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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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의 출판사인 소울메이트가 책의 제목을 정할 때나 홍보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몇 개 있습니다. '왜 나는~~~ 까'라든가 '~한다면 꼭 알아야 할 ~가지' 같은 것들이죠.
실제로 제 책이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였고 이 책의 제목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입니다(세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딱 떨어지는 70가지는 아닐겁니다;;;). '씨네 21'의 주성철 기자가 쓴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처음에는 두 가지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선 무게. 분량이 600페이지에 달하는데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런지 묵직한 중량감이 책을 주로 들고 다니면서 읽는 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더군요. 또 다른 하나는 추천사. 책 뒤에 박찬욱 감독이 보통 생활에서 쓰는 표현을 썼다고 했던데 평소 영화 평론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또 전문용어의 숲에서 길을 잃겠구나 하고 각오를 했죠.
그런데 박찬욱 감독 말처럼 그리 어렵지 않게 읽혔습니다. 뭐 그렇다고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말을 어렵게 꼬거나 빙빙 돌리지 않고 입말처럼 쓰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더군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거든요. 영화라는 장르가 워낙 넓은 분야이기도 하고 뭘 주제로 삼고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말이죠.
근데 재미있습니다. 딱딱한 기법만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출발 비디오 여행'류의 영화 나열도 아니고 주제 별로 묶어서 영화 감상(시네마테라피, B무비, HD영화, 3D입체영화, 그린시네마, 멀티캐스팅, 표절과 오마주, 영화의 도시들), 영화 트렌드(게임 원작, 로봇 등장 영화, TV와의 대결, 스포츠 영화, 애니메이션, 올림픽, 버디 무비), 영화 장르(액션 영화, 청춘 영화, 에로 영화, 조폭 코미디 영화, 무협 영화, 서부극, 뉴 블랙 시네마, 스파이 영화), 영화 배우, 한국 영화의 전설, 영화 감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정보를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좋은 영화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세계명화, 한국영화, B무비, 치유영화) 소개까지 외국, 한국,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꼼꼼합니다.
그야말로 영화 대백과 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느 백과사전처럼 딱딱하지 않고 정보와 재미를 버무려서 잘 차려놓은 밥상 같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더 좋더군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챙겨 봐야 할 영화와 책들에 대한 정보도 솔찮게 얻었습니다.
소울메이트에서 선물로 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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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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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미래와 현재가 얽히는 영화는 하나같이 관객에게 두통을 선사하는데 그걸 어느 정도 극복한 영화가 제 생각에는 '백 투 더 퓨처'였습니다. 두 가지 제약을 걸었기 때문이죠. 미래의 존재가 현재에 와서 아무 것도 손대지 않는다(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는 것과 미래와 현재의 자신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
루퍼에서도 여지없이 이 골치아픈 일이 일어납니다. 미래의 자기가 현재에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과거에 현재의 자기가 미래의 자기를 죽였기 때문이죠. 그러니 당연히 현재의 자기가 미래의 자기를 죽였어야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미래에서 온 자기가 현재의 자기를 두들겨패고 자취를 감춥니다. 미래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죠(이게 핵심 줄거리). 사실 현재의 자기를 때려눕히고 자취를 감춘 순간 자신이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올 조건 자체가 상실된 것이니 말이 안되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저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을 것 같네요;;;;
그래도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장치가 몇 가지 들어가 있는데 하나는 현재의 자기가 미래의 자기를 죽인다는 설정(터미네이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자기에게 영향(사실은 고문)을 미치면 현재에 돌아온 미래의 자기에게 곧바로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영화에서 아주 끔찍한 장면으로 나타납니다)이죠.
결국은 잘못된 시간의 흐름을 되돌리는 건 현재의 자기라는 메시지(지금의 내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를 전하는 영화입니다. 깜짝 반전이 있습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씀은 못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을 좋아해서 선택한 영화였습니다만 괜찮았습니다.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이번 영화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와 비슷한 인상을 주기 위해 하관에 특수 분장을 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외양은 조금 이상하지만 역시나 연기력은 훌륭합니다.
국내에서는 조토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얼마전에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를 모두 봤다고 한국 영화계에 러브콜을 날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미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배우지요.
덧. 잘 만든 영화임에도 옥의 티가 하나 있는데 가장 뜬금없는 장면이 러브씬이라는 거. "이건 대체 뭥미?"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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