용되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 세트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새'의 모텔 장면에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날씨가 맑은데도 분위기가 묘하게 음산하네요.
재난 영화에서 비행기 추락 현장을 묘사한 세트입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까지 세심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라서 그렇겠지만 규모가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충돌 현장 같아요.
습도가 낮아서 쾌적하기는 한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조금만 직사광선에 노출되어도 상당히 지치네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살펴보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한인 타운으로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저녁을 먹은 청운 부페의 모습입니다. 각종 고기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부페 형태의 식당이었습니다. 김치도 제대로 된 김치이고, 고기도 정말 다양하더군요. 그래도 LA 갈비는 왠지 꺼림칙해서 안 먹었습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문제는 있지만 모처럼 한식다운 한식을 먹었네요.
저녁식사를 하면서 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인들 중에 상당 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촛불집회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유학생이나 지사 파견을 온 사람들이 아닌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되고자 하는 한인들은 한국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고 하네요. 예전 신정아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떠들썩 할 때에도 내심 쾌재(?)를 불렀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일종의 자기 정당화(self justification) 기제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이 부강해지고 잘 먹고 잘 살면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와서 힘들게 사는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려면 한국이 잘못된 길로 가야 하니까요. 참 씁쓸한 해석입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그러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가 자정이 넘어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들어오면서 보니까 Bradley공항이 워낙 낡고 좁아서 발권부터 보딩까지 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거든요.
8시쯤 도착을 하니 아직 아시아나 항공의 economy class의 발권 카운터가 문도 열지 않았더군요. 그제서야 따로 산 선물과 쇼핑한 물건을 다시 패킹하느라고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치료하는 도박자의 부인을 딱 만난 것이 아닙니까? 미국에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목적지도 다르고 귀국 날짜도 훨씬 빨랐기에 기대를 안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와 같은 비행기를 탄다고 하더군요. 참 세상이 좁지요.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미쿡이라서 출국 심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발을 벗는 것은 기본이고 (그러면서도 슬리퍼 하나 안 줍니다. 나쁜 놈들), 노트북은 커버를 벗겨서 따로 검색대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지요. 대기줄이 무지하게 깁니다.
미리 들어가기를 잘했습니다. 제가 탈 비행기의 게이트가 완전 끝에 위치하고 있네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장거리 비행을 대비해 속옷도 갈아입고 모자란 잠도 좀 잤습니다.
지구 자전 방향으로 가는 비행이라서 돌아가는 시간이 1시간 정도 더 걸릴 예정이네요. 어흑~
그래도 통로 쪽 좌석을 확보한데다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짐도 올려놓고 편하게 기대고 왔습니다.
반가운 기내식이네요. 비빔밥입니다. 김치에다가 북어국까지... 감동의 물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속이 느글거렸는데 확실하게 달래주네요. 싹싹 비웠습니다.
중간에 간식으로 무슨 햄 샌드위치를 줬던 것 같은데 비몽사몽 간에 맛도 모른 채 먹어 치웠고.
아침으로 나온 매콤한 낙지 덮밥입니다. 원래 아침 기내식으로는 항상 오믈렛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느끼해서 못 먹겠더군요. 속도 확실하게 달래줄 겸 먹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 쯤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습도가 높다 보니 기온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엄청 덥게 느껴지네요. 연신 부채질을 했습니다. 짐을 찾고 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이 아닌 외국 체류로는 가장 긴 날짜가 아니었나싶네요. 아무리 공짜라도 미국을 또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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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좀 적응할 만 하니까 내일 밤에는 돌아가네요. 쩝.... 시간 참 빨리 갑니다.
오늘은 긴장이 풀렸는지 7시 5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6시 30분에 깨기는 했는데 깜박 다시 잠이 들었나 봅니다.
8시 30분에 강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식당에 내려갔습니다. 둘이서 17불이었는데 주말이라고 23불이나 받네요. ㅠ.ㅠ
매일 아침마다 흐린 날씨여서 하루는 가져간 우산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는데 오늘 보니 아침마다 흐린 것이 아니라 원래 날씨가 그런 것 같습니다. 스모그인가?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나서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첫 강의에 15분 정도 늦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발표를 시작하지 않았네요.
8시 30분에서 10시까지 예정된 강의는 'Building a Road Map for Pathological Gambling in the DSM-V'였습니다. 어제 retention을 증가시키는 방안 session에 나왔던 UCLA의 의사 Tim Fong이 (또) 연자로 나왔습니다.
초반에는 DSM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DSM의 역사에 대해 왜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측하건대 미국의 현장 치료자들은 DSM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나 다 아는 DSM에 대해 시시콜콜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야 DSM-V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999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2012년 5월이 되어야 나올 예정이랍니다. 허거덕. 정말 긴 여정이네요. 13개의 범주로 DSM-IV에 비해 3개의 범주가 늘어났고요. 아직 각 카테고리의 개별 미팅도 launching이 되지 않은 상태랍니다. 참가한 의사들은 제약 업체를 포함해서 어떤 fund로부터도 5만 불 이상을 받을 수 없고 DSM-V 프로젝트 자체는 전혀 funding을 받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그렇게 속도가 느린가?
도박 중독은 어느 카테고리에 속할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답니다. addiction에 속할 가능성도 있고 Impulse Control Disorder에 계속 있을지, excessive behavior category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고요. Tim Fong은 도박중독이라는 새로운 범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1시간 30분이나 시간을 들여 DSM-V에 대해 강의를 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보험회사와 상관이 있을겁니다. DSM-V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진단에 따른 보험 청구 가능성, 수가 변동 등)가 예상되니까요. 다시 한번 미국의 도박 중독자들이 불쌍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10시부터 45분 동안 진행된 session은 'Self Help Workbooks for Problem Gamblers'가 제목이었습니다.
2005년에 실시한 California Prevalence Study 결과를 소개하고 97%의 도박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 NGIC(1999)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습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개발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최근에 개발한 Self Help Workbook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UCLA gambling study program팀에서 개발했고요. 주로 CBT방법을 썼습니다. 자동적 사고 탐색, 확인 및 교정 등이 포함되었고요. 끊는 것 뿐 아니라 줄이는 것을 목표에 포함시켰더군요. Craving을 다루는 기법, 새로운 습관이나 여가를 창출하는 법, 실수와 재발 예방하기 등등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도박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병식이 없어서인데 그런 도박자에게 자습서를 준다고 자가 치료를 할까요? 일종의 혐오적인 자극이기 때문에 그냥 집어던지지 않을까요? 동기 강화 상담적인 기법을 추가하거나 천상 상담자가 있어야 할 것 같더군요.
www.adp.ca.gov/OPG/index.shtml -> pdf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음.
이어서 자습서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한 그룹은 자습서만 주고 확인하고 다른 그룹은 상담자가 함께 자습서를 다루었다고 하네요. 52주 동안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는데 아직 진행 중이랍니다. 7주까지 진행된 initial data만 소개했는데 craving등을 측정하는 측정치에서는 상담자 개입 집단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박 시간 등의 도박 행동을 측정한 바에 의하면 효과가 '자습서 only집단'이 더 낫네요. 그것 참 이상하군요. sample size가 각각 13, 11밖에 되지 않아 명확하게 알 수는 없겠습니다. 여러 가지 관련 변인이 있을 것 같은데 완전 통제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불의 상품권 제공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social desirability도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고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용을 줄이고 보험을 신경 써야 하는 미국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습서만 주는 것의 치료 효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경험 상 자습서를 제공하더라도 상담자/치료자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여러 가지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11시 15분부터 45분간 진행된 session의 제목은 'Pathological Gambling and the Law: The Role of Neuropsychological Testing'이었습니다. 또 Tim Fong입니다. -_-;;; session이 많다고는 해도 몇 몇 사람을 너무 남용하네요. 최대 참석자, 최대 session 수를 자랑하던데 그 자랑이 무색합니다.
도박과 관련해 법정에 계류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서 법정 증언을 위해 신경심리검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도박 중독자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대뇌 피질과 네 개의 lobe에 대한 지루한 설명으로 시작했으며 전두엽(Frontal Lobe)이 도박 중독과 관련(의사결정, 반응억제, 추론, 판단을 하는 영역이므로)된다면서 이를 측정하는 것이 도박 중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현장에 있는 임상심리학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을 뭐라도 되는 양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짜증이 납니다. 무슨 학부 수업도 아니고 말이죠.
Stroop task를 통해 반응 억제 검사 동안에 left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감소되는데 이 영역이 impulse control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진 뒤 Neuroimaging보다 저렴하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적용하기 쉽고 논리적으로 쉽기 때문에 신경심리검사를 한다고 하는군요. 확실히 싸기는 하죠. 적용하기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그래도 참을 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핵심인 신경심리검사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당연히 질문이 나왔지만 그냥 다양한 source를 사용한다고만 하지 제시하는 검사 내용이 없습니다. 뭡니까? 이거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이에요.
혹시나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데 신경심리검사가 사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경심리검사가 도박 중독을 진단하는 신뢰로운 검사 결과를 산출하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도구로는 neuroimaging뿐 아니라 신경심리검사도 도박 중독에 specific한 결과를 산출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신경심리검사 뿐 아니라 neuroimaging도 법정에서 도박 중독자임을 증명하는 검사 결과로 사용될 수가 절.대.로. 없습니다. 강연에 나온 사례에서 history 상 도박 중독임이 분명한 한국인이 신경심리검사 상 정상으로 나와 사채업자를 죽인 혐의로 15년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라고 하네요. -_-;;;
점심은 역시나 치킨 샐러드였습니다. 치즈 크림 케익이 맛있더군요. 체중 조절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조금만 먹고 참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호텔 앞에서 단체 사진 촬영이 있다고 해서 시간에 맞추어 나갔더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더군요. 5분 정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선착장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날씨가 정말 끝내주더군요.
정말 날씨가 쨍합니다.
멀리 등대섬도 보이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소매몰도의 등대섬만 못합니다. ^^b
요트를 빌려주기도 한다는데 선상 파티를 하면 딱이겠습니다. 돈이 없어서 문제지...
오후 강의 시간이 다 되어서 강의장으로 돌아왔더니 그제서야 촬영을 하더군요. -_-;;; 촬영을 마치고 오후 session을 소화하러 갔습니다.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은 'Termination Phase of Treatment in Clinical Supervision'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필리핀 출신의 의사인 Nora가 진행하였습니다.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죠. trauma가 될 수도 있고 celebration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치료 목표를 달성했을 때, 증상이 감소되었을 때, 미래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관련된 충분한 insight를 획득했을 때, 적절히 기능할 수 있을 때가 바로 끝낼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하더군요. 동감입니다. 현장에서 오래 치료를 담당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통찰력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항상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이 강제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치료자가 바뀌거나, 치료자에 대한 위협이 있을 때, 도박자가 치료를 계속하는 것을 거절했을 때와 같은 상황은 늘 있거든요.
돈의 문제가 역시나 나옵니다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해당이 안 되니 통과해도 될 것 같고요.
중간 질문이 많기는 했습니다만 강의 시간 배분을 너무 못하네요. 20%도 못 다루고 session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PPT 자료를 보니 치료자와 환자 양쪽의 관점에서 termination을 위해 생각해야 할 내용들을 비교적 꼼꼼하게 정리했네요. 가장 아쉬운 점은 도박자 specific한 내용이 아니더군요. 도박 중독자는 굉장히 다른 종류의 내담자이기 때문에 termination에 대해서도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한데 너무 일반적인 내담자에 대한 내용에 그쳐 매우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도박 중독자를 주로 다루는 치료자가 아닌 듯 싶었습니다.
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진행된 session은 가족 치료 전문가인 Gary Lange이 진행하는 'Seven Steps to Help Couples Build Trust and Stability'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학회 기간 중 그나마 가장 나은 강의였다고 평가합니다.
Gary Lange이 초반부터 강조했듯이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치료자가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바로 돈의 의미이죠. 물론 도박자 개개인의 개인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돈이 power로 간주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도박자에게 있어 돈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power를 잃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 조성을 할 때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가족에게 재정 관리를 맡기게 되는 것은 도박자에게 상당한 trauma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항하거나 반대로 depressive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죠.
Gary Lange가 제시한 7단계의 순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합니다. 현장 경험이 많은 노련한 치료자라서 그런지 내용이 충실하고 아주 제대로네요. 도박 관련된 가족 문제를 현장에서 많이 다뤄본 경험자의 노하우가 많이 살아있습니다. 우리나라 현장에서도 조금만 변형하면 곧바로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까지 들은 강의 중에 가장 집약적이면서도 전문가의 노하우와 현장감이 넘치는 강의였습니다.
이번 학회의 마지막 강의는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제목이 "Interactive Exploration of Literature, Stigma & Problem Gambling"이었습니다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pass했습니다.
그동안 들은 강의 노트도 정리할 겸 혼자 호텔로 먼저 돌아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너무 피곤하여 잠시 눈을 붙였는데 퍼뜩 정신이 들어 깨 보니 6시 30분이 넘었네요. 6시에 최종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ㅠ.ㅠ
부랴부랴 내려갔습니다만 미팅룸 바깥에서 살짝 엿들으니 이미 내일 관광 일정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고 있네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올라와 조금 더 잤습니다. 그리고 8시쯤 일어나 호텔 레스토랑에 내려가 이번 학회에서 산 책을 읽으면서 호젓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학회에서 3권의 책을 샀는데 두 권은 Ladouceur와 Lachance가 지은 Workbook과 Therapist Guide였고, 다른 하나는 Linda Berman과 Mary-Ellen Siegel이 공저한 'Behind the 8-Ball'이었습니다. workbook과 Therapist Guide는 뭐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업데이트를 할 때 참고하려고 구입했고요. 'Behind the 8-Ball'은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지침서인데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한 사람들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내용이 좋더군요. 읽기 쉽게 써 있고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이것으로 Conference를 마쳤고 내일은 휴식을 위해 관광을 하고 나서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NCPG에 대해 간단하게 평가를 하자면 미국 APA는 어림도 없고 우리나라 심리학회 분과 학회 수준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참석자 수는 3천 명을 웃돌지만 상당수의 recovery가 포함되어 있고 현장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그나마도 그 중의 상당수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질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couple therapy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노하우가 더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잘난 척을 좀 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별로 배운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managed care system이기 때문에 무료 치료를 제공하는 캐나다나 우리나라 현실과 괴리가 커 보였습니다. controlled gambling, Self-help wookbook 등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제 짐작이 확실히 맞는 것 같네요. 안타깝지만 들인 노력과 돈에 비해 얻을 것이 별로 없는 Conference였습니다. 앞으로는 차라리 캐나다나 호주 쪽의 conference를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추입니다.
내년에 국제 치료자 conference를 할 때에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치료자를 골라서 부르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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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보다는 좀 덜 피곤하네요. 도저히 머핀과 쥬스로만 아침을 때울 수가 없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 정도의 더운 음식을 하루에 한 번은 먹어야 힘을 내서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둘이서 17불이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거스름돈은 팁으로 줬습니다.
아침을 호텔에서 먹으니 아침을 먹기 위해 7시 20분에 학회장으로 출발하는 팀에 끼지 않고도 여유있게 갈 수 있어서 좋군요. 첫날에는 걸어가는 것이 귀찮을 것 같았는데 아침을 먹고 산책도 할 겸 걸으니 기분도 상쾌하고 소화도 되고 좋습니다.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진행된 첫 session은 인터넷 도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도박과 법안에 대하여, 인터넷 도박의 전망에 대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고등학교 커리큘럼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죠.
이미 한게임 등 사이버 머니를 이용한 인터넷 도박과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가 성행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NCPG에서 이제야 인터넷 도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질의 응답도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습니다(솔직히 매우 실망했습니다. 인터넷 도박 중독을 접한 경험도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온라인 도박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가, 인터넷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빠르게 공론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줘야겠지요. 고민만 있고 구체적인 행보는 느린 우리나라에서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실태 조사를 비롯한 본격적인 연구를 해야겠습니다. 미국에서 세컨드 라이프 게임 상에서 카지노를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게임 중독과 인터넷 도박 중독의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11시부터 12시까지는 Toneatto의 session이 있었습니다.
Toneatto는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연구자이죠. 진행된 session의 주된 내용은 인지 치료, 행동 치료, 동기 강화 상담, 그리고 Minimal Intervention(MI)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것이었습니다. MI는 다양한 advice를 일종의 manual의 형태로 제공하는 치료적 기술인데 이 4개의 치료를 8∼10주 동안 각각 6 session 제공하고 12주 F/U을 거쳤습니다. 결과는 치료 간 효과 차이가 별로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MI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제 억측일 수 있지만 managed care system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결과를 유추해 낸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Toneatto의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PPT 자료만 참고해서 이 연구에 대해 개인적으로 코멘트하자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많은 confounding variable이 있는데 우선 모든 대상자들이 연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매 session 당 20달러에 해당하는 댓가를 받았으며, 치료자 변인 통제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등 design이 너무 엉성하더군요. Toneatto의 명성이 허명이 아닌가 의심되는 강의였습니다. 기존의 article도 다시 점검을 해야겠더군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적용하기 어려운 연구결과네요. 무엇보다도 치료 장면에서 치료를 하려면 아무리 효과적인 것으로 공인 받은 기법이라고 해도 case by case로 적용을 해야 하는데 치료 자율성이 없는 미국이 오히려 불쌍해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bstinence가 비교적 적다고 했는데 그래서 controlled gambling으로 가려고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비용 효과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abstinence를 보장할 때까지 장기간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 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MI는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환경 조성 전략을 시스템으로 조금 더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치료 방법이랍니까? 쩝...
오늘 점심은 닭가슴살 요리였습니다. 다행히 더운 음식이네요. ^^;;;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런대로 먹을 만 했습니다. 그런데 인디언 커뮤니티의 대표가 나와서 인사말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노래(?)를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시골 촌장님이 갑자기 인사말 도중에 창을 하시는 격이었죠. 게다가 노래 풍이 우리나라 장례의 '곡'과 비슷해서 매우 낯설었습니다. -_-;;;;
1시 15분에서 2시 15분 사이에는 'Increases Engagement and Retention'이라는 주제로 session이 진행되었습니다.
도박 중독자들의 치료 참여율과 지속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핵심인데 첫 연자는 무슨 회사에서 나와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무슨 경영 컨설팅 회사의 설명회를 듣는 듯 했습니다. 추상적인 미사 여구만 나열했지 알맹이가 전혀 없었습니다.
두 번째 연자는 1999년부터 현장에서 일한 사람이라서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강조한 retention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확실한 응답, 2. 확실한 비밀 보장, 3. 희망을 줄 것 4. 빚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 5. 치료자가 GA 모임에 나갈 것, 6. 도박에 대해 잘 알아야 함.
확실한 응답을 위해 강조한 것은 Help Line이었는데 이 사람의 말대로라면 전문가가 24시간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자신의 사생활이 침범당하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전문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도 궁금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도박자들이 과연 늦은 시간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치료자가 GA에 나가는 것은 도박자 이외의 참석자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GA 분위기 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치료자가 도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과연 잘 알아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치료자가 도박에 대해 잘 알면 좋겠지만 잘못하면 도박자의 도박 이야기에 말려 urge surfing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도박에 대해 빠삭하게 몰라도 치료는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세 번째로 나온 UCLA 대학의 동양인 박사(Timothy Fong)가 소개한 UCLA의 프로그램도 가족을 참여시켜라, 교재를 제공하라, 질문지로 피드백하라 등등 이미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모두 사용하고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초기 등록에 400불이나 내야 하더군요. 게다가 매 session마다 200불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잘못 들었기를 바랍니다. 정말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도박이 아니더라도 client를 파산시킬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숙제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만큼의 돈을 냈으니 뭐라도 줘야 client가 안심을 하겠지요. 역시 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 경험 상 숙제가 효과적인 도박자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오는 도박자도 있거든요.
캐나다에서 온 전문가도 지적했지만 이번 session에서 미국의 보험 제도가 아주 제대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왜 치료를 받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내야 하냐, 도박자가 치료를 받을 돈이 어디 있냐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더군요. 물론 도박 중독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특성 상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시 15분에 시작해서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는 escape gambler(EG)와 action gambler(AG)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이지요. 성차와도 연결해서 보면 좋고요. 초반에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소개되었습니다. EG는 여자가 많고 성격을 포함한 다른 문제가 없고, 대박 경험이 없는 대신 trauma history가 있는 경우가 많고요. AG는 이와 반대이죠. 내용을 들어보니 action이 미국 문화에서 긍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고 escape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누는 것이 과연 어떨지 알아보기 위해 한 것 같더군요. 두 단어가 반대의 뜻이라기보다는 그저 구분에만 사용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참 쓸데없는(?) 연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더군요.
질문지를 받은 뒤 7명의 치료자가 평정을 했는데 왜 그렇게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도박 동기 질문지(GMS)로 평가하는 것이 훨씬 나을텐데 말이죠. 실제로 치료자의 치료 성향이 bias였던 것으로 나왔습니다. 쯧쯧...
이 사람은 이 session의 좌장을 맡은 사람인데 Custer라고 하더군요. 도박 중독계의 선구자인 그 Custer? @.@ 제가 알고 있는 Custer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어찌된 일인 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워낙 영어 실력이 얕다보니...
4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강의의 주제는 'Caring for the Caretakers'였습니다. 치료자가 burnout되지 않기 위한 방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종의 건강한 상담자 되기에 대한 것이네요. 이전에
제가 책으로 리뷰한 적이 있지요. 그런데 상당히 추상적이네요. wholeness가 나오고, soul이 나오고 난리입니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의 freedom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네요. 어이가 없어서리.... 길거리에서 느닷없이 총을 맞아 죽을 수 있는 나라에서, 밤이 되면 혼자서 걸어서 외출하면 안 되는 나라에서 freedom을 논하다니 참 어이가 집을 나가네요. 아마도 안 들어올 듯 합니다. -_-;;;
대부분의 session은 5시에서 5시 30분 사이에 끝나지만 그 시간이면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쯤 되는지라 일과를 마치면 꼭 밤을 센 것처럼 파김치가 되네요. 에고 힘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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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을 가면 시차 문제도 있지만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지 항상 새벽에 깨곤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wake up call의 도움을 받죠. 그런데 이번 미국 출장에는 정신 없이 잠들어 로밍을 한 휴대폰 알람이 울릴 때까지 푹 잤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2시간을 더 잤는데도 많이 피곤한 것을 보면 시차 적응 문제가 만만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내일 정도가 되어야 생체 시계가 적응을 할 것 같네요.
Hyatt Regency 호텔에서 아침 식사가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7시 20분에 길을 나섰습니다. 보통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만 오늘은 짐이 있어 밴 택시를 불러서 타고 함께 이동했습니다.
아침을 먹기 전에 가져간 홍보 leaflet과 소책자를 테이블에 셋팅했습니다.
본격적으로 booth를 만들어 온 몇몇 팀이 보였는데 대부분 유료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과 출판사이더군요. 공개 테이블에 자료를 올리고 난 뒤 한 바퀴 돌면서 무료로 주는 brochure 등을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챙겼습니다. 가져간 자료 올려놓으랴, 동영상과 사진 찍으랴, 경황이 없는 중에도 들어야 할 session은 챙겨야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차근차근 살펴봐야겠습니다.
아침 식사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뜨거운 음식이 하나도 없더군요. 머핀 케익과 빵, 그리고 약간의 과일, 그리고 쥬스가 전부입니다. 샐러드마저 없네요. 보통 서양식 아침이라면 소시지와 감자, 스크램블 에그 정도는 주는데 말이죠. 내일 아침도 이렇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회장 중 가장 큰 규모였던 Ballroom입니다. 아침 강의를 주로 여기에서 시작했죠.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 유명한 대가인 Ladouceur의 Keynote를 들으러 갔습니다. 고수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고수의 필수 자질 중 하나는 유머 감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좌중을 힘있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좌지우지하는 Ladouceur의 강의는 정말 발군이었습니다.
강의의 핵심은 'Controlled Gambling'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대가의 최근 관심이 control인가 봅니다. 강의 초반에는 아직까지 치료자간에 확실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다양한 영역의 문제, 예를 들어 ‘도박 중독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도박 자체를 금지해야 하는가’ 등의 민감한 issue를 던져 주위를 환기한 후 ‘control vs. abstinence'에 대한 주제를 꺼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도박을 끊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대략 전 인구의 1%가 도박 중독이 되고 치료를 찾는 도박 중독자가 채 10%가 되지 않으며 그나마 최대 50%에 달하는 drop out 비율까지 감안해 볼 때, 비용 효과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abstinence가 아닌 controlled gambling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양가감정을 느끼는 도박 중독자를 치료 장면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Ladouceur는 13주의 CBT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최대 12개월 follow up 결과에서 drop out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drop out된 사람들도 최소한 controlled gambling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어 보였습니다. 첫째, 많은 연구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인데 도박을 하지 않고 있는지의 여부를 전화로 조사한 것은 아닌 지(그렇다면 재발한 사람의 경우 사실을 이야기 할 리가 만무합니다. 보호자나 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둘째, 무엇보다도 6, 12개월 정도의 interval로 재발율을 점검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13주의 치료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환경 조성이 가능하고 기본적인 재정 관리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새로운 경제적 타격 등의 악화된 재발 요인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버틸 수 있으니까요. 기간이 2년이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까요? 글쎄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소 회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Ladouceur의 연구에서 사용한 In vivo exposure 기법도 치료 회기 중이라서 가능한 것은 아닌 지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치료를 종결하고 나면 치료자가 더 이상 자기 곁에 없다는 것 만으로도 도박자가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치료 중의 In vivo exposure 기법이 치료 종결 후 치료자가 곁에 없을 때에도 효과를 유지할 지는 상당히 의문시되거든요.
어쨌거나 Landouceur는 'impaired control'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더군요. 다만 조작적 정의, 측정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다고 했습니다. 알코올 문제와 달리 도박은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 어려우니까요. 대신 도박의 결과에 의해서 loss of control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Landouceur의 생각입니다.
아주 인상적인 강의 잘 들었습니다. abstinence에서 controlled gambling으로 연구의 주제가 이동하게 된 계기도 듣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건 못 들었네요. 아마도 managed care로 인한 영향을 반영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료 치료를 제공하는 캐나다를 비롯한 우리나라에는 다소 맞지 않는 trend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들은 두 번째 강의는 10시부터 45분 간 진행된 'Prevention on a Shoestring Budget'이었습니다. 세 명의 program manager가 나와서 자기가 일하는 지역에서 어떻게 예방 사업을 하고 있는 지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했습니다. 사용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별로 없었고요. 사실 상 이 session이 첫 본격적인 강의였는데 이걸 들으면서부터 NCPG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쨌거나 강의 중에는 community based approach를 하는 사람들이니만큼 실적에 의존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설명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강의보다 오히려 질의 응답을 할 때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예산이 적을 때에는 어떻게 우선 분배 순위를 결정하고 사업을 집중하느냐는 것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정리를 좀 해 보자면, 1. 무엇이 정말 필요하고 효과적일지 현장에서 직접 survey를 해 보라. 2. trainer를 훈련시켜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education을 현장에 적용하도록 하라. 3. 부모에 대한 교육을 통해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4. 학교 수업에 도박 관련 커리큘럼을 포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5.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통한 사업이 효과적이다. 등이 기억이 나네요. 제 생각에는 온라인 인프라 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블로그와 emailzine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30분을 휴식하고 11시 15분부터 12시까지 진행된 clinical supervision에서는 도박 중독 분야의 supervisor가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consultation과 supervision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case discussion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도박과 관련된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습니다. 특히 법적 문제, 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들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더군요. 회계사, 변호사에게 의뢰하자니 비용이 너무 비싸고 자격이 없는 치료자가 함부로 조언을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한 규정이 있는 미국에서는 더 고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pervision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하려고 다양한 form을 이용한 system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도박 중독 치료자의 자격과 양성, 관리의 문제가 대두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점심 식사는 앞에서 보신 가장 큰 강의장에서 했는데 테이블 셋팅이 되어 있더군요.
저민 쇠고기가 올려진 샐러드가 메인 요리이고 차가운 홍차에 초컬릿 케익이 디저트로 주어지더군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서 가뜩이나 선선한데 차가운 음식을 계속 먹으려니 좀 그렇더군요. 그래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기운이 있어야 오후 강의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점심을 먹고는 오후에 들을 session을 점검했습니다. 에어컨을 너무 심하게 틀어서 몸에 열이 많은 제가 춥다고 느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상당히 추울 것 같았습니다. 학회가 열리는 내내 날씨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간혹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혔습니다.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열린 'Preliminary Examination of the Pathway Model'은 Gupta 박사가 자신의 탐색적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3종류의 도박 중독자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순수하게(?) 조건화된 도박자로 impaired control문제가 아니며 premorbid psychopathology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 정서적으로 vulnerable한 도박자로 depression이나 anxiety와 같은 premorbid psychopathology가 있는 도박자이며 마지막으로 antisocial impulsive type의 도박 중독자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impulsive한 문제가 주를 이루며 neurological dysfunction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어른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다만 아직 data가 부족하기 때문에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성인 ADHD와 연관성이 궁금했습니다. 성인 ADHD와 상관이 있다면 성인 ADHD를 detect & diagnose하는 tool이 나오게 되면 sub type별로 도박 중독을 접근할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이미 국내에서도 그런 감은 갖고 있습니다. 성격, 정서 상에 문제가 없는 조건화된 도박자가 있는 반면에 우울, 불안이 깔려 있는 도박자도 있고 많지는 않지만 B군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도박 중독자도 있으니까요. 자극 추구형 도박자와 스트레스 회피형 도박자의 관계도 함께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날의 마지막 강의는 3시 30분부터 5시까지 열렸습니다. 제목이 ‘Family Treatment Panel’로 ICBT가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case management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고(이것도 이미 체계적으로 하고 있죠) ICBT도 Brief Psychotherapy를 해야 하는 미국의 특성 상 짧게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용된 것 같았습니다. ICBT에서는 ‘외재화(externalization)'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이제야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은 자신의 문제를 가족에게 감추려는 도박자를 다루는 법과 아들의 신용카드 빚을 부모가 해결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미 국내의 치료자에게는 아주 익숙한 주제이죠. 이미 너무 당연한 질의응답이 진행되어 김이 빠졌습니다.
NCPG는 매일 학회가 끝난 후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더군요. 다저스 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있고 아쿠아리움 견학도 있는데 오늘은 ‘퀸 메리’호 투어였습니다. 워낙 할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이들 신청했습니다. 비용은 35불이었고요. 왕복 버스 제공과 Ghost쇼, 퀸 메리호 입장료, 그리고 간단한 저녁 식사가 포함된 금액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인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버스는 15분 마다 오는데 대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와 상관 없습니다. 첫 차를 놓치면 여지없이 15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한 10분 정도 가면 엄청난 크기의 퀸 메리호가 보이는데 일부는 호텔로 개조해서 투숙객을 받고 있고 일부는 관람객을 받아서 투어를 하고 또 일부는 개조해서 유령쇼를 합니다.
호텔 숙박은 오래된 배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을 것 같더군요. 보시다시피 옛날 배를 개조해서 호텔로 운영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유령쇼는 썰렁했습니다. 폴터가이스트를 두려워하는 미국인에게는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재미없었습니다. 차라리 인간 유령을 배치해서 발목을 붙잡게 하는 것이 낫지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불이 꺼지는 식의 유치한 장난으로는 한국인을 무섭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녁으로는 간단한 스넥을 먹을 수 있는데 쿠폰 2장으로는 맥주나 와인 등을 마실 수 있습니다. 닭꼬치, 딤섬 등이 있는데 조금 짜기는 하지만 먹을만 합니다. 홀의 중앙에는 가라오케가 마련되어 있어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흥이 나면 춤을 출 수도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일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라오케 문화를 침투시켰네요.
퀸 메리호는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풍스러운 배입니다. 게다가 엄청 크기까지 하지요. 배 안을 거닐면 역사가 느껴집니다.
알아서 돌아다니다가 버스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면 되는데 배 안이 워낙 넓어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호텔로 돌아왔지만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내일 들을 session을 점검하고 늦게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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