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다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시작이 최민식 배우가 주연을 맡은
'명량(2014)'이었고 두 번째 작품인
'한산(2021)'은 박해일 배우가 주연이었는데 시간 순서로는 한산이 먼저, 그 다음이 명량이기 때문에 아마도 더 젊은 배우인 박해일 배우를 이순신 장군님으로 캐스팅한 것 같습니다. 두 작품 사이 간격이 5년 이상 벌어져서 한산을 볼 때는 다른 영화인 듯 생경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작품인 노량은 한산 이후로 금방(?) 나왔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김윤석 배우가 이순신 장군역을 맡았는데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 배우 모두 이순신 장군역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김윤석 배우가 명량을 맡고, 최민식 배우가 마지막 노량에 출연했으면 더욱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자기 죽어버린 후 퇴각하는 왜군들을 한 놈도 살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이순신이 뇌물까지 받고 대충 퇴로를 열어주어 전쟁을 종식하려는 명나라 도독 진린을 뿌리치는 가운데 백윤식 배우가 분한 왜군 수장 시마즈의 살마군까지 모두 모여들어 최후의 해전을 벌였던 노량 해전입니다.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인상깊게 봤고 한산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과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면 노량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하나같이 좋았습니다.
한산 때처럼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데 주연인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배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성규, 최덕문, 이규형, 박명훈, 안보현, 박훈, 이무생, 정기섭 등 연기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거기에 특별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모도 화려한데 여진구, 이제훈, 안성기, 박용우, 공명, 김민상, 남명렬, 남경읍, 배한성 등 끝이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면 이순신을 맡은 배우의 원톱 연기에 치중하거나 아니면 막대한 물량을 투입한 전투씬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방식을 택하기 쉬운데 김한민 감독은 영리하게도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투입하여 화면을 빈틈없이 채웠습니다. 다들 분량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소위 '국뽕' 영화라는 장르 특성 상 어느 정도의 신파는 예상했기에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번 쯤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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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보면서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영화입니다.
왜 추천하고 싶지 않은가 하면 이 영화는 일단 재미가 없습니다. 왜 재미가 없느냐하면 크로스 스캔들이라면 최소한 상대방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일 정도로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거미줄에 걸린 것 같은 빨려듦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는 가장 중요한 그 숨막히는 끌림이 없습니다. 가슴조차 뛰지 않아요. 쩝....
그래서 초반에 서로의 짝에게 끌리는 두 커플을 보면서도 '그냥 솔직하게 욕정이라고 하지 뭘 구질구질하게 포장하고 그러냐'는 생각만 들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약간의 짜증스러움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출연 배우의 연기 내공만 탓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장치 자체가 치밀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두 남녀가 엇갈려 얽힌 이후에 겪게 되는 갈등은 그런대로 볼 만 합니다. 가진 것을 다 포기해서라도 당신을 잡고 싶다는 한채영에게 '가진 게 많아서 그런 말도 할 수 있구나. 나는 힘들게 얻은 것이 많아서 그렇게 못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박용우에게도 공감이 가고, 가진 자를 동경하고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친구같은 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엄정화에게도 싱크됩니다.
평범하지만 친구처럼 편하게, 즐겁게, 열심히 살아왔던 한 부부가 처음부터 동상이몽 속에서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온 상류층 부부의 대시를 받으면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냥 색다름에 끌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색다름의 짜릿함때문에 가정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극중에서 최재원이 주정하면서 독백하듯이 가식적인 크로스 스캔들 일으키지 말고 그냥 깔끔하게 두 부부가 함께 스와핑을 하면 결말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감독이 시사회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스와핑 영화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던데... 오히려 낯선 것에 대한 동경과 성욕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랑과 구분하고 일정한 룰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위협하지 않는 스와핑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공감이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온통 뽀대나는 배경에 럭셔리한 직업들로 눈가림했지만, 아이 양육 문제, 지리한 법정 싸움, 서로에게 흠집내기, 저주 퍼붓기와 같은 스캔들의 진짜 알맹이는 없는 셈치고 그냥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즐기는 것보다 그게 더 상큼한 결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적나라하게 말해서 욕정이요, 조금 완곡하게 표현해서 낯설고 색다른 것에 대한 끌림에 지나지 않는 불장난을 갖고 자신의 짝을 사랑하는지 지금 돌아보라는 건방진 충고를 하는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좀 시니컬해지더군요.
끝으로 이 영화를 만든 정윤수 감독에게 이런 말이 하고 싶습니다.
"니가 사랑을 알아?"(신구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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