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ra Paulsen 박사가 2009년에 쓴 책의 번역서입니다. Sandra Paulsen은 1992년부터 트라우마와 해리의 치료에 EMDR 치료와 자아상태치료(Ego State Therapy)를 접목한 치료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한 전문가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복합 트라우마와 해리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선택한 책인데 역자가 트라우마 치료와 EMDR 분야에서는 나름 권위자로 알려진 김준기, 배재현 선생님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EMDR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EMDR을 본격적으로 배울까 싶은 기대도 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꽤나 실망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건진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건 해리가 있는 복합 트라우마를 가진 내담자에게 단순하게 EMDR을 실시하는 건 위험할 수 있고 자아상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일반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들이 아닙니다. 예전이라면 중다성격장애, 지금이라면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진단을 고려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의 내담자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했던 자료는 아니었기에 초점이 맞지 않는 독서가 되었고요.
그렇다면 자아상태치료에 대한 내용은 충실한가 하면, 개념은 나름 꽤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예쁘지는 않지만)도 적절한 편이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잡는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답니다. 정작 'EMDR과 자아상태치료를 활용한 접근법 : 치료자와 내담자를 위한 임상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각 장에 나오는 치료 사례를 보면 마무리에서 저자가 '우리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자신의 내면이 분리되어 있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러 파트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 안에 분리된 다른 사람이 있다는 내담자의 생각을 부추기거나, 치료자 자신이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치료자가 내담자 안의 다른 사람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묘사된 내용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일반인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일지 몰라도 상담자 입장에서는 변별 진단을 엄정하게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아상태치료에 관심있는 입문자들을 제외하면 어떤 임상가에게도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3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28,000원의 정가를 매긴 걸 보면 출판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출판사에서 나온 심리학 관련 서적으로는 이 책이 유일한 걸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닫기
* 최근 EMDR 훈련에서는 EMDR를 시행하기 전에 모든 내담자에게 해리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많은 임상가는 해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EMDR이 해리를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 자아상태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에 그냥 빠져있는 대신, 자신의 경험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 자아상태치료는 한 개인의 자기(self)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자아상태'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치료와 가족치료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정신역동적 접근으로 복합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다.
* 치료의 ACT-AS-IF 단계
- Assessment : 평가
- Containment and Stabilization : 컨테인먼트와 안정화
- Trauma accessing : 트라우마 기억에 접근하기
- Abreactive synthesis : 제반응에 의한 연결
- Skills strengthening : 대처기술의 강화
- Integration : 통합
- Follow-up : 추후관리
* 적응적 정보처리 이론(Adaptive 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은 EMDR의 근본이 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EMDR을 통해 정보의 적응적인 해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신경 네트워크는 처리되지 않은 트라우마 경험을 그대로 분리하여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신경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분리해 놓으려는 필요성에 의해 자기(self)의 구조가 결정된다. 자기의 구조는 해리를 유지하는 수단인 셈이다.
* 혼란스러운 가정 내에서 성장한 아이는 발달 상의 중요한 과제들을 성취해내는 것보다 오로지 괴로운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급선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달 과정 상의 중요한 과제와 정상적인 자기 통제감을 성취해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는 부모나 다른 가해자의 행동이나 신념, 가치체계를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를 병리적인 내사(pathological introjection)라고 한다.
* 나는 내담자가 감당할 수 있다면 먼저 구조화된 초기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평가 과정이 끝나면 보통 이야기하듯이 상담을 진행할 것입니다"라고 미리 말해준다. 그러나 만약 내담자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면담 과정에서 불안해지는 경우에는, 첫 치료회기부터 천천히 부드럽게 접근하면서 라포를 형성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긍정 샌드위치(positivity sandwich) : 치료회기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자원 강화를 해야 한다.
* 긍정적인 자원을 찾아내어 강화하는 것은, 트라우마 치료의 준비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그라운딩(grounding)은 치료 초기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 방바닥을 발꿈치로 누르기, 주위에 있는 가구를 만지고 그 재질을 느껴보기, 손으로 나무줄기, 흙, 작은 돌 등을 느껴보기, 방안에 있는 붉은색 물건의 숫자 세어보기, 소금 맛보기, 동물 쓰다듬어주기 등의 기법이 있다.
* 어린 자아상태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대부분 트라우마 기억을 담아두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컨테이너 키드(container kid)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 BASK 요소(Braun, 1988)란, 치료 작업을 하기 위해 일단 꺼냈지만, 아직 다 처리가 되지 않은 트라우마 요소들로, 행동(Behavior). 감정(Affect), 감각(Sensation), 지식(Knowledge)을 말한다. 치료회기의 마지막에 반드시 '밀어넣거나(tuck in)', '담아두어야(contain) 할' BASK 요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머리를 옆으로 돌리는 행동. 이것은 얼굴을 얻어맞았을 떄 기억의 일부로 생각된다. 만약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옆으로 돌린다면, 아직 트라우마 경험과 관련된 정보 채널이 담아진 것이 아니다.
- 트라우마 기억의 일부인 슬픈 감정이나 정서, 또는 그 밖의 다른 감정
- 통증이나 마비 같은 신체감각
-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지식이나 인지는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가능하면 '치워두는' 편이 좋다.
* BASK 요소들을 담아둘 때는 특정 냄새나 신체 통증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감각을 직접 언급하면 트라우마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촉발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감정에 접근하고 담아두기를 반복하면 정서조절능력이 향상된다.
* 가장 권위있는 파트(대개는 내재화된 가해자상)와 먼저 작업을 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상처 입은 어린 아이 파트로 움직여 가면 된다.
* EMDR 치료의 과제는 해리된 정보의 각 채널을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강렬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해소(releasing)와 통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EMDR이나 다른 제반응 절차를 활용하여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해 나갈 때, 치료자가 내담자의 정서적 각성 상태를 최적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각성 수준이 너무 낮으면, 내담자는 무감각해지거나 해리될 수 있다. 반대로 정서적 각성 수준이 너무 높으면, 내담자는 정서적 고통이나 감정의 홍수로 압도될 수 있다.
* 많은 해리성정체성 장애 내담자의 경우, 치료과정 전반에 걸쳐서 최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트라우마가 조금씩 해결되어갈 때까지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가 트라우마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는 때때로 '표면상 정상으로 보이는 인격'이라고도 한다.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가 다른 파트가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은 내담자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능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보통 맴돌기(looping)는 트라우마가 일어났을 당시에 아이가 갖고 있던 애착을 유지하고자 하는 역동이 내담자의 자기 시스템(self system)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한 트라우마 작업을 할 때, 자기 시스템이 충분히 협력하는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도 맴돌기가 자주 나타난다.
* EMDR 치료 도중 맴돌기가 일어나면, 이는 양측성 자극의 방향을 바꾸거나 처리 과정의 속도를 바꾸라는 신호이다. EMDR 치료 도중 생겨난 두통은 내담자의 의식 혹은 전의식에 내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 내담자가 트라우마 경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현재형 대신 과거형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하고, 트라우마의 의미가 이전처럼 단절되어 있지 않고 더욱 더 적응적인 해결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면, 고통이 완화되고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842
2019년 4월 13일 광운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사례를 무수히 접하면서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광운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기회를 주셔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그렇지만 애착 외상은 단순한 틀로 보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에서부터 근친 성폭력에 의한 복합 외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문제 영역이라서 짧은 시간에 모두 정리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욕심을 너무 부렸는지 EMDR 부분은 3시간 강의 중에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EMDR은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필요성은 확실하지만 저로서도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전문 워크샵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착의 이해
2. 애착 외상의 이해
3. 애착 외상의 치유
4.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이 강의안에 포함된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애착의 개념과 특성
* 안정 애착에 필요한 정서적 기술
* 애착 유형
* 불안정 애착 유형과 대표 기질
* 불안정 애착 내담자의 특징
* 애착과 기질의 관계
* 애착의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 애착 외상의 의심 sign(상담 장면)
* 애착 외상의 양육자 유형
* Delayed PTSD
- 진단 준거
- Delay되는 이유
-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
* 애착 외상의 치유
- 치유의 핵심 요인
- 치유의 3단계
- 단계 별 유의사항
- 상담의 point
* 애착 외상의 치유 : 두뇌 기반
* 애착 외상의 치유 : 용서
* 애착 외상의 치유 : EMDR
- EMDR 사용을 위한 점검 포인트
- EMDR의 목표
- EMDR의 기본 이론
- EMDR 사용 시 주의사항
- 복합 트라우마 내담자의 경우
- 자아상태치유의 ACT-AS-IF 단계
- EMDR의 효과 확인
*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 MMPI-2/A
- TCI/JTCI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소개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