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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을 내놓은 부키 출판사는 개인적으로 상당한 애증이 있는 출판사입니다.
'채식의 배신(2009)',
'긍정의 배신(2011)' 같은 쓰레기에 가까운 책으로 뒷목을 잡게도 하지만 때로는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2009)',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2010)' 같은 좋은 책들도 출판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소위 긴장을 타야 합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어느 정도 quality 예측이 가능한 편인데 부키 출판사는 예외입니다. 그야말로 중간이 없거든요. 모 아니면 도 입니다;;;;
다행히 이 책은 좋은 방향으로 극상인 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죽음을 다룬 책 중 최고(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책은 상실과 애도를 주로 다루고 있으니 살짝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강추하고요.
출판사에서 내놓은 소개글에는 고령화 사회, 현대 의학의 생명 연장 기술 등 묵직한 글 꼭지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명징한 진실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부지불식간에 사고로 찾아오는 죽음도 있지만 불치병에 걸려 투병 끝에 맞게 되는 죽음도 있습니다. 이 책은 후자에 초점을 맞춰 그야말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현직 외과의로 의료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과연 어떻게 죽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기릴 수 있는 죽음인가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썼습니다.
암처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급격히 단축하는 병에 걸렸을 경우 지금까지의 의학적인 도움이란 건 생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술과 공격적인 항암 치료를 통해 우리의 정신을 지지하는 육체를 허물어뜨려서라도 수명만을 연장하고자 했죠. 하지만 점점 그렇게 오래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런 의문을 품고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마도 이 책의 목차를 보시면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1 독립적인 삶 _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 _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 _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4 도움 _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5 더 나은 삶 _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6 내려놓기 _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7 어려운 대화 _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8 용기 _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앞에서도 소리 높여 추천했지만 어떻게 죽는 것이 역설적으로 가치있게 사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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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에 이르기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 방식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 어느 요양원에서든 노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고사하고, 그들 옆에 앉아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묻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삶의 마지막 단계에 관해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사회가 낳은 결과다. 이러한 사회는 우리가 병들고 약해져서 더 이상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도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 토머스는 자신이 '요양원에 존재하는 세 가지 역병'이라고 부르게 된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생명을 요양원 안에 들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요양원 노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전부다. 얼마나 약을 덜 먹고,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것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만큼 더 가치를 두는지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 걸까? 하버드 대학의 철학자 조시아 로이스 교수는 우리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대의를 추구하며 그것을 인간 본연의 욕구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다.
*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호스피스 케어의 차이점은 치료하느냐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보통의 의료 행위는 생명 연장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 케어는 치명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 가장 주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그들을 압도하는 불안감에 잘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에요. 죽음에 관한 불안감, 고통에 대한 불안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 돈에 대한 불안감 등 말이에요.
* 상담자는 환자와 가족이 어떤 치료법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거기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상담의 목적이다.
* 자신의 삶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삶에 대한 초점이 좁아지고, 욕구에도 변화가 생겼다.
*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 가장 두렵고 걱정스러운 게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지, 그걸 이뤄 내기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단지 안전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우선 순위와 욕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나갈 기회를 갖는다는 건 삶의 의미를 지속시키는 데 매우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 근본적으로 볼 때 이 논쟁은 고통을 연장시키는 실수와 가치 있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실수 중 어느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의료진이 개입해 환자로 하여금 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일은 더 큰 삶의 목적을 위한 것일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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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의 노동 전문 변호사로 1975년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이래 노동자와 사회 취약 계층의 공익 소송에 힘을 쏟고 있는 '일중독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쓴 책입니다.
이 책에서 케이건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단순한 물음에 대한 답을 비록 미국보다 소득은 적을지라도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독일 사회에서 찾고 있습니다.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한 생활인데도 노동 전문 변호사라서 그런지 굉장한 통찰력으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썰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게다가 위트가 넘치는 글이어서 읽는 맛도 쏠쏠하고요.
이 책에서 저자는 GDP가 얼마나 허구적인 지표인지, 진짜 일자리의 비교, 대학 등록금 및 보육비의 비교, 제조업의 중요성, 실업률 문제 등의 주제를 통해 미국과 독일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유럽 사회민주주의가 망했다는 일각의 시각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오히려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미국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종하면서도 그마저도 이 땅의 민중들을 더 착취하는 방향으로 악용하고 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들었던 생각은 신자유주의, 특히 그 중에서도 민영화(본질은 재벌독점주의의 고착)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영화가 뭐가 나쁘냐고, 민영화가 살 길이라고 강변하면서 게거품을 물었던 게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었던가요? 제발 이 나라를 떠나 민영화의 나라 미국에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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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지출을 더 늘릴수록 미국이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의료보험이든 교육이든 민간 시장이 공공재를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인이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그러하듯 늘어나는 정부지출에 대응하여 세금을 많이 납부할수록 민간 보험회사와 제약 회사, 의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
* 공산주의가 붕괴한 이후 독일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 미국의 복지 혜택이 유럽에 뒤처지는 것은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 유럽이 '헌법적으로' 통합되고 값싸고 편리한 교통수단 덕분에 자유롭게 왕래하는 반면, 미국은 '헌법적으로' 해체되는 중이다. 미국은 사회 기반 시설이 대부분 붕괴되었다.
*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고든은 미국의 극단적인 기후가 GDP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한다고 주장한다.
* 미국에는 토지 활용 계획이 없다.
* 한마디로 말해서 1인당 GDP를 상승시키는 동력이 삶을 즐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함을 쓰는 데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 누구든 자기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구매 조건이 더 유리해지는 법이다.
* 유럽의 복지 혜택은 일부 축소되는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사회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유럽인의 전반적인 생각인 듯하다.
*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민주주의를 더 실시하는 것이듯 사회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사회민주주의를 대폭 확산시키는 데 있다.
* 유럽식 모델의 미래는 독일 모델, 독일식 사회민주주의의 성공 여부에 좌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가, 또는 미국 모델을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유럽식 모델의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간단히 말해서 나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져 버리면 민주주의도 사멸한다고 본다.
* 사회민주주의 모델에서는 어떤 노동자든 '노동자'로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면 그만이다.
* 독일의 관점에서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반헌법적이다.
*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가의 문제보다 얼마나 많은 성인이 신문을 꾸준히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교육 수준의 척도라는게 내 지론이다.
* 최저임금제는 임금을 상승시키기보다는 억누르는 쪽으로 작용한다.
* 노동자의 힘이 막강할 경우에는 이주 노동자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이다.
* 독일 모델을 위협하는 것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나 (미국처럼) 중산층의 전반적인 몰락이 아니다. 주변부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대변할 노동조합 하나 만들지 못한 채 독일 주식회사에서 점점 더 많이 떠밀려 나가는 것이 독일 모델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요인이다.
덧.
긍정의 배신,
채식의 배신 등 배신 시리즈로 저같은 독자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악명높은 부키 출판사지만 모처럼 괜찮은 번역서를 내 놨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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