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간의 한국임상심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제가 들은 강의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 워크샵과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supervision 워크샵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추천드리는 건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입니다. 물론 2~3시간에 불과한 워크샵 내용만으로 정수를 파악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제 느낌 상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 자신이 고수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고수를 알아보는 눈 정도는 생기거든요.
제가 받아보지 않아 supervision 방식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대로 된 supervision을 해 주실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장을 떠난 교수에 대해 반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런데 박경순 선생님은 서울여대 특수치료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도 심리치료의 손을 놓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아니라면 최소한 현장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았거나요.
초기 치료 세팅에 대해 강조하신 것을 비롯해 구조화된 접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기법에 집착하지 말 것, 뭔가 해 주려고 애쓰지 말고 충분히 들으라는 것 등 현장 상담자로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임상가에게 다소 호의적인 건 분명 있지만 어떤 치료적 접근법을 가진 치료자이건 상관없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완급 조절을 잘 하면서 설명해 주시더군요.
이건 그냥 제 느낌인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좀 엄하실 것 같기는 하지만 정석대로 가르쳐 주실 것 같았습니다. 강의만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고 치료 세팅이나 저항 다루기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초보 임상가들이 supervision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여서 좀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이용승 선생님의 워크샵' 때도 느낀 건데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들은 심리적 내상을 많이 입어서 그런지 많이 지치신 것 같아서 좀 안쓰럽더군요.
어쨌거나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상관없이 초기에 치료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경청하고 공감하는지 등 심리치료나 상담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싶은 임상가라면 한번쯤 supervision 받는 것을 고려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덧. 다른 내용은 모두 전적으로 동의하겠던데 임상 현장에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너무 많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임상 현장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 같거든요.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에게 더 많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현장에는 PD의 수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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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연수 평점 부족으로 1차 경고를 받은 김에 올해는 미리미리 챙겨두려고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작심해서 춘천까지 다녀왔습니다.
사전 등록도 미리미리, 교통편도 미리미리 예약했죠. 직행특급을 없애 해당 지자체 주민을 배제했다고 말이 많은 ITX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예약도, 발권도 아이폰의 코레일 앱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저처럼 어쩌다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평상시에 자주 서울 나들이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타격이 크겠어요.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30% 할인을 받아도 거의 7천 원에 육박하니까요. 민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ITX를 탔는데 전철 승강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찰구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환승 처리가 되는 걸 몰라서 아까운 지하철 요금을 날렸습니다. ㅠ.ㅠ
9시 20분 경에 춘천역에 도착하니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우연히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요. 도우미를 많이 배치해서 길을 헷갈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회장이 한림대와 라데나 리조트로 나뉘어 있어 불편함이 클 것 같았는데 셔틀 버스 배차 간격을 잘 맞춰 배치해서 그런지 큰 혼란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야 하루종일 한림대 학회장에만 있어서 별로 상관은 없었습니다만...
오전에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수퍼비전 워크샵을, 오후에는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수퍼비전 워크샵을 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겠지만 둘 다 들은 분들이라면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더군요. 둘 중 하나를 듣고는 멘붕 상태로 머리가 아파 고생 좀 했다는... ㅡㅡ;;;;
사람이 많이 붐볐는데도 꽤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서 그런지 등록, 자료집 및 연수 평점표 배부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강의장 시설도 괜찮았고요. 원형 강의장이라서 주목도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양쪽으로 영사막을 펼쳐서 어느 쪽에 앉아도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국제 회의실이라서 그런지 각 자리마다 모바일 기기 충전이 가능한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아이패드를 충전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고요. 강의 들으면서도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로 메일 확인해서 답장 보내고 할 건 다 했지요(자랑이냐!!).
강의가 끝나고 난 뒤 학회 보관용 연수 평점표를 제출해야 연수 평점이 인정되던데 새로 도입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강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기에 짜증나는 강의를 버텨내야만 연수 평점을 인정해준다면 그것 자체가 고문이 되지 않겠어요?
점심 식사는 한림대 구내 식당에서 먹었는데 저처럼 채식을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로는 쫄면이 유일하더군요. 그것마저도 없었으면 굶을 뻔 했습니다. ㅠ.ㅠ
음식값은 확실히 쌌지만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 먹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식당으로 가는 길에 대한 지도 안내가 분명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회원들이 길을 헤맸습니다. 교직원 식당은 그래도 지도 상에서 찾기가 쉽던데 학생 식당은 찾기 어렵게 표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강의가 모두 끝난 후 춘천역이나 버스터미널로 데려다주는 셔틀 버스가 없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제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라데나 리조트로 가는 버스만 안내하더군요. 결국 6시에 출발하는 ITX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버스 노선이나 시간표만 안내를 해 줬어도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하루만 경험했지만 시설, 인력 배치 등이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된 학회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들을만한 강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현장 전문가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수퍼비전 워크샵도 정착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본 것 같습니다. 바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정리된 현장 노하우를 제공하지 않고 개인적인 상념이나 푸념을 늘어놓는 식으로는 계속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한림대 관계자를 비롯해 강원 지역의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덧. 춘계학술대회 대신 봄 학술대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던데 사소한 것 같지만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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