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에
여수 여행을 간 김에 보성 대한다원에 들렀을 때 꽤 비싼 가격으로 우전차를 사 온 적이 있습니다. 8월 쯤에
소개 포스팅을 했죠.
그 때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전차는 절기 중 곡우(음력 4월 20일) 이전에 딴 새 찻잎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비싸기는 하지만 그 때 마신 차맛이 잊혀지지 않아 항상 다시 한번 마셔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펀샵과 연결된 먹을거리 사이트인 락식에서 한정판매 우전차가 나왔기에 후다닥 달려가서 구매했습니다.
녹차의 본 고장인 보성에서 무농약으로 기른 특품 우전차입니다. 국제유기인증을 받아 유기농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국내의 유기농 인증은 못 받은 것 같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무농약 인증을 받은 것 같네요.
100g에 77,000 원으로 여수 여행 때 제가 사온 가격과 동일합니다. 할인을 받았지만 역시나 만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락식 게시판에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댓글이 넘치는 걸 보면 거래되는 수제 우전차 가격 자체가 워낙 비싼 것 같습니다.
단정하게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100g 단일 포장이라서 소분해서 반은 집에서 마시고 반은 직장에 가져가서 마시고 있습니다.
곡우 이전의 새싹을 일일이 손으로 채취하여 덖은 찻잎입니다. 일반 녹차와 달리 찻물이 노랑에 가까운 연두빛이며 향이 청아하고 무엇보다 맛이 아주 순하고 부드러운 게 우전차의 특징입니다.
녹차는 제다법에 따라 수제차, 반수제차, 기계차로 구분되는데 이 녹차는 전통 제다법에 따라 솥 덖기부터 가향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사람의 손에만 의존하는 수제차입니다.
용기의 뒷면에는 차 다리는 법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100도로 끓인 물을 70~80도로 식힌 후 2g 정도의 찻잎을 다관에 넣고 1분 30초 정도 우려서 마시면 됩니다. 우전차는 2~3회 재탕해도 차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죠.
한번 우전차를 맛보면 다른 녹차를 마시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차맛이 훌륭합니다. 물론 가격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1년에 한번 정도는 나름의 사치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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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대한다원에서 여수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등가게장에 들러 어르신께 드릴 간장게장을 제일 작은 것(2.7kg, 30,000 원)으로 샀습니다. 등가게장에 들렀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요;;;; 카페 트리에도 들러 팥빙수와 커피로 티 타임을 가졌습니다.
한숨 돌린 뒤 함께 간 지인들이 렌트한 차량을 반납하는 동안 여수엑스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여수엑스포역에 떨궈 달라고 했죠. 사정이 이렇게 되니 잠시 동안이기는 해도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는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여수엑스포 코 앞에 있는 여수엑스포역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코인락커가 있더군요.
맞이방에 가면 있는데
작은 것은 1,500원이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짐이 많아서 3,000 원짜리 큰 것을 이용했고요. 무거운 짐을 맡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엑스포로 향했습니다.
평일인데다 날씨도 꾸물꾸물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입구에서 알바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입장인원을 카운트하고 있는데 심심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게 아케이드몰의 모습인데 보시는 것처럼 정말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문을 열고 있는 기념품점에 들어가 1만 원짜리 셀프 안마기 하나를 건졌습니다. 만듦새가 꽤 좋더군요. 돈이 아깝지는 않은 기념품이었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가끔 사용하고 있어요.
렌트 차량을 반납하러 간 일행과 합류하여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스카이 타워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사실 향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여수엑스포역 바로 앞에 있거든요.
스카이 타워 전망대 외벽에는 기네스북에 등재까지 된 초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사일로의 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냥 장식이 아니라 실제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독일의 오르간 명장 헤이 오르겔바우에서 제작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연주자가 연주를 들려줍니다. 제가 갔을 때에도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더군요.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는데 관람객의 청각 보호를 위해 가장 작은 소리로 연주하고 있다니 가장 큰 소리로 연주하면 어느 정도로 큰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주로 오후 시간에 연주를 하며 한 번 연주를 할 때 15분 정도 합니다. 제가 갔을 때 마침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연주자가 연주실에서 나오더군요.
스카이 타워의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에서 밤 10시까지(월요일만 저녁 8시)이고 문을 닫기 30분 전에 입장이 마감됩니다.
입장료는 1인 당 2천 원으로 개인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입장권을 받고 들어가면 1층에 시멘트 공장의 저장창고가 어떻게 스카이 타워로 재창조되었는지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카이 타워의 높이는 55미터라고 하네요.
1층에서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가면 스카이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며 전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분위기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전망이 훌륭하여 차맛이 절로 날 것 같네요.
사일로 두 개를 연결하여 라운지를 만들었는데 중간에 이렇게 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이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걸어서 지나다닐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멋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가슴이 오그라드네요.
사진에 보시면 경고 문구가 붙어 있는데 아니 대체 누가 이 위에서 발을 구르면서 뛰는 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답니까?
어른들은 아예 얼씬도 안 하고 철모르는 애들만 뛰어서 지나다니더군요. ㅡㅡ;;;
여수엑스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리 봐도 싱가포르를 본뜬 것 같다는 말이죠;;;;
사람도 많지 않은데 날씨까지 흐려서 조금은 쓸쓸해 보입니다.
엑스포 옆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옆에는 한옥 호텔이 들어서 있네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은 호텔이라고 합니다. 엠블 호텔과 경쟁 중이라는... 보기에는 그럴싸 하지만 도심에 너무 가까워서 제가 원하는 컨셉은 아니네요. 저는 이용 안 할 듯....
그 옆이 여수엑프포역입니다. KTX 열차는 안 보이네요.
바다 쪽으로는 푸른빛이 도는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바다 색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멀리 오동도도 보이네요.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통유리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역시나 오금이 저리네요;;;;'
스카이 타워 전망대를 내려와 엑스포의 푸드코트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갓김치김밥(3,000 원)과 갓물김치냉면(7,000 원), 여수해물라면(가격은 잊어 버렸네요;;)을 먹었는데 모두 별로였습니다. 역시나 유명 관광지의 푸드코트라서 그럴까요? 특산물인 갓김치를 이용한 먹을거리였지만 비추입니다.
저녁을 먹고 맞이방에 돌아와 짐을 찾고 시간을 맞춰 7시 20분에 출발하는 KTX 열차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모처럼만에 떠난 1박 2일의 국내 여행이 끝났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시간을 내는 것이 참 쉽지 않네요. 앞으로는 짧은 일정이라도 좀 자주 돌아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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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을 내리고 자서 그런지 아님 황토 바닥에서 잤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만에 푹 잤습니다.
보일러를 끄고 잤는데도 이불이 푹신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몸도 배기지 않네요.
8시 30분 쯤 일어나 샤워하고 어제 밤에 들어오면서 장을 봐 온 빵과 과일, 커피로 펜션 밖 테이블에 앉아 여수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아침 식사를 즐겼습니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여유를 부렸죠.
짐을 정리하고 주인장께 체크아웃 문자를 보내고 녹차밭을 둘러보기 위해 보성으로 향했습니다.
여수에서 보성까지는 차량으로 대략 1시간 남짓 걸립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보성의 녹차밭은 처음입니다. 가보고 싶다 생각은 여러번 했지만 평생 처음으로 가는 겁니다.
이번 여행은 제가 일정을 짜지 않고 몽땅 떠넘겼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도 없었죠. 함께 간 사람들이 고른 곳은 대한다원입니다. 보성에는 다원이 꽤 많지만 대한다원의 규모가 가장 크고 보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라서 골랐다고 합니다.
개방시간을 보니 하계에는 새벽 5시부터 문을 여는데 새벽에 들르는 녹차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올라가는 길 또한 운치 있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관광버스를 대절한 단체 관광객들도 거의 없어서 호젓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일행이 원래 이 길은 본래 사람으로 메워져서 앞 사람 뒤통수만 보고 걷는 길이라고 혀를 내두르던데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진입로를 따라 걷다가 문득 옆으로 눈을 돌렸을 때 들어온 풍경입니다. 눈부시게 푸르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눈이 부실 정도네요.
입구만 보면 다원이라기보다는 공원이나 사적지 같은 느낌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대한다원이 그렇게 넓은줄은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단체가 아닌 경우 자가용을 타고 오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실 수도 있습니다. 다원에서 보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나 봅니다. 다원에서 나가는 버스 시간표인 것 같은데 배치가 이상해서 한 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입구에서 매표소까지의 공간을 빼고 그 뒤로만 봐도 면적이 상당히 넓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대한다원을 둘러보는 코스는 최소 20분에서 최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냥 발 닿는대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만;;;;;
매표소에 도착해 보니 평일이라서 그런지 매표소가 닫혀 있고 자동판매기로만 입장권을 구매하게 되어 있더군요.
입장료는 1인 당 4,000 원입니다. 살짝 비싸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만 정작 제가 기분이 상한 건 카드가 안 되고 현금으로만 구매해야 하더군요. 현금영수증도 안 되니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건가요?
대한다원은 관록있는 다원답게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찻잎을 수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푸르름이 덜 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비탈길에 둔덕을 내어 차나무를 심었는데 구절양장처럼 구불구불합니다.
요기가 기억도 잘 안 나는 SK 텔레콤의 '스님과 수녀' CF를 촬영한 장소 부근입니다. 어떤 CF였는지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광고판이라도 좀 설치해주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습니다만 컨셉이나 시놉시스는 떠오르는데 정작 중요한 배경 장면이 기억나지 않네요.
풍광도 훌륭합니다. 녹차밭의 풍경도 마음에 들었지만 저는 녹차밭을 에워싸고 있는 숲의 다채로운 색깔과 모습이 더 좋더군요.
대한다원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바다전망대로 오르는 길인데 오르는 계단이 가팔라서 어르신들은 힘드실 것 같습니다. 왼쪽 길에 사람 보이시죠? 그 정도 규모입니다.
꽤 높이 올라왔습니다. 숲의 녹음이 더 짙어 보입니다.
전망대 이름이 왜 바다전망대인가 궁금했는데 올라와 보니 멀리 바다가 보이네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ㅠ.ㅠ 오랜만에 심장에 무리가 갈 정도로 빠르게 올랐더니 근육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은 좋네요.
이정표를 보면 왔던 길로 돌아 내려갈 수도 있지만 편백나무숲 방향으로도 내려갈 수 있기에 그리로 향했는데 보시는 것 같은 계곡물로 길이 젖어 미끄럽습니다. 역시나 어르신들은 내려오시기 어렵겠네요.
그래도 삼림욕은 제대로 한 듯 합니다.
편백나무숲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녹차를 활용한 음식을 파는데 거기에서 녹차 비빔밥과 녹차 냉면을 먹었습니다.
녹차 비빔밥은 6,000 원, 녹차 냉면은 7,000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반적인 관광지와 비교해 볼 때 비싼 편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꼭 드셔보라고 추천할 만한 수준의 맛은 아닙니다. 그저 먹을 만 합니다.
음식점 바로 옆에 녹차 시음도 하고 구입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우전차를 1인 당 1,000 원만 내면 마실 수 있습니다. 차는 3회 정도 우려먹을 수 있어서 가성비가 훌륭하죠. 차맛도 좋습니다. 대한다원을 가실거라면 그냥 차밭만 둘러보고 나가지 마시고 꼭 시음도 해 보세요. 추천합니다.
다만
녹차 아이스크림은 비추입니다. 한 개 가격이 2,000 원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녹차맛이 안 나는 것은 물론이고 분유맛이 나는데다 결정적으로 재료를 섞을 때 수돗물을 사용하는 걸 우연히 목격했거든요(다 먹고나서 보게 됨;;;;).
우전차 맛이 너무 훌륭하기에
2014년 산 티백 우전차(20티백, 16,000 원)하고
올해 우전차 찻잎(100g, 77,000 원)을 질렀습니다. 아무리 갓 딴 찻잎이라고 해도 100g에 77,000 원이라면 손이 덜덜 떨리는 금액인데 50g 단위로 소포장이 되어 있어 함께 간 커플과 나눴습니다.
다시 여수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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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수엑스포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택시비가 5,500 원이 나왔죠. 체감 거리에 비해 다소 비싼 듯 하지만 지방에서는 그런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래도 이동 중에 기사님이 맛집을 추천해 주셔서 점심을 거기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버스터미널에 금호고속버스 사무실이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바로 옆에 금호 렌트카 사무실이 붙어 있습니다. 미리 예약해 놓은 K5 차량을 받고 아까 택시 기사님이 알려주신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여수 시내에는 게장으로 유명한 게장골목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두꺼비 게장이 유명한 집이라고 하는데 여수 분들은 여기를 더 많이 간다고 귀뜸해주신 '등가게장'입니다.
처음에는 숨겨진 허름한 맛집인가 싶었는데 도착해 보니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르바이트생도 여럿 쓰는 대형 음식점이에요.
테이블이 너무 많고 회전이 빠르다 보니 장례식장처럼 테이블에 1회용 비닐을 깔아서 먹고 남은 게껍질을 그냥 쌓아두면 종업원이 비닐째 싸서 치우고 새 비닐을 까는 방식입니다. 효율적이기는 하겠지만 보기에는 좀 그랬어요. 위생적일 수는 있겠지만 자원 낭비가 심하네요.
게장을 본격적으로 먹고 싶으면 대,중,소 크기대로 골라서 먹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1인분에 8,000 원 하는 등가게장 정식을 먹습니다. 이 가격은 여럿이 왔을 때 1인 당 가격이고 밑반찬 때문에 그러는지 혼자 와서 먹으면 10,000 원입니다. 미취학 아동은 5,000 원인데 초등학생부터는 성인과 동일하다는 문구가 재미있네요. 애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저희도 사람 수 대로 등가게장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함께 간 사람들 맛있는 걸 먹이려고 간 집이라서 제가 먹을 것이 뭐 있을까 싶었는데 상차림을 보니 그냥 깔린 반찬만으로도 밥은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나물 반찬도 많고 해서 밥 한끼 먹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게장은 양념 반, 간장 반 주문했습니다.
요게 양념 게장입니다. 함께 간 사람들 말로는 너무 달거나 맵지 않고 감칠맛이 좋다고 합니다.
요건 간장 게장입니다.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예전에 채식을 하지 않던 때 서울 프로간장게장에서 간장 게장을 처음 먹고 짜고 비린 맛에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는지라 간장 게장이라는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는데 이 간장 게장은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맛있다고 하네요.
여수의 게장은 현지에서 잡은 돌게를 사용하는데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껍질이 단단해서 가위로도 잘 잘리지 않습니다. 먹는데 애로 사항이 꽃피더군요.
점심을 먹고 등가게장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인 Cafe Tree에서 입가심을 했습니다. 식후 커피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요.
실내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괜찮습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게 같았어요.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오른쪽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2층도 넓어요. 아무리 게장골목 초입이라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도 매장이 이렇게 넓어서 장사가 되겠나 싶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손님이 너무 없어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빙수하고 커피를 주문했는데 빙수를 유기 그릇에 담아준 것도 마음에 들고 커피도 진하기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꽤 세심하더군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로스팅한 커피 원두도 팔기에 다음 날에 블루 마운틴 원두도 200g 사 왔습니다.
한숨 돌리고 여수의 명물이라고 하는 스카이 플라이를 타러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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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은 다녀온 지 꽤 되었는데(그러고 보니 기억이 안 나네요. ㅠ.ㅠ)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그건 아니지만;;;) 여수와 보성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광명역에서 아침 9시 9분 발 여수행 KTX-산천 열차를 탔습니다. KTX-산천 열차는 비교적 새로 나온 신형 열차라서 경부선 라인에서 운영하는 구형 KTX 열차에 비해 좌석 간 거리도 길고 쾌적합니다.
KTX를 광명역에서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 신도림역 등에서 KTX 광명역으로 들어가는 열차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맞춰 타야하는 겁니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아침 시간대의 경우 KTX 광명역이 종착역인 8시 33분 열차를 놓치면 답이 없습니다. 시간 상으로는 16분 밖에 안 걸리는데 말이죠.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KTX 광명역에서 KTX 여수엑스포역까지는 2시간 43분 정도 걸립니다. 국내 기차 여행은 3시간 안쪽으로 걸리는 게 적당한 것 같더라고요. 간식 먹으며 수다 떨다 지치면 살짝 잠을 자도 충분한 정도의 시간이거든요.
제가 탔던 KTX-산천 열차는 목포로 가는 열차와 붙여서 공동 운행을 하더라고요. 함께 내려가다 전주에서인가 쪼개집니다. 중간에 직원이 좌석 확인을 하니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라도 열차를 잘못 타면 여수가 아닌 목포로 갈 가능성도 있겠더군요(웃음~). 열차 사이가 막혀 있어서 넘나들 수가 없거든요.
광명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을 했다가 풀렸는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여수에 내려가는 내내 잤습니다;;;;.
KTX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했습니다. 여수 엑스포를 겨냥해서 지은 역사라 그런지 깨끗하고 시설이 좋더군요. 입구에 여수 엑스포의 마스코트인 여니와 수니가 보입니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건물은 시멘트 공장의 폐 사일로를 개조해 만든 스카이 타워입니다.
처음에는 뭔 저런 흉물스러운 건물이 스카이라인을 떡 하니 가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의미가 있는 랜드마크더라고요. 저기는 5월 6일에 올라가게 됩니다. 꼭대기에 전망대 카페가 있거든요.
여수에 12시 쯤 도착했는데 예약해둔 렌트카를 여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찾기로 한 시간이 오후 1시라서 조금 여유가 있더군요. 그래서 여수 세계 박람회장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여수 세계 박람회장은 KTX 여수엑스포역 바로 앞에 있어요. 아주 가깝습니다. 박람회가 끝나면 대개 그렇듯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기가 쉽지 않아서 을씨년스러운 건물들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도 여수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인 '여수 밤바다'덕분에 완전히 죽지는 않아서 서울을 비롯한 위쪽 지방에서 관광객들이 당일 코스로 좀 내려오는 편이랍니다.
제가 내려간 날이 어린이날이라서 그런지 박람회장에서는 하루종일 동요를 틀어주더군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동요들을 실컷 들었습니다;;;;
박람회장 입장료는 따로 없습니다. 그냥 들어가면 되요. 어린이날을 맞아서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박람회장이 워낙 넓어서 붐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박람회장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잡은 Big O입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고 회전 관람차 같은 놀이기구로만 알았는데 조명-분수쇼를 하는 장비더군요. 30분 간격으로 공연하는데 희안하게도 저는 여수에 있는 내내 한번도 못 봤습니다.
Big O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건물은 엠블(MVL) 호텔입니다.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을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확실히 외관이 좀 닮았습니다. 맨 꼭대기가 싹뚝 잘린 모양이 좀 생뚱맞지만...
엠블 호텔은 특1급 호텔로 객실 수가 300개가 넘으니 꽤 큰 호텔이고 블로거들의 리뷰를 보면 아시겠지만 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원래는 여기에 묵으려고 했는데 겨우 1박을 묵는데 들이는 비용치고는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처럼의 국내 여행이니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펜션을 섭외했습니다.
원래는 박람회장에서 점심을 먹고 렌트카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별로 먹을 만한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일단 차를 먼저 찾고 점심 먹을 곳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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