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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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원칙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모든 대안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판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혁을 선호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현실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고 소극적이라도 그 안에서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인가요?
1960년 대 초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였음에도 일찌기 귀농을 결심하고 이후 옹골진 농사꾼의 길을 흔들림없이 걸었던 천규석은 전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공정무역, 복지국가, 국가주의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자급,자치,지역공동체연합'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자면 우리는 모두 스스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 해야합니다. 저자의 의도에서는 무정부, 무국가주의도 읽힙니다. 외세(자본/국가)에 대한 비폭력 불복종의 농촌자급공동체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또한 저자는 유럽식 복지국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결국 그 세금은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는데 사용되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수혜 대상은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천규석의 칼날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는 부자를 욕하면서도 그 부자에게 세금을 더 뜯어내서 이른바 사회 안전망 만들어놓고 그 부자 밑에서 영원히 노동자로 안주하겠다는 그 노동조합주의를 제발 좀 때려치우라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모두 자급자족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방향의 폭력이라고 봅니다. 본인에게 맞다고 모든 사람에게 맞으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원리주의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야생동물과 똑같이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살거나 지구를 위해 인간이 모두 멸종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가능하거든요. 하다못해 제가 읽고 있는 저자의 이 책은 뭐 생존에 필요한 물건인가요? 생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책이 나오기 위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의 나무 한 그루가 희생되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데 일조하였을 지 누가 압니까? 까놓고 말해서 아마존 우림의 나무 한 그루가 천규석 본인의 목숨보다 더 소중할지도요.
공정무역이든 착한여행이든 간에 아직은 그 결과가 미약하고 탐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은 모든 노력을 다 때려치우고 국가를 해체한 뒤 농촌으로 돌아가 세금도 안 내고 선거도 안 하고 농사를 지어서 로컬 푸드만 소모하면서 물물교환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돌고 있는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세우려면 관성을 서서히 없애는 것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타이어가 펑크 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선뜻 찬성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밀어붙이는데 있어 어떠한 타협도 거부하고 추호의 흔들림없이 언행일치를 보이는 저자의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근본주의적 사고가 나태해지기 쉬운 제 정신 상태를 뒤흔들 회초리로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달달한 당의정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가끔은 이런 급진적인 책도 읽어줘야 합니다. 머리 뿐 아니라 마음까지 얼얼해져도 말이죠.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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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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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소비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천규석 (실천문학사, 2010년) 상세보기 실천문학사 책들을 보면, 왠지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뭐랄까.. 노무현 정권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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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의 호오'에도 있지만 저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태도를 아주 싫어합니다. 흔히 중용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잘 들여다보면 보신주의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비겁하게 느껴지거든요.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도 결국은 진정한 친구 하나 없다는 말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쓴 태도는 책의 내용과 독립적으로 아주 마음에 듭니다.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정면돌파하는 스타일이 노암 촘스키에 버금가요.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그 이전에 노벨상보다도 더 수상하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이미 수상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전문가입니다만 쉽고도 유려한 문체로 뉴욕 타임즈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합니다.
부시 저격수로 불리는 폴 크루그먼은 전형적인 진보주의자로 이 책을 통해 보수주의를 철저히 까부숩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소득 격차를 확대했다. 2. 보수주의 운동이 추구하는 핵심은 불평등을 억제하는 경제정책이 실시되기 이전(미국의 경우 뉴딜 정책 실시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이다. 3. 중산층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경제가 성숙해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고 정치적인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4. 미국은 인종 문제와 같은 보수주의의 아젠다에 밀려 진보주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5. 보수주의가 써 먹을 아젠다가 점차 고갈되고 있는 지금 진보주의의 반격이 필요하다.6. 이를 위해서는 의료보험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수적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에 씌여진 이 책에 따르면 오바마가 의료보험제도를 전면 개혁하지 못하게 될 경우 미래의 앞날이 아주 어둡다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우리나라를, 공화당에 한나라당을, 민주당에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을 대입해서 읽으면 머리가 상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문리가 트인다고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심각하지 않은 인종문제만 살짝 핵심에서 겉돌 뿐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대입해서 읽어도 그대로 들어맞는 내용이 많습니다. 진보적인 메사추세츠주와 보수적인 버지니아주를 대비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지방색에 적용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아요.
폴 크루그먼의 다음 말을 볼까요?
"레이건은 보수주의 운동이 어떻게 엘리트주의적인 경제 정책을 대중을 위한 것처럼 포장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다. 닉슨은 보수주의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미국의 어두운 면, 즉 문화와 사회에 대한 분노와 국내와 해외의 안보에 대한 불안을 어떻게 이용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뭔가가 머리를 번개처럼 때리고 지나가지 않습니까?
보수주의자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들의 시도를 막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게다가 아주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가 진보주의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2007년 책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18,000원이라서 조금은 부담되는 수준입니다. 북 크로싱 할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눈여겨 봐 주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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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출신 출마자의 선거 운동은 일단 시끌벅적합니다. 유세 차량에 확성기로 개사한 노래를 하루종일 틀어대고, 거리 곳곳에 걸린 현수막의 숫자부터 엄청나더군요.
하지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아주머니 군단을 동원해 "안녕하십니까, 기호 0번 000입니다."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멘트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운동 방식은 여전합니다. 대체 후보자의 약력이 찍힌 명함 한 장 달랑 나눠주고 마는데 어떻게 공약을 비교해 후보를 선택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특징적인 건 민주노동당의 선거 방식인데, 물론 현수막이나 유세 차량 사용은 같습니다만 출, 퇴근길에 후보자를 지원하는 운동원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후보의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선거에 서울시장, 구청장, 구의원, 시의원을 한꺼번에 뽑으려니 공약이 다소 헷갈리기는 하지만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가지고 나왔는지는 대충 알 수 있더군요.
5월 31일은 노는 날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주인 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겁니다. 잊지 말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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