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성 성격장애나 품행장애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TCI/JTCI를 함께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TCI 실시가 어려운 경우 MMPI-A만으로도 품행 장애인 것을 알아내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A-con2(반사회적 태도) 내용 소척도의 유의미한 상승인데 의외로 이 척도가 상승하는 품행장애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척도의 상승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워낙 품행장애 청소년들이 L척도 같은 방어 관련 타당도 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지적 제한이 동반되는 청소년들도 많아서 K척도보다는 L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자신의 반사회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품행장애가 많지는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품행장애 청소년들의 의식적인 자기검열망을 피하면서 평가자가 품행장애를 찾아낼 수 있는 척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AGGR 척도의 유의미한 상승
:
'MMPI-2/A AGGR 성격 병리 척도의 해석'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AGGR 척도는 반사회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물론 자극추구기질의 '자유분방' 하위 차원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 척도의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척도도 함께 상승할 때가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AGGR 성격병리 척도가 상승했다면 일단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 상 취약성을 의심해 보는 게 좋습니다.
* Pd2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는 Pd1(가정 불화) 척도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Pd1 소척도가 측정하는 가정 불화는 수검자와 부모의 직접 갈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Pd2 소척도가 측정하는 내용이 권위적인 대상에 대한 불화이기에 이 두 척도가 동시 상승하는 경우 원 가족 내에서 권위를 가진 대상(가부장제 사회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아버지)과 일으킨 갈등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Pd2 소척도만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는 불화를 일으키는 권위 대상이 가족이 아닌 외부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수검자가 반사회성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을 일으킨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그 기질을 물려준 부모 중 한 명 또한 반사회성 기질일테니 감히 그 부모와 갈등을 일으킬 수가 없죠). 그래서 4번 척도 중 Pd2 소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 Ma1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조증 또는 경조증 상태일 때는 Ma1, Ma2, Ma4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Ma3 소척도는
1-3-3-3 code pattern에 속한 방어 척도이기도 하고 나머지 척도들과 역상관이니 Ma1, Ma2, Ma4 소척도가 일관되게 상승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 때 Ma1 소척도는 기분이 up된 상태에서 여러가지 일을 벌이다보니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게 되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해석하지만 Ma1 소척도만 단독으로 상승했을 때는 기분 상승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당연히 위에 설명드린 척도들 중 유의미한 척도의 수가 많을수록 품행장애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겁니다.
덧. 그 밖에 MMPI-A는 아니지만 J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예기불안/낙천성 하위차원이 -1SD 이하로 낮을 때, 즉 낙천성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경우에도 품행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위험회피기질이 낮은 유형 중에 HLL, MLL, HLM 유형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특히 insight가 부족한 품행장애들이 낙천성 하위차원에서 낮은 경우가 많으니 이 부분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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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TCI로 반사회성 성격장애 가능성을 확인하는 걸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성격 장애 진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심리검사도구 TCI' 포스팅에서도 TCI를 이용해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설명드린 적이 있고요.
오늘은 이해하기 쉽게 좀 더 쉬운 비유를 활용해 보겠습니다.
* 기질 : 음식의 종류
* 성격 :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의 주 호소가 대인관계회피, 사회적 철회, 무기력이라고 해 보죠. 대인 관계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고 사회 적응도 잘 못하기 때문에 Social Anxiety Disorder, Social Phobia, Adjustment Disorder, Depressive Disorder의 진단 가설을 변별하던 중에 이 내담자가 혹시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혹은 Problem)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 TCI로 검증을 해 보기로 합니다.
1단계. 성격의 성숙도 체크(자율성,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 사용)
: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연대감의 합산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성격 발달의 정도가 기질유형에 미치는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
위 내담자의 경우 자율성의 백분위 점수는 80점,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는 1점이라서 모두 30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않지만 자율성+연대감 합산 백분위 점수가 21점이라서 조건을 충족함. 성격장애(또는 문제) 가능성이 있어 보임.
그야말로 냉장고의 온도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냉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라면 안에 보관한 음식이 부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음식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2단계. 기질유형의 확인(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척도의 T점수 3분 분할점 사용)
: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45미만, 45이상 55이하, 55초과인지에 따라 L, M, H로 명명하고 3 X 3 X 3 조합의 기질 유형 확인.
위 내담자의 경우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T점수가 각각 39, 38, 35이므로 모두 Low이며 LLL기질 유형을 갖고 있습니다. 해석집의 LLL 기질유형을 찾아보면 Schizoid(분열성) 기질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내담자는 DSM 분류 방식을 따르자면 Cluster A의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Problem)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평가나 치유적 개입을 해야 합니다.
냉장고 안을 살펴보니 아쉽게도 가공된 통조림이 아닌 부패되기 쉬운 해산물이 들어 있었네요. 냉장고의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꽤 오랜 기간동안 보관할 수 있었겠지만 냉장고가 고장난 상태(성격의 조절 기능이 성숙하지 않음)이므로 금방 부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성격의 조절 기능이 양호하거나, 반대로 성장하면서 조절 기능이 고장난 경우에도 건강한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테지만 취약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는데 공교롭게도 성격의 조절 기능까지 고장난다면 성격 장애로 발현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어 보이는 내담자를 상담할 때는 TCI를 활용해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를 변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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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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