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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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1991)'이라는 매우 독창적인 SF 공포 영화를 들고 나왔을 당시의 토드 헤인즈 감독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장르를 드라마로 바꾼 후 '벨벳 골드마인(1998)', '파 프롬 헤븐(2002)'을 거쳐 가수 밥 딜런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아임 낫 데어(2007)'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작품성을 보인 영화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평가가 바뀌었죠. '아임 낫 데어'에서 함께 일했던 케이트 블란쳇과 8년 만에 호흡을 맞추면서 이 영화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제 생각에 아마도 이 영화는 호오가 극도로 엇갈릴 것 같은데 이미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 별다른 복선도 없고, 갈등의 폭발도 없이 밋밋하며 결말까지 너무 뻔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호평과 극찬 일색이지만 이미 우리나라 평론가들 중에서는 2013년 칸 영화제 수상작인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과 비교하면서 '깊이가 없다', '1차원적이다'라며 혹평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뭐 그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제가 이 포스팅의 부제를 '사람이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맘대로 붙인 것과도 관련있는데 케이트 블란쳇이 이 영화에 대한 홍보 인터뷰에서 동성애 경험이 있냐고 기자가 무례하게 묻자 내가 연쇄 살인범 역할을 했으면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겠느냐고 되받아친 사이다 영상이 화제가 된 것처럼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성애자(캐롤역의 케이트 블란쳇은 이혼 조정 중이기는 하지만 아내이자 딸 아이의 엄마이며 테레즈역의 루니 마라는 성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어엿한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었으니까요)였다가 뒤늦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깨닫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밀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상대방에게 알리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를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걸출한 두 주연 배우의 호연, 그 중에서도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
하나.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보세요. 둘이 헤어진 뒤 택시를 타고 가던 케이트 블란쳇이 우연히 길을 건너는 루니 마라를 발견하고 시선으로 뒤를 좇는 장면에서 정말 제 가슴이 다 떨리더군요. 케이트 블란쳇도 그렇고 루니 마라도 그렇고 원래 말을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시선을 따라가면서 영화를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모 평론가는 프레임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다고 했지만 저는 그 닫힌 프레임 때문에 두 사람의 절망감과 상대방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둘. 의상 디자이너 샌디 포웰이 심혈을 기울인 1950년대 풍의 생생한 의상을 통해 시대상을 느껴보세요. 눈이 참 즐거워집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2016년 아카데미상 의상상 후보에도 올라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나의 처음... 사랑"
사람이 사랑하는 이야기. 캐롤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그건 그렇고 일부러 그렇게 자막 번역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캐롤과 테레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깍듯이 존대합니다. 한 쪽이 나이가 많다고, 몸을 섞었다는 이유 등등으로 자연스럽게 반말지꺼리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서로에게 끝까지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게 참 인상적이고 보기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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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이제는 고인이 된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란쳇, 리처드 기어, 줄리앤 무어 등 날고 기는 연기파 스타들이 총 출동해 밥 딜런을 재조명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설적인 포크락 가수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갖고 7가지 서로 다른 자아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시키는 방식을 취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밥 딜런에 대해 잘 모르면 각 배우들이 형상화하는 밥 딜런의 이미지를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밥 딜런이라는 가수가 있었고 포크 음악을 했었지' 정도의 어설픈 지식만 갖고 있는 저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너무 어렵더군요.
그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대단하다는 느낌 뿐...
나중에 밥 딜런에 대해 공부를 한 다음에 다시 보면 오늘 놓쳤던 많은 것들을 깨달으면서 '아하' 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한 공부와 준비가 없이는 즐겁게 감상하기 어려운 영화 같습니다.
네티즌 평을 봐도 밥 딜런에 대해 잘 알고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밥 딜런을 얼마나 잘 아느냐의 잣대를 냉정하게 들이댄 후 보실 지를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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