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은 가족 중심주의 문화권에서는 서구의 개인 중심주의 문화권에 비해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좋은 영향도 좋지 않은 영향도 훨씬 더 크게 미칠 수 있거든요.
일찌기 위니캇은 good-enough mother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마저도 결코 쉬운 게 아니죠.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양육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평소 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어렸을 때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부모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부모가 아닌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는 겁니다. 심하면 선생님도 아닌 지식 전달자의 역할에만 치중하기도 합니다. 역할 모델로서 자녀의 거울 역할을 하기는 커녕 기숙사 사감, 독서실 총무, 학원 강사, 운동 코치가 해야할 일만 하는거죠. 새로운 정보를 취합해서 전달하고 성취를 격려하고 때로는 push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 자녀는 기숙사 생도, 독서실원, 학원생, 운동 선수가 아닙니다. 그 역할은 각자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부모는 부모의 역할로 돌아와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육체적,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정서적 교류를 통해 사회 생활을 준비시키는 사람입니다. 부모가 선생님의 역할을 하려하면 부모의 역할을 할 사람이 없게 되고 자녀는 사실 상 부모가 없는 고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부모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 사랑은 선물처럼 줘라
: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걸 주면서 사랑이라고 강변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자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희생하는데 뭐가 불만인지 맨날 퉁퉁거리고 말도 안 섞으려 한다고 볼멘 소리를 합니다. 자녀에게 물어봤냐고 물으면 애가 뭘 아냐 어른인 내가 더 잘 알지, 물어봤지만 대꾸도 안 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부모 자녀 사이가 단절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자녀를 학대하기 위해 마음대로 행하는 부모는 극소수입니다. 나름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애쓰는 걸텐데 문제는 그 사랑이 자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랑은 선물처럼 줘야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지 몰래 알아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선물로 적당한 걸 찾아내도 혹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타이밍이 적절한걸까를 또 한번 고민하죠. 그러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내고 관찰하고 또 고민합니다. 사랑도 선물처럼 줘야 합니다. 자녀가 부담없이 받으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요. 내가 주고 싶어하는 선물을 주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내 욕심을 채우면서 자녀에게 고마워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 칭찬 3번을 하고 해라
: 부부 상담에는 정서 통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부부가 평소에 사랑을 많이 적립해 놔야 나중에 갈등이 생겼을 때 적립해둔 사랑을 인출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평소에 자녀와 사랑을 많이 쌓아놔야 마음이 상했을 때 쉽게 치유할 수 있는 법입니다. 어른이 되고 나면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하듯이 자신이 어렸을 때 얼마나 미성숙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자녀의 마음에 안 드는 구석만 잘 보이는 법입니다. 자신의 단점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녀에게 투영되어 그런 것인데 그래서 잔소리를 해서 뜯어고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만 악화되죠. "엄마/아빠나 똑바로 하세요"같은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이게 다 평소에 쌓아놓은 적립금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흔히 말하는 '당근은 한 개도 안 주면서 채찍만 휘두르는' 부모들이죠.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최소한 칭찬 3번을 쌓아놓고 하세요. 칭찬할거리가 통 없다고요? 그걸 찾아내는 것도 부모의 의무입니다. 칭찬을 못 하겠으면 잔소리도 하지 마세요. 최소한 새로운 상처는 안 내겠지요. 잔소리를 하기 위해 억지로 칭찬할거리를 찾아도 됩니다. 그걸 찾는 과정에서 자녀의 예쁜 부분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테니까요. 그러면 더 이상 잔소리를 하고 싶어지지 않을 겁니다.
제가 부모 교육이나 양육 코칭을 하면서 사용했던 기법 중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정리해 봤습니다. 생각이 나면 또 정리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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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동/청소년 사례 supervision을 할 때 입이 닳도록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절대로 부모의 문제를 간과하지 말라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양 부모가 모두 건강한데 자녀만 유독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더군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부모도 포함시켜 심리평가를 해 보면 거의 대부분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자녀보다 부모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죠. 그래서 상담/심리치료의 초점이 자녀가 아닌 부모가 될 때도 많습니다. 어찌 보면 자녀는 부모를 포함한 가정 내의 문제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 개개인에 대한 개입이 중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부모를 대상으로 한 부모 교육(양육 코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부모 교육(양육 코칭)에서 제가 깨달은 몇 가지 원칙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잘못을 지적하는 건 (전혀) 효과 없다
: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지적은 변화 동기가 높은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효과가 있고 안타깝게도 부모 교육을 받으러 온 부모들은 그런 분들이 아닙니다.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해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부모-자녀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부모가 잘못한 게 맞다 한들 잘못을 지적하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특히 원 가족의 역동을 현 가정에서 재현하는 부모에게는 역효과가 더 커집니다. 그러니 하지 마세요.
2.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것도 (거의) 효과 없다
: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건 어떨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1) 이미 상담자의 의도를 의심하고 온 부모는 상담자의 칭찬을 믿지 않으며, 2) 자신이 잘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부모는 자신이 못하고 있는 걸 감추려고 일부러 방어적으로 그런 척 할 수 있으며, 3) 자신이 잘 하고 있다는 걸 아는 부모는 어차피 상담자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니 하지 마세요.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걸 칭찬하는 것도 효과가 없다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잘 못하고 있는 걸 알게 하면 됩니다. 왜 '알려주면'이 아니라 '알게 하면'이라고 표현했냐 하면 '너 이거 잘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1번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넌지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전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채찍질'이 아닌 '당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부터 채찍질을 당하고 자라서인지 자녀를 엄하게 훈육하고 벌 주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합니다. 그래서 그 영역은 건드릴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도와줘야 할 부분은 균형을 찾는 겁니다. 바로 '당근' 전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부모들은 당근을 받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백지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당근을 원하는지, 자기 자녀가 어떤 기질이어서 어떤 당근이 잘 먹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이 때, 채찍질이 너무 과도하니 좀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채찍질을 줄이라고 하면 다시 1번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어차피 인간에게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근을 주려고 하면 채찍질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채찍질을 줄이기 위해 부모와 밀당하지 마시고 당근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이제 당근 이야기를 하는 중요한 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너 이거 잘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가 아닌 '이미 잘 하고 계시겠지만'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놀이를 하는 시간대가 언제인가요?"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것은 당연히 '아이와 매일 놀아주고 계실테니'라는 전제를 깔고 물어보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이 부모가 아이와 전혀 놀아주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런 전체 하에 이야기를 해야지만 부모가 '아이들과 매일 놀아주는 게 부모가 꼭 해야 하는 일인건가? 이 상담자는 놀아주는 걸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또 한 가지는 당근 이야기를 할 때 당근의 종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역시나 '이미 잘 하고 계시겠지만' 전제를 깔고 이야기해야 하고요. "아이와 놀아주실 때 소꿉 장난처럼 역할 놀이를 더 많이 하시나요. 씨름 같은 신체적 놀이를 더 많이 하시나요?"라는 식으로 물어봅니다. 물론 당연히 이 질문을 하는 부모는 둘 다 안 할 겁니다. 그러니 둘 다 해야 하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이 아이의 기질이나 욕구에 맞는 놀이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자극을 주는 겁니다.
이처럼 채찍질과 당근의 균형을 맞추되 항상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이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해야만 부모들의 방어막을 우회하여 우리가 원하는 당근 전략을 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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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건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필요없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부모 교육이나 당부 등으로 개입 수준을 한정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심하면 현재 가정의 부모-자녀 문제 뿐 아니라 부모 각자의 원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그것이 현재 가정에 대물림되어 재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부모-자녀 관계가 너무 심하게 악화되어 있어서 상담자가 곧바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자는 일단 아동/청소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부모-자녀 관계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없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요.
많은 경우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까지 나타나면 심각도는 높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현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건 대화가 단절되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보고가 상반되기 때문에 상담자가 감을 잡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상담 초기부터 아동/청소년에게는 실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JTCI, MMPI-A, SCT를, 부모에게도 각자 TCI, MMPI-2, SCT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 작업만 충실하게 해도 상담 회기의 수를 많이 줄이고 실제 개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심리평가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기질/성격, 정서 상태, 대인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당연히 도움이 되는데 그 밖에 부모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언행 패턴을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상담을 받으러 부모가 자녀를 끌고 상담실로 오는 경우라면 이미 자녀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고 MMPI-2 등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신의 문제를 faking good하거나 방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모의 변화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자녀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 패턴을 알게 되면 상담자는 그 잘못된 패턴을 피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과 조금 더 쉽게 라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상담자가 부모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아니라 상담자가 부모와 달리 행동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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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을 내담자로 만나는 임상가들에게서 부모 교육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모 교육도 일반 강의와 마찬가지로 자꾸 하면 늘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무식한 방법이니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원칙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모 교육을 잘 하기 위한 원칙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1을 알고 있을 때 10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교만떨지 말 것
2. 1을 알고 있을 때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겸손(또 다른 유형의 교만)떨지 말 것
3. 1이든 10이든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자신있게 말 할 것
이 세 가지의 조합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임상가라면 결국은 부모 교육을 잘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도박 중독자를 자녀로 둔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차를 아들이 전당포에 맡겼는데 대포차로 팔아버려 행방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1번 예에 해당합니다. 나름 도박 중독 치료를 오래 했다면 도박 중독에 대해서는 그나마 할 이야기가 있으나 대포차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전문가임에는 틀림없죠. 이럴 경우 사견을 전제로 경험담을 들려줄 수는 있으나 결국은 관련 전문가에게 연결하여 최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척 으스대봤자 드러나는 건 밑천이요, 잃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내담자의 신뢰입니다.
2. 엄마의 체벌을 두려워하여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틱 증상을 보이는 6세 여아가 있고, 이러한 인과 관계가 심리평가 결과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드러난 경우 임상가는 부모 교육에서 체벌의 쓸모없음과 아동이 보이는 증상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분명하게 education해야 합니다. 엄마의 심리적 저항이 강해 체벌을 중단할 것 같지 않거나 반대로 임상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거나 체벌 무용론에 대해 지리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을 말하지 않는 건 신중을 가장한 무능일 수 있습니다.
3. 1을 10으로 부풀리거나 그와 반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 1도 제대로 모르는 것처럼 주눅들지 않았을 때 필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부모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임상가라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부족한 부분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임상가의 두려움은 그대로 부모에게 전달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임상가는 무엇보다 사람이 가진 마음의 힘과 변화 가능성을 믿어야 합니다.
복잡하게 중언부언했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아는 것만 있는 그대로 자신있게 설명하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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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기법에는 일종의 유행이 있습니다. 요새는 EMDR, ACT, MBSR(or MBCT)에 이어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하나 둘씩 국내에 소개되고 있죠. 중독 분야에서 효과적인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동기 강화 상담(MET or MI)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고요.
실제로 학회 게시판을 보면 관련 워크샵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작 그 치료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와 심리적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샵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를 소개하는 치료자/상담자마저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녹여내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저 그 치료기법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시연 뿐이라서 큰 돈과 어려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워크샵을 듣고 나서도 뭘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지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워크샵을 시행하는 임상가가 단기 코스로 외국에 가서 따온 자격증 하나만 믿고 국내 임상 경험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격증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거나 관련 서적을 몇 권 번역하면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치료기법을 국내에서 선점하기 위해 일단 워크샵부터 개설해서 그렇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임상 분야에서 5년 이상 적용하지 않은 걸 어설프게 들고 나오는 걸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담 및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련을 받은 적이 없는 임상가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 나왔을 때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고액을 들여 수강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경력을 쓸 때 줄줄이 쓰고 마는 겁니다(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워크샵 수강 기록과 자격증을 나열하는거 창피하지 않아요?)
치료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료 기법을 적용할 장애와 문제 영역이 무엇이냐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동기강화상담은 병식이 없는 중독 문제를 가진 내담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동기강화상담만 배워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치료 기법 수 백가지 알아서 뭐 합니까? 각각의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 항상 모든 치료 기법은 적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워야 하고 그걸 모르는 치료자로부터는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이거 하나면 다 끝난다는 식으로 맹신하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장애를 치료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란 없습니다.
굳이 기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반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법부터 익히세요. 예를 들어 심리평가보고서에 임상심리학자들이 맨날 사회 기술 훈련을 하라, 부모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부모 교육의 최고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그냥 놀이치료나 시키고 맙니다. 놀이치료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치료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치료자를 구하기 쉽고 만만하니까 놀이치료에만 매달릴 뿐 다른 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 교육만 해도 ADHD를 위한 부모교육, 강압적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 교육,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부모 교육 등 세분화하면 얼마나 다양한 variation이 가능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개입조차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social skill training 하나만 제대로 파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 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인 치료 기법 하나 제대로 하는 고수가 없고 내노라하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통해 가감해서 노하우를 축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든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 세부적인 치료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 적용할 장애나 문제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맞춰 해당되는 치료 기법을 익혀야 함.*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정확하게 fit한 세부적인 치료 기법이 없는 경우 적용 영역이 넓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나 치료 기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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