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는 제가 애정하는 검사이기도 해서 그동안 여러차례 포스팅을 했습니다만 지금도 가끔씩 MBTI와 비교해서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 참에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저는 MBTI가 임상이나 상담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MBTI 유형이 저를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실망스러운 개인 경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담을 하면서 MBTI 유형에 따른 접근을 했을 때 별로 재미(?)를 못 봤습니다. 이는 아마도 몇 가지 이유가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첫째는 MBTI의 16가지 유형론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바넘 효과를 배제하고 나면 임상,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ISTJ 유형 중에서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MBTI는 이들의 외향성을 잘 설명하지 못하죠.
또한 몇 개의 유형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도 만만치 않은 문제이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MBTI가 타고난 기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영향을 구분해서 살펴보고 싶은데 MBTI는 기질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MBTI가 전혀 쓸데없는 검사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임상, 상담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특별한 심리적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적성 코칭에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TCI는 기질과 성격을 나누어 측정하는 거의 유일한 검사이기도 하고 기질과 성격의 유형도 MBTI에 비해 훨씬 더 세밀한 52개 유형(각각 27개 유형)으로 구분하는데다 하위차원 분석을 통해 유형 내 편차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히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내담자들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고 다른 어떤 심리검사에서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성격 장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임상, 상담에서는 MBTI보다 TCI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굳이 둘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MBTI : 일반인을 위한 코칭
TCI : 임상, 상담
수가 문제 때문인지, 유용성을 잘 몰라서 그런지, 굳이 그것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TCI를 사용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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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병원에서만 꼬박 3년 동안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주된 수련 현장이 병원 장면인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client를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병원 독을 반드시 빼야 합니다. 대표적인 병원 독으로는 진단을 남발하는 것(진단을 붙이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불안해지는 증상), 성격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나르니 히스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낙인찍기, 내가 치료할 거 아니니 보고서만 내면 땡이라는 식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수검자를 바라보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전문가가 되자마자 곧바로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병원 독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상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이 채 안 된 junior 전문가 선생님들께는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어떻게든 개인 상담을 많이 할 것
: 요새는 병원 수련 현장에서도 개인 상담 수련을 늘리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집단 치료의 보조 치료자로 들어가서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는 정도이고 낮 병원 등에서 activity를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걸로는 어림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개인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local NP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개업을 하든, 상담 센터에 취업하든 간에 무조건 개인 상담을 빨리, 많이 해야 합니다.
개인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 중에 얼마나 인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체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일 것
: 병원에서야 진단이 붙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집니다. 처방을 하는 것도, 추가 치료를 하는 것도 껄끄러워지죠. 그래서 꼭 진단이 붙지 않아도 되는 client들까지 진단을 붙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을 내,외부에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줘야 하는 수많은 client들 중에서 진단을 꼭 붙여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수련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진단을 붙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진단 없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비슷한 진단을 내리는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해야만 내가 이 수검자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만 내리기 위한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다른 내담자의 심리적 면모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동일한 문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진단을 붙이지 않고 수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3. chart 등을 보지 말고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이끌어 내도록 연습할 것
: 병원에서야 chart만 훑어봐도 전문의가 이미 임상적 진단도 붙여 놓았고, 사회복지전문가가 history taking도 꼼꼼히 해 놓았기 때문에 별도의 면담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변별 진단에 필요한 진단 기준들만 몇 가지 확인하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진단적 면담일 뿐입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면 그 정도 정보로는 어림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단은 현재 이 수검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줄 뿐이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client를 보려면 영향을 미쳤거나 현재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일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가 수련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멀게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애착 외상 문제부터 분리-개별화 문제, 성역할 동일시의 문제, 성 정체감의 문제, sibling rivalry 문제, 가족 내 소외 문제, 기본적인 신뢰의 형성 및 일반화 문제, 의존 대 독립의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새로 해야 합니다. 대학원 때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정신병리학과 심리평가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 종단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심리검사 도구를 추가할 것
: 앞서 병원 수련 과정에서 히스니 나르니 보더니 하는 성격 문제를 기본으로 깔고 보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만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정작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심리상태를 횡단적으로 잘라서 보는 종합심리평가로는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 종단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로샤 검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Exner 방식의 양적 해석 방식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의 기질이나 성격, 성격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검사 도구를 공부해서 심리평가 과정에 추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CI, TAT,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을 추천합니다. TCI로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기질 및 성격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TAT로는 성격적인 문제가 녹아들어간 관계 역동을 살펴볼 수 있고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으로는 원가족 역동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소속되어 의사가 이미 내린 임상적 진단을 그대로 베껴 내는 보고서만 줄창 쓰면서 살 게 아니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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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전공자들에게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어서 안 하지만 제가 상담자들을 만나는 자리(강의, 수퍼비전, 세미나 등)마다 매번 마르고 닳도록 말씀드리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공부를 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
바로
정신병리학과 정신의학진단체계입니다.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결국은 정신의학(더 깊게는 정신약물학까지)을 공부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당시와 달리 상담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도 이제는 심리평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심리검사도구에 대해서는 공부하려 하고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 대해서는 그걸 꼭 배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담과 임상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어 증상이 심하고 진단을 받아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병원에 가고, 심리적인 문제만 있고 그 정도 역시 심하지 않아 상담으로 충분히 치유가 가능한 '내담자'는 상담 기관으로 왔기 때문에 굳이 정신병리학이나 정신의학진단편람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상담의 수요가 폭증하여 상담자의 공급이 달리는 것과 맞물려 병원과 상담 기관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많이 약해져서 약물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인 관계 갈등이나 부적응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병원에 많이 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의 영역을 개방하는 추세입니다(제가 수련받던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의사가 리드하는 집단상담의 co-therapist로 들어가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담 현장에는 점점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한 '환자'군이 늘고 있습니다. 살기가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점점 더 고갈되어 그런 것인지, 상담의 대중화로 인해 그동안 대증 요법에만 기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위해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담만으로는 치유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심리평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상담자들에게 물어보면 조현병(과거의 정신분열병)인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너무나 많아져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심리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답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정신병리적인 지식과 진단 기준을 알아야 사례 개념화를 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는 것이죠.
상담자가 정신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미 병원 등 다른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찾아올 경우 진단서, 의료 기록, 병력 청취 등을 통해 어떤 문제로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나 진단 기준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DSM과 같은 정신진단편람을 임상심리학자만 익혀야 하는 시대는 이미 가고 있습니다. 물론 상담가와 임상심리학자의 직능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일부 기관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불편을 느낄테고 상담자가 직접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진단편람에 의거해 진단까지 해야 하는 기관으로 옮길 수가 없을테니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위험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상담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상담심리학자들이 심리평가, 정신의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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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DSM-5가 출시된 것이 2013년 5월이니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DSM-IV(TR아님)가 1994년에 나왔으니 거의 20년 만에 개정되는거라서 정신의학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도 난리가 났었죠. 벌써 열기가 좀 시들해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DSM-5의 진단 기준을 도입한 곳을 아직까지는 찾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도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도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NIMH가 보이코트했다고 해서 DSM-5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니 결국 바꾸실 수 밖에 없을테고요.
물론 학지사에서 한글 번역판이 나오면 그 때 가서야 열공들 하시겠지만(웃음~).
이 책은 DSM-III-R과 DSM-IV에서 각각 TF팀의 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신의학적 진단 분야의 석학인 Allen Frances 박사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Allen Frances 박사는 DSM-5를 비판하는 세력의 최전선에 선 사람 중 하나입니다. DSM-5가 발간되기 수년 전부터 개정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요. 그러니 이 책은 DSM-5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6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공동으로 번역을 했는데 대표역자인 박원명 선생님의 역자 서문을 보면 Allen Frances의 견해에 반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살짜기 느껴더군요. 일부를 그대로 한번 옮겨보죠.
"아직까지 국내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볼 때 정신과적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점에서는 엄격하고 제한적인 진단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 초기 시점에 엄격한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다양한 근거들과 임상의사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증상 악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될 때에도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저는 DSM-IV의 범주적 다축 체계가 차원적 체계로 바뀐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고 field에서 일하는 상담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DSM-IV에 비해 임상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잉 진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Allen Frances 박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합니다.
그래서 DSM-5의 장점과는 별개로 DSM-5의 단점과 함께 DSM-5가 가져올 임상 현장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서 임상가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드리기는 어려운 것이 참 재미없게 쓰여졌어요. 내용이야 당연히 딱딱할 수 밖에 없지만 편집도 재미없고, 스타일도 재미없고, 문체까지 재미없더군요. 그래서 한약을 먹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응?). DSM-5를 공부하기에 앞서 몸 만들기의 차원에서 읽으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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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M-5의 문제점
1. 정상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세 가지 새로운 질환 도입
-> 폭식장애, 경도신경인지장애, 파탄성기분조절장애
2. 현존하는 질환의 진단 기준 역치를 더 낮춤
-> 애도 반응이 심할 경우 MDD로 진단 가능
-> 성인 ADHD 진단 기준이 느슨해져 정상 범주의 산만함과 쉽게 혼동될 수 있음
-> 약물 남용의 초기 단계와 마지막 단계인 약물 의존 단계를 하나의 범주로 통합
* 아주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첫 방문에서는 심각한 질환으로 진단하지 않거나 아예 진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즉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진단을 덜 내리는 것이 안전하고 보다 더 정확하다.
* 히포크라테스의 오래된 격언을 항상 기억하자.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약 2/3의 ADHD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증상이 지속되는데 보통 주의력 결핍 우세형에서 그러하다.
* DSM-5에서 ADHD의 발병 연령을 12세까지 늦춘 것은 실수이다. ADHD와 다른 과잉활동, 충동성, 주의 산만함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장애가 혼동스럽게 될 것이다.
* 품행장애의 진단적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문제의 원인을 언제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 상당히 곤란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정신의학용어인 품행장애를 부여하기 전에 신중을 기하라. 의문이 생긴다면, 품행장애가 아닌 적응장애로 진단하라.
* 적대적 반항장애와 품행장애를 구분해 주는 명백한 경계선은 없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진단을 의심하는 기회를 갖고 덜 심각한 진단인 적대적 반항장애로 보아라. 특히 아이가 스트레스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 달리 분류되지 않는 진단을 이용하는 것이 근거가 부족한 추론에 의한 특정한 진단보다 낫다. 예를 들어,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환청과 망상을 가지게 되었을 때 조현병의 진단보다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가 더욱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 기분과 일치하는 정신병적 양상
: 우울증에서 보이는 집착은 망상적 확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환청도 생길 수 있는데 대개는 가혹할 만큼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 정신병적 주요우울증과 분열정동장애를 구분하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임상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첫 삽화가 발생한 후 또 삽화가 일어날 확률은 50%이다. 두 번째 삽화 이후에 세 번째 삽화가 생길 확률은 70%로 높아진다. 한 삽화에서 1/3은 완전히 회복되고, 1/3은 호전되지만 잔류증상이 남아 있으며, 1/3은 첫 번째 치료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 다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 신체 증상 뿐 아니라 뚜렷한 심리적 증상이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가 야기될 때만 월경전불쾌감장애로 진단해야 한다. 지속성 차원에서는 불쾌감이 최소 1년 동안 대부분의 월경 주기에서 나타날 때만 진단해야 한다.
* 50세 이후에 우울증이 처음 발병했다면 신체 질환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한다.
* DSM-5에서는 빈번하게 분노발작(temper tantrum)을 보이는 소아를 기술하기 위해서 DMDD라는 진단을 만들었다. 이 진단은 최소한의 연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소아 양극성장애의 과잉 진단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뿐이다.
* 제 1형 양극성장애의 첫 번째 삽화는 일반적으로 35세 이전에 시작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동안 많은 삽화를 경험한다.
* 단지 조증삽화만을 경험하고 우울삽화를 경험하지 않는 제 1형 양극성장애 환자는 지극히 적다. 이들은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이후에 주요우울삽화를 겪게 된다.
* 제 2형 양극성장애의 진단을 간과하는 것(그리고 항우울제만으로 치료하여, 경조증으로의 전환, 초조, 급속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과 제 2형 양극성장애로 잘못 진단하는 것(불필요한 기분조절제를 투여하여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체중 증가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안 좋을지에 대하여 항상 위험과 효과를 개인별로 분석해야 한다.
* 제 1형 양극성장애보다 제 2형 양극성장애가 경한 형태라고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제 2형 양극성장애에 명확한 조증삽화는 없을지라도, 우울삽화가 극심하고 자살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광장공포증은 반복되는 공황발작의 결과로 인해 생기는 2차적 후유증이다.
* 나는 범불안장애 진단이 환자의 걱정이 너무 지나치고, 오래 지속되고, 평범하지 않을 정도이고, 생활에 지장을 주고, 오래 가고(최소 6개월 또는 그 이상), 다른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만 붙여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 범불안장애는 다른 모든 것들이 배제되고 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는 잔류형 진단으로, 검토할 사항에서 맨 마지막에 있어야 한다.
* 강박행위는 강박사고에 비해 노출기법에 의하여 치료되기 쉽다.
* 저장강박증은 전에는 강박장애의 한 종류로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다른 뇌의 작동방식과 치료방식들에 의해 강박장애와는 분리되었다.
* ADHD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정신자극제들이 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DSM-5는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단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경험했던 폭력적인 외상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서 PTSD 진단을 허용함으로써 이런 역치를 상당 수준 낮췄다. 법의학적 소송 절차에서는 개인이 외상적 스트레스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에만 이 진단을 내리기를 권장한다.
* 지연성(with delayed onset) PTSD는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 후 6개월을 넘겨서 증상이 시작된 경우에 적용한다.
* 다른 형태의 환각(환시, 환촉, 환미, 환후)은 조현병에서 있을 수 있지만 물질 사용이나 신경과 질환에서 더 특이적이다.
* 와해된 언어는 흉내내기 어려운 조현병만의 증상이며 꾀병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 신체망상과 강력한 건강염려증은 구별하기 어렵다.
* 일시적인 정신병적 증상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고, 금단 상태에서는 보다 적게 나타난다.
* 젊은 환자에서의 제 1형 양극성장애
: 조현병에도 긴장형이 있지만, 젊은 환자에서는 긴장증이 조증삽화의 증상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
* 약화 정신병 증후군(Attenuated Psychosis Syndrome)은 DSM-5의 3절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제안 진단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로 간주하면 안 된다.
-> 높은 수준의 false positive error
* DSM-5는 기존에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 있던 물질남용과 물질의존을 하나로 분류해 물질사용장애로 묶는다. 물질의존과 물질남용을 한 테두리로 묶는 것에는 뚜렷한 이득이 없고 세 가지 뚜렷한 손해가 있다.
: 낙인, 정보 분실, 잘못된 메시지
* 섬망 환자들은 왜곡된 지각을 느끼며(특히 착시나 환시), 수면-각성 주기는 보통 뒤바뀐다. 낮 동안은 호전되나 밤에는 악화된다.
* 약물 상호반응이나 과다복용은 노인 환자에서 섬망의 주요 원인이며, 가장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한다.
* DSM-5에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주요신경인지장애(치매)가 진단될 수 있는, 경도신경인지장애라는 새로운 진단 범주가 추가되었다.
: 높은 위양성률,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준
* 성격장애 환자들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온화해지는데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성 성격장애에서 나타난다.
* 나는 간헐성 폭발장애가 하나의 정신장애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며, DSM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반드시 모든 다른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제한 후에야 비로소 이 진단을 내려야 한다.
* 신경성식욕부진증의 발병은 보통 사춘기나 초기 성인기에 이루어진다. 만약 발병이 그 이후라면 진단을 내리기 전 기타 다른 의학적 원인이 없는지 면멸히 살펴보아야 한다.
* 폭식장애는 DSM-5에 새로 들어온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진단명 중 하나이고 나는 이 진단의 사용을 반대한다.
* 일주기리듬수면-각성장애는 가장 흔히는 밤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나 일정한 수면 양상이 확립되지 못하는 교대 근무자에게서 발생한다. 뇌가 적응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빠르게 표준시간대를 통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주기 수면 문제로 힘들어한다.
* 소아성애장애자는 적어도 16세 이상이어야 하며 대상이 되는 어린이보다 5세 이상 나이가 많아야 한다. 이들은 희생자가 취약하거나, 혹은 성인인 성적 대상이 마땅치 않거나, 물질의 탈억제 효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아를 우연히 성적 대상으로 삼은 단순 범죄자와 구별되어야 한다.
* 신체증상장애는 암, 당뇨, 심장병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진단이 필요하다면 적응 장애를 적용하면 된다.
* 물질중독은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이인장애와 비현실감을 야기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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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그렇지만 요새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가볍게는 자주 짜증을 내는 것에서부터 temper tantrum, 욕설, 심하게는 부모를 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spectrum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대로 두면 더 심한 행동 문제로 발전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는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의심받았고 DSM-5가 나온 뒤로는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DMDD)로 진단 받곤합니다.
DMDD는 우울 장애이니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소아기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이죠. 진단이야 어쨌든 그냥 항우울제만 먹여서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노 폭발을 보이는 역동이 생물학적 기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크죠.
그래서 분노 폭발이 주 호소인 아동을 case formulation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능(특히 언어성 지능)이 낮지 않은가
지적 제한, 특히 언어성 영역의 지체가 있어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손쉽고 익숙한 행동화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화되면서 패턴화되면 분노 폭발처럼 보이는 것이죠.
2.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한 건 아닌가
불안정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PCRP입니다. 기질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충분한 욕구 만족 경험이 없고 반복적으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되고 이러한 문제가 만성화되었을 경우 분노가 내재화되어 있다가 관련 자극에 노출되면 표출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욕구 좌절을 야기한 대상에 국한되지만 일반화된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즉시적인 욕구 만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 폭발을 보이게 됩니다.
3. 비전형적인 ADHD는 아닌가
일반적으로 ADHD는 분노 폭발로 인해 야기되는 행동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간혹 비전형적인 ADHD는 잦은 분노 폭발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성 문제와 더불어 당연히 주의 집중력, 과잉 행동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4. 간헐성 폭발성 장애는 아닌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바로 간헐성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입니다. 이 진단은 성인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변별해야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작아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 한번쯤은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 가지 점검 사항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중복되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전형적인 ADHD면서 동시에(또는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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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가가 아닌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은 이미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전문가를 만나 면담을 끝낸 수검자를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chart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심리평가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왜 하필 지금 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뭐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니까 왔겠지 또는 버티다 버티다 안 되니까 힘들어서 지금 왔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는 거지요.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왜 하필 지금 왔는지를 탐색하는 게 굉장히 유용합니다. 정말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왔는지, 알려지지 않은 오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외부의 도움을 받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다가 최근에 깨닫게 되었는지, 그랬다면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등등 매우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묻지 않으면 수검자가 알아서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전 또는 검사 후 면담에서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 장면처럼 문제의 정도가 심각한 수검자가 많은 곳에서는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변별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진단 기준 충족을 위한 주 호소(Chief Complaint) 중심으로 탐색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잠재 가설이 너무 많아질 수 있어 진단이 틀릴 가능성이 커지고 무엇보다 임상가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에 대한 수검자의 응답을 면밀히 살펴보면 불필요한 진단 가설들을 배제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심리검사 sign만으로 알기 어려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여러가지 단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꼭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을 잊지 말고 수검자(또는 보호자)에게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이 질문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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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들이 열심히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치유의 열쇠는 결국 도박자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자가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인식이 없는 도박자를 가족들이 어떻게 설득하는가입니다.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해도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도박자를 설득할 때 중독, 정신병, 병원, 치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거부감만 일어나게 되죠. 이보다는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도박 중독보다는 도박 문제, 치료보다는 상담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도박자를 설득하는 이유가 도박자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지 도박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자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걸 극구 꺼리는 경우에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위해 일단 평가만이라도 받아보자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라도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선택은 도박자의 몫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하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거부하든 간에 모든 결정은 도박자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이든 간에 치유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입니다. 또한 도박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을 탓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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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타칭(본인은 이렇게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니) 의학칼럼니스트인 허현회씨가 쓴 책입니다.
‘채식의 배신’에 뒤통수 맞은 여파가 워낙 커서 가능하면 논란이 되는 이런 류의 책은 당분간 안 읽으려고 했는데 간만에 회사 자료실에 들른 날 하필이면 신간으로 들어온 이 책이 공교롭게도 눈에 띄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은 따지고 보면 별로 특이할 것이 없는 평범한 것들 뿐입니다.
* 가능하면 병원과 약을 멀리해라* 유기농 자연 채식을 해라* 인체의 면역 체계와 재생 능력을 교란시키고 파괴하는 합성 화학 물질을 피해라* 지나치게 자주 건강 검진을 받지 말고, 방사능 등을 사용하는 검사를 자제해라
이런 이야기는 이미 이전에 많은 사람들, 특히 의사들이 많이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제가 월덴 3에 소개한 것만 해도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 의사가 된 후에야 알게 된(2007)',
'약이 사람을 죽인다(2003)',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2007)'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런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저자는 출처가 의심스러운 근거들을 바탕으로 무리한 주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예방 접종도 받지 말라든가 에이즈란 병 자체가 없다든가, 말라리아 기생충이 인간에게 전혀 해가 없다든가,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하면 모든 암은 100% 재발한다든가,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암을 예방하는데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합성 물질로 인해 각종 암을 유발한다든가 등등
저도 현대 의학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신뢰로운 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건 좀 무리다 싶은 내용이 많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현대 의학에 기초한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고통을 받아 현대 의학, 주류 의사들, 제약 회사에 대한 불신이 지나쳐서인지 비판의 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몇 번이나 강조해서 주류 의사들은 지하에 황금탑을 쌓으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성토합니다. 그런데 이를 지나치게 감정적인 어투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설득력만 더 떨어져 보입니다.
게다가 트위터에 모든 암은 화학 물질에 의해 발병하며 담배와 술은 몸에 이롭다고 주장을 한다든가, 물과 H2O, 염화나트륨과 소금은 다르다든가 하는 지엽적인 이야기(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의도는 알겠지만)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References인데 거의 대부분의 출처가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당신의 의사도 모르는 11가지 약의 비밀’, ‘나는 현대 의학을 믿지 않는다’와 같은 책의 내용을 2차 인용한 것들입니다. source의 신뢰성을 일일이 검증하고 인용한 것이 아니라서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세세하게 깨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외국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자의적으로 편집, 왜곡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중이죠.
개인적으로 유기농 자연 채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응급 상황이 아니면 병원과 약에 의지하는 대신 전통적인 자연 요법과 제 몸의 면역력을 믿으려고 하며 합성 화학 물질을 가능한 한 피하려고 애쓰고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을 믿든 믿지 않든 저는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만,
건강에 대한 개념이 확고히 서 있지 않은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흔들릴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데 문제는 옥석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혼란만 야기한다는 겁니다. 진실과 거짓을 이렇게 뒤죽박죽 섞어 놓으면 대체 어쩌라는 말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주장들을 해 놓고는 근거가 박약하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천 못 하겠습니다. 차라리 조만간 소개할 ‘기적의 밥상’이나 위에 소개한 책들을 읽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제가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부분 별 4개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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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개인 심리치료(아직까지는 구조화된 접근에 국한되기는 하지만)를 담당하고 있고 그 수요가 너무 빨리 늘어나 과부하까지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Big 5에 해당하는 대형 병원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글에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중 하나로 '심리치료 분야의 강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 생각 이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도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CBT 수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 없고 또한 치료 권한이 의사에게만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의 코사인이 들어가야 하는 등의 제약은 있지만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임상심리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임상심리 분야가 아닌 상담심리 분야의 이야기입니다. 임상은 심리치료 분야로 확장하게 되고 상담은 심리평가 분야를 확대하게 되어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임상심리 분야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지요.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담심리 분야에서 심리치료/상담을 하고 계신 상담심리학자들께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심리평가를 배우고, 현장에 적용하고,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대학교의 학생생활상담연구소의 경우 재학생의 상담 회기 제한을 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담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아져서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장기 상담을 제공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바뀌기 어려울 겁니다.
고액의 비용을 내지 않는 이상 모든 상담 현장에서 단기 상담을 하는 경향성이 강화되면 상담 프로토콜이 구조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짧은 시간 안에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치료 계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Full Battery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MMPI-2와 SCT에 한 두 가지의 질문지가 추가되는 형태의 screening battery는 routine하게 실시될 겁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심리평가는 안 해도 되고 상담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는 금방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담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인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상심리학자만큼 로샤 검사를 잘 해석하는 상담심리학자라면 어떨까요? 기본적인 치료 기술과 경험에 평가 능력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것이 될 겁니다.
저는 임상심리학자로 훈련을 받았고 상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잘 보입니다. 임상심리학자가 심리치료/상담을 잘 해야 하는 것처럼 상담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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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장면이 아닌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정상 수준의 심리평가 결과를 확대 해석하는 것입니다.
진단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더 많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들은 알게 모르게 뭔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대내외적인 압력을 받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심리평가 결과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간혹 Normal Profile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당황하게 되죠.
MMPI-2에서도 유의한 수준 이상의 척도 상승이 하나도 없고, 지능 검사 결과도 평균 수준의 고른 수행, 문장 완성 검사에서도 평이한 내용 뿐이고, 믿었던 로샤마저도 평범 반응 일색이라면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 피검자가 다소 취약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충분한 resiliency를 갖고 있다고 보거나 너무 예민해서 도움을 받으려는 성급한 마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뭔가 진단은 내려야겠고 검사 sign은 도와주지 않으니 들쳐보게 되는 것이 이전 병력을 기록한 chart와 검사 전,후 면담 내용입니다.
그 중에 단서가 되는 걸 하나라도 찾으면 마음대로 진단을 내려버린 뒤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인 검사 sign 중 하나라도 어떻게든 엮어서 사후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마저도 모르겠으면 무책임하게도 그냥 의사가 내린 인상적 진단을 그대로 따르기도 합니다.
아무런 진단을 내리지 않으려니 마음도 불안하거니와 심리평가를 의뢰한 의사와 의견 충돌이 생길 것 같아서 그걸 피하고 싶거든요. 거기에 내가 검사 sign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정작 환자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한 몫 할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안전제일주의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자신감은 사라지고 공부도 게을리하게 되고 좋은 게 좋은거라는 보신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자승자박인거지요.
정상적인 수준의 평가 결과를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야만 스스로도 결과 해석에 자신감이 붙고 결과적으로 전문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Normal Profile을 자의로 해석하는 것만큼 전문성을 갉아먹는 행동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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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급의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싶어합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복리 혜택이 주어지는 유급 수련 과정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에는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이라는 수련 현장의 장점은 다양성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업무량에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종합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희귀한(?) 장애는 별로 못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병원에서 Sleep Walking Disorder, Fugue,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환자 등을 평가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는 몸에 밸 정도로 많이 봅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의 경우 1년차 레지던트는 1/4분기 동안 지적 장애 판정에 투입되는데 다양한 심각도의 Mental Retardation 환자를 지겹도록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는 발달 장애 클리닉에 투입되어 몇 달동안 Communication Disorder, MR, PDD NOS, Autistic Disorder를 변별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보호 병동에서 SPR, MDD 환자를 실컷 평가하고, 다시 외래에서 ADHD, Anxiety Disorder 아동을 평가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특정 장애를 일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쌓이는 노하우와 지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특정 장애에 대한 검사 sign과 case formulation의 감을 잡을 수가 있고 유사한 증상을 공유하는 다른 장애와 변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장애에 대한 감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무조건 다양하고 특이한 환자를 본다고 전문성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얄팍한 잔수만 늘게 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심리평가 부문에서도 최종적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 클리닉의 집중 훈련 과정을 통해 Pain Disorder 환자에 대한 대가가 되든지, 재활 병원에서 뇌손상 환자의 손상 부위를 아주 detail하게 잡아내는 전문가가 되든지, 섭식 장애 센터에서 Eating Disorder 환자를 평가,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든지 말이죠.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평가하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집중'적인 훈련과 전문성의 배양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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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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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도박중독 현장에서 사용하는 도박중독 진단척도는 크게 4가지입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SOGS인데 유병률이 과다추정되는 문제가 드러나 단독으로는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척도와 병행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교차 진단을 위해 K-MAGS, K-NODS와 함께 사용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K-MAGS-DSM(혹은 K-MAGS)으로 미국정신의학진단편람인 DSM-IV-TR의 진단 기준을 활용한 척도입니다. 병원에서 주로 이 척도를 사용하며 사실 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척도입니다.
그리고 K-NODS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척도로 가장 최근에 나왔죠. 1년 유병률과 평생 유병률을 나누어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문항이 좀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밖에 GA(익명의 단도박 모임)에서 AA의 문항을 변형하여 만든 GA20문항이 있습니다. 이 척도는 GA에서만 사용합니다.
CPGI는 사감위만 사용하는 척도로 이전 포스팅(
'한국판 CPGI의 문제점')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엉터리 척도입니다. 도입하는데 들인 돈이 아까워서 그런지 창피함을 무릅쓰고 꾿꾿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순묵 & 김종남 선생님은 최근에 publish한 논문(관련 포스팅 '
[논문] 도박중독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평가/진단 및 비율 산정')에서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차단하기 위한 filter 문항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굳이 도입을 하고자 한다면 병원의 입원 병동에만 국한해 도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신과 병원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 척도를 사용하는 경우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초기 라포 형성의 어려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입원 환경에 대한 불만, 다른 입원 환자와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현장에서는 도박자의 부인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이래로 초기 평가에서 도박 중독자가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진단 척도를 왜곡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방문하든, 가족의 강권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2005년부터 저는 도박 중독자에게 MMPI-2와 사회적 바람직성을 측정하는 척도인 MCSD를 함께 제공해왔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반응 왜곡 경향을 탐지하기 위해서이죠. 도박자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은 높은 편이나 부인 경향은 거의 없습니다. MMPI-2의 타당도 척도에서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도박자가 없고요. 상당히 솔직하게 답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병원의 입원 병동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진단 척도에 도박자의 부인 경향을 탐지하기 위한 문항을 굳이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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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하는 건강검진이지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임하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귀찮기만 한 연례행사에 불과했지만 부품이 조금씩 마모되고 성능이 떨어지면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요.
지난 번 미국 출장 이후로 일주일 넘게 시차 적응에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보통 술 실력이나 밤샘을 해 보면 체력 저하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요), 크로스 백을 계속 메고 다녀서 그런지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것처럼 쑤시는 일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고 하지만 정수리의 머리숱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고요(그렇지 않아도 머리결이 가늘어서 불리한데. ㅠ.ㅠ).
그래서 매년 돌아오는 건강검진이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가끔은 고맙게 느껴집니다. 얼마 못 가기는 하지만 건강검진일 앞뒤로 일주일은 운동도 열심히 하잖아요. ^^;;;
매년 회사에서 지정해 준 건강검진 병원을 바꾸어보고 있는데 올해는 삼성동에 있는 광동한방병원에서 받았습니다. 자기네 회사에서 제공하는 검진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투덜대는 함께 사는 사람과 장모님까지 휴가를 내고 한꺼번에 갔지요.
삼성역에서 도보로 10분이라는데 절대로 10분 아닙니다. 봉은사 사거리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차라리 코엑스로 들어가서 시원하게 걷는 것이 낫습니다. -_-;;;
오래된 건물이지만 리뉴얼을 했는지 접수 데스크는 거의 호텔 로비 수준입니다. 한 쪽에는 북 카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가에 약 1천여 권의 책이 잘 정리되어 있고 무료로 제공하는 한방차를 마시면서 누구나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평일 낮에 한번 이용해 봐야겠네요. 신간 서적만 700권이니 웬만한 도서관 부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건강검진에는 내시경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위장 조영술도 하지 않았죠. 대신 뇌혈류 검사라든가, 체열 검사 같은 새로운 검사를 몇 가지 더 받았습니다. 체열 검사를 할 때에는 팬티만 입고 기계 앞에 서 있어야 하는데 좀 뻘줌하더군요.
대체로 별 문제 없이 잘 끝났는데 초음파 검사에서 오른쪽 신장에 'spot'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박혀 있으면 평생 아무런 문제 없지만 떨어져 나와 요도로 내려오면 요로결석이 될 수 있다고 겁을 주더군요. 그러면서도 특별히 처치할 것은 없다고 하고. 차라리 겁이나 주지 말지...
치과에서도 경고를 받았습니다 .빨리 부정교합 교정을 받지 않으면 이빨이 계속 깨져나가서 나이가 들면 이를 모두 새로 할 수도 있다고요. 각오는 했지만 돈이 얼마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당장 다음 주 휴일에는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좀 들어도 지금 보수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일테니까요. 간 김에 스케일링도 하고 전면적으로 관리를 좀 받아야겠습니다.
삼성동 광동한방병원은 대체로 깨끗하고 시설도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여기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사, 간호사, 기사 누구를 막론하고 피곤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친절하게 대하기에 어려워 보이더군요. 직원을 이렇게 혹사시키는 곳은 안심도 되지 않거니와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그래도 모처럼 외출이라 한적한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호사도 누려보고 나간 김에 영화도 한 편 봤습니다.
건강검진을 핑계삼은 즐거운 외출이었네요.
결과가 나오면 긴장해서 운동하는 습관이 올해는 얼마나 가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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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피검자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는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병원이라는 수련 환경의 특성 상,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문제를 찾아내는 훈련만 집중적으로 받게 되기 때문이죠. 거기에 치료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배제되는 우리나라 임상 현실이 반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전문가가 된 이후 심리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발생합니다. 심리평가도구를 이용해 환자의 문제를 찾아내고 진단을 하는 것에만 치중된 수련을 받은 전문가는 문제로 자신의 책임 하에 환자를 치료하게 될 때 엉킨 실타래를 앞에 둔 사람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방법을 무작정 시도해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작 심리치료는 문제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에서 시작해야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단순 반복적인 행동 수정 기법이 효과적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듯이 말이죠.
따라서 심리평가를 할 때에는 피검자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 만큼이나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건 전통적인 수련과정에서 제공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항상 자신이 평가한 피검자를 자신이 맡아서 치료를 한다고 가정하고 그 출발점을 그 피검자가 갖고 있는 장점에 두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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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신파스럽네요. ^^
'블칵'의 입사 취소 사건을 제가 이해한대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명한 한 메타 블로그(라고는 하지만 직원 수 15명 정도의 작은 기업)에서 개발자를 공개 채용했는데 한 블로거가 지원을 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았고 처우 등에 대해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측에서는 같이 일할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에 급기야 전화로 입사 취소 통보를 하게 됩니다. 황당한 지원자가 전후사정을 따지는 과정에서 '전라도 운운'하는 지역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반응이 사측에서 나왔고 지원자가 이 내용을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걸 본 관계자가 감정적인 대응 포스팅을 했고 그 과정에서 글 삭제니, 추천수 조작이니 하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회사의 좋았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사건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한 분들은 검색을 하는 정도의 수고는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서 불현듯 예전의 제 경험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 레지던십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수련 병원에 시험을 칠 때의 이야기인데 시험도 통과해서 면접만을 앞둔 때였습니다. 이 면접은 몇 배수로 뽑은 1차 합격자를 면접에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합격한 사람을 그냥 점검해 보는 일종의 요식 행위입니다. 물론 모든 면접 위원이 도저히 안되겠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 당시 면접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었고 면접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잘 대답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했을 정도로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 위원(정신과 과장을 포함한 스탭들과 제 수련을 감독할 supervisor가 면접위원입니다)들 사이에서 저 때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을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저런 자세로 충성심(개인적으로 이 단어 매우 안 좋아합니다)을 보일 수 있겠느냐,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등등 말이죠. 그래서 제 supervisor가 상당히 입장이 난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자세, 충성심, 간절함을 평가하는데 사용한 기준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입사 면접을 보는데 넥타이를 매고 오지 않을 수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면접에 대한 복장 규정에는 그냥 단정한 옷차림이라고만 되어 있었거든요. 아마 청바지를 입고 갔으면 면접에서 떨어뜨렸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대체 넥타이와 충성심, 자세, 간절함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웃긴 것은 그 자리에 배석한 면접 위원 어느 누구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더군요. 저는 지금도 수련 과정과 넥타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넥타이로 상징되는 코드의 이면에 저열한 계급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병장이 되어야 비로소 침상에 누워 TV를 볼 수 있듯이 적어도 스탭이 되어야 넥타이 대신 브이넥 가디건을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특권 의식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요새 보니까 남자 선생님들이 많이 수련 레지던트로 뽑히던데 면접 볼 때 아직도 넥타이를 매고 왔는지 아닌지 점검하는지를요.
저는 껍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참 싫어하고 혹시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실수를 할까봐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편입니다. 이미 그런 주제로는 여러 차례(
'호칭에 대한 생각',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이는 알아서 뭐 하게?',
'포장지를 벗기고 알맹이를 보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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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책
이 책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가 여동생의 골수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새 삶을 찾은 뒤 투병 생활 동안 뼈저리게 느꼈던 의료계의 부조리와 환자의 권익 침해에 맞서 의료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시민운동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설립하고 맹렬히 활동 중인 강주성 대표의, 말 그대로 '병원 사용설명서'입니다.
비록 정신과에 국한된 경험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이익 창출 방법과 이를 환자에게 떠 넘기는 몰염치한 관행을 몇 가지 알고 있어 평소 의료계쪽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시사IN의 새로나온 책 소개를 보고 '필'이 꽂혀 바로 주문하고 도착하자마자 당일로 독파했습니다.
그래도 의료계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보다 많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모르고 있던 놀라운 내용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유익한 의료 생활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기는 평생 죽을 때까지 병원 신세를 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아마 없지 않을까요?)을 제외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질병은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한 사람이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아직도 병원이 환자의 완치를 위해 봉사하는 공익기관이라고 믿고 있는 분들은 반드시 읽으시기 바랍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위해서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 나왔다면 병원이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위해서는 이 책,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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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비 심사 청구 제도
- 목적 : 의료 기관이 내가 모르는 부당 청구를 해서 돈을 떼어 먹었는지 확인해 환불받기 위함
- 대상 : 진료 기록이 있는 누구나 가능, 특히 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필수.
- 준비 : 진료비 영수증(분실 시 병원 원무과에서 재발급, 5년 내 가능)
- 청구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www.hira.or.kr, 02-705-6114)을 통해
- 주의 :
병원에서 취하 요청(의사가 연락하는 경우 의료 윤리 위반임)이 올텐데 절대로 취하하지 말 것.
-> 진료비 심사 청구 제도는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감시 시스템임.
-> 게다가 병원에서 취하의 댓가로 약속하는 액수는 실제 환급액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경우가 많음.
-
의료 기관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진료비 세부 내역서를 떼 둘 것.
- 기간 : 약 3~6개월 정도의 처리 기간이 걸림
* 처방전은 반드시 2장을 받을 것(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2항)
- 처방전을 한 장 더 떼어주는 비용(약 50원)이 이미 진료비에 포함되어 있음.
-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2장을 달라고 해야 함.
- 병원에서 싫어하면 약사의 임의 조제를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하자.
* 입원 보증금은 엄연한 불법(건강보험법 제22조)
-
입원 보증금은 전혀 낼 필요가 없음.
- 입원 보증금을 내지 않는다고 치료를 거부하면 '진료 거부'로 고발(복지부, 관할 보건소)할 수 있음.
* 응급 의료비 대불 제도
- 대상 :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행려병자, 급작스런 사고로 신원을 알 수 없게 된 환자 등
- 기능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환자를 대신해 입원비를 지불하고 병원이 나중에 청구해서 받는다.
-> 환자가 지불 능력이 없을 경우 기금에서 일괄 변제함.
- 문제 : 환자가 아닌 의료 기관이 신청하게 되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짐.
* 선택 진료비(일명 특진비)에 특히 주의할 것
- 전 세계 유일무이한 제도
- 선택진료 의사의 자격 기준
: 전문의 자격 취득 후 10년(한의사, 치과의사는 15년)이나 대학병원의 조교수급이라는 제 3규정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2~3년이 지나면 모두 조교수로 임용해 80%의 선택 진료 의사 대열에 합류시킴.
- 선택 진료비를 악용하는 불법 사례(의료 기관이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선택 진료비임)
1. 선택진료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선택 진료비가 부과된 경우
2. 자신이 선택한 의사가 아닌, 인턴, 레지던트에 의해 진료 또는 수술 등의 처치를 받은 경우
3.
해당 과목의 의사만 선택했는데도 마취, 검사 등 다른 과의 진료비에도 선택 진료비가 부과된 경우(원칙대로라면 각각 다른 선택진료 신청서를 작성해야 함)
: 특히 3번의 경우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악용하며 이 때 선택 진료 신청서에 약관처럼 만들어 놓는 경우가 있으므로 첫 번째 선택 진료 신청서를 작성할 때 꼼꼼히 읽고 동의해야 함.
-> 선택 진료 신청서 작성 시 자필로 작성하고 나머지 빈 칸은 모두 줄을 그어 의료 기관에서 첨언하거나 조작할 수 없도록 할 것. 그리고 반드시 서명을 할 것.
* 환자에게 부담하게 만드는 병원 물품비도 불법
- 입원료는 의학 관리료, 병원 관리료, 간호 관리료로 구성되는데 문제는 병원 관리료
-
병원 관리료에 이미 소모품 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구입해 오라고 요구하나 불법
* 감기약에 항생제는 무용지물
-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분화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가 커지지 않음.
- 박테리아는 자기 분화를 하면서 세력과 덩지를 키움. 항생제는 바로 박테리아를 퇴치하는데 사용.
- 그런데 감기에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음.
- 약국에 가서 항생제가 처방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항생제만 따로 싸달라고 할 것.
* 경증 주사는 불필요- 이유 : 모든 주사는 주사제 쇼크에 의한 사망을 유발할 수 있음.
- 감기 등 가벼운 질병과 관련한 주사제 처방에 대해 WHO는 '아예 쓰지 말 것'을 권고
- 예외 : 환자가 의식이 불분명하거나 약을 입으로 삼키기 어려운 경우, 특정 약물에 부작용이 있는 경우
* 본인 부담금 상한제
: 환자가 내는 법정 본인 부담금의 총액이 200만 원이 넘으면 초과되는 진료비를 전액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는 제도.
- 문제 : 비급여가 빠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음. 이 제도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비급여가 없어져야 함.
* 의료사고와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민 단체
: 의료소비자 시민연대(www.medioseo.or.kr, 02-525-7233)가 거의 유일
* 병원 구분법
- 월덴지기 내과 : 월덴지기는 내과 전문의
- 월덴지기 의원이라고 쓰고 아래 진료 과목에 작은 글씨로 내과, 소아과 기록
: 월덴지기는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사라는 의미
* 올바른 병원 이용법
1. 진료 의뢰서는 반드시 챙길 것. 발급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진료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보험처리됨.
2. 건강 보험증 없이 진료를 받은 사람은 반드시 원무과에 의료보험 환자임을 신고해야 보험 적용 소급을 받을 수 있음. 진료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건강 보험증을 제출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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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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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강주성 저 병원이 환자를 어떻게 속이고 폭리를 취하는지 그 과정을 폭로하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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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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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 강주성 지음 / 프레시안북 펴냄 무심코 TV 리모컨을 돌리다 질끈 눈을 감아버릴 때가 있다. 희귀병이나 중병에 걸린 아이들이 하얀 알머리에 마스크를 쓰고 ..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일하는 곳은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기관입니다.
도박 중독은 신체 기전이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병이라서 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현재 도박 중독 치료제는 없으며 알코올 중독 치료제를 대신 사용)이고 심리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점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하지만 금단 증상이 심해 일시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 정신과적 증상이 동반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협력 병원에 약물치료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 중에도 외래 치료를 함께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제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현재 지원받는 진료비와 지원받지 못했던 과거의 진료비 차이가 상당히 난다고...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 환자의 경우 저희 기관을 알지 못했을 때에도 개인 비용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인데 진료비로 2만 원 남짓의 비용을 지불했답니다. 물론 이 비용도 일반 진료비가 아니라 특진 비용이죠. 그런데 저희 기관에서 지원하기로 결정된 이후로는 갑자기 비용이 8만 원으로 올랐다는 겁니다.
내막을 알고 보니 의사가 저희 기관이나 환자에게 일체의 언급없이 정신 요법(psychotherapy)을 추가해서 청구한 것이더군요. 정신 요법이란 심리학자가 실시하는 심리 치료와 비슷한 것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보통은 환자와 상의를 하고 별도의 시간을 정해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환자의 진료 시간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무조건 5분이라고 하는군요.
정신과 의사들의 정신 요법에 해당하는 심리 치료를 행할 때, 심리학자들은 최소한 50분에서 많게는 2시간을 할애합니다. 물론 시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증가하겠지만 5분(이걸 정신 요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무슨 레드썬도 아니고~)하면서 5만 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하지는 않습니다. 이 정도면 의사가 아니라 사기꾼이라고 봐도 충분할 것 같네요.
저 같은 치료자야 금전적인 문제는 행정 지원팀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행정 지원팀에서야 관례적인 비용인가보다 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환자가 이야기를 해 주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이지요.
공식적으로 절연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현재 진료중인 환자는 다른 협력 병원으로 옮기고 앞으로는 어떤 환자도 의뢰하지 않을 겁니다.
환자가 의사의 권위에 취약한 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꾼(이런 사람에게는 의사라는 칭호가 아깝습니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병원에도 두 눈 부릅뜨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부당 청구가 된 내용이 있는지 진료 내역과 영수증도 잘 확인해야 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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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종합병원 이상의 3차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즉 개인 의원은 이 글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상을 종합병원 이상으로 한정한 이유는 제 지식의 범위가 개인 의원에 대한 것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사회 공익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조금이라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종합 병원의 경우 실제로 수익을 내는 병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울 시내 3대 병원 중 하나인 S병원의 경우 동양 최고 수준의 영안실과 장례 시설 때문에 겨우 적자를 모면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S대 부속 병원이 얼마 전 이 병원의 뒤를 따라 VIP를 위한 영안실을 만들었죠.
그렇다면 왜 적자인 병원을 운영할까요? 병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첫째는 병원을 운영함으로써 모기업에 상당한 액수의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병원을 운영함으로써 사회 공익적인 측면을 이미지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쨌거나 병원 운영은 기본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장사(?)이기 때문에 머리를 굴려서 돈이 나올 수 있는 구멍을 자꾸 파야 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아는 것만 추려보면...
1. 입원실 문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는 다인실에 비해 1인실이나 2인실은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상대적으로 매우 비쌉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다인실 입원을 꺼리고 이미 입원한 환자를 1~2인실로 옮기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실제 입원할 때부터 얼마동안 1~2인실에서 입원할 것을 조건으로 다인실 입원을 허락하는 일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병상 회전율 문제
병상 가동률도 실적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병상이 지나치게 비어 있을 때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실제로 이미 입원한 환자가 병원에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입원 시 다양한 검사를 받을 때뿐입니다, 이미 입원한 환자는 병원의 수익을 증가시키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기 요양 병원을 제외한 종합 병원에서는 장기 입원하는 환자를 싫어하며 정신과의 경우 한 달 이내에 퇴원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환자의 경과나 재발과 같은 중요한 요인들은 차선으로 밀려나게 마련입니다.
3. 검사 문제
병원에는 Routine검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입원하면 진단과 상관없이 무조건 하는 검사죠. 일부 병원에서는 진단과 상관없이 CT나 MRI 같은 검사도 루틴으로 실시하는 곳이 있습니다. 병원의 수익은 이 루틴 검사에서 발생합니다. 대부분 고가의 검사이고 입원시에는 보호자들도 경황이 없어서 담당의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되니까 받게 됩니다. 웃긴 것은 병원을 옮기면 의무 기록 복사를 신청해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를 그대로 가져오면 되는데 옮기는 병원에서는 똑같은 검사를 다시 하라고 하죠. 지네들 귀찮다고...
제가 일했던 S병원의 경우 최근 Staff들에게도 실적제도를 도입해서 연봉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요새 S병원의 임상 심리학자들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심리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단일 수가 대비 심리검사만큼 정신과에 돈이 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러니 무조건 심리 검사를 refer하는 것이고 그 결과로 점심시간을 2교대로 하면서까지 검사실을 풀 가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Staff들도 예전처럼 뒷짐지고 에헴 하던 버릇대로 일을 해서는 연봉이 깎이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자기 밑의 fellow들을 족치고, 레지던트들을 족치고, 간호사들을 족치고, 임상 심리학자들을 족치고, 돈이 되지 않는 치료 시설은 없애고, 돈이 되는 검사 시설은 만들게 된 것이죠.
4. 진료 시스템 문제
제가 일했던 S병원에서는 예진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병원에는 레지던트가 보는 일반 진료와 Staff이 보는 특진이 있습니다. 당연히 특진 비용이 더 비쌉니다. 그런데 시간과 Staff의 수는 한정이 되어 있어 대체로 오전 일과 시간에 한 사람의 staff이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8명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래서 12명의 환자를 보기 위해 staff이 보기 전에 staff과 짝지워진 레지던트가 기본적인 병력 조사를 미리 하고 staff은 핵심적인 진단만 내리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것이 예진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100% staff 특진이 아니므로 진료비가 특진비에 비해 저렴하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진료 시간 때문에 환자들은 불만스러운데 진료 시간도 줄이면서 진료비 할인도 없다고 하니 부당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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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과의 경우는 제가 잘 모르니 정신과에 관한 이야기만 해보면....
1. 얼마 전 제가 아르바이트로 검사를 하는 병원(개인 의원입니다)에 16세의 여자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더랍니다. 마산의 S병원 정신과에서 '정신 분열증'으로 진단을 받고 1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어머니가 아무래도 뭔가가 이상해서 찾아왔다고 하는데 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정신 분열증이 아닌 것 같아서 저에게 검사 의뢰를 했고 제가 지난주에 종합 심리 평가를 했는데 정신 분열증은 터무니없는 진단이었고 경한 우울 증상이 있는 적응 장애가 제가 내린 진단이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정신 분열증 환자를 자주 보다 보니 무디어져서 그렇지 정신 분열증은 당사자에게는 사실 실질적인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부작용이 동반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이후로도 재발을 염려하며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게다가 정신 분열증 환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취업, 결혼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분열증 진단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남은 경우에 내려져야 하고 매우 신중하게 내려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는 그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대체 부작용이 동반된 1년 동안의 약물치료와 어머니의 심적 고생은 무엇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2. 이건 제가 근무하던 S병원 정신과의 소아 정신과장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고 온 사람인데 이 사람의 지론은 "소아 정신 분열증은 없다"입니다. 그래서 소아 정신 분열증이 의심되는 아동이 입원해도 진단은 대부분 소아 우울증이고 병동 미팅에서 사고 장애니 환청이니 하는 증상 이야기를 하면 레지던트의 경우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나고 임상 심리학자의 경우는 심리 검사 결과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기 일쑤입니다. 소아에서 정신 분열증이 발병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기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 분열증에 걸린 사람을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정서적으로도 피폐해집니다. 이를 황폐화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1년차 때 입원해서 소아 정신 분열증으로 강력히 의심되던 소아가 우울증 진단 하에 항우울제만 먹고 외래에서 치료를 받다가 2년 뒤 재발하여 병동에 다시 입원했는데 거의 바보가 된 그 아이를 보고 충격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의 심정으로는 그 소아 정신과 과장을 옥상에서 밀어버리고 싶더군요. 병원에서 무식한 건 속죄할 수 없는 죄입니다.
3. 이건 제가 있던 병원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2호선 H대 부속 병원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이 병원 정신과의 과장은 소아 정신과 담당인데 이 의사가 임상 심리학자에게 refer하는 소아 환자의 90% 이상은 예비 진단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랍니다. 물론 ADHD가 최근 부쩍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아 우울증과 적응 장애 환자들이 많은데 무조건 ADHD 진단을 내린답니다. 알고 보니 ADS라는 주의력 검사를 하려면 ADHD라는 예비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검사가 10만 원이 넘기 때문에 정신과의 실적 및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따라서 나중에 진단이야 다시 내리면 되는 것이고 일단은 무조건 ADS를 실시하도록 하기 위해 예비 진단을 ADHD로 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로 주의력의 문제가 전혀 없는 아동의 경우도 무조건 이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보호자의 등을 쳐먹는 수준 아닙니까?
제 생각에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치료하는 공익 기관이 아닙니다. 오히려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사기꾼들이 설치는 곳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병원과 의사의 권위에 굴복하고 달라는 대로 지갑을 열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부당한 대우의 개선을 요구하고,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곳에 불과합니다.
덧말. 도박 중독 환자를 병원에 보내면 십중팔구는 Revia라는 알코올 중독 치료제를 처방받습니다. 이 약은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갈망(Craving)을 낮추는 약인데 이 약을 먹으면 술 생각은 나지 않지만 도박에 대한 갈망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100mg을 꾸준히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약만 먹고 치료된 환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약이 엄청나게 비싸서 2주분 약값이 거의 10만 원에 육박합니다. 물론 의사들이 도박 중독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처방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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