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이 병이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도박 중독은 엄연히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편람(DSM-IV, 1994)에 등재되어 있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것이 도박 중독자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의 고통감을 덜어주므로 이롭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도박 중독을 병이라고 보면 도박자에게 낙인 효과로 작용해서 치유를 포기하고 자포자기할 위험성이 있고 또 중독의 공통 특성 상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도박자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부적응적인 행동의 원인을 병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오히려 회복을 저해한다고 강변하는 쪽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충적인 관점에서 가족에게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고 설명하는 편이고 도박자에게는 굳이 병적 도박이니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하는 진단을 붙이는 것이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도박 중독이 병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도박자의 책임은 없지만 치유의 길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이죠.
누구는 도박에 중독되고 누구는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가도 도박에 중독된 임상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남녀노소 어느 누구도 도박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에 중독된 것은 도박자의 자유 의지가 아니며 그렇다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듯이 도박자의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고 그 가운데 도박자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따름이죠. 이건 도박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도박자보고 책임지라고 몰아붙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해도 여전히 치료를 받고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와 회복의 길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책임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온전히 도박자의 자유 의지에 달린 것이니까요.
도박 중독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도박 문제가 별 것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계속 멸망의 구렁텅이로 자신을 밀어넣든지,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참된 인생을 찾겠다고 결심하든지 말이죠.
그 선택은 온전히 도박자의 책임입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도박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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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직접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고 있는 경륜 클리닉의 고승환 선생님이 대구 대학교 대학원의 재활 과학과에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병적도박에서 전두엽-관리기능의 상대적 결손' 논문의 요약 및 나름의 분석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도박 중독자 32명(도박 중독 치료 경험이 없는)
- 일반 대조군 20명
* 측정 도구 : K-WAIS,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EXIT), REY-KIM, K-NODS
* 분석 방법 : 독립표본 t검증, 종속표본 t검증, 효과 크기(effect size) 분석(Cohen's d)
* 연구 결과
1. 일반 지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과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음
2. 관리 기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결손을 보임
3. 집단(병적 도박, 정상 집단)과 지능 요인(일반 지능, 관리 기능)간 상호 작용이 유의미함
4. 집단 내 일반 지능 요인 간 비교에서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으나 병적 도박 집단은 차이가 유의미함
-> 결론 : 병적 도박자는 하위 인지 기능인 일반 지능에서는 뚜렷한 결손이 나타나지 않으나 일반 지능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상위 인지 기능인 관리 기능에서는 상대적인 결손이 나타나며 이는 병적 도박자의 주된 인지적 특징이 전두엽-관리 기능 저하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읽은 도박 중독 관련 국내 논문 중 가장 깔끔한 논문입니다. 분석틀이 단순하지만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개인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 집단을 하나 더 추가해서 세 집단 분석을 했으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고승환 선생님도 지도 교수에게 이를 제안했으나 연구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니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해서 이쯤에서 그쳤다고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역시나 아깝습니다.
2. 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그런데 관리 기능의 결손이 하위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리 기능이 인지 기능의 control center의 역할을 한다면 하위 인지 기능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3. 논의 부분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 논문의 main part는 아니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rought하게라도 좀 다루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궁금한 것은 그런 것들이니까요.
4. 고승환 선생님이 제한점에서 말씀하신 표집의 제한 중 여성 도박자의 부족은 사실 제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장에서 보면 워낙 여성 도박자의 수가 적으니까요. 학력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도박 중독자들이 고학력자들이 많은 편포된 분포를 이루니까요. 현장의 임상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 분석과 게재는 직접 고승환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논문의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 자료를 다운받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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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이므로 사행산업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고 2007년 발족한 이후로 지금까지 순진한 국민들을 상대로 공포 마케팅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을 위해 2008년 도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하여 완전히 엉터리 연구(지금까지도 원자료 공개를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사회는 2009년 연구 결과의 원자료를 완전히 공개하였을 뿐 아니라 이 원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연구 과제를 공모할 예정)를 진행하였고 이 연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저만 해도 이미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통해 수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 한국판 CPGI의 문제점* 사감위가 주장하는 검사-재검사 신뢰도 r=.352(p<.000)의 의미* 사감위가 타당도 검증의 근거로 주장하는 KMO와 Bartlett 구상 검정치의 의미 * British Columbia를 영국으로 착각하는 한심한 사감위
그런데 2009년에 KRA(한국 마사회)가 고려대학교 한성열 교수팀에게 발주한 '전국민대상 도박이용실태 유병률 조사' 결과 지금까지 사감위가 국민들을 얼마나 기만적으로 속여왔는가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는 사감위의 10배가 훨씬 넘는 2만 명(20,175명)의 유효 표본 수(이는 성인 인구 대비 0.053%로 다른 선진국의 실태 조사 표본 규모와 동일한 수준)를 확보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연구 절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사전 시뮬레이션 연구 -> 본 연구 -> 연구 감리 용역의 3단계를 거쳐 모든 오차를 최소화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인 연구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1)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0.9%로 중국(1.78%), 싱가포르(2.1%)에 비해 현저히 낮아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미국(1.1%)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사감위가 그동안 얼마나 도박 중독률을 과대포장해왔는지가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2) 유병률만큼이나 중요한 참여도는 58.1%로 뉴질랜드(86.2%), 캐나다(86.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미국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도박 중독 국가가 아니었던거지요. 여기서 내용을 오독하고 딴지를 걸 사람들이 있어서 미리 첨언하면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도박 중독 문제를 방치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양비론으로 물타기할 분들은 사감위 홈페이지(pgcc.go.kr)로 가시길...
그동안 사감위는 도박 문제 해결이라는 반대하기 어려운 대전제의 뒤에 숨어 사실을 호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대전제의 충족 자체를 방해하였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지금까지 총량제, 전국 600개 상담센터 설립 계획, 전자카드 도입 등 하는 족족 도박 중독 문제 해결에 방해만 되는 제도적 장치를 고집하여 도박 중독 분야의 퇴보를 부채질하였습니다. 그동안 현장의 전문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느라고 정작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해 매진하지 못하고 소진한 노력의 양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이 모든 소모적인 싸움의 책임은 반드시 사감위가 져야 합니다.
사감위에서 언론에 실린 이 연구 결과에 대해 곧바로 반박 보도문을 냈던데 반박 요지는 2008년 사감위 연구에서 유병률 산출에 사용한 CPGI에서는 중위험 도박자와 문제성 도박자를 합쳐 9.5%로 산출하였는데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는 NODS의 병적 도박자만 사용하여 0.9%로 추정하였으니 비교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억지쓰기에 불과합니다. 2009년 마사회 연구가 2008년 사감위 연구를 비판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유효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엉터리 진단 척도인 CPGI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비교 분석을 하기 위해 CPGI로도 자료 수집을 했음에도 정작 유병률은 NODS로 산출한 것이지요. 즉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2009년 마사회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008년 사감위의 연구 용역이 유효 표본 수의 태부족, 엉터리 CPGI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게 나온 유병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감위는 2008년 연구에서 NODS를 이용해 추정한 1.1%를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로 발표했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엉뚱한 다리를 긁고 있네요.
9.5%라는 유병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2,700만 명에 대입을 했을 때 8명 중 1명, 약 360만 명이 도박 중독자라는 말이 되고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1,440만 명이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는다고 해도 3~4 명 중 한 명은 도박 중독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게 정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 한다고 해도 하늘은 절대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만 병신 인증하는 것이죠.
현장 전문가(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직접 도박자를 만나는 전문가들만 해당) 어느 누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연구 결과를 내놓아 국민을 호도하고 잘못된 정책을 입안해 시행함으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력을 소모하는 기관이 바로 사감위입니다. 사감위는 도박 중독 분야의 수치입니다. 정말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이번 반박문을 보니 사감위도 격년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 6월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전히 1천 명 남짓한 유효 표본에 또 그 엉터리 CPGI를 사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사감위의 이번 연구 결과에서 2008년보다 유병률이 낮게 나오면 사감위가 일을 잘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을 할 것이요, 반대로 유병률이 높게 나오면 사행산업체가 딴지를 걸어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할 수 없어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사감위법을 개정해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이미 결론 내놓고 실시하는 연구라는데 10만 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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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 소속 중독예방치유센터는 네이버에 굿 케어(http://blog.naver.com/goodcare8275)라는 홍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 블로그 운영에 대해서는 불만 없습니다. 도박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데는 '너' '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무심코 사이트를 둘러보다 아주 익숙한 내용을 발견하였습니다.
'[도박중독]도박이란 무엇인가? 병적도박에 관한 진실'이란 글인데 처음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제가 쓴 글이네요. -_-;;;
'도박이란 무엇인가? - 병적 도박(Pathological Gambling) 시리즈 1탄' 이 글하고
'도박 중독이란 무엇인가? - 병적 도박(Pathological Gambling) 시리즈 2탄'을 교묘히 짜깁기해서 올렸더군요.
베끼려면 티나 좀 안 나게 베낄 것이지 이미지로 떡칠하면 감춰질 것으로 알았습니까?
토씨 하나 안 틀리게 고대로 베낀 곳도 많네요(바보 아냐?).
영악하게 2005년 2월에 쓴 오래된 글을 베낀 것을 보면 바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사감위 블로그는 영리 블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제 글을 그대로 퍼가도 CCL에 따라 출처 표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국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발이라도 하겠어요(확~ 그냥 고발해 버릴까)?
그럼에도 이미지를 삽입해서 직접 쓴 것 마냥 올려놓다니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실력이 없으면 실력을 쌓을 것이요, 지식이 없으면 공부를 해야 할 것이요, 그마저도 능력이 안 되면 도움을 청하는 것이 옳습니다.
쥐새끼처럼 남의 곳간에 쌓아놓은 곡식단 헐어서 훔쳐갈 생각하지 말고요.
사감위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덧. 그리고 블로그에 있는 글마다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를 사용하셨던데 그거 다 저작권 문제 없이 처리하신 겁니까? 구글 이미지 검색해서 나오는 걸 그냥 사용하신 모양인데 만약에 그렇다면 다 저작권 침해입니다. 저라고 이미지 사용하면 집중도가 높아지는 걸 몰라서 사용 안 하는 줄 아십니까? 힘들게 이미지 만드신 분들 생각해서 그냥 텍스트만 갖고 글 쓰는 겁니다. 그런 정도의 배려도 없으면서 무슨 도박 중독자를 돕는다고.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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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야기하는 문제 중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바로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빚 문제입니다.
상당히 많은 도박자들이 과중한 채무의 압박을 못 이겨 가족에게 도박 사실을 들키고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곤 합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할 때 초기에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도박자가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채무를 목록화해서 상담자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이것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치료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와 그 가족은 대개 도박빚과 이로 인한 재정적인 곤란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만 의존하게 되면 도박자와 그 가족이 상담 및 심리치료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무 변제 계획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이 이후 진행되는 치료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둘째, 도박 중독을 치료할 때에는 도박자가 자신이 어떻게 주변 사람을 속이고 도박을 했는지 자발적으로 고백하는 '자발적 무장해제'를 비롯해 도박을 할 수 없도록 환경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환경 조성'이라고 부르는데
채무 변제 목록 작성을 통해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고 나면 도박 중독 치료의 초기 세팅이 빨리 완료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실제 현장에서 도박자에게 관찰되는 또는 호소하는 심리적 불편감 중 가장 많은 것은 우울감이 아니라 불안감입니다. 과연 도박을 끊을 수 있을까, 가족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도박자를 뒤덮고 있는데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그 중 상당한 분량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도박자들이 채무 변제 목록을 작성할 때 일부 도박빚을 기록하지 않고 남겨 두었다가 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도박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작성한 채무 변제 목록이 완전한 것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상담자는 항상 주의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담자가 작성된 채무 변제 목록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추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내담자와 rapport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누락된 내용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된다는 점을 따뜻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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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의 임자영, 현명호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379-393)에 publish한 '승리 접근 경험이 도박 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강원랜드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이용객 및 도박 행동 경험자 82명
- 병적 도박자 : 43명
- 사교적 도박자 : 39명
* 측정 도구 : SOGS, computer를 이용한 게임 프로그램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및 ANOVA, MANOVA
* 연구 결과
1.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이 없는 조건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음.
2.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는 병적 도박자의 게임 지속 시간과 게임 횟수가 유의미하게 많음.
3.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도 두 집단 간 반응 잠재기에는 차이가 없음.
* 월덴지기의 Comment
1. 연구 대상을 보면 총 87명 중 문제성 도박자에 해당하는 5명을 제외한 82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병적 도박자와 사교적 도박자가 각각 43, 39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진 양상(짠 것처럼)인데 솔직히 믿기 어려움.
2. 이 연구에서는 진단 도구로 SOGS를 사용했는데 SOGS는 허위긍정(False Positive)이 높은 것으로 결론이 난 척도이므로 이 연구에 병적 도박자로 분류된 43명 중 상당수가 문제성 도박자이거나 사교적 도박자일 가능성이 큼.
신뢰롭지 못한 측정 도구를 사용해서 연구 대상을 분류했기 때문에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가 없음.
3.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은 슬롯 머신의 형태인데 연구 대상자가 경험한 도박과 유사성이 매우 낮음. 경마, 경륜은 말 할 것도 없고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에도 슬롯 머신 뿐 아니라 바카라, 블랙잭 등의 카드 도박, 룰렛과 같이 다양한 도박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울 듯 보임.
4. 현장에서 보면
사실 상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강도는 승리 접근 경험이 아니라 대박 경험(승리 경험)이 훨씬 큼. 그런데 승리 경험에 대한 측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승리 접근 경험만 다룬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승리 경험을 covariate로 설정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승리 경험이 있는 도박자에게 승리 접근 경험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
5.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불과하며 소위 "So What?" 비판에 취약함. 승리 접근 경험이 병적 도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저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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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상심리학회 산하 정신병리연구회의 회원입니다(커밍아웃?). 수련을 마친 뒤에도 될 수 있으면 정기모임에 참석하려고 노력하는데 하나는 제 자신을 단련하는데 필요한 지적 자극을 받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가 되고 나서도 계속 자리를 지켜 수련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서입니다. 게다가 어제는 제가 일하는 분야의 이야기라서 일부러 시간을 뺐습니다.
6시 30분부터 시작이라서 조금 일찍 도착해 등록을 하고(2009년 회비로 3만 원을 냈습니다. ㅠ.ㅠ), 병원 구내에서 라떼 한 잔을 산 뒤 뒷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하 1층에 커다란 카페가 새로 생겼네요. 환자를 위한 시설에는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돈 벌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 참 씁쓸합니다.
모임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김밥 등을 제공한 것은 좋았습니다. 저야 일찍 저녁을 먹고 갔지만 병원 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오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많을테니까요.
대신 각 병원의 supervisor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게 보였습니다. 과거에는 어느 병원에서 발표를 하건 supervisor들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질문도 많이 해서 모임을 활발히 이끌었는데 어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바쁜 지 모르겠지만 별로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초심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발표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성 안드레아 병원의 1년차 레지던트 선생님이 병적 도박의 정의와 원인, 이론, 측정도구에 대해 발표했고 2년차 선생님이 이어서 치료와 사례,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상당히 긴장을 하셨을텐데 침착하게 시간도 잘 조절하면서 하시더군요. 예전에 제가 발표할 때 엄청 떨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내용이 지나치게 이론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히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한 발표였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외국 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현장과 다른 점을 짚어주지 못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의심없이 믿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한국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9.28%라고 소개(터무니없이 과장된 수치)하면서 reference가 되는 금홍섭(2006)의 연구에서 어떤 평가 도구를 사용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SOGS가 허위 긍정이 매우 높은 도구라서 현장에서는 단독 사용을 꺼리는 데 대표적인 평가 도구라고만 소개를 하고 넘어가더군요. 그리고 도박 중독자의 MMPI profile에 대해 설명하면서 외국 연구자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주로 4번을 위주로 한 profile)했는데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나중에 다시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성 안드레아 병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치료 프로그램의 소개였는데 다양한 치료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임상심리학자들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럴꺼라고 짐작은 했습니다만 역시나 도박 중독자를 맡기지 않더군요.
제가 장담하건대 임상 심리학자를 치료에 적극 활용하지 않는 이상 성 안드레아 병원에서 도박중독치료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정신병리연구회에서 도박 중독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듣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한편으로는 고무되면서도 앞으로는 더 이상 이론적인 부분이 아닌 실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전달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그래도 MMPI-2와 TCI 자료를 열심히 모으고 계시더군요. 조만간 논문도 나올 것 같던데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05년부터 자료만 줄기차게 모을 뿐 논문 한 편 쓰지 않고 있는 제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저도 좀 논문도 쓰고 그래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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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가 임상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직업적인 차원에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병원 치료에 대해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이 글을 읽으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박중독자를 병원입원치료에 의뢰하는 것을 매우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많은 보호자들이 도박중독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희망합니다만 대부분 도박중독치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며 막연히 가둬놓아야지만 도박을 할 수 없다는 피상적인 생각에 의해 그런 요구를 하십니다. 또한 도박자가 병원에 입원되어 있는 동안 도박자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집안을 수습하고 한숨 돌리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도박중독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입원치료를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선 순위는 병원 입원이 아닙니다.
2. 도박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분열병과 달리 보호자의 동의만으로 강제 입원이 되지 않는 병이며 도박중독자가 나중에라도 이를 알게되는 경우 법적인 소송을 걸 수 있고(다행히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기는 도박자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는 병원에 큰 부담을 가져옵니다.
3.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도박중독자를 전문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모든 병원이 다른 정신장애환자와 함께 이용하는 병동만을 갖고 있으며 도박중독자만을 위한 별도의 치료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병원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이마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4. 이런 상황에서 병원에 입원된 많은 도박중독자가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게 되고 때로는 자신을 입원시킨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감으로 인해 퇴원 이후에 반감으로 인한 재발을 하거나 많은 경우 가족 갈등이 심화됩니다.
5. 이 외에도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병원입원치료를 책임을 회피하는 도피처로 악용하는 도박중독자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사행산업체에서 운영하는 전문치료기관을 이용하면 기간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 1달에서 최대 3달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병원입원치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도박중독자들은 채권자의 채무 압력을 피하기 위해서, 가족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치료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함으로써 다양한 압력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는 치료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치료를 저해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2가지 경우에 한해서만 병원입원치료를 의뢰합니다. 첫째는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처럼 도박 중독과 관련성이 높은 공존 장애 중 약물 치료를 포함한 병원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둘째는 도박 충동이 너무나 강하고 자제력이 완전 상실되어 있어 도박자가 스스로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이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면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려면 병원입원치료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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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도서
KRA 유캔센터와 경륜/경정 클리닉의 전, 현직 도박중독 치료 전문가 6명이 도박중독 분야의 권위자인 Joseph w. Ciarrocchi의 'Counseling Problem Gamblers(2002)'를 공동으로 번역한 책입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전문서 자체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이 책은 실제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번역한 전문서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순히 번역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사례와 치료 센터 소개, 현장에서 사용하는 진단 도구를 함께 소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도박 중독 분야의 현장에 있는 전문가라면 알고 있어야 할 다양한 최신 지식들을 망라해서 꼼꼼히 정리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과 진단, 평가, 재발 방지 전략, 충동 조절 전략, 동기 강화 전략, 다양한 인지적 전략들 뿐만 아니라 흔히들 궁금해 하는 도박중독과 약물중독의 차이점이라든가, 재정 및 법적 문제를 다루는 법, 부부 및 가족치료에 대한 유용한 지식들도 빠짐 없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를 위한 참고 서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 책의 단점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공동 번역서가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인 번역의 어색함입니다. 6명의 역자가 나눠서 번역을 하다보니 번역자의 번역 실력에 따라 문맥이 매끄럽지 않은 장이 있기도 하고 문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워낙 글이 어렵기로 유명한 Ciarrocchi의 책이다 보니 어려움이 더 해서 읽는 독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또 하나의 단점은 원저의 문제인데, Ciarrocchi가 이 책을 통해 서두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자기 조절 모델이 책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소개되지 않아 책을 읽다 보면 대체 자기 조절 모델이 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서 어떻게 사용된다는 것인지 마음에 쉽게 와 닿지가 않습니다. 특히 Ciarrocchi의 최근 관심 분야로 생각되는 '영성(spirituality)'를 설명하는 15장은 신학 서적인지, 심리학 서적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며 내용도 매우 어렵습니다. 웬만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천 대상 :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상담/치료하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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