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 상담 수련 레지던트들을 위한 책은 비교적 많지만 정작 이들을 수련하는 감독자들을 위한 책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상담 수퍼비전을 하지 않지만 심리평가 수퍼비전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관련된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상담 수퍼비전에 관해 번역된,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로(그래서인지 원서가 2005년 판입니다. 이미 출판된 지 16년이나 된 책이죠) 방기연, 김만지 선생님이 번역하셨습니다.
수퍼바이저라면 당연히 supervisee에게 supervision을 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한 체계적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을 것을 기대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하는 책이 아닙니다. 일단 목차를 보시면,
1장. 사건 중심으로 수퍼비전 과정 이해하기
2장. 기술적 어려움과 기술 결함 다루기
3장. 다문화적 인식 높이기
4장. 역할 갈등 협상하기
5장. 수퍼비전에서 역전이 다루기
6장. 성적 이끌림 다루기
7장. 성에 관한 오해를 풀고 성에 대한 간과 교정하기
8장. 문제가 되는 감정, 태도, 행동 다루기
9장.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생각
다문화, 성적 이끌림, 성에 관한 오해 등 미국 문화에서 중요한 issue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상당한 분량을 손해보고 있고 실질적인 supervision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굉장히 많은 예가 실려 있는데 문제는 이 예가 우리 문화에 적절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의 예를 보면 미국 수련 레지던트들의 멘탈이 우리보다도 훨씬 더 약한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supervisor의 아주 간단한 직면도 견뎌내지를 못하는 유리 멘탈들인지 supervisor가 supervisee 눈치를 보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거의 우쭈쭈 하는 수준입니다. 이건 뭐 수련을 받을 게 아니라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도 와 닿지 않고 생동감도 떨어집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예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산만하기만 하고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supervisee는 당연하고 supervisor에게도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없는 책입니다. 읽는다고 나쁠 건 없지만 시간을 들여 굳이 읽어야 하나 싶은 정도입니다. 저라면 다시 안 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장하지 않고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어차피 절판되어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 궁금한 분들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제 책을 빌려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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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자는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기(예; 자기 개방, 간간히 웃거나 울기)와 치료적으로 존재하기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 균형은 쉽게 이해되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
* 수련생의 초기 훈련 과정에서는 역전이가 치료작 관계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기술적 어려움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수퍼비전의 첫 과제는 역할 모호와 역할 갈등의 지표를 식별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기대를 명확하게 언급함으로 역할 모호는 효율적으로 수정되어질 수 있지만 역할 갈등은 좀 더 지속적인 주의를 필요로 한다. 역할 모호의 지표는 수련생이 수퍼비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혹은 수퍼비전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질문할 때 가장 분명해진다. 역할 갈등은 불신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퍼비전 관계의 긴장감은 역할 모호보다는 역할 갈등을 암시한다.
* 역할 갈등 사건의 과업 환경은 최소한 1) 감정 탐색하기와 2) 수퍼비전 동맹에 초점 맞추기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 수련생의 기대에 관한 한 연구(Friedlander & Snyder, 1983)에서 고급 수련생뿐만 아니라, 초보 수련생도 자신의 수퍼바이저가 '매력적인 지지자'라기보다는 '평가 전문가'처럼 행동하기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강한 수련생일수록 수퍼바이저가 믿음직스럽고, 지지적인 전문가여야 한다고 기대했고, 수퍼비전이 자신과 내담자의 향상을 도모한다고 기대했다.
* 역전이의 한 종류로 주제 방해(theme interference)가 있다. 주제 방해는 상담자가 내담자와 비슷한 사람과의 개인적인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내담자에 대한 객관성을 잃을 때 일어난다.
* 수퍼비전은 상담자의 외상 혹은, 발달 경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내적 딜레마나 발달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 관계 내 긴장의 원인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해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첫 걸음이다.
* 자신을 구원자로 간주하고 내담자에게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수련생은 내담자가 이 구원자 환상에 동조하지 않으면 쉽게 자신감을 잃는다.
* 덜 숙련되고 경험이 적은 수련생에게는 정보와 뚜렷한 피드백, 기술에 근거한 개입을 제공하는 과제 지향적 수퍼비전 스타일이 적절하다. 반면 숙련된 수련생은 평행 과정과 역전이에 포함된 의미를 이해하면서 평행 과정과 역전이에 다양한 관점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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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Fundamentals of Clincal Supervision'이라는 원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심리치료/상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supervision의 근본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담 심리학 분야 뿐 아니라 임상 심리학에서도 supervision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supervisor들이 읽으면 좋은 책일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실망한 책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내용입니다. supervisor들이 supervision을 위한 입문서로 필요한 건 comprehensive handbook이 아니라 field manual입니다(이건 이견이 있을 수가 있는데 저는 comprehensive handbook은 그 다음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흡사 MMPI-2를 공부하기 위한 입문자에게
'MMPI-2 : 성격 및 정신병리 평가(2006)'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목차를 보시면
제 1 장 임상 수퍼비전 개론
제 2 장 평가
제 3 장 윤리적·법적 고려사항
제 4 장 수퍼비전 모델
제 5 장 수퍼비전 관계 - 개인차와 발달차의 영향
제 6 장 수퍼비전 관계 - 수퍼비전 삼자 혹은 양자 관계의 과정과 문제
제 7 장 수퍼비전 관계 - 상담수련생과 수퍼바이저의 요인
제 8 장 수퍼비전 경험을 조직화하기
제 9 장 수퍼비전 개입 - 개인 수퍼비전
제 10 장 수퍼비전 개입 - 집단 수퍼비전
제 11 장 수퍼비전 개입 - 라이브 수퍼비전
제 12 장 수퍼비전의 교수와 연구
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clinical supervision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치우쳐 있어 분량 자체에도 압도되기 쉽고 끝까지 읽기에 지루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현장 사례는 하나도 안 나와요. 그래서 다 읽어도 실제 supervision을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입니다. 비용, 시간 대비 지나치게 상세한 책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오래된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3판 원서가 2004년에 나왔는데 이미 올해 5판이 새롭게 출판된 상태입니다. 그동안에 판이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새로운 내용이 많이 추가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굳이 이 책을 읽겠다는 분들은 5판 원서를 읽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가격이 16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건 아시고요;;;;;
세 번째 이유이자 제게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번역의 질입니다. 상담 분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유영권, 방기연 선생님이 번역하셨는데 죄송하지만 직접 하신 것이 맞나 싶은 정도의 수준입니다.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게 읽히지 않는데 이런 류의 이론서는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제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upervisor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장 중심이 아닌 이론 중심의 내용에다, 이미 한 물 간(죄송!) 책이고, 게다가 번역의 질도 썩 훌륭한 책이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추천하기가 힘든 책입니다.
요새 supervisor에게 추천할 만한 supervision 관련 책을 계속 찾고 있는데 찾는대로 곧바로 소개하겠습니다.
덧. 사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자 소개는 상세하게 하면서 정작 원 저자 소개는 빠뜨린 전공서적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역사 저문에도 저자들이 어떤 supervisor인지, 어떤 경력을 가진 분인지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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