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구조와 가구는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소품과 인테리어는 집주인의 개성을 보여주기는 해도 없다고 못 사는 정도는 아니니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supplementary scale이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뉘앙스도 좀 그렇지요.
하지만 보충 척도의 중요도는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충 척도는 보충제와도 같은 겁니다. 간단히 비타민D라고 해 보죠.
비타민D는 햇빛을 충분히 쬐어도 체내 합성하기가 쉽지 않은 필수 영양소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더더욱 비타민D 결핍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실제로도 국민들 대부분이 비타민D 결핍이고요. 그런데 비타민D가 결핍되었다고 평소에 뭔 큰 일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심하게 결핍되면 구루병이 생기겠지만 그 정도로 결핍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비타민D는 면역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면역이 약해지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D 주사를 맞지는 않더라도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경구 복용하라고 하는 거구요.
보충 척도는 이처럼 보충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아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대충 넘겨도 되는 척도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Es(자아 강도) 척도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평가하는데 지지망이 공고하면 조금 낮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주요 정신 장애 발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GM, GF 척도는 사회 문화적 학습에 의한 성역할 수준을 평가하는데 사용되지만 이 척도가 성 정체성을 측정하는 경우는 수검자의 본질적인 정체성 뿐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척도일 수 있기 때문에 해석이 달라집니다.
또한 APS 척도 같은 경우는 단독 상승할 경우 행위 중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해야 하는데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가면 임상, 재구성 임상, 성격 병리, 내용 척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진짜 문제를 감출 수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결핍되지 않도록 적당히 보충하는 정도로도 충분한 보충제도 있지만 반드시 보충해야 하는 중요한 보충제도 있는 법이죠. 따라서 보충 척도 공부도 게을리 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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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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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에 MMPI가 출판된 이후, 많은 연구자가 MMPI의 문항 군집(item pool)을 사용하여 다양한 심리학적 구성개념을 측정하는 보충 척도를 추가로 개발하였습니다.
1989년에 MMPI-2가 출판되면서 남성적 성역할(GM) 척도와 여성적 성역할(GF) 척도의 두 가지 보충 척도가 새롭게 도입되었으며 뒤를 이어 중독 인정 척도(AAS), 중독 가능성 척도(APS), 결혼생활 부적응 척도(MDS)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보충 척도들은 그 이름대로 타당도 척도와 임상 척도의 해석을 보충하여, MMPI-2가 평가할 수 있는 임상적 문제와 장애의 범위를 넓혀줍니다.
모든 보충 척도에 적용할 수 있는 구분 점수(cut off score), 즉 임상적으로 중요한 증상이나 문제를 가르는 단일한 T 점수 수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T 점수 65 이상을 높은 것으로, T 점수 40 이하는 낮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MMPI-2에서 제공되는 보충 척도들입니다.
1. 불안 척도(Anxiety, A)
: A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은 불안 증상을 더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A 척도가
일반적인 부적응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2. 억압 척도(Repression, R)
: R 척도는
내재화(internalizing), 삶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3. 자아 강도 척도(Ego Strength, Es)
: 연구 결과에 따르면 Es 척도는
전반적인 심리적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방어적인 태도로 검사를 하였을 경우 Es점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4. 지배성 척도(Dominance, Do)
: 연구 결과에 따르면 Do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들은 면대면 대인 관계를 더 잘하고, 쉽게 기죽지 않으며 매사에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사회적 책임감 척도(Social Responsibility, Re)
: Re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 대학생활 부적응 척도(College Maladjustment, Mt)
: Mt 척도는 현재
상당한 심리적 문제가 있는 대학생을 확인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나 대학생에게 사용하려고 개발된 것이므로 다른 장면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7.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척도(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K)
: PTSD의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PK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환자가 PTSD인지 결정하기 위해 PK척도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PTSD 환자가 아닌 경우에도 극심한 심리적 혼란을 경험한 많은 사람이 이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때문입니다.
8. 결혼생활 부적응 척도(Marital Distress Scale, MDS)
: MDS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은 부부 관계와 다른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불만족을 나타낼 수 있으며,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9. 적대감 척도(Hostility, Ho)
: Ho 척도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보이는 상호관계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하였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교실뿐 아니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에도 유용하다는 결과를 산출하였습니다.
10. 적대감 과잉통제 척도(Overcontrolled Hostility, O-H)
:
공격성의 표현을 억지로 억제하는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된 척도입니다. 적대감을 과잉통제하는 사람은 화를 내는 것이 적절할 때조차 공격성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화를 내는 경우, 과도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11. MacAndrew의 알콜중독 척도(MAC-R)
: 다른 보충 척도와 달리
MAC-R 척도는 원점수를 기반으로 해석합니다. MacAndrew는 원점수가 25점 이상이면 물질남용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후속 연구는
원점수가 28점 이상인 경우(남성 T>66, 여성 T>75), 물질남용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크고, 원점수가 23점 이하인 경우(남성 T<57, 여성 T<64), 물질남용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기준임을 제안하였습니다.
12. 중독 인정 척도(Addiction Admission Scale, AAS)
: AAS 척도 문항의 내용은 주로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의 사용 및 남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Weed 등은 T 점수가 60 이상인 사람들은 자신의 물질남용 문제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13. 중독 가능성 척도(Addiction Potential Scale, APS)
: 현재까지 APS 척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일관되지 않으나,
Weed 등은 T 점수 60 이상은 물질남용 문제를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4. 남성적 성역할 척도(Gender Role-Masculine, GM)와 여성적 성역할 척도(Gender Role-Feminine, GF)
: 아직까지 GM, GF척도의 타당도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장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우나 Peterson & Dahlstrom(1992)은 GM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남자와 여자 모두가 자신의 배우자로부터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GF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배우자로부터 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비교 문화적인 연구가 아니므로 우리나라에서 적용할 때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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