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힘든 일정을 소화했는데도 긴장이 되어 그런지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어제는 밤늦게 체크인을 해서 호텔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에야 정신을 차리고 아침을 먹기 전까지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베란다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으면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지만 그거야 대부분의 그리스 숙박 시설이 그런 것이니 하는 수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아주 예술이네요.
어제 택시를 타고 올라온 도로가 보이고 도로 너머에는 망망 대해가 펼쳐져 있습니다.
짐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잠드는 바람에 방안이 온통 어수선합니다. 왼쪽 침대에 올려져 있는 몽글몽글한 저것들이 바로 천연 해면입니다. 무게는 가벼운데 마찰이 심하면 표면이 부서져 떨어지기 때문에 여행 내내 운반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저는 너무 부드러워서 별로였지만 사용해 본 사람들(대부분 여성)은 아주 좋다고 그러네요.
보시면 2층 맨 바깥쪽이 저희가 묵었던 방입니다. 전망이 정말 좋은 방으로 예약을 해 주었더군요.
San Antonio Summerland 호텔의 식당은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침 바람이 좀 찬 것 같아서 저희는 식당 안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밖에서는 야옹이 녀석이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란 아침잠을 즐기고 있네요.
메뉴는 평범합니다. 빵과 치즈, 햄, 그리고 크레페가 있습니다. 특이한 건 버섯 볶음이 있더군요.
오믈렛도 있어서 가져왔는데 의외로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 먹은 오믈렛 중 제일 맛있더군요.
아침을 먹고 호텔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보시는 것이 올리브 꽃입니다(맞나?) 우리나라에서 개나리, 진달래 심듯이 화단에 심어 놓았더군요.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인데 호텔이 상당히 넓더군요. 건물이 많은데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자칫하면 길을 잃을 위험도 있습니다(과장이지만~).
그리스의 섬 날씨는 변화가 무쌍한데 대체로 아침에는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도 많이 붑니다. 미코노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람이 심하게 불더군요.
어제 오후 일정을 망쳤기에 파라다이스 비치와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는 그냥 과감하게 일정에서 빼기로 하고(누드 비치인 것도 부담스러운데 게이들은 더 부담스러워요. ^^;;;) 오전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놀면서 쉬기로 했습니다. 짐은 미리 싸 두었고요. 아침 일찍부터 호텔 수영장을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이 와서 부지런히 청소를 하더군요. 어제는 몰랐는데 이 호텔은 동양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일본인, 중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보이더라고요.
바람에 따라 구름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바람에 흐렸다가 해가 내려쬐었다가 날씨 변화가 정말 무쌍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서양 친구들이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면서 시끌벅쩍하게 떠들고 있습니다(별로 좋아보이지 않아~).
정오가 다 되어서 체크 아웃을 하고 짐을 호텔에 맡긴 뒤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Hora 마을 어귀에 내렸습니다.
Hora 마을은 산토리니의 Fira 마을처럼 크루즈 여행객들이 많이 들르는 마을인데 그리 크지 않아서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차량 통행이 안 되는 골목길이 많아서 어차피 걸어다녀야 합니다. 크루즈 여행객들이 지나다니는 주 도로는 산토리니와 마찬가지로 귀금속점이 즐비합니다.
귀여운 3륜차가 있네요. 미코노스에서는 이렇게 작은 교통 수단이 제격입니다.
방파제로 가는 길입니다. 방파제는 꼭 보도록 하세요. 가슴이 탁 트일 겁니다. 길을 가다 보면 동성애자의 천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다정하게 다니는 동성 커플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게이 커플이 많이 보입니다. 한 눈에 구별할 수 있을 정도지요.
그리스는 어디나 파란 지붕의 교회가 하나쯤은 꼭 있는 것 같더군요. 먹구름이 지나가 버리고 어느새 햇볕이 쨍합니다.
유명한 선박 회사인 Blue Star Ferries의 대형 여객선입니다. 해안 가까이까지 들어오네요.
후진하는 모습입니다. 뒷문이 열리면 차량과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겠지요.
방파제에 펠리칸을 부리는 사람이 있던데 펠리칸이 꼭 매처럼 주인의 명령에 따라 비행도 하고 내려 앉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더군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덩지도 너무 크고 좀 무섭게 생겨서 가까이 못 가겠더라고요. 그냥 사진만 몇 장 찍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Hora 마을의 골목은 좁기 때문에 차량이 들어가기 어렵죠. 슬슬 산책을 하듯이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면 됩니다.
기념품 샵에는 여러가지 기념품들이 많이 있는데 회사 직원들 선물로 주려고 도자기로 된 책상 달력(6.5 유로)을 몇 개 사고 제가 입으려고 그리스어가 새겨진 티셔츠(10 유로)도 몇 장 샀습니다. 돌아다니면 8 유로짜리도 있는데 바느질 솜씨가 확실히 다릅니다. 10 유로짜리가 훨씬 나아요. 돈이 좀 더 들더라도 10 유로짜리로 사는 것이 나을 겁니다. ^^
흥미로운 엽서들이 눈에 띄더군요. 아마도 미코노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토리니처럼 미코노스도 좁은 골목길까지 예쁘게 꾸며놨습니다.
카페인데 지금은 피에스타 시간이라서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어디나 주 도로에서 한 블럭만 들어가면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피에스타 시간에 딱 걸리는 바람에 점심은 간단히 스넥 코너에서 '기로스(2 유로)'와 '케밥(2 유로)'으로 떼웠습니다. 주인이 그리스인답지 않게 참 친절하더군요. 사진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고 말이죠. 덕분에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산토리니는 개가 퍼지는 섬이라고 할 수 있고 미코노스는 고양이가 퍼지는 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점심을 먹고 나서 Little Venice 근처에 있는 미코노스의 명물인 풍차를 보기 위해서 돌아다녔지만 희안하게 찾기가 어렵더군요. 결국 주변 가게의 점원에게 물어서 찾았습니다. 의외로 찾기가 어려워요. 재미있는 것은 왼쪽의 길을 건너가야 하는데 파도가 심해서 그냥 걸어갔다가는 영락없이 바닷물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춰서 부리나케 뛰어야 합니다. ^^
잘 보시면 1층에 노천 카페가 보이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파도가 조금만 세게 쳐도 바닷물을 뒤집어 쓰게 되어 있습니다. 짭짤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선택해 볼 만 합니다. ^^
이 풍차들은 예전에는 아마도 탈곡을 했을 법한데 지금은 쓸쓸하게 언덕을 지키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신세가 되었네요.
풍차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놨습니다.
다리도 쉴 겸 노천 카페에 앉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어서 이것 저것 다양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그릭 커피(1.5 유로), 딸기 아이스크림(5 유로), 아이스 티(2 유로), 초코 쉐이크(5 유로)까지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과 쉐이크가 괜찮았습니다. 치아 교정기를 낀 종업원이 친절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사실 당연한 것인데 그리스인들이 워낙 퉁명스러워서 조금만 친절해도 아주 친절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쩝...
호텔 셔틀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추어 다시 마을 입구로 나왔습니다. 석양이 뉘엿뉘엿지는 모습이 참 볼 만 하네요.
호텔에 들어와서 짐을 찾고 택시를 불렀습니다. 공항까지 12 유로라고 하네요(역시 비싸다~). 게다가 실제 달려보니 더 비싸게 느껴졌습니다(이 가까운 거리를 12 유로나 받다니~ -_-++). 굉장히 가깝거든요.
공항 근처에서 택시 기사가 "International or Domestic?"이라고 묻는 것으로 보아 국제선도 운항하는 것 같더군요. 아마 김포 공항 국제선 청사처럼 인근 국가로 운항을 하겠지요.
8시 20분 비행기였는데 너무 서두른 통에 6시 30분 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요기도 달랠 겸 공항에서 파는 샌드위치(무료 5 유로)를 사 먹었으나 괜히 사먹었다 싶었습니다. 정말 맛 없더군요.
아테네로 타고 갈 비행기는 에게안 항공의 쌍발 제트기였는데 최신 기종이라서 그런지 아랍 에미레이트의 국제선 항공기보다 시설이 더 좋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자동차 운전도 터프하게 하는 그리스인들답게 비행기도 터프하게 이륙하더라고요. 사탕과 음료수 한 잔을 받자마자 바로 착륙했습니다. 착륙한 시간이 8시 55분이니까 겨우 30분 남짓 비행한 것이군요. 잠시 눈을 붙일 시간도 없었습니다. ㅠ.ㅠ
일단 부친 짐을 찾고 지하철을 이용해 아테네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공항의 4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을 하다가 좌회전을 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우회전을 하면 moving road가 나오는데 몇 개를 지나면 티켓 자동 판매기와 개찰구가 나옵니다.
영어로도 볼 수 있어 구입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혼자 타는 경우는 Airport Single을 누르면 되고 저희는 3명이라서 Airport 3 Person Group을 눌렀습니다. 편도 15 유로로 할인을 받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개찰구에 표를 넣으면 punching이 된 후 다시 나옵니다. 나온 표를 들고 들어가면 됩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배차 간격이 짧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출발합니다. 타고 출발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길더군요. 게다가 공항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거리가 너무 길고 길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스의 지하철은 폭이 좁은 편이고 서로 마주보고 앉는 구조인데 중간에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별로 공간 효율적이지는 않아요.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출발하기까지 많이 기다리기 때문에 X95 버스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신다그마역에 내리니 10시 10분이었습니다. 계산을 해 보니 40분이 꼬박 걸렸네요. 게다가 신다그마역에 내릴 즈음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공항에서 아테네로 들어갈 때는 역시 X95 버스만한 것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섬 지역을 돌고 아테네로 돌아오니 쓰레기 냄새가 상당히 역하게 느껴지더군요. 어쨌거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습니다.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야경이 올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 식당으로 갔지요. 분위기 하나는 정말 죽입니다.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 음악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이라서 자리값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더럽게 비쌌습니다. 문제는 음식 맛도 별로였다는 거~ ㅠ.ㅠ
문어구이는 너무 비렸고, 비프 스테이크는 고기의 양은 많으나 소스가 영 아니었습니다. 샐러드는 정말 말 그대로 풀이 나오더군요. 그런데도 가격은 105 유로... T.T
그나마 암스텔 맥주가 맛있어서 참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씻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닫기
* 화장실 이용 : 0.5 유로
* 미코노스에서 할머니께 기부 : 0.5 유로
* 점심 식사
- 기로스 치킨 : 2 유로
- 기로스 포크 : 2 유로
- 케밥 : 2 유로
- 콜라 : 2 유로
= 8 유로
* 노천 카페
- 그릭 커피 : 1.5 유로
- 딸기 아이스크림 : 5 유로
- 아이스 티 : 2 유로
- 초코 쉐이크 : 5 유로
= 13.5 유로
* 쇼핑
- 도자기 책상 달력 : 6.5*5 = 32.5 유로
- 티셔츠 : 10*5 = 50 유로
* 네스티 : 2 유로
* 미코노스 공항까지 택시비 : 12 유로
* 미코노스 공항 샌드위치 : 5 유로
* 아테네 공항 지하철 편도요금(3인) : 15 유로
* 저녁 식사비 : 105 유로
오늘은 산토리니에서의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미코노스로 떠나는 날입니다. 산토리니가 남성의 섬이라면 미코노스는 여성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아기자기한 풍광으로 유명하죠.
9시에 출항이라서 6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떠나기 전에 산토리니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어 7시쯤 식사를 하러 내려갔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피라 마을 어귀까지 걸어서 다녀왔지요.
냥이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피라 마을에도 인사도 하고
산토리니의 바다와 화산섬에도 인사를 했습니다.
피라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호젓하군요.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주민들이 사는 주택가는 참 조용하고 호젓하답니다.
손잡이가 참 인상적이죠?
뜨는 해가 교회의 첨탑을 비춥니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Stani도 지나갔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make up room 비용으로 2 유로 동전을 하나 올려놓고 체크 아웃을 하러 로비로 나왔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한 reception desk지만 나름 다양한 여행 정보지와 책자를 비치하고 있습니다.
벽에 붙은 지도에는 투숙객들이 색깔핀으로 자기 국적을 표시할 수 있는데 유럽과 미국이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도 몇 개 붙어 있네요.
직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호텔에서 제공한 픽업 차량을 타고 Athinios항으로 향했습니다. Athinios항으로 가는 길은 한계령 고개처럼 굽이굽이 구절양장 같은 길이더군요. 아찔한만큼 풍광도 근사하고요.
Athinios항구에는 꽤 큰 터미널이 있지만 안내판이나 전광판도 없어서 처음에 좀 헤맸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교통편의 시간이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미아가 되기 쉽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박한 대형 여객선의 선적이 끝나지 않아서 출항이 늦춰졌다고 하더군요(역시나~). 그래도 일정을 확인하고 나니 안심은 되네요.
크루즈에서 산토리니 관광을 위해 내리는 나이 든 여행객들인데 사진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풍랑이 심해서 배가 요동을 치는 바람에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내리고 있습니다.
9시 30분이 되어서야 저희가 타고 갈 배가 항구로 들어왔습니다. 생긴 것이 어째 미코노스까지 2시간에 주파할 것 같이 생기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역시나 제 육감이 맞았습니다(
참고 포스팅).
티켓에 <D, 123, E>라고 쓰여 있기에 당연히 좌석 번호인 줄 알고 느긋하게 줄을 섰는데 막상 승선을 해 보니 D구역의 맨 뒤에 아무데나 앉는거더군요. 이 때부터 점점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
배 안이 답답해서 옆 갑판으로 나왔습니다. 에게해는 정말 깊고 푸릅니다. 뱃전에 부딪혀 부서지는 포말을 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 같습니다. 물 속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뛰어들고 싶어진다는 말이 생각이 났어요.
심심해서 상갑판으로 올라가니 태닝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누울 만한 공간만 있으면 어디나 훌렁훌렁 벗고 드러눕네요. -_-;;; 저희 같으면 햇살이 따가워서 오래는 못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발랐는데도 나중에 보니 햇볕에 노출된 부위는 벌겋게 화상을 입었더라고요. 그만큼 지중해의 햇살은 따갑습니다.
1시간 정도 달려 Ios에 도착했습니다.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2시 30분에 Sifnos에 도착했을 때에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코노스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파노라마 호텔에서 받은 티켓에는 26 유로라고 씌여 있었는데 나중에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교환받은 티켓에는 13.6 유로라고 씌여 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가 타고 갈 고속 페리가 선체 결함으로 결항되면서 일반 페리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호텔 직원들이 왜 그렇게 미안해 하는지 그 이유를 그 때는 짐작도 못했었지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그때부터 지루하고 힘든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2시간에 끝날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마실 것, 먹을 것을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선내에 있는 스넥 코너에서 산 인스턴트 커피와 부실한 빵으로 점심을 대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희안한 샌드위치(3.5 유로)인데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줍니다. 크기는 맘모스빵만큼 크고 안에는 치즈와 햄이 들어 있습니다. 맛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보니데와 어머니는 별로라고 하시는데 제 입맛에는 맞아서 제가 거의 다 먹었습니다. 오레오 쿠키(1.5 유로), 단팥빵(1.8 유로), 그릭 커피 3잔(1.5*3= 4.5 유로)으로 점심을 대신 했습니다.
각 섬에 들를 때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스어로만 나오기 때문에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내려야 할 섬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 녹음된 테이프 하나만 구비해도 해결될 문제인데 여행자들을 참으로 불편하게 하더군요. 머리가 나쁘면 천혜의 관광자원이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얻었습니다.
Naxos에 있는 아폴로 신전의 모습입니다. Naxos를 여행하는 사람들만 들를 것 같이 쓸쓸한 곳에 자리잡고 있더군요. 예전에는 참배객들로 붐비는 곳이었을까요?
Naxos에서 탄 영국인 한 명이 우리를 유심히 보고 있더니 급기야 한국인이냐고 말을 걸었습니다. 사업 차 서울과 인천에서 산 적이 있다면서 반가워하더군요. 사업 겸 관광 차 이오스에서 3일을 묵고 파로스로 간다고 하는데 갑자기 태권도 시범을 보여달라고 해서 뜨아 했습니다(한국인이 모두 태권도 유단자도 아니고~).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군대에서 단증 딸 때 열심히 연습한 가락으로 몇 가지 기본 동작을 보여 줬습니다. 놀라면서 박수를 치는데 놀리는 건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_-;;; 어쨌거나 그 영국 사업가 때문에 한 구간은 심심하지 않게 잘 왔습니다.
배 밑으로 내려와 짐을 챙기고 나서 배가 접안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탈 때만 티켓 검사를 하기 때문에 내리면 그냥 알아서 각자 목적지로 가면 됩니다.
5개의 섬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미코노스에 도착했습니다. 9시 30분에 출발을 해서 7시 30분에 도착했으니 꼬박 10시간이 걸렸군요. 10시간 동안 바다에서 흔들렸더니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빨리 숙소로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굴뚝 같더군요.
Costa Marina라는 대형 크루즈가 석양을 받으며 서 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큰 크루즈쉽이더군요.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 숙소에서 보내준 픽업 차량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미 예상 밖의 일정 변경으로 하루 종일 배에서 시달렸기에 다른 방도를 생각할 기력도 없이 거의 2시간을 기다렸건만 호텔에서 보내준다는 차량은 오지를 않더군요(역시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 페리 선착장은 코스에서 빠진다는... ㅠ.ㅠ).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리스 택시는 우리나라 택시와 비슷해서 행선지 물어보고 태우기는 기본이요, 합승도 옵션이거든요. 그리스 택시를 겪고 보니 외국 여행자들이 우리나라 택시를 이용할 때 느낄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그래서 한 포스팅이
이것!!!). 결국 가방을 들고 일단 시내 쪽으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걷고 있으려니 정말 비참하더군요.
선착장의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택시를 불러주기도 하니 저녁을 먹고 불러주는 택시를 이용해 호텔로 가기로 했죠.
레스토랑 이름은 기억이 나지를 않지만 그래도 종업원들은 친절하더군요. 동네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오는 곳인 것 같은데 넓고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휴......
샐러드인데 시금치 데친 것을 페타 치즈와 함께 먹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9 유로나 하는데 시금치를 너무 데쳤는지 물크러져서 식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시금치와 페타 치즈의 맛이 잘 어울리지도 않더라고요. 쩝...
샐러드보다 더 심했던 리조쪼(10 유로)입니다. 너무 짤 뿐 아니라 밥이 설 익어서 버적거리더군요. 딱 한 숟가락 먹고 그대로 남겼습니다. ㅠ.ㅠ
그나마 좀 나았던 스파게티(9.5 유로). 맛도 있고 양도 많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후식으로 주문한 그릭 커피(2.5 유로)입니다. 설탕, 프림을 넣지 말라고 주문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는데 '미디엄' 사이즈를 달라고 했더니 우리나라의 에스프레소 잔에 나오더군요. 켁~ 게다가 맛이 너무 텁텁해서 역시 실패했습니다.
계산을 할 때 보니 난데없는 3 유로가 더 포함되어 있기에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테이블 세팅비라고 합니다. 허거덕~ 뭘 한 것이 있다고 테이블 세팅비를 3 유로씩이나 받습니까? 차라리 부가세라고 하지~
울며겨자먹기로 계산을 하고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그건 순순히 들어줍니다. 카운터에 있는 종업원이 그래도 영어를 좀 알아들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타고 온 거리를 보니 도저히 걸어갈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식당 종업원은 6~7백 미터라고 했는데 직선거리를 일러준 모양입니다. ㅠ.ㅠ 택시를 타고 오기를 잘했지요. 그래도 6.5 유로나 달라고 합니다(너무 비싸~). 너무나 지쳤기에 군말없이 줘서 보냈습니다.
로비는 좀 촌스럽지만 생각보다 호텔은 좋았습니다. 객실도 많고 넓은데다 무엇보다도 탁 트인 전망이 훌륭하더군요. 다만 직원이 방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X개 훈련 시키듯이 2번이나 엉뚱한 방으로 안내를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직원 맞남?). 게다가 예약해 둔 방으로 올라가니 세팅을 3인실로 해두지도 않았더군요. 그제서야 부랴부랴 하는 것이 영 어설펐습니다.
그래도 호텔 안에 수영장도 있고 그런대로 괜찮네요. ^^ 대충 호텔 안팎을 둘러보고 가져간 와인을 한 병 마신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덧. 그리스에서는 선상 여행의 낭만을 찾으시다가 저희처럼 낭패를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는 일반 페리로 10시간이나 걸리니 하루를 꼬박 잡아 먹습니다. 될 수 있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최대한 항공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닫기
* make up room 비용 : 2 유로
* 점심 대용
- 커피 3잔 : 1.5*3 = 4.5 유로
- 오레오 쿠키 : 1.5 유로
- 단팥빵 : 1.8 유로
- 햄 치즈 빵(?) : 3.5 유로
= 11.3 유로
* 저녁 식사
- 리조또 : 10 유로
- 샐러드 : 9 유로
- 스파게티 : 9.5 유로
- 그릭 커피 : 2.5*3 = 7.5 유로
= 39 유로(테이블 세팅비 3유로 포함)
* 택시비 : 6.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