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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대비평 편집위원회에서 단행본으로 내놓은 기획작으로 87년 이후 민주화는 과연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화두를 정치, 법, 문화, 종교, 노동계,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객들의 입을 빌어 분석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함께 한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2007년 기준).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길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두식 : 경북대 법대 교수
권인숙 :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방현석 :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장하준 :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태 : 자유기고가
임지현 :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박노자 : 오슬로 국립대 교수(한국학)
김기봉 : 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이국운 : 한동대 법학과 교수
조계완 : 한겨레 21 기자
임영호 :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동진 : 문화평론가
우석훈 : 성공회대 외래교수
보시다시피 꽤 쟁쟁한 분들도 많고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더군요.
2007년이면 아직 참여정부 시절이고 MB 집권 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분석을 했고 어떤 전망들을 내놓았을까 궁금했는데 MB 이후 박근혜 정권인 지금에서 읽어도 통찰력있는 글꼭지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두식 교수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 박노자, 임지현 교수의 대담인 '외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민주주의', 그리고 권인숙 교수의 '6월 민주화 항쟁, 그 이후에 찾은 질문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았어요.
아 물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글(대표적인 것이 서동진 문화평론가의 '민주화 이후의 문화와 진보를 생각하며')도 있습니다. 평론가에 대한 제 선입견을 한층 강하게 만든 어이없는 글이었네요.
386 세대도 아니고 87년 민주화 항쟁의 핵심에서 살짝 벗어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지만 그래도 알건 알아야하겠기에 생각을 좀 넓혀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습니다.
세대가 어찌되었든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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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본주의를 '자유의 영역'인 민주주의가 충분히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실패의 파장은 너무도 컸다. 그것을 10년 뒤, 또 20년 뒤에 거듭 안타까워했어야 할 만큼.
* 우리나라 경제 정책은 분배의 문제도 전부 성장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 성장이냐 복지냐,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공동체를 성장에 종속시키느냐, 아니면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하는 가치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도덕의 강조는 분명 억압적인 담론입니다. 권력자나 시장에서 경제적인 강자들이 국가의 이익이나 전체 사회,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작은 이익이나 갈등의 분출을 억압하고 대안을 막는데 사용하면서 도덕이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합니다.
*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재정권이 경제 분야에서는 지극히 개입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민주주의적이고 심지어는 '진보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 우리는 늘 정의로웠다, 우리는 늘 피해자였다, 우리는 가해자일 수 없다와 같은 말처럼 집단을 구별화시키고, 통합시키고, 집단으로서의 명분을 부여하는 데 집단적 정의감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프랑스 혁명 이래로 역사와 사회를 독해하는 오래된 문법이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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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음 대선은 박정희 신화를 등에 업은 박근혜와 진보진영(한나라당 2중대인 민주당이 대선의 한 축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의 대선 후보가 '복지'와 '양극화' 아젠더를 중심으로 피튀기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도 그 시대에 살기는 했지만 생각이 영글기 전이라서 그런지 박정희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새마을 운동이니 잘 살아보세니 하면서 시끌벅적하기는 했어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 70년대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항상 헉헉대던 시기였는데 대체 무엇때문에 나이든 어른들이 박정희가 독재를 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는 했어도 그나마 박정희 때문에 경제가 개발되어 우리가 이 정도 살고 있는거라고 착각하는지 모르겠거든요. 그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국내의 내노라 하는 경제, 정책학 석학 8인이 모여 박정희 경제 신화를 엄정하게 분석하여 낱낱이 까부쉈습니다.
박정희는 재벌체제와 비대한 토건 사업을 특징으로 하는(갑자기 누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산업구조와 정부의 통제 아래 자금을 지원하는 관치금융이라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재벌-토건-경제관료의 삼각 특권 동맹으로 만들어진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죠.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장. '경제성장 신화의 허와 실'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고도성장이 박정희의 공이 전혀 아니며 신흥공업국 중 예외적인 성공도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선성장후분배주의가 양극화의 근원이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2장. '개발독재가 키운 두 괴물, 물가와 지가'에서는 1953년에 비해 1만 배 이상 폭등해 세계 최고 수준인 지가의 책임 중 반 이상이, 258배 이상 상승한 물가 폭등 책임 또한 절반 이상이 박정희에게 있다는 것을 분석해냅니다.
3장. '재벌중심의 왜곡된 구조'에서는 정치경제학의 시각에서 재벌 중심의 불균형적 산업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상명하달식 권위주의, 재벌에 편중된 지원, 성장만능주의를 통해 분배의 불평등, 사회 통합 저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었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4장. '외환위기의 뿌리'에서는 박정희 시대에 금융의 재정화 과정을 통해 관치금융이 구조화되었고 이러한 개발 금융체제가 독점 자본으로 성장하여 1997년 외환위기로 귀결된 과정을 논증합니다.
6장. '노동정책과 노동운동의 성장'에서는 노동운동에 대한 박정희의 전면적인 억압정책에도 불구하고 계급적 자각과 노동 운동의 조직적 발전이 이루어진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7장. '농업, 압축성장 속의 압축쇠퇴'에서는 소득증대책에 집중한 박정희의 실정으로 인해 미곡 중심의 단작체제가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농업 개방의 물결 아래서 한국 농업이 만성적 위기를 맞게 된 근원을 찾고 있습니다.
8장. '복지 없는 성장'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사회복지정책을 다루고 있는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였던 박정희 정권에서 사회복지와 노동이 정부의 정책의제로 채택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박정희 정권에서 제정된 사회복지 관련 법률들이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성격을 규정함으로써 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 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박정희가 추진한 성장지상주의의 폐해, 과속성장이 낳은 높은 지가와 물가수준, 통제경제가 낳은 재벌과 관치금융, 적대적 노사관계, 경쟁력을 상실해버린 농업,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회복지 등은 아직도 한국 경제를 왜곡하고 있는 요인들로 이를 올바르게 극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는 것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나눠 쓴 책이라서 다소 딱딱하고 글체가 계속 바뀌기는 하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읽기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이 책의 띠지에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밥술이나 먹게 된 것은 오로지 박정희 덕분이라는 말을 들으면 믿어지지 않거나, 화가 치미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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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대표기자 오연호가 서울대 법학전문 대학원의 조국 교수를 만나 약 7개월간 대담했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입니다.
사회/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 문제, 권력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의 정치 지표라고 볼 수 있는 키워드를 망라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조국 교수는 정치인들의 실명 거론과 그들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까지 오픈하는 무리수까지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진보 개혁 세력이 왜 집권해야 하는가를 매우 설득력있게 주장하고 이를 위해 진보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민주화 운동에는 강한 진보가 왜 경제 영역만 가면 버벅거리는지, 왜 진보는 항상 보수의 어젠다에 밀리는지 말이죠.
이 책에서 조국 교수는 386세대가 정치에서는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생활에서는 보수내지는 무대책을 표방하는 모순을 지적하고 복지를 적선과 동격으로 보는 박정희식 복지모델의 프레임을 깨고 복지가 바로 성장이고 고용 창출이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하며 비정규직 문제에서 진보/개혁 진영이 단기간에 쟁취해야 할 목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세부적인 설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준비된 것처럼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 흐르듯이 제시합니다.
그런데 그 제안이 그야말로 그럴듯하면서도 명쾌하거든요.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느낌입니다.
보통 이런 책의 추천평은 입에 발린 소리인 경우가 많은데 추천자들의 면면(박경철, 공지영, 강풀)을 봐도 그렇고 추천평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스스로를 '좌파', '진보', '빨갱이'로 규정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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