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종일 타이페이 인근 북부의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을 도는 투어를 할 예정이라 가이드가 호텔로 오기로 했는데 9시까지 로비로 내려가야 해서 원래는 7시에 일어나려 했는데 온천 후유증인지 어젯밤 야식 테러 때문인지 몰라도 8시가 넘어서야 겨우 깼습니다. 부랴부랴 씻고 짐을 챙겨서 내려갔죠.
Le Suite Ching Cheng Hotel은 다 좋은데 Dandy Hotel처럼 조식 뷔페의 음식에 이름표가 없어서 채식 요리를 골라먹기가 좀 불편하더군요. 그게 이 호텔의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게다가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마음이 바쁘니 기껏 골라온 음식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후다닥 먹었죠.
9시가 채 안 되었는데 가이드는 이미 로비에 도착해 앉아 있더군요. 타이페이 인근 투어에서는 채식 음식을 먹기 쉽지 않다는 정보를 사전에 들었기에 호텔 근처의 서브웨이에 가서 베지 샌드위치를 라지 사이즈로 2개 사서 차에서 가볍게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서두른 덕분에 9시에 정상적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투어의 첫 방문지는 예류인데 타이페이에서 차량으로 50분 정도 걸립니다. 예류에는 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각종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지질공원이 있죠. 그걸 보러 가는 겁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습니다. 가이드가 입장권(1인 당 80불)을 사러 간 사이에 주변을 둘러보니,
입구에서부터 안쪽으로 길게 뻗은 지형이더군요. 총 길이가 대략 1.7km 정도 됩니다.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오른쪽 위 끝이 등대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2번 구역의 끝인 25번에서 돌아나옵니다.
천천히 둘러보면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입니다.
각종 기암괴석이 많은 공원이니 바위에 함부로 오르거나 흠집을 내면 안 된다는 경고가 있고 해안가에 근접해서 이동하는데 파도가 높기 때문에 빨간선 밖으로 절대로 나가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운영 시간은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는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5월에서 8월 성수기에는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까지입니다.
특이한 건 이 공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여왕머리바위를 손상시키면 5백만 불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하네요. 덜덜덜...
입구를 통과해 조금 들어가면 왼쪽에서 곧바로 만날 수 있는 여왕머리바위입니다. 가이드북에서 본 것과 좀 달라서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 명물인 여왕머리바위는 훨씬 더 안쪽에 있지만 목에 해당하는 부분이 점점 가늘어져 언제 부러질 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대치할 새로운 여왕머리바위를 미리 준비해 놓은거라고 합니다. 머리가 부러져서 '승하'하시면 그 자리에 원래 여왕대신 가져다 놓을건가 봅니다. @.@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전망대를 마련해 놨는데 풍광이 참 독특하더군요. 이곳은 버섯바위가 포진하고 있는 구역입니다. 잘 보시면 해안가에 빨간 선으로 구분한 곳이 있는데 거기를 넘어가면 안 됩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궂고 파도가 높은 날에는 가끔 높은 파도가 덮쳐서 사람이 물살에 휩쓸려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날 파도가 빨간 선을 넘어 들이치는 바람에 해안가에 바짝 붙어 있던 사람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치는 풍경이 자주 연출되곤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반려인이 타임랩스로 찍은 동영상 중에 그런 장면이 잡혔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사람들이 드나드는 해안가 가까이까지 파도가 들이치기 때문에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안전요원이 상주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죠.
신기한 모양의 바위도 멋있었지만 저는 그보다는 풍광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위와 바다의 조화가 멋지더군요.
전망대 왼쪽 산 꼭대기에는 관측소나 군 시설 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가까이 가서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전망대에서 내려와 버섯바위 군락까지 가 봤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신기하네요. 자연의 힘이 놀랍습니다.
버섯바위 군락에서 오른쪽 바닷길을 따라서 이동하는데 보시는 것처럼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이 날 구름이 짙게 깔려서 계속 비가 내렸다 그쳤다 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고 파도가 높았지만 그래서 더 풍광이 멋지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여왕머리바위도 봤습니다만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의 줄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기에 눈으로만 담고 저희는 곧바로 통과했습니다.
바위에 계속 파도가 들이치고 있어서 그런지 제게는 바위가 고래등처럼 보였습니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포말이 시원하네요.
앞에서 말씀드렸던 25번 구역까지 다 왔습니다. 이 때쯤 구름 사이로 잠시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곧바로 다시 비가 내렸지만요.
꼭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있네요.
이 바위 옆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쯤에서 그냥 돌아갑니다만 꼭 올라가보셔야 합니다. 아마 저도 안 올라갔으면 후회했을겁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이런 풍광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현재 제 블로그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절벽 아래에 자연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자연 방파제가 있는데 파도가 그 위로 넘어오면서 부딪치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출구와 입구가 거의 붙어 있기에 되돌아 나와 가이드를 만났는데 저희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 예.스.진.지 투어를 돌고 있는 다른 팀의 가이드와 연락을 했나 봅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세번째 목적지인 진과스가 출입 통제될 수 있다고 해서 방문 순서를 바꿔 진과스와 지우펀을 먼저 가고 스펀을 맨 마지막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어르신이 드시고 싶다고 해서 예류 주차장 근처에 선 장에서 오징어구이(150불)를 사서 들고는 차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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