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이므로 사행산업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고 2007년 발족한 이후로 지금까지 순진한 국민들을 상대로 공포 마케팅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을 위해 2008년 도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여 완전히 엉터리 연구(지금까지도 원자료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사회는 2009년 연구 결과의 원자료를 완전히 공개하였을 뿐 아니라 이 원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연구 과제를 공모할 예정)를 진행하였고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저만 해도 이미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통해 수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 한국판 CPGI의 문제점* 사감위가 주장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 r=.352(p<.000)의 의미* 사감위가 타당도 검증의 근거로 주장하는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의 의미 * British Columbia를 영국으로 착각하는 한심한 사감위
그런데 2009년에 KRA(한국 마사회)가 고려대학교 한성열 교수팀에게 발주한 '전국민대상 도박이용실태 유병률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사감위가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적으로 속여왔는가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는 사감위의 10배가 훨씬 넘는 2만 명(20,175명)의 유효 표본 수(이는 성인 인구 대비 0.053%로 다른 선진국의 실태 조사 표본 규모와 동일한 수준)를 확보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연구 절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사전 시뮬레이션 연구 -> 본 연구 -> 연구 감리 용역의 3단계를 거쳐 모든 오차를 최소화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인 연구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1)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0.9%로 중국(1.78%), 싱가포르(2.1%)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미국(1.1%)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감위가 그동안 얼마나 도박 중독률을 과대포장해왔는지가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2) 유병률만큼이나 중요한 참여도는 58.1%로 뉴질랜드(86.2%), 캐나다(86.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미국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가 아니었던거지요. 여기서 내용을 오독하고 딴지를 걸 사람들이 있어서 미리 첨언하면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도박 중독 문제를 방치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양비론으로 물타기할 분들은 사감위 홈페이지(pgcc.go.kr)로 가시길...
그동안 사감위는 도박 문제 해결이라는 반대하기 어려운 대전제의 뒤에 숨어 사실을 호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대전제의 충족 자체를 방해하였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지금까지 총량제, 전국 600개 상담센터 설립 계획, 전자카드 도입 등 하는 족족 도박 중독 문제 해결에 방해만 되는 제도적 장치를 고집하여 도박 중독 분야의 퇴보를 부채질하였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전문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느라고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매진하지 못하고 소진한 노력의 양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 모든 소모적인 싸움의 책임은 반드시 사감위가 져야 합니다.
사감위에서 언론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곧바로 반박 보도문을 냈던데 반박 요지는 2008년 사감위 연구에서 유병률 산출에 사용한 CPGI에서는 중위험 도박자와 문제성 도박자를 합쳐 9.5%로 산출하였는데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는 NODS의 병적 도박자만 사용하여 0.9%로 추정하였으니 비교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억지쓰기에 불과합니다. 2009년 마사회 연구가 2008년 사감위 연구를 비판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효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엉터리 진단 척도인 CPGI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비교 분석을 하기 위해 CPGI로도 자료 수집을 했음에도 정작 유병률은 NODS로 산출한 것이지요. 즉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008년 사감위의 연구 용역이 유효 표본 수의 태부족, 엉터리 CPGI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게 나온 유병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감위는 2008년 연구에서 NODS를 이용해 추정한 1.1%를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로 발표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네요.
9.5%라는 유병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2,700만 명에 대입을 했을 때 8명 중 1명, 약 360만 명이 도박 중독자라는 말이 되고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440만 명이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3~4 명 중 한 명은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게 정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 한다고 해도 하늘은 절대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만 병신 인증하는 것이죠.
현장 전문가(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직접 도박자를 만나는 전문가들만 해당) 어느 누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연구 결과를 내놓아 국민을 호도하고 잘못된 정책을 입안해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력을 소모하는 기관이 바로 사감위입니다. 사감위는 도박 중독 분야의 수치입니다. 정말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이번 반박문을 보니 사감위도 격년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 6월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전히 1천 명 남짓한 유효 표본에 또 그 엉터리 CPGI를 사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사감위의 이번 연구 결과에서 2008년보다 유병률이 낮게 나오면 사감위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을 할 것이요, 반대로 유병률이 높게 나오면 사행산업체가 딴지를 걸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할 수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사감위법을 개정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이미 결론 내놓고 실시하는 연구라는데 10만 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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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불황, 도박중독 상담자 급증"
- 도박센터 형식적 운영, 대책마련 절실
기사입력2008-09-24 15:18양혁진 yhj@asiaeconomy.co.kr
장기경기불황으로 사행산업이 최대호황을 맞는 가운데 도박중독 상담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훈석 의원이 24일 강원랜드, 한국마사회등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랜 경기불황으로 카지노· 경마· 경륜·경정, 복권의 지난해 매출액이 14조 5,815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사행산업이 최대호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박중독문제로 인한 상담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도박중독방지센터는 생색내기식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도박중독 상담자는 총 7,970명으로 2006년 상담자에(5,986명) 비해 33%나 증가했으며, 2004년에(1,841명) 비해서는 무려 4.3배나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사행산업이용실태조사(200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인구(3,750만명)의 도박중독유병율은 9.5%, 3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될 만큼 사행산업에 따른 우리사회의 도박중독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현재 사행산업 시행처별로 각각 운영하고 있는 도박중독센터의 운영예산은 지난해 순이익 1조 6,975억원의 0.4%인 61억원에 그쳤으며, 지난 5년간의상담실적(27,658명)도 전체 도박중독자 예상치(356만명)의 0.76%에 불과한 상태로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생색내기 센터운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있는 각종 도박성 인터넷게임 등에 대해서는 도박중독방지 예방이나 치료문제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 의원은 "현행 사행산업 업체들이 운영하는 도박중독방지센터의 부실운영에 대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면서 "도박중독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독립된 종합치료예방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nomy.co.kr
아시아 경제에 실린 어제 일자 기사입니다. 대부분 신문의 기사 내용이 대동소이합니다.
장기적인 경제불황이 왜 사행산업 호황으로 이어지는지 논거도 없이 그냥 갖다붙이는 거야 그냥 넘어갈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로 인해 도박중독자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참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입니다.
기사에는 강원랜드, 마사회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했다고 되어 있는데 분석은 개뿔이나 했겠습니다.
정리해서 준 자료조차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의원실입니다. 그나마도 보좌관은 자기가 자료를 뽑아내서 질의서 만들어야 하니까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국회의원은 대부분 거의 바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자료 볼 시간도 사실 없고요. 도박중독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분석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붙여도 개무시하고 그냥 자기네가 하고 싶은 말만 앵무새처럼 하죠.
내담자의 진입 경로를 분석해서 숫자가 늘어난 이유가 도박 중독 문제의 심화가 아닌 적극적인 예방/홍보 정책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도박 중독자가 가족에 의해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그냥 도박 문제가 심화되어서 그렇다고 하죠. 뭐 그게 몽둥이 휘두르기에 편하니까 그렇겠지만...
내담자의 수가 줄면 열심히 치료하지 않아서 줄었다고 타박하고, 늘면 도박 문제가 심각해져서 그랬다고 그러고(대체 어쩌라고~). 인구 센서스에 기초한 전국 실태조사 자료 하나 없이 그저 사행산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기반해서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그러는게 창피하지도 않은 지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논리대로라면 예산을 엄청 늘린 다음에 예방/홍보 활동 하나도 하지 말고 그냥 찾아오는 도박자만 상담하면 몇 년 안에 완전히 파리 날리게 줄어들 수 있어요. 그럼 그 때 가서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그러실까요?
이미 조작으로 (거의) 판명이 난 2008년 사감위 실태조사의 엉터리 유병률을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그대로 가져다 옮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겁니다.
인터넷 상에 확산되고 있는 도박성 인터넷 게임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아주 용감하게 단언하는데 실제 현장의 도박 중독 치료기관들은 도박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치료하거든요?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경마 중독자만 치료하고,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카지노 중독자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도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주 포괄적으로 주식 중독자까지 치료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왠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는 건지...
게다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서 도박중독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독립된 종합치료예방센터의 설립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는데... 허 참...
이미 있거든요?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중독예방치유센터는 대체 뭐랍니까? 사실 유명무실하기는 하지만 엄연한 국립 치료 기관이에요. 무식하면 용감하지나 말지.
덧. 빨리 여행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나 늘어놓으면서 푸념이나 해야 하는 제가 다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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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제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더군요(그러게 자료부터 공개한 다음에 참석해야 한다니까 ㅠ.ㅠ).
공청회에서 계획안의 토대를 이루는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토론자가 거의 대부분 참석했지만 그토록 한 목소리로 요구했던 연구 자료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한 사감위의 반박 자료만 현장에서 배부되었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받은 사람, 기관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자료를 미리 달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획총괄팀의 담당 직원이 진행을 한답시고 마이크를 잡더니 공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들에게 그 때 제기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한양대 김종 교수에게 서두부터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쯧쯧쯧.... 토론자를 청해놓고 그러면 안 되죠. 면박 주려고 부른 것이 아니잖아요? 그 날 공청회에서 기분들이 어지간히 상했나 봅니다.
결국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아마도 반박 자료를 만드신 듯)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설명하고 토론자들이 이를 이어받아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병률 문제와 총량 조정 문제 두 가지만 다루겠다고 했는데 사실 상 유병률과 총량조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많다 보니 역시나 토론이 계속 겉돌았습니다.
해당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박터지게 써도 모자라는 천금같은 3시간을 이런 지엽적인 주제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성토(토론 주제가 그것인데 그렇다면 대체 왜 나오신건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무엇을 감수해도 모자란다는 감정적인 주장(그걸 누가 모른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왜 또 꺼낸답니까? 혼자만 착한 사람 되려는 것도 아니고 이건 순진하다고 해야할 지)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만 작았지 공청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토론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거의 실소로 응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코딩 자료까지 공개를 하느냐더군요. 관례 상 없답니다. 제가 이래서 교수를 싫어하는 겁니다. 학문, 연구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교수가 많거든요. 제가 알기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연구 원자료는 5년 이상(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관해야 하고 필요 시 언제든 제출해서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학위 논문만 하더라도 원자료를 7년 보관하고 폐기했습니다. 코딩된 통계 분석 자료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물며 우리나라 도박 중독 분야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계획안의 근간을 이루는 연구인데 자료 공개를 안 하다니요.
여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아는 선배님이 공군의 프로젝트를 하나 맡아 진행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연구비가 2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프로젝트입니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담당관이 matching되어 일체의 프로젝트를 관할할 뿐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공군사관학교의 방법론 담당관이 모든 원자료를 점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내용 분석자료와 2차에 걸친 pilot study, 그리고 통계 분석 결과를 정리해서 중간 제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감위는 왜 그렇게 못 믿느냐, 각자의 이익을 떠나서 신뢰하라고만 합니다. 도박 중독자도 말로는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만 믿으라며 큰소리 탕탕치지만 도박에 탐닉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를 평가할 수 밖에요. 뭐 그렇다고 도박 중독자와 사감위가 동급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미안하지만 사감위는 지금까지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감위에게 실망했던 사건만 정리해도 책 한 권까지는 못해도 소책자 한 권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자료 공개 요청을 하는 것인데 정말로 끝까지 하지 않으려나 봅니다.
외부 교수로 참석하신 분들도 개인적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예의 그 재활 이야기를 또 꺼내거나(물론 나중에 유병률 관련해서 좋은 말씀도 있었지만 Shaffer의 2004년도 연구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왜 유병률 문제로 갑론을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이 토론회가 왜 열리게 된 것인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모르고 참석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참 암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행산업체의 입장에서 교수님이 이해하시기 편하게 작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요새 상아탑의 학력 저하가 심각하니 문제가 되는 교수의 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종평'이 아닌 학부모 인기투표를 통해서 매년 1/10의 교수를 강제로 자르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아니 실력 없고 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는 교수를 내보내서 학력 신장을 하겠다는 것인데 왜 갑론을박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입장과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하고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청회든 토론회든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왜 사감위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시간과 비용의 제약을 감안하고 대안을 이야기하라고..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역지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획안은 사감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핑계대지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사담을 나누는 시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사감위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8년도 연구 결과 보고서가 아직도 안 나왔답니다. 사감위원들의 치열한 난상토론과 고심을 거쳐 나온 계획안을 떠 받치는 연구 결과 보고서를 분과 위원장도 아직 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자료를 갖고 계획안을 만드신 것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겠습니다.
게다가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 말이 더 기가 막힙니다. 아직 인쇄 중이랍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연구 6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달 동안 인쇄하고 있나요? 그래서 문서 파일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역시나 절대로 안 된답니다. 왜 안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모를겁니다.
사행산업체를 파국으로 몰아가고(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습니다. 사감위에서는 계획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조차 안했죠) 그러면서도 도박 중독자 수를 정말 줄일 수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개인적으로 이 계획안대로라면 불법 도박 시장이 엄청 팽창할거라 예상합니다) 종합 계획안을 만드는데 사용된 연구 보고서를 사감위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답니다. 역시나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해서,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모여서 끝도 없이 하는 변죽을 울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결론은 없고, 자꾸 배는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은 핵심에서 빠져 있는 이야기들.... 이제는 좀 지겹고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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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화 절차를 거쳤다고 하면서 소개한 사감위의 번안절차입니다: 1차 번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 전문가 자문(선행연구 수행 전문가) -> 유관기관 의견수렴 -> 최종 확정
-> 이것 참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위의 절차는 번안(adaptation)이 아닌 단순번역(translation)입니다. 일반적인 번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번역자와 역 번역자의 전문성 유무, 그리고 과정의 절차정당성 확보입니다. 1차 번역을 도박 중독 평가 도구에 대해 문외한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했다는 것부터가 에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문가가 했어야죠.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는데 보통 대규모의 표준화 작업에서는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통상적(보건복지부의 '2001 주요 정신질환의 한국판 진단도구의 개발과 역학적 연구' 참조)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전문가가 아주 드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가 모르는 전문가 pool이 만들어졌을리가 없는데 저는 제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런 자문을 수행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게다가 선행 연구 수행 전문가가 누굽니까? 2006년도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인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관기관 의견수렴이라는 것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이 달랑 개인 메일에 첨부 파일로 번역문을 보내놓고는(그것도 다른 기관에만 보낸 것을 알게 되어 보내달라고 졸라서 받았습니다. 안 졸랐으면 안 보내려고 했나 봅니다), 내일까지 회신 없으면 의견 없음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날 제가 일하는 기관의 모든 전문가가 밤늦게까지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그게 의견 수렴입니까? 그리고 나서 곧장 최종 확정? 역-번역은요? 동등성 검토 과정은요? 문항 평가는요? 이래놓고 표준화가 잘 되었으니 믿어라? 대체 신뢰할 수 있게 행동해야 안심하고 사감위를 믿고 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만 신경쓰고싶습니다. 제발 그렇게 좀 해주세요!!!
* 영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 시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포함하여 도박중독 유병률을 측정한다고 주장합니다.
-> 일단 영국에서 2007년(현재 가장 최근에 나온 prevalence survey입니다)에 내놓은 'British Gambling Prevalence Survey 2007'을 보면 문제성 도박자와 중위험 도박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CPGI에서는 8점이 넘어야 문제성 도박자로 분류되는데 이 report에서는 아예 표에서 8점에 구분선을 그어 문제성도박자와 그 나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79p table 4.5 참조). 류광훈 실장은 2003년 영국 콜롬비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자료는 제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하지만 2003년에는 포함하다가 2007년에는 구분하고 있다면 어느 연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요? 아이들도 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 또한 200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문제성 도박 유병률 조사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제게 없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만 2005년 조사는 있어서 살펴 보니 구분하고 있더군요. 1년 사이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_-;;;
-> 캐나다 도박문제 전 국민조사(2005)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제가 갖고 있어서 확인을 해 봤습니다. 이 조사는 류광훈 실장 주장대로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함쳐 combined prevalence를 산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제성 도박으로 분류되는 집단의 sample size가 너무 작기 때문에 중위험 도박 집단과 합쳐 제시한다고 되어 있고 bootstraping을 통해 중위험 도박 집단에서 역으로 문제성 도박 유병률을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문제성 도박과 중위험 도박을 합쳐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도 아니고 단순히 문제성 도박 집단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아서 기술적인 사용 상의 편의를 위해 중위험 집단과 합쳤다는 것이죠.
-> 류광훈 실장이 근거로 댄 survey가 5개인데 그나마 근거가 빈약하죠. 저는 최소한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구분해서 사용한 prevalence survey를 당장 30개는 댈 수 있습니다. 뭐 양으로 압도해서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 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외국의 경우 문제성 도박 유병률과 중위험 도박 유병률을 합쳐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가 유병률이 사행산업체를 규제하거나 기금을 각출하는 근거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병률은 일반인들의 도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 계획 수립 등의 실태 자료로 사용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그러니 사행산업체의 종사자들이 길길이 뛰면서 제대로 된 도구와 수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거기에다 대고 유병률이 6.5%면 어떻고,9.5%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면 돌 맞습니다.
* CPGI가 아닌 NODS나 MAGS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2~3배 이상 도박 중독 유병률이 높다
-> 이거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류광훈 실장이 자신있게 이야기한 내용이고 토론회의 참석자들도 대부분 긍정하던데....서구하고 비교했을 때만 그렇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아시아권에서 조사된 survey의 결과는 우리나라가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MAGS 기준으로 싱가포르 4.1%(2004), 마카오 4.3%(2003), 홍콩 5.3%(200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2.6%(2004), 3.8%(2008)로 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 산업이 존재하는 인근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참 궁금한 것이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데 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같은 서구 국가하고만 비교를 하나요?
더 반박하고 싶지만 자료 공개를 안 하는 상황에서는 억측이 될 수 있어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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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화요일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내놓은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안(이하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감위가 정말로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선 사행산업체가 계획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전혀 안 주었습니다. 지방 사업체는 모두 문을 닫고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데도 구제책이나 대안이 전혀 없었고 줄어드는 지방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습니다. 모든 고통을 너희들이 뒤집어 쓰고 죽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고 그냥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일단 손쉬운 사행산업체부터 때려잡자는 논리만 붙잡고 접근하니 그런 무리한 계획안이 나올 수 밖에 없지만 정작 문제는 그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들의 부실함이었습니다. 모든 연구 용역이 3개월 안팎의 시간만 주어지는 통에 날림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사행산업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계획안 시안을 마련하다보니 용역을 발주받은 연구팀이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와 접촉하는 것도 규제하게 되어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 질리가 만무했습니다. 현재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모두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치료 센터에 몰려있는데 그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무슨 연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어차피 엉망진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청회를 열기 이전부터 사감위가 신뢰를 잃은 것으로 사감위가 어떤 말을 하든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획안을 떠받치는 연구 결과들 중 2006년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자료를 제외한 어떤 것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자료 공개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사감위의 계획안을 지지할 수가 없는 것이죠.
사감위가 모든 연구 결과를 완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지 않는 이상 이미 어떠한 화해의 제스쳐를 보이더라도 아무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겁니다.
참 답답한 사감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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