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점심식사 후 숙소로 돌아올 줄로 알고 옷과 짐을 가볍게 챙겨왔는데 중간에 여성 local 가이드를 태우더니 곧바로 Pre-Inca 유적으로 향하더군요.
유적으로 가는 길에 잠시 차가 섰을 때 길 위로 삐죽하니 나와 있는 걸 보고 Cheo에게 저게 뭐냐고 물어보니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올빼미(가족)라고 합니다. 망원렌즈를 갖고 갔으면 당겨서 찍었을텐데 아쉽네요. 아이폰으로는 최대 당겨도 이게 최선입니다. ㅠ.ㅠ
Pre-Inca 유적에 도착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입장료는 8솔이네요. 물론 저희는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요. 꽤 넓은 구역에 있는데 생각보다 보존 상태가 후덜덜합니다.
이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길도 포장할 필요가 없고 그냥 방문객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돌을 쌓아서 만들어 놨고 각 유적(사실은 무덤)마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간단한 지붕을 올린 게 끝입니다;;;;
원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무덤에 안장되어 있던 미이라까지 그대로 놔 둔겁니다.
저 미이라는 1,500년이 넘었는데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fake가 아닙니다. 실제 무덤을 발굴할 때 안장되어 있던 실제 미이라에요. 뭔가 보호를 하기 위한 장치(유리돔이라든가)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저리로 내려가서 만지거나 손상시켜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다른 무덤 유적 옆에 놓여 있던 아기 미이라입니다. 저도 놀랐지만 서구에서 온 다른 여행자들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그냥 노상에 방치되어 있어요.
가이드가 워낙 박식해서 Pre-Inca 시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서 많이 배웠지만 여전히 왜 유적을 저렇게 관리하는지(과연 돈이 없어서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볼 걸 그랬네요.
각종 부장품들도 발굴된 당시의 상황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Pottery Studio를 들러 local artist의 전통 페루 도자기 제작 과정 시연을 보고 소핑도 했습니다. G Adventures의 프로그램은 강매가 없어서 참 좋습니다. 뭘 사라고 권하지도 않고 안 사도 인상 한번 구기지 않아서 부담이 안 되거든요. 물론 미국 어르신들은 들르는 곳마다 작은 소품이라도 하나씩은 사셨지만요.
저도 도자기 장식품을 참 좋아하고 이 studio에서 가장 비싼 게 120솔이라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직 여행 초반이라서 갖고 다니기 불편할 것 같고 아무래도 깨지기 쉬워서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이 장식품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만;;;;
다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해산했습니다. 저녁은 자유 일정이었거든요. 일단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에 위치한 호텔 답게 로비에 나즈카 전역을 정교하게 구현한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볼 수가 있는데 경비행기를 타고 돌 때는 몰랐는데 정말 넓네요.
요건 경비행기 코스에 포함되지 않아서 못 봤지만 왜가리인 것 같네요.
일단 호텔 근처의 현지인 마켓에 들러 내일 이동 중에 간식으로 먹을 원숭이 바나나, 배, 너트, 생수를 사서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둘러보다가 호텔 맞은 편 길 건너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어 충동적으로 거기에 갔습니다(사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찍은 거라서 문이 닫혀 있습니다).
이건 페루 식당에서 주전부리로 주는 옥수수 볶은 건데 식감은 바삭하지만 너무 건조해서 많이 먹으면 금방 목이 마릅니다.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자주 먹다보니 고소해서 중독이 되는 맛이네요.
이건 28솔짜리 베지테리안 피자입니다.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토핑이 아주 푸짐합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굉장히 담백하고 맛있어서 만족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잘 안 먹는 콜라도 주문했습니다. 피자에는 역시 콜라니까요. 전채로 고기를 뺀 퀴노아 스프도 주문했지만 너무 묽은데다 무엇보다 스톡을 사용한 것 같은 냄새가 진해서 이건 별로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짐부터 쌌습니다. 내일은 아레끼빠로 하루 종일 차를 타는 여정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부러 10시에 잠을 청했습니다.
닫기 *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승무원 팁 : 20 X 2 = 40솔
* Antonini 박물관
- 입장료 : 15 X 2 = 30솔
- 사진 촬영 허가비용 : 5솔
= 35솔
* 주전부리 쇼핑 : 물, 펩시콜라 = 6솔
* Pre-Inca 투어 가이드 팁 : 20솔
* 현지인 마켓 간식 구입
- 원숭이 바나나 1다발 : 3.09솔
- 배 2개 : 2.77솔
- 너트 믹스 : 4.50솔
- 625미리 생수 1병 : 1.30솔
= 11.66솔
* 저녁 식사
- 베지테리안 피자 미디엄 사이즈 : 28솔
- 콜라 2병
- 퀴노아 스프
- 팁 5솔
= 55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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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에 일정을 짤 때 나즈카시에 고고학 박물관이 있다는 건 론플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방문을 할 계획은 없었는데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난데다 점심 시간까지 2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남아서 뭘 할까 살짝 고민하던 참에 가이드인 Cheo가 그 박물관이 괜찮다고 추천하는 바람에 즉흥적으로 거기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시에서 묵은
Casa Andina Standard Nasca 호텔 전경입니다. 대로변에 접해 시끄러울 것 같지만 객실은 안쪽 깊숙히 위치하고 있어 생각보다 조용했어요.
나즈카시는 그래도 꽤 개발된 관광 도시인데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나즈카 라인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서 도시 곳곳이 나즈카 라인의 문양으로 넘실거립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도 물론 있습니다. ㅠ.ㅜ
Antonini 박물관은 시내 끝에 있는데 호텔에서 6블럭 정도 떨어져 있기에 산책 삼아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나즈카 시내는 현대식 건물은 별로 없지만 청소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거리는 깨끗한 편입니다.
햇볕이 뜨겁기는 하지만 워낙 건조해서 그런지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정표도 많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찍은 사진이라 문이 열려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던 현지 여성분이 아니었으면 그냥 돌아갔을 것 같습니다. 그 여성분의 도움을 받아 벨을 누르면 안에서 문을 열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죠.
Antonini 박물관은 일주일 내내 오전 9시에서 저녁 7시까지 문을 엽니다. 입장료는 1인 당 15솔이고 사진을 찍으려면 5솔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입구에 전기로 작동하는 신발 털이개가 놓여 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때도 비슷한 걸 봤는데 아무래도 먼지가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이 기계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기도 하고 나름 아기자기하게 전시물들을 구성했음에도 시설이 많이 낡아서 그런지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정작 더 실망스러운 것은 영문 설명이 하나도 없어서 관람하면서도 굉장히 답답했다는거지요. 그러면 여기가 현지인만을 위한 박물관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 현지인들은 거의 오지 않는 곳 같았습니다. 방문자들이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에요.
특별히 찾는 유물이 없다면 이 박물관은 패스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익살맞은 토기들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어디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생생한 표정의 캐릭터들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토우가 들어 있는 집 모형도 인상적이었고요.
impact가 매우 컸던 전시물. 처음에는 저게 뭐지? 싶었고, 그 다음에는 모형이지? 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 미이라랍니다;;;; 생생한 것도 좋지만 그래도 시신인데 고인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오후에 방문할 Pre-Inca 유적은 여기보다 더 합니다. 차라리 여기에 있는 미이라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그건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박물관이 워낙 작아서 그런지 느긋하게 둘러보고 천천히 걸어서 돌아왔는데도 12시 40분 밖에 안 되었네요.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생수, 콜라 등을 구입해서 일단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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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소프라노 조수미가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 지명되는 바람에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일 디보(2008)'로 알려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2015년 작입니다.
제가 좋아라 하는 배우인 마이클 케인(한국 전쟁에 참전한 전력도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인연이 있는 듯)과 하비 키이텔(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에서 돈 카리니 역을 맡은 바 있죠)이 나오는데다 연기파 여배우 중 한 명인 레이첼 와이즈도 출연합니다. 레이첼 와이즈는 이 영화 이후 출연한 랍스터(2015)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죠. 미이라 시리즈에 나올 때만 해도 흔하디 흔한 금발 히어로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는데 그야말로 기우였네요. 이 영화에서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주연 배우인 마이클 케인의 딸 역할로 등장해 중요한 매개체인 Simple Song을 통해 부녀가 화해하는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 악독한 목사 역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폴 다노가 히틀러 역을 맡는 바람에 갈등하는 젊은 배우 역을 맡아 열연합니다.
약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독특한 영화였는데요. 젊음과 노화를 강렬하게 대비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연출해서 몰입도가 좋은 편입니다. 영상미도 괜찮고 배경 음악도 마음에 드는데다 워낙 연기가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젊음과 노화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조수미씨가 이 영화의 말미에 부른 주제가 'Simple Song'은 노래도 아름답지만(조수미씨가 노래 하나는 정말 잘 부르지요. 덜덜덜), 젊음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object라서 더 좋았습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과 젊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영화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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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요새 자주 낚이는 것 같은데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많이 보니까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미이라 3는 소위 예고편에 '쑝'가서 선택한 영화인데 그야말로 예고편 빼면 아무것도 없는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설인 예티가 눈보라를 동원해서 황제와 마법으로 대결을 하는 줄 알았다는... -_-;;;
진시황과 '밍' 장군의 미이라 부대가 서로 맞서는 전투 장면이 (조금) 멋지기는 하지만 이것도 워낙 대단한 CG에 눈이 많이 길들여 있는터라 금새 식상해집니다.
그 외에는 그냥 저냥 평범합니다. 브렌든 프레이저의 능청은 여전하지만 '코요테 어글리'의 마리아 벨로는 존재감이 2편의 레이첼 와이즈에 못 미칩니다. 처음에는 시고니 위버인 줄 알았다는... -_-;;;
게다가 갑자기 아버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장성한 아들의 존재는 아무리 일찍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좀 깹니다.
이연걸과 양자경이라는 걸출한 액션 스타들을 동원하고서도 이 정도의 액션만으로 만족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죠. 이연걸의 굴욕이라는 평이 대다수입니다.
평론가들을 원래 싫어하지만 이 영화 만큼은 동감합니다. 거의 혹평 일색입니다.
아무래도 페루에서 시작되는 4편이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시나리오 작업을 제대로 하기 바랍니다. 이제는 특수효과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시대는 가버린 것 같습니다. 탄탄한 구성이 없으면 욕먹기 쉽죠.
덧. 그래도 양자경은 정말 멋지게 나이가 들어가는군요. 매력 만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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