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왜 제 책장에 꽂혀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출판했거든요.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매할 때 제가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서 묻어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시집은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안 읽는못 읽는 류입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문학동네시인선 중 2번 째 시리즈로 허수경 시인의 작품집입니다. 허수경 시인은 1964년 생으로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두 권의 시집을 낸 후 1992년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대동방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발굴을 하러 돌아다니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발굴에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하는데 그러한 허무주의적 색채가 시집 전반에 물씬 묻어납니다. 허수경 시인의 전작을 좋아하던 팬들은 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너무 달라진 시풍에 놀랐다고 했다지요.
시인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 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참고하시라고 시집의 제목이 된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이름 없는 것들이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
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않나요
이름 없는 세월을 나는 이렇게 정의해요
아님, 말 못하는 것들이라 영혼이 없다고 말하던
근대 입구의 세월 속에 당신, 아직도 울고 있나요?
오늘도 콜레라가 창궐하는 도읍을 지나
신시를 짓는 장군들을 보았어요.
나는 그 장군들이 이 지상에 올 때
신시의 해안에 살던
도롱뇽 새끼가 저문 눈을 껌벅거리며
달의 운석처럼 낯선 시간처럼
날 바라보는 것을 보았어요...(중략)
그나마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정말 난해하고 머릿속에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 시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감이 떨어져서겠지요.
이 소개 포스팅을 하면서 찾아보니 2018년에 위암 투병 중 54세의 젊은 나이에 별세하셨더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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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년 전에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인
'영원의 아이'를 쓴 덴도 아라타가 영원의 아이 바로 전에 쓴 작품입니다.
덴도 아라타(본명 구리타 노리유)의 작품은 '가족 사냥' -> '영원의 아이' -> '애도하는 사람' -> '환희의 아이' 순으로 읽어야겠지만 처음 접한 게 '영원의 아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은 2004년에 나온 개정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순서로 읽은 것이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족 사냥은 영원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원래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다가 판권을 북스피어가 인수하여 재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못 읽을 뻔 했지요. 작가 스스로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할 정도의 작품인 '애도하는 사람'도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저는 못 읽습니다. 그래도 최신작인 '환희의 아이'는 현대문학에서 나왔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애도하는 사람도 부디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나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덴도 아라타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쓰는데 막대한 분량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는 점이 하나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을 세밀하게 구성해서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 후에야 집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 사냥'은 3년, '영원의 아이'는 5년 8개월, '애도하는 사람'은 7년, '환희의 아이'는 4년이나 걸렸다고 하죠.
또 하나의 특징은 상복인데 '하얀 가족'으로 노세지다이 신인상(1986)을, '고독의 노랫소리'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우수상(1993)을, '가족 사냥'으로 야마모토 슈로로상(1996), '영원의 아이'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1999), '애도하는 사람'으로 나오키 상(2008), '환희의 아이'로 마이니치출판문화상 문학/예술 부문을 수상하는 등 내놓은 작품마다 상을 받았습니다.
원래 가족 사냥은 1995년에 발표하였는데 10년 후인 2004년에 문고판으로 내면서 전면 개작을 하였습니다. 원고지 1,800매 분량이 추가되었고 덴도 아라타 스스로도 '신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일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95년 판과 2004년 판이 나란히 팔리고 있고요. 개작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원의 아이 못지않게 이 책도 1,57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물론 2권의 양장 하드커버이면서도 속도감은 뛰어나서 영원의 아이보다 오히려 더 빨리 읽힙니다. 그리고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 정도의 몰입력을 자랑합니다.
'뼈와 살이 튀는' 처절한 폭력 묘사로 유명했던 1995년 판에 비해 많이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영원의 아이와는 또 다른 충격을 주네요.
"첫 작품 '고독의 노랫소리'가 서스펜스 호러라는 장르로 국한된 소설 공모에 뽑혀서 출간되었던 터라 두 번째 작품도 같은 장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호러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무서워할까를 궁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공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도망칠 수 없는 대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권력도 부도 의미를 잃는 것, 누구나 평등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환상이라는 벽을 깨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이 말이 주는 무게감과 울림이 가족 사냥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시모주 아키코의 '가족이라는 병'이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는데 아마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덴도 아라타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이 책도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덧.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은 저처럼 추리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끔 복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깔렸다는 것 뿐입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소설입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꺼번에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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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핫한 작가 마스다 미리의 2010년 작품입니다. 마스다 미리의 대표작인 수짱 시리즈는 월덴 3에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제외한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2009)',
'아무래도 싫은 사람(2010)',
'수짱의 연애(2012)'를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제가 개인적으로 보이코트하고 있는 문학동네 계열사인 '이봄'에서 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84yahoo님께서 북 크로싱하라고 보내주신 덕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같은 해에 나온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 가장 좋았습니다. 수짱 시리즈보다 깊이 있는 내용도 많고 울림도 훨씬 강하더군요.
이 만화에는 익숙한 수짱 대신 미나코라는 전업주부와 다에코라는 독신 시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미나코의 외동딸 리나가 있죠.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 건지 방황하면서 찾고 있는 두 어른들과 달리 리나는 어리게 보이지만 나름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어른들은 이런 리나를 통해 깨달음과 생각의 단초를 얻습니다.
'답정너'라며 마스다 미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녀가 답을 정해 놓건 말건 자기 인생의 정답은 자기가 알아서 찾으면 되는거니까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여정이 즐거웠습니다. 제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대부분 추천드립니다만 이번 작품은 특히나 강추합니다.
그건 그렇고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하는 바깥일이라면 적극 찬성이라는 미나코 남편말이죠. 아주 재수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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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나이 들기 싫다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고모는 종가시나무 같다. 아까의 작은 나무. 푸르디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종가시나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는 사실은 커다란 나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 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 우리들 무엇을 위해 경쟁했던 걸까. 경쟁을 강요받았던 것 뿐일까?
* 엄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고 기대하는 건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닌지도 몰라. 최소한 지금의 나에게는.
*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난,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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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이콧 하는 문학동네가 탐욕스럽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들을 사들이는 절망스러운 와중에도 비채 출판사가 숨어 있는 그의 책들을 발굴해주어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국내 판권을 문학동네가 2억 5천만 원에 사들였다는 우울한 소식을 들었죠. 아 짜증나~
어쨌거나 이 책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장기연재한 글들을 엮어서 내놓은 책입니다. '에스콰이어', '뉴요커',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등의 잡지를 모아서 보내주면 읽다가 재미있을 법한 기사를 발견하면 스크랩해서 그걸 바탕으로 원고를 쓴 뒤 연재한거죠. 이 책에는 총 81편의 원고가 실려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의 말마따나 거저먹는 즐거운 일이었기에 어떤 글이든 일년 이상 계속 쓰면 질리는 성향이 있는데도 4년 이상 썼다고 하네요.
이 책에 실린 1980년 대를 풍미했던 사건과 인물을 꼽아보자면,
빌리 조엘, 로키, 존 어빙, ET, 말보로, 카렌 카펜터, 스타워즈, 정크 시대, LA 올림픽, 마이클 잭슨, 스크래블 게임, 브레이크 댄스, 고스트 버스터즈, 제시카 랭, 인디애나 존스, 콜라 전쟁, 에릭 시걸...
개인적으로 1980년 대는 제게도 익숙한 내용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잘 아는 걸 골라도 이 정도가 다 입니다. 의외로 미국 문화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생소한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맛깔나는 글솜씨는 여전하지만 푹 빠진 채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1980년 대의 미국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만 추천드릴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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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는 절대로 레코딩하지 않아요. 안 그러면 그 노래가 크게 히트할 경우 죽을 때까지 불러야 하니까. 그런 건 싫습니다.
* 당연한 얘기지만, 시대는 점점 희미해진다.
*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공포소설작가가 진지하게 공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유머소설작가가 진지하게 유머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만사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 서핑의 훌륭한 점은 그것이 개인적인 스포츠라는 것이다. 서핑은 사람에게 순수한 의미의 정직함을 요구하며, 서핑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응시하게 된다. 파도 앞에 서면 사람은 다양한 공포와 직면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배운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정신치료다.
* 나는 원래 남들 앞에서 얘기하고, 개인기를 보이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앞으로 꾸역꾸역 나올, 찰거머리 같은 언론의 논평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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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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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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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빌리 조엘,
서적,
스크래블 게임,
스타워즈,
스포츠 그래픽 넘저,
에릭 시걸,
에스콰이어,
여자가 없는 남자들,
인디애나 존스,
정크 시대,
제시가 랭,
존 어빙,
카렌 카펜터,
콜라,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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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SBS의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핫 아이콘인 강신주 선생이 2007년에 쓴 장자를 집대성한 책입니다(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정작 힐링캠프에서는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모릅니다만;;;).
이 책 역시 문학동네 출판사의 '장송'처럼 그린비 출판사의 책을 보이콧하기 전에 사 둔 책이니 어지간히 오래 묵혀둔 책이네요.
강신주 선생은 2002년에 장자로 박사학위를 땄고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장자에 대해서만 무려 3권의 책을 낸 이른바 '장자통'입니다. 그런데도 2007년에 다시 이 책을 썼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완소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우리가 흔히 '노장사상'이라면서 노자와 장자를 묶어서 생각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 강신주 선생은 노자와 장자가 전혀 다른 사상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아주 rough하게 말하자면 노자는 국가주의자이고 장자는 아나키스트라는 것이죠.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죠.
'도'에 대해서도 노자는 이미 도가 존재함을 가정하지만 장자는 도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죠. 또한 노자는 초월을, 장자는 포월을 강조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자의 철학에 대해 새롭게 배운 게 많습니다. 낯섦과 차이에 머물기, 타자의 존재, 성심, 망각, 그리고 자유로운 연대...
다만 저는 웨인 다이어가 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 웨인 다이어의 노자 읽기(2007)'를 감명깊게 읽은터라 '장자 최고~ 노자는 꺼지셈~'식의 차별화가 계속 반복되는 게 눈에 좀 거슬리더군요(이해는 합니다만). 그래서 별 평가를 하나 뺐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철학 문외한이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기에 이 책만한 책은 없을 듯 싶습니다. 강신주 선생도 책을 참 이해하기 쉽게 잘 쓰시네요. 장자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웨인 다이어의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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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의 정신은 "도는 걸어가야 이루어진다", 즉 "도행지이성"이라는 짧은 구절에 잘 응축되어 있다.
* 흔히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장자는 이런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진리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개인들 간의 연대, 그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운동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이 운동은 그 자체로서 우리 삶의 전체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여행에서 되돌아올 때, 우리는 이미 자신의 삶과 터전을 낯선 무엇으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여행이 지닌 참다운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 철학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낯섦과 차이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 친숙하고 편안한 곳으로의 이동은 겉보기에는 여행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코 여행일 수는 없을 것이다.
* 동일한 규칙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토론이란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와 토론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대화와 토론이 아무리 진지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공동체의 규칙을 집단적으로 재확인하는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장자는 우리에게 타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이란 어떤 합리적 수단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 레비나스는 "타자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타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사실 그 타자는 우리에게 진정한 타자일 수 없을 것이다.
* 도교는 삶의 철학을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타락시켜 버렸다. 이제 장자가 옹호하고자 했던 삶의 철학은 '불로장생'이란 이념으로, 그리고 신선에 대한 종교적 욕망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 대상들을 초월적인 목적, 즉 내가 본받아야 할 숭고한 목적으로 간주하는 전도된 관념을 죽이라는 것이다. 초월적 가치가 부각되면, 우리의 삶은 부정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장자에게서 '꿈'이란 자신이 특정한 시스템에 제한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그 시스템을 모든 것에 적용시키려는 환상을 의미한다. 그에게 꿈은 하나의 성심을 통해 모든 타자와 관계하려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착각'을 상징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 기원상 모든 형이상학은 하나의 특수한 공동체를 절대화하는 유아론적 의지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다.
* 장자의 사유는 '타자성의 논리'와 '판단중지의 원리'라는 두 가지 원리를 종횡으로 교차시키면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가지 논점은 상호 분리가 불가능한데 타자와 마주쳐야 비로소 판단중지가 발생하고, 판단중지가 일어나야 비로소 타자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양행'이란 개념으로 명료화한다. 다시 말해 이 두 가지 원리는 함께 적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대개의 경우 타자성의 경험 단계로부터 판단중지 상태에 이르기보다, 오히려 판단중지의 상태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타자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잊는 판단중지의 수양 자세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 탈중심적인 존재로서 단독자가 되기 위하여 우리는 망각의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 삶을 긍정했던 모든 철학은 결국 아나키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자신에게 부합되는 것만을 알뿐이지만 기는 비어서 타자와 마주치는 것이다.
* 동양의 형이상학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도를 발견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장자만큼은 도란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간 뒤에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자의 도는 발견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주종 관계란 사람들의 상호의존과 그들을 결합시키는 서로의 욕구가 있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복종시킨다는 것은, 미리 그를 다른 사람이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두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 흥미로운 점은 결핍된 자들 스스로 이런 결핍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는 점에 있다. 마치 자신은 본성상 결핍된 존재인데, 이런 결핍은 오직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채워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결핍을 채워 주는 사람이 바로 결핍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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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출판사의 책을 보이코트 하기 전에 사 둔 책이니 꽤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읽은 셈이 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입니다.
사실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걸출한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소설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책을 읽는 방법(2006)'이라는 slow reading을 주장하는 책이었죠. 그 책이 워낙 인상깊게 읽혔기에 이후로 최연소 아쿠타가와 수상작이었던 '일식(1999)', '달(1999)'도 연이어 읽었더랬죠. 물론 두 권 다 생각만큼 좋았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처음 볼 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되어 쉽게 읽히면서도 흡입력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식'에서는 의고체를 사용한데다 배경이 15세기 후반인데도 그랬고 '달'에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자 원고지 5,500매에 달하는 초대작 '장송'입니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으로 발매되었고 1권이 709페이지, 2권이 903페이지로 총 1,612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죠.
그가 일식과 달 이후로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1840년 대 혁명의 파리를 중심으로 음악가 쇼팽과 화가 들라크루아, 쇼팽의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주 상드를 중심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 예술을 대하는 그들의 시각을 그야말로 촘촘하게 구성한 소설입니다. 쇼팽이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곁을 떠나 파리로 돌아온 날로부터 이 소설의 프롤로그이기도 한 쇼팽의 장례식 장면까지 약 3년 동안의 기록을 소설로 옮긴 겁니다.
저자 스스로 '일식(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전환)', '달(일본의 근대화 시작)', '장송(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을 전환기 3부작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구상 단계까지 포함해 4년을 온전히 쏟아부었다고 말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 및 조사, 현지 답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강박에 가까운 집착과 열정이 흡사 움베르토 에코를 연상케 하더군요.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에 저도 모르게 동의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분량인데도 숨쉴 틈 없이 읽히네요. 이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품을 읽는 건 그것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죠. 시오노 나나미도 염려하고 있듯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나머지 젊은 나이에 스러져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작가의 한 마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는 게 작가의 임무다. 그 시대의 세계관을 사회에 알리고 세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쓰기다"
덧. 개인적으로 조르주 상드의 딸 솔랑주는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저렇게 심성이 비뚤어진 자식이 있다면 아무래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 세트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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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북 사이즈로 손만짐이 좋은 이 책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씨(전주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영화 '나는 고양이 스토커'의 원작자)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동안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입니다. 구성이 특이하죠.
언젠가 왠 남자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유투브에 올린 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겁니다.
저자의 직업이 일반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니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하겠지만 그냥 룰루랄라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소소하게 묘사해 간 일상 속에 프리랜서의 애환도 묻어나고요.
저자가 '나는 고양이 스토커'라는 책을 낼 정도의 고양이 매니아인데다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냥코라는 고양이가 이 책에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집사들은 더 재미있을 겁니다.
단점은 일본 문화(고서점, 고케시, 속담)나 도쿄 지역의 지명이 너무 많이 등장(물론 대체로 각주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하기 때문에 가독성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의 내용보다는 삽화가 더 정감있고 좋더군요.
그리고 모르고 구매했지만 이 책은 제가 보이코트하고 있는 문학동네의 자회사인 북노마드에서 나온 책이라서 그다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추천은 안 합니다.
덧. 이런 책일수록 북 크로싱을 열심히 해서 제 주변 사람들이라도 구매하지 못하게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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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읽은 심리 문제를 다룬 소설 중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강력 추천부터 한방 날리고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 오쿠다 히데오 3명을 꼽곤 했는데 오늘부터 덴도 아라타를 추가합니다.
덴도 아라타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본인도 그런 문제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로)로 가정 내 아동 학대, 성범죄, 학교 폭력 등의 사회 문제에 천착하는 작가로 하나의 작품을 쓸 때마다 모든 등장 인물과 배경, 장소 등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설정해서 현실과 같이 만들어놓지 않으면 집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1996년에 등단했는데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몇 편 안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네요.
그 중에서도 영원의 아이는 무려 5년 8개 월이나 걸린 과작으로 작가 스스로도 상처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안은 채로 축하해야 마땅할 장소에서 행복하라고 말하며 웃는 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97년 경부터 집 밖으로 거의 나올 수가 없었고 긴장성 두통, 불면으로 힘들어하며 집필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악전고투 끝에 나온 책이어서 그런지 1,560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2권의 하드커버)인데도 그야말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속에서 정신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물, 장소, 분위기의 묘사가 생생한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각 등장 인물의 마음이 그대로 달라붙어 희노애락을 동일 시점에서 똑같이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 알고 꽤 많은 트위터 친구분들이 자신에게 치유가 되는 좋은 책이었노라고 멘션을 주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이제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학대받은 상처가 없는 저도 치유되었거든요.
꼭 읽으셨으면 하는 대상군은 부모-자녀 관계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입니다. PTSD due to Family Problem을 다루는 임상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꼭 읽으세요.
덧. 가정 학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은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를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덧2. 덴도 아라타의 책은 국내에도 몇 작품이 번역되어 있지만 고독의 노랫소리, 애도하는 사람은 제가 보이콧하는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어 저는 읽을 수가 없네요. '가족 사냥'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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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터뷰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그래도 평론집보다야 낫지만). interviewee뿐 아니라 interviewer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서도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승호씨의 가치관 중립 노력은 높이 사는 편이지만 그동안 나온 인터뷰집의 대상을 보자니 공지영, 박원순, 이어령, 신성일 등등 이더군요. 대부분 제 흥미를 끌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2010년에 김규항 선생을 인터뷰한 책이 나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김규항 지지자('빠'가 아닙니다. 김규항 선생의 기준에 따르면...)라고 할 수 있는 제가 지금까지 애써 찾아 읽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였습니다.
이제와서 읽고 보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2005)'와
'예수전(2009)', 그리고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2010)'까지 모두 읽은 분들이 총정리 차원에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그런 의도로 기획된 책은 아니겠지만 시리즈물의 완결판처럼 그동안 앞의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빠진 조각들도 주섬주섬 맞추고 무심결에 가졌던 궁금증도 스르륵 해결하게 되는 대단원의 막에 해당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B급 좌파, 김규항이 그리는 세상2장. 문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3장. 김규항과 <그 페미니즘>4장. 한국 사회의 진보를 묻는다5장. '촛불'과 '추모' 앞에서6장.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7장. 내일을 위한 진보와 미래세대 교육
제목만 보더라도 앞에서 제가 소개한 책들에서 다룬 내용들이 인터뷰의 형식을 빌어 아주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승호씨가 쓴 들어가는 말에 '김규항이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회심하자고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두 번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가도 차분히 그의 글을 읽고, 그의 얘기를 듣고 나면 분노에 앞서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기에 수긍하게 된다'고 썼는데 정확한 핵심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명과 영성의 조화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핵심은 제가 매일 마음으로 제 자신에게 외치는 구호 '나부터 잘하자'라고 생각해요. 나도 잘 못하면서 남이 어쩌니 저쩌니 그러는 거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공허한 부메랑이죠.
저도 김규항 선생처럼 '한줌의 지배계급이 차지하던 것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꿈꾸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안 됩니다만 계속 노력해야죠.
덧. 멋모르고 샀는데 제가 보이코트하는 문학동네 계열의 출판사인 '알마'에서 나온 책이네요. 아 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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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수상한 식모들입니다. 이 소설을 쓴 박진규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는데 재미있게도 그동안 주로 희곡을 썼고 이 소설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100일을 잘 버텨낸 곰은 웅녀가 되어 우리민족의 뿌리가 되었지만 못 견디고 뛰쳐 나간 호랑이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죠. 이 소설은 바로 그 호랑이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그 호랑이가 스스로 사람이 되어 호랑아낙이 되었고 광해군과 동학혁명을 거쳐 10.26을 거쳐 내려오면서 수상한 식모로 변해 번져나갔고 6~70년 대 압축 성장으로 정신없이 팽창한 시대에 천박한 부르주아 가정을 붕괴시키기 위해 침투한 식모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추적(까지는 아니고 그냥 얽혀들어간)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초고도 비만이라는 것도 상징적입니다. 환타지와 신화와 전설을 넘나드는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시대상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어 읽는 동안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소 전복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읽는 이의 취향을 좀 탈 것 같네요.
말미의 수상작가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으며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처럼 자기 가치관이 흔들리는 그런 상태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던데 가치관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식은 확실히 좀 흔들립니다.
독특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선물로 들어왔기에 읽은 문학동네 출판사 책이었는데 알고 보니 문학동네는 문학동네소설상과 문학동네작가상을 각각 수상하더군요. 문학동네가 출판계의 거물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좀 오버라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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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2008)'으로 네이버에서 화제가 되었던 호연 작가의 신작 '사금일기(2011)'입니다.
이 책을 출판한 애니북스가 제가 보이콧하고 있는 문학동네 계열 출판사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이 책 이후로는 애니북스의 책도 보이콧합니다. 애니웨이~
예전에 '도자기'를 본 이후로 호연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기에 신작이 나온다는 말만 보고 과감히 예판 신청(제가 전자기기가 아닌 책을 예판 신청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을 해서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 그 당시 큰 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에 혹시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기 때문에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지요. 이번 책에는 날개에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사진까지 박아 넣었는데 호연 작가의 실제 모습은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사금일기는 2003년부터 2011년 초까지 작가가 틈틈이 쓴 세 칸 만화일기를 모아서 엮은 것입니다. 내용을 보니 작가가 이 작품에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212p '사금일기가 짱' 편 참조) 아쉽게도 '도자기'가 워낙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도자기'로 호연 작가를 기억하는 분들은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여전히 소박한 그림체와 시종일관 흐르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은 아주 좋지만 일기의 특성 상 어떤 일기는 포복절도하게 웃기지만 곧바로 다음 날 일기에서는 가슴을 후벼 팔 정도로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어지럽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 저는 좀 불편하더군요. 굳이 예를 들자면
이철수 화백의 판화와
정철연 작가의 '마조 & 새디'를 하나의 책에 뒤섞어서 함께 실어놓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도자기'와 달리 제 평가가 박합니다.
그래도 세 칸으로 된 적은 공간에 희로애락을 담아낸 작가의 솜씨는 더 할 나위없이 훌륭하고 간혹 탄복할 정도의 깨달음을 주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한번쯤 보시면 좋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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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문학동네 출판사의 모든 책을 불매하게 된 계기가 된 논란의 소설 '혀(2008)'를 북 크로싱합니다(정확히 말하면 논란이 된 소설 혀가 포함된 단편선).
이 단편집의 작가 주이란씨는 2006년에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응모했던 '혀'(2005년 탈고)를 심사위원이었던 조경란 작가가 표절하여 2007년 11월에 똑같은 제목의 소설로 출판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 대한 논란은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 보셔도 아실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이 자리에서 논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주이란 작가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경란 작가와 문학동네 출판사가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해결 방안을 내놓을 때까지 조경란 작가의 작품과 문학동네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개인적으로 불매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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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문학동네 출판사의 책을 불매하게 된 계기가 된 책입니다. 시시비비는 끝내 가려지지 않았지만(가릴 수도 없었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주이란 작가는 2006년에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응모했던 '혀'라는 작품(2005년 탈고)을 심사위원이었던 조경란 작가가 표절하여 2007년 11월에 똑같은 제목의 소설로 출판하였는데 주제, 소재, 결말 등이 똑같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경란 작가의 '혀'를 읽어본 적이 없고 읽었다고 하더라도 표절 여부를 가릴 정도의 눈이 없는 저로서는 항상 그렇듯이 판단이 불분명할 때 사용하는 개인적인 잣대를 사용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누구냐. 누가 약자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현역 소설가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문학동네라는 거대 출판사가 한 축이고 한번 잘못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 문학계에서 감히 기성 선배 작가에게 칼을 뽑아 든 소설가 지망생이 다른 한 축이라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제게는 사실 간단했습니다. 남은 가능성이라면 주이란 작가가 성격 장애에 버금가는 문제를 가진 자기 파괴적인 사람이라는 것이죠. 너무도 억울해서 남편까지 끌어들여 출판사를 만들고 그 출판사에서 자기가 원래 탈고했던 소설을 찍어내어 조경란 작가의 소설과 비교해보라고 할 정도라면... 글쎄요. 나름 소설가인데 그런 바보짓을 할리는 없고.
재미있는 건 YES24에 올라온 조경란 작가의 '혀'의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6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고 문학동네 편집부에서 터져나온 첫 번째 반응이 "이거, 조경란 소설 맞아?'였답니다. 재미있네요. 뭔 대단한 경험을 했기에 6년 만에 출판한 소설이 기존의 소설과 완전히 궤를 달리 한답니까?
어쨌거나 이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될 때까지 조경란 작가를 비호(이렇게 엄청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짓도 저는 모두 싸잡아서 비호라고 봅니다)하는 문학동네의 책은 영원히 불매합니다. 표절 시비를 명명백백하게 가리고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주이란 작가를 법정으로 끌어내서 콩밥을 먹이거나 확실하게 할 때까지요.
음모론은 여기까지 하고.
이 책은 논란이 되었던 단편 '혀'를 비롯해 주이란 작가가 쓴 단편 9개가 실려 있는 단편 모음집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가의 남편이 설립한 '글의꿈'이라는 무명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었고요. 2005년에서 2008년에 걸쳐 쓰여진 소설들이라서 완성도의 차이가 좀 있습니다.
'혀'만 놓고 보면 확실히 충격적입니다. 소재도 그렇고 전개 방식도 그렇고 굉장히 색다릅니다. 제가 소설가라도 욕심을 냈을 법한 소재입니다.
다른 소설들도 소재 자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시선도 남다르고요. 다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계속 까끌거리기는 합니다. 저는 신선해서 읽는 맛이 더 좋았지만요. 잘 익은 언양 떡갈비가 아닌 참기름과 배즙이 혀끝에서 흘러내리는 육회를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완성도 높은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좀 어설프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제 생각과 비슷한 서평이 YES24에도 있던데 표절 충격이 커서 그런지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맨 마지막 작품인 '촛불 소녀'는 수록 안 했으면 더 좋을 뻔 했습니다. 왠지 '거리두기'를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은 못 드리지만 흥미있는 소설이니 한번쯤 읽어보시면 새로운 자극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이란 작가가 내놓을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그걸 읽어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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