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201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및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웨스 앤더슨 감독이 로알드 달의 인기 소설을 각색해 39분 러닝 타임으로 만든 단편 영화입니다.
사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미 그 전부터 '바틀 로켓', '문라이즈 킹덤' 등의 작품으로 평단의 호평과 컬트 팬층의 지지를 모두 받아오던 기린아였지만 워낙 자기 색깔이 확고하기 때문에 대중 영화계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까지 외면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단편 작품들의 대부분 장면에서 카메라는 중심에 세운 피사체에 고정시켜두고 배경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영상이 2D 그림을 보는 듯 묘한 입체감을 만드는 방식이라 화면만 봐도 웨스 앤더슨의 작품인 걸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각한 수준의 완벽주의자여서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데도 주연급의 유명 배우들이 조단역급으로 출연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랄프 파인즈, 벤 킹슬리가 출연해 1인 다역의 연기를 소화해 냅니다.
대사에서도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드러나는데 배우들이 각자 맡은 배역의 대본 지문을 그대로 소리내어 말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단편 영화인데도 대사량이 많아서 번역자들에게 극악의 난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95%를 획득한 영화로 줄거리도 독특합니다. 장르가 '모험, 코미디, 드라마, 단편 영화'인 걸 보면 대충 짐작하시겠지요. 넷플릭스를 통해 2023년에 공개되었습니다.
화면의 색감, 배경이 계속 변하면서 입체감을 만들어 내는 카메라 워킹, 배우들이 모두 정면만을 바라보며 지문까지 속사포 식으로 만담하듯이 쏟아내는 연기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것들 투성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아직 못 봤는데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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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까지 무려 10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입니다. 이미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우는 글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아카데미도 싹쓸이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죠. 막판에 복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발목을 잡지않았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예상외로 '기생충'이 역전 홈런을 날리면서 온통 기생충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저는 이 영화가 훨씬 더 좋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한
'괴물(The Host)'까지만 좋았고 이후에는 계속 실망스러웠거든요. 설국열차도 그랬고 특히 이번 기생충이 가장 별로였습니다. 설국열차부터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불쾌하고 찝찝하더군요. 홍상수 감독의 찝찝함과는 결이 다른 찝집함인데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봉테일'답게 끌어내는 힘이 있지만 그 방식만큼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생충 이후로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안 볼 예정입니다. 사실 옥자도 안 보고 skip했는데 기생충은 호기심에 봤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다시 이 영화로 돌아오면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니 기생충에 비해 훨씬 더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지만 반대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건 맞지만 핀트가 그게 아니고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감독이 '아메리칸 뷰티', '레볼루셔너리 로드', '007 스카이폴'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거장 '샘 멘데스'라는 것만 봐도 기대감이 생기는데 배경, 각본, 음향, 배경 음악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결국 아카데미에서도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은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영리하게도 조지 멕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이라는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신예인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배치하고는 영화의 중간중간에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캇, 베네딕트 컴버배치같은 연기력 절정의 중견 배우들을 끼워넣어 느슨해질만 하면 화면을 꽉 조이는 기교를 발휘했습니다.
전쟁 영화인데도 실제 전투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One Continuous Shot'이 특히 백미였습니다. 정말 치밀하게 계획하고 찍은 영화같더군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류의 전쟁 영화를 기대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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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이 16년에 걸쳐 만든 중간계 6부작의 대단원을 내리는 마지막 영화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호빗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면서 동시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연결되는 작품인거죠.
그렇더라도 피터 잭슨 감독이 중간계 6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촬영한 흔적이 작품 곳곳에 역력합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2013)'에 나왔던 주인공들은 물론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 휴고 위빙, 크리스토퍼 리 등도 모두 반가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한 용 스마우그가 호수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도중 바르드(루크 에반스 역)에 의해 죽게 되자, 참나무 방패 소린이 에레보르의 성을 손 안 대고 코 풀듯이 접수하였고 이후 보물을 노리는 엘프, 약속한 선물을 받고자 하는 인간, 자신들의 근거지를 지키려는 난쟁이, 이들을 한꺼번에 섬멸하고 중간계를 공략하기 위한 요충지로 삼으려는 오크들이 집결해 마지막 피날레 전투를 장식하죠.
이야기의 말미라서 그런지 더욱 흥미진진했지만 쉼없이 몰아치는 박진감 넘치는 집단 전투가 정말 볼만했습니다. 너른골에서 펼쳐졌던 백병전은 별로였지만요.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그 전까지의 시리즈에서는 신비하게만 다루어졌던 엘프들이 집중 조명되었다는건데요. 스란두일 역을 맡은 리 페이스의 절대 미모 뿐 아니라 난쟁이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잃게 되어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타우리엘의 마음에 공감하는 그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왔죠. 길을 떠나는 레골라스의 앞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부성애도 잔잔하게 그려졌습니다. 인간적(?)인 엘프의 모습들이 자주 나와서 좋았습니다. 물론 늘씬하고 군더더기 없는 엘프들의 자태로 눈호강을 한 건 덤이고요.
이 영화를 보고난 뒤 엔딩 크레딧을 기다린 관객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피핀역으로 열연한 빌리 보이드가 직접 부른 아름다운 엔딩곡 'Last Good-Bye'로 마지막까지 즐거우실 수 있을 겁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도 끝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끝났으니 이제는 마블 시리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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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항상 개봉일 또는 한 달 이내에 극장에 가서 보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때를 놓쳐 나중에 봤습니다.
사실 '뜻밖의 여정(2012)'으로 시작되는 호빗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종족 중 가장 별로인 호빗이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왠지 안 끌리더군요.
근데 이제는 거기에 드와프(dwarf)까지 합세를 하다니요;;;; 물론 키만 작았지 훈훈한 자태는 마음에 듭니다만 그래도 중간계에는 야성미 넘치는 human들도 있고, 무엇보다 엘프들이 있지 않습니까? 왜 하필 호빗과 드와프인지. ㅠ.ㅠ
게다가 이들을 쫓는 오크는 뭐랄까요, 오크같은 느낌이 아니에요. 반지의 제왕 1편 초반에 나오는 게 진짜 오크인데 호빗 시리즈에 나오는 오크는 개량 오크라고나 할까요. 모양새는 흉칙하지만 복장도 그렇고 장신구도 그렇고 오크답지 않게 너무 깔끔(?)하거든요.
무엇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멋진 목소리와 혼을 담은 표정 연기로 유명세를 탄, 탐욕에 가득찬 드래곤 '스마우그'가 제일 비호감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흉칙하게 생긴데다 박쥐처럼 날개발로 기어다니는(박쥐는 그래도 귀엽기라도 하지) 서양 드래곤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리고 또 하나 등장한 거대 스파이더들;;;; 생긴 것도 정말 소름돋게 흉칙하더군요. 이번 영화에는 눈이 즐거운 캐릭터가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엘프의 감옥에서 탈출한 드와프를 추격하는 오크를 척살하는 레골라스와 타우리엘의 훈훈한 액션을 감상하는 게 유일한 재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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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예전에 남북전쟁 이전에는 남부와 북부에서 살던 흑인들의 처지가 완전히 다를테니 북부에서 자유롭게 살던 흑인들을 남부로 납치해서 팔아먹는 놈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잠시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더군요;;;;;
1808년에 노예 수입이 금지된 것과 상반되게 1790년에 6개에 불과하던 노예주는 계속 늘고 있었기 때문(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하던 1863년에는 15개까지 늘어났음)에 노예 수요가 부족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죠.
그래서 미국 내 자유주에서 흑인 자유인을 노예주로 납치해 와 팔아먹는 납치 사건이 횡행하게 됩니다.
왕년의 명배우 스티브 맥퀸이 감독하여 만들어 내 이 묵직한 영화는 바로 이 납치 사건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주인 뉴욕주에서 바이올린 연주가로 활약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솔로몬 노섭이라는 자유인이 1941년 백인들에게 공연 제안(사실은 미끼)을 받고 따라간 워싱턴에서 납치되어 루이지애나로 팔려가 하루 아침에 노예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12년의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고 노예제에 반대하던 한 백인 캐나다인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구출되면서 1853년 1월 가족의 품으로 귀환하게 되고 1년 뒤 동명 소설을 출판하게 되죠. 이 영화는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솔로몬 노섭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캐나다인으로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는데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제작사 플랜 비가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입니다.
헐리우드의 상업성을 맨날 욕하면서도 그들의 저력에 탄복하게 되는 건 자신들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민감한 소재인데도 과감하게 만들어 내는 뚝심이 있기 때문이죠(물론 한편에는 흥행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을 것 같지만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명연기로 유명한 치웨텔 에지오포가 솔로몬 노섭 역을 맡아서 열연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인간적인 양심과 남부 백인 농장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을 잘 소화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역을 따내기 위해 정식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인 악랄한 농장주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 그리고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약 헐리우드가 주목하는 핫한 여배우로 뛰어오른 루피타 니뇽오의 연기도 소름 돋더군요.
묵직한 주제, 중후하면서도 강렬한 연기, 거기에 한스 짐머가 담아낸 아름다운 음악까지 뭐 하나 나무랄 곳이 없는 영화입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한 인간의 숭고한 투쟁을 다룬 영화 '노예 12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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